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놀이’하다 아기 떨어뜨려…아빠는 유죄일까?

입력 2017.04.19 (14:35) 수정 2017.04.1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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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들었다 내렸다 하는 ‘비행기 놀이'를 하다 아기를 떨어뜨려 숨지게 했다면 아빠를 아동 학대로 처벌할 수 있을까?

'흔들린 아이 증후군(Shaken Baby Syndrome)'

외국 학회에서 몇 년 전 처음 보고된 생소한 이름의 이 질환이 최근 발생한 아동 사망 사건의 열쇠로 부각됐다.

19일 수원지검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9월 동거녀의 아파트에서 동거녀와 사이에 낳은 아들 B군을 들었다 내렸다 하는 '비행기 놀이'를 격하게 하다가 아기를 머리 뒤로 넘긴 상태에서 떨어뜨렸다.

머리에 상처를 입은 아기는 19일간 치료를 받다 숨을 거뒀다. 당시 A씨는 8개월 된 B군이 누워있는 유모차를 앞뒤로 수차례 강하게 흔들기도 했다.

B군을 진료한 의료진은 골절이 없음에도 심각한 뇌 손상이 발생한 점, 반복적인 외상 등에 의해 주로 나타나는 망막 출혈이 동반된 점 등에 미뤄 '흔들린 아이 증후군'일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냈다.

'흔들린 아이 증후군'(SBS)이란 정식 의학 용어로는 학대성 두개관내 출혈(abusive head trauma, AHT)이라 한다. 2세 이하의 유아가 울거나 보챌 때 심하게 흔들어서 생기는 질환으로 뇌출혈과 망막출혈 등의 특징이 있고 장골이나 늑골의 골절 등 복합적인 손상이 뒤따르기도 한다. 대부분 외상이 시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당시 의료진은 B군이 탄 유모차를 A씨가 심하게 흔들었다는 사실과 그가 처음 경찰에서 "50㎝ 높이의 소파에 눕혔는데 떨어졌다"고 한 진술을 듣고 이 같은 소견을 냈다. A씨는 이후 조사에서 "비행기 놀이를 하다가 손에서 아기를 놓쳤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이에 검찰은 평소 심하게 울며 보채는 B군을 돌보는 데 어려움을 겪던 A씨가 다른 일로 화가 난 상태에서 B군이 또다시 울며 보채자 아기를 마구 흔들며 학대해 '흔들린 아이 증후군' 등으로 인한 뇌부종, 경막하 출혈에 이은 뇌간마비로 숨지게 한 것으로 판단했다. A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에서 A씨 측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유모차를 마구 흔들어 학대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이는 B군의 사망과는 연관이 없으며, 연관이 있다 해도 이러한 행위가 사망에 이르게 할 것 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아동학대의 고의가 없다는 것이다. 또 비행기 놀이 도중 B군을 떨어뜨린 것은 실수여서 과실 치사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A씨에게 과실치사죄는 예비적으로 적용하지 않아 그의 주장이 재판이 받아들여진다면 그에게는 무죄가 선고된다.


지난 18일 열린 결심공판에서도 양측의 공방은 계속됐다.

검찰은 신경외과 전문의에 대한 증인 신문을 통해 매우 거센 유모차 흔들기와 비행기 놀이가 '흔들린 아이 증후군'의 대표 증상 중 하나인 망막출혈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은 A씨가 실수로 B군을 떨어뜨렸을 때 충격으로 아기가 뇌 손상과 망막출혈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맞섰다.

A씨도 최후변론을 통해 "다른 일 때문에 화가 나 유모차를 세게 흔든 것에 대해 진심으로 후회하고 반성하지만 그 행동으로 아들이 이상증세를 보였다면 바로 신고했을 것"이라며 "이후 아들이 자다가 일어나서 울길래 평소 좋아하던 비행기 놀이를 하게 된 것이지 학대는 결코 아니다"라고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의 B군에게 쓴 편지를 낭독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검찰은 그러나 "A씨가 B군에게 한 행위와 B군의 죽음 사이에 의학적으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되며, A씨가 진술을 번복하고 법정에서도 혐의를 일부 부인해 중형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10년을 구형하고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160시간 이수를 명령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 달 11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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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19 14:35:41
    • 수정2017-04-19 16:52:31
    취재K
아기를 들었다 내렸다 하는 ‘비행기 놀이'를 하다 아기를 떨어뜨려 숨지게 했다면 아빠를 아동 학대로 처벌할 수 있을까?

