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을 올림픽이라 부를 수 없는 평창

입력 2017.04.18 (21:25) 수정 2017.04.18 (22:1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인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가뜩이나 열기가 오르지 않아 고민하고 있는 한 평창올림픽 관계자의 푸념이다. 홍길동의 경우처럼, 평창은 '올림픽을 올림픽이라 부를 수 없는' 기막힌 고민에 빠져 있다. 사연은 다음과 같다.

올림픽 빙상 경기 개최 도시인 강원도 강릉시. 거리의 알림판에서는 '평창'과 '빙상 경기'라는 말은 있지만, 올림픽이란 명칭을 찾아볼 수 없다. 경기장들도 마찬가지다.

빙상 경기가 열리는 '강릉 올림픽 파크'에는 4개의 올림픽 경기장이 있다. 강릉 하키 센터,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강릉 아이스 아레나, 강릉 컬링 센터다. 어떤 경기장 이름에도 '올림픽'이 들어가 있지 않다.

이는 비단 강릉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평창 알펜시아 일대의 모든 경기장도 '올림픽'이란 명칭이 빠져 있다. 단 하나 예외가 개·폐막식이 열리는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이다. 결국, 이번 대회 우리가 '올림픽경기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은 13개 가운데 딱 한 곳뿐인 셈이다.

올림픽 용어의 사용 제한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엄격한 규정 때문이다. IOC 헌장 제7조 1항은 '올림픽 게임이 IOC의 독점 자산이고 모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IOC는 올림픽의 브랜드 가치를 이용해 상업적인 일체의 행위를 막기 위해서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정반대에 가깝다. 즉 후원사들의 '상업적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IOC는 독점권을 행사해 개최국의 정당한 권리까지 막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IOC의 횡포(?)는 경기장 명칭에 국한되지 않는다. 올림픽 개최지의 홍보와 마케팅 활동까지 제한할 수 있다. IOC의 승인을 받지 않는 모든 지역 행사에 '올림픽'이라는 용어는 물론 오륜기와 올림픽을 떠오르게 하는 상징물조차 쓸 수 없다.

강원도청의 한 관계자는 "올림픽 유치 성공 직후 강원도 내 한 재래시장을 '올림픽 시장'으로 바꾸는 시도를 했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평창올림픽 활성화를 위해서였는데 결과적으로 IOC의 승인이 나지 않아 간판을 다시 내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올림픽 붐이 조성되지 않는 가운데 IOC의 지나친 독점권 행사가 올림픽 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평창 조직위원회의 소극적 대응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리우올림픽의 경우 11개의 경기장에 올림픽명칭을 획득했다.

가톨릭 관동대학교 스포츠 레저학과 박진경 교수는 "IOC의 기준에 따르면 이 또한 엄격한 제한 사항일 텐데 리우의 경우 적극적인 대처를 했다. 우리도 관계기관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IOC가 적어도 개최 국가나 도시와 같은 공적 기관에서 올림픽 명칭이나 상징물을 사용하려 할 때는 조금 더 전향적인 방향으로 결정해줄 필요가 있다"면서 "앞으로 올림픽은 더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므로, IOC도 과거와는 다른 태도가 요구되며 우리도 IOC에 요구할 것은 강하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관기사] [뉴스9] 올림픽을 올림픽이라 부를 수 없는 평창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올림픽을 올림픽이라 부를 수 없는 평창
    • 입력 2017-04-18 21:25:32
    • 수정2017-04-18 22:12:59
    취재K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인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가뜩이나 열기가 오르지 않아 고민하고 있는 한 평창올림픽 관계자의 푸념이다. 홍길동의 경우처럼, 평창은 '올림픽을 올림픽이라 부를 수 없는' 기막힌 고민에 빠져 있다. 사연은 다음과 같다. 올림픽 빙상 경기 개최 도시인 강원도 강릉시. 거리의 알림판에서는 '평창'과 '빙상 경기'라는 말은 있지만, 올림픽이란 명칭을 찾아볼 수 없다. 경기장들도 마찬가지다. 빙상 경기가 열리는 '강릉 올림픽 파크'에는 4개의 올림픽 경기장이 있다. 강릉 하키 센터,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강릉 아이스 아레나, 강릉 컬링 센터다. 어떤 경기장 이름에도 '올림픽'이 들어가 있지 않다. 이는 비단 강릉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평창 알펜시아 일대의 모든 경기장도 '올림픽'이란 명칭이 빠져 있다. 단 하나 예외가 개·폐막식이 열리는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이다. 결국, 이번 대회 우리가 '올림픽경기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은 13개 가운데 딱 한 곳뿐인 셈이다. 올림픽 용어의 사용 제한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엄격한 규정 때문이다. IOC 헌장 제7조 1항은 '올림픽 게임이 IOC의 독점 자산이고 모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IOC는 올림픽의 브랜드 가치를 이용해 상업적인 일체의 행위를 막기 위해서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정반대에 가깝다. 즉 후원사들의 '상업적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IOC는 독점권을 행사해 개최국의 정당한 권리까지 막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IOC의 횡포(?)는 경기장 명칭에 국한되지 않는다. 올림픽 개최지의 홍보와 마케팅 활동까지 제한할 수 있다. IOC의 승인을 받지 않는 모든 지역 행사에 '올림픽'이라는 용어는 물론 오륜기와 올림픽을 떠오르게 하는 상징물조차 쓸 수 없다. 강원도청의 한 관계자는 "올림픽 유치 성공 직후 강원도 내 한 재래시장을 '올림픽 시장'으로 바꾸는 시도를 했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평창올림픽 활성화를 위해서였는데 결과적으로 IOC의 승인이 나지 않아 간판을 다시 내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올림픽 붐이 조성되지 않는 가운데 IOC의 지나친 독점권 행사가 올림픽 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평창 조직위원회의 소극적 대응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리우올림픽의 경우 11개의 경기장에 올림픽명칭을 획득했다. 가톨릭 관동대학교 스포츠 레저학과 박진경 교수는 "IOC의 기준에 따르면 이 또한 엄격한 제한 사항일 텐데 리우의 경우 적극적인 대처를 했다. 우리도 관계기관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IOC가 적어도 개최 국가나 도시와 같은 공적 기관에서 올림픽 명칭이나 상징물을 사용하려 할 때는 조금 더 전향적인 방향으로 결정해줄 필요가 있다"면서 "앞으로 올림픽은 더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므로, IOC도 과거와는 다른 태도가 요구되며 우리도 IOC에 요구할 것은 강하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관기사] [뉴스9] 올림픽을 올림픽이라 부를 수 없는 평창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