북한, 지금 떨고 있니?

입력 2017.04.18 (16:16) 수정 2017.04.1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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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영국의 BBC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영국의 BBC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북한이 떨고 있나?

미국이 북한의 6차 핵실험 감행에 대해 중대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항공모함까지 재배치한 데 대해 북한은 매우 긴장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갑작스러운 인터뷰 대응에서 엿볼 수 있다.

18일 북한은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일제히 인터뷰 공세를 펼쳤다. 고위 당국자 3명이 잇달아 외신들을 향해 인터뷰와 기자회견을 쏟아냈다. 그러나 왠지 그 목소리는 힘이 없었고 자세는 당당하지 못했다.

북한의 고위 당국자들은 한결같이 미국의 선제공격에 대해 경고하면서 미국이 공격할 낌새가 느껴지면 오히려 선제공격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면서 지금의 긴장상황을 포함한 모든 것이 미국 책임이라고 전가했다.

그리곤 여전히 북한의 핵무기가 북한을 지켜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왼쪽부터)한성렬 외무성부상, 김선경 유럽2국장, 김인룡 UN차석대사 (왼쪽부터)한성렬 외무성부상, 김선경 유럽2국장, 김인룡 UN차석대사

1. 먼저 북한의 외무성 부상의 인터뷰.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은 평양에서 영국의 공영방송 BBC 취재진과 만나 "우리는 주 단위, 월 단위, 연 단위로 더 많은 미사일 시험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성렬 부상은 "만약 미국이 우리를 향해 군사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방식과 수단으로 핵 선제공격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군사적 수단을 동원할 만큼 무모하다면 그날 바로 전면전이 발생하는 것을 뜻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핵무기가 미국의 군사 행동으로부터 북한을 지켜줄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한 부상은 미국을 향해 "세계 평화와 안정을 해치고 있다"며 "주권국을 침범하는 것이 결단력 있고 비례적인 조치이고 국제질서를 지키는 데 기여한다는 폭력배 같은 논리를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성렬 부상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고, 인터뷰를 하면서 BBC 기자의 질문에 대해 눈치를 보는 듯한 자세는 자신감이 부족해 보였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 나올 만한 결기는 없었다.

[관련 링크] BBC 보도

2. 같은 날 평양에서 진행된 또 다른 인터뷰.

북한 외무성의 김선경 유럽 2국 국장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선경 국장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미국이 북한에 핵 공격을 하려는 미세한 움직임이라도 보인다면, 북한이 먼저 공격을 할 것이며 자비 없이 공격자를 파괴하겠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프랑스 방송국 TF1 스꼬트 미쉘 대외 주필과의 인터뷰에서도 "우리 자체의 힘으로 나라와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또한 "미국이 수많은 전략자산을 끌어들여 사상 최대 규모의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다"며 "핵 항공모함(칼빈슨호) 타격단을 또다시 조선반도 수역에 들이밀어 정세가 전쟁 접경으로 치닫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선경 국장의 인터뷰는 마치 "우리는 가만히 있는데 왜 자꾸 괴롭히고 엄청난 무력을 동원해 우리를 괴롭히느냐"는 식의 자위적 느낌이 들게 만드는 말투였다. 기죽은 자의 자존심 세우기 같은 분위기를 전해준다.

3. 같은 날 UN 본부가 있는 뉴욕에서의 인터뷰.

북한의 김인룡 UN 차석대사가 갑자기 유엔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그리곤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대해 선제 타격을 한다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응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가 한반도에 대북전략 타격무기를 증강 배치해도 동요하거나 평화를 구걸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면대응을 주장했다.

트럼프 정부의 시리아 공습을 북한에 대한 위협으로 해석하는 등 미국의 달라진 군사적 접근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김인룡 대사의 기자회견은 마치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가 물면 사력을 다해 달려들겠다'고 엄포를 놓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김 대사의 기자회견도 외신들이 '감동'을 느낄 만큼 위협적이거나 결의에 찬 모습은 아니었다.

[연관 기사] 가디언 보도

북한군이 김일성 생일인 15일 태양절에 공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북한군이 김일성 생일인 15일 태양절에 공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그렇다면 북한의 외교 당국자들의 잇따른 기자회견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북한 외무성의 메시지는 한국을 찾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전날 북한을 향해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고 경고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펜스 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과 이 지역 우리 동맹국의 인내심이 다했으며 우리는 변화를 보기를 원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며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의 무모한 길을 포기하는 것을 보고 싶으며, 지속적인 탄도 미사일 사용과 실험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을 방문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한·미 군관계자한국을 방문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한·미 군관계자

미 국무부의 수전 손턴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은 이날 국무부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오는 25일 북한이 인민군 창건 85주년 기념일을 맞아 6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고조되는 것에도 강력한 경고를 했다.

손턴 대행은 "만약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면 매우 중대한 국제적인 대응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겠다"며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또한 "불법적인 프로그램에 관용은 없다.", "중국 또한 한반도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압박의 수위에 고조시켰다.