'흔들린 아이 증후군(Shaken Baby Syndrome)'

외국 학회에서 몇 년 전 처음 보고된 생소한 이름의 이 질환이 최근 발생한 아동 사망 사건의 열쇠로 부각됐다.

19일 수원지검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9월 동거녀의 아파트에서 동거녀와 사이에 낳은 아들 B군을 들었다 내렸다 하는 '비행기 놀이'를 격하게 하다가 아기를 머리 뒤로 넘긴 상태에서 떨어뜨렸다.

머리에 상처를 입은 아기는 19일간 치료를 받다 숨을 거뒀다. 당시 A씨는 8개월 된 B군이 누워있는 유모차를 앞뒤로 수차례 강하게 흔들기도 했다.

B군을 진료한 의료진은 골절이 없음에도 심각한 뇌 손상이 발생한 점, 반복적인 외상 등에 의해 주로 나타나는 망막 출혈이 동반된 점 등에 미뤄 '흔들린 아이 증후군'일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냈다.

'흔들린 아이 증후군'(SBS)이란 정식 의학 용어로는 학대성 두개관내 출혈(abusive head trauma, AHT)이라 한다. 2세 이하의 유아가 울거나 보챌 때 심하게 흔들어서 생기는 질환으로 뇌출혈과 망막출혈 등의 특징이 있고 장골이나 늑골의 골절 등 복합적인 손상이 뒤따르기도 한다. 대부분 외상이 시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당시 의료진은 B군이 탄 유모차를 A씨가 심하게 흔들었다는 사실과 그가 처음 경찰에서 "50㎝ 높이의 소파에 눕혔는데 떨어졌다"고 한 진술을 듣고 이 같은 소견을 냈다. A씨는 이후 조사에서 "비행기 놀이를 하다가 손에서 아기를 놓쳤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이에 검찰은 평소 심하게 울며 보채는 B군을 돌보는 데 어려움을 겪던 A씨가 다른 일로 화가 난 상태에서 B군이 또다시 울며 보채자 아기를 마구 흔들며 학대해 '흔들린 아이 증후군' 등으로 인한 뇌부종, 경막하 출혈에 이은 뇌간마비로 숨지게 한 것으로 판단했다. A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에서 A씨 측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유모차를 마구 흔들어 학대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이는 B군의 사망과는 연관이 없으며, 연관이 있다 해도 이러한 행위가 사망에 이르게 할 것 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아동학대의 고의가 없다는 것이다. 또 비행기 놀이 도중 B군을 떨어뜨린 것은 실수여서 과실 치사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A씨에게 과실치사죄는 예비적으로 적용하지 않아 그의 주장이 재판이 받아들여진다면 그에게는 무죄가 선고된다.


지난 18일 열린 결심공판에서도 양측의 공방은 계속됐다.

검찰은 신경외과 전문의에 대한 증인 신문을 통해 매우 거센 유모차 흔들기와 비행기 놀이가 '흔들린 아이 증후군'의 대표 증상 중 하나인 망막출혈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은 A씨가 실수로 B군을 떨어뜨렸을 때 충격으로 아기가 뇌 손상과 망막출혈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맞섰다.

A씨도 최후변론을 통해 "다른 일 때문에 화가 나 유모차를 세게 흔든 것에 대해 진심으로 후회하고 반성하지만 그 행동으로 아들이 이상증세를 보였다면 바로 신고했을 것"이라며 "이후 아들이 자다가 일어나서 울길래 평소 좋아하던 비행기 놀이를 하게 된 것이지 학대는 결코 아니다"라고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의 B군에게 쓴 편지를 낭독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검찰은 그러나 "A씨가 B군에게 한 행위와 B군의 죽음 사이에 의학적으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되며, A씨가 진술을 번복하고 법정에서도 혐의를 일부 부인해 중형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10년을 구형하고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160시간 이수를 명령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 달 11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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