손턴은 또 트럼프 정부의 새로운 양대 대북 원칙인 '최대의 압박'과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관여'(engagement)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손턴 대행은 "미국의 우선순위는 북한 정권에 압박을 가해 위협적인 행동을 중단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한 후 "만약 북한이 도발적인 행동을 계속하는 한 '관여'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대화에 '전제조건'이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며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행동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북한과 어떠한 형태의 대화도 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대화 없는 대치'가 계속된다면 북한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만약 중국이 미국의 압력에 못 이겨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끊는다면, 북한은 고립무원의 지경에서 미국을 상대로 어떤 카드를 쓸 수 있을까. 어쨌든 지금 북한은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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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지금 떨고 있니?
    • 입력 2017-04-18 16:16:28
    • 수정2017-04-18 16:20:59
    취재K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영국의 BBC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북한이 떨고 있나? 미국이 북한의 6차 핵실험 감행에 대해 중대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항공모함까지 재배치한 데 대해 북한은 매우 긴장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갑작스러운 인터뷰 대응에서 엿볼 수 있다. 18일 북한은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일제히 인터뷰 공세를 펼쳤다. 고위 당국자 3명이 잇달아 외신들을 향해 인터뷰와 기자회견을 쏟아냈다. 그러나 왠지 그 목소리는 힘이 없었고 자세는 당당하지 못했다. 북한의 고위 당국자들은 한결같이 미국의 선제공격에 대해 경고하면서 미국이 공격할 낌새가 느껴지면 오히려 선제공격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면서 지금의 긴장상황을 포함한 모든 것이 미국 책임이라고 전가했다. 그리곤 여전히 북한의 핵무기가 북한을 지켜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왼쪽부터)한성렬 외무성부상, 김선경 유럽2국장, 김인룡 UN차석대사 1. 먼저 북한의 외무성 부상의 인터뷰.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은 평양에서 영국의 공영방송 BBC 취재진과 만나 "우리는 주 단위, 월 단위, 연 단위로 더 많은 미사일 시험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성렬 부상은 "만약 미국이 우리를 향해 군사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방식과 수단으로 핵 선제공격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군사적 수단을 동원할 만큼 무모하다면 그날 바로 전면전이 발생하는 것을 뜻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핵무기가 미국의 군사 행동으로부터 북한을 지켜줄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한 부상은 미국을 향해 "세계 평화와 안정을 해치고 있다"며 "주권국을 침범하는 것이 결단력 있고 비례적인 조치이고 국제질서를 지키는 데 기여한다는 폭력배 같은 논리를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성렬 부상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고, 인터뷰를 하면서 BBC 기자의 질문에 대해 눈치를 보는 듯한 자세는 자신감이 부족해 보였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 나올 만한 결기는 없었다. [관련 링크] BBC 보도 2. 같은 날 평양에서 진행된 또 다른 인터뷰. 북한 외무성의 김선경 유럽 2국 국장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선경 국장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미국이 북한에 핵 공격을 하려는 미세한 움직임이라도 보인다면, 북한이 먼저 공격을 할 것이며 자비 없이 공격자를 파괴하겠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프랑스 방송국 TF1 스꼬트 미쉘 대외 주필과의 인터뷰에서도 "우리 자체의 힘으로 나라와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또한 "미국이 수많은 전략자산을 끌어들여 사상 최대 규모의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다"며 "핵 항공모함(칼빈슨호) 타격단을 또다시 조선반도 수역에 들이밀어 정세가 전쟁 접경으로 치닫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선경 국장의 인터뷰는 마치 "우리는 가만히 있는데 왜 자꾸 괴롭히고 엄청난 무력을 동원해 우리를 괴롭히느냐"는 식의 자위적 느낌이 들게 만드는 말투였다. 기죽은 자의 자존심 세우기 같은 분위기를 전해준다. 3. 같은 날 UN 본부가 있는 뉴욕에서의 인터뷰. 북한의 김인룡 UN 차석대사가 갑자기 유엔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그리곤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대해 선제 타격을 한다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응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가 한반도에 대북전략 타격무기를 증강 배치해도 동요하거나 평화를 구걸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면대응을 주장했다. 트럼프 정부의 시리아 공습을 북한에 대한 위협으로 해석하는 등 미국의 달라진 군사적 접근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김인룡 대사의 기자회견은 마치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가 물면 사력을 다해 달려들겠다'고 엄포를 놓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김 대사의 기자회견도 외신들이 '감동'을 느낄 만큼 위협적이거나 결의에 찬 모습은 아니었다. [연관 기사] 가디언 보도 북한군이 김일성 생일인 15일 태양절에 공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그렇다면 북한의 외교 당국자들의 잇따른 기자회견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북한 외무성의 메시지는 한국을 찾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전날 북한을 향해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고 경고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펜스 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과 이 지역 우리 동맹국의 인내심이 다했으며 우리는 변화를 보기를 원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며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의 무모한 길을 포기하는 것을 보고 싶으며, 지속적인 탄도 미사일 사용과 실험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을 방문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한·미 군관계자 미 국무부의 수전 손턴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은 이날 국무부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오는 25일 북한이 인민군 창건 85주년 기념일을 맞아 6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고조되는 것에도 강력한 경고를 했다. 손턴 대행은 "만약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면 매우 중대한 국제적인 대응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겠다"며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또한 "불법적인 프로그램에 관용은 없다.", "중국 또한 한반도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압박의 수위에 고조시켰다. 손턴은 또 트럼프 정부의 새로운 양대 대북 원칙인 '최대의 압박'과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관여'(engagement)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손턴 대행은 "미국의 우선순위는 북한 정권에 압박을 가해 위협적인 행동을 중단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한 후 "만약 북한이 도발적인 행동을 계속하는 한 '관여'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대화에 '전제조건'이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며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행동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북한과 어떠한 형태의 대화도 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대화 없는 대치'가 계속된다면 북한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만약 중국이 미국의 압력에 못 이겨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끊는다면, 북한은 고립무원의 지경에서 미국을 상대로 어떤 카드를 쓸 수 있을까. 어쨌든 지금 북한은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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