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미세먼지 측정 ‘구멍 숭숭’…환경부 변명 들어보니

입력 2017.04.1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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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측정의 '끝판왕' 미세먼지(대기) 집중측정소

미세먼지 측정은 여러 경로를 통해 이뤄집니다. 먼저 서울시 등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도시대기측정소(264개, 2016년 말 기준)와 도로변대기측정소(37개)가 있고요. 환경부가 운영하는 유해대기측정소(32개), 교외대기측정소(19개) 초미세먼지측정소(35개)도 있습니다. 종류별로 측정소의 위치나 측정할 수 있는 성분도 제각각입니다.

그중에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게 바로 환경부가 전국 6곳에서 운영 중인 집중측정소입니다. 집중측정소에서 측정할 수 있는 성분들은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와 황산이온, 질산이온 등 이온성분 8종과 유기탄소, 무기탄소, 납 등 중금속 9종 등 모두 20종이 넘습니다.

쉽게 말해 초미세먼지와 먼지 속에 들어있는 자세한 구성성분들을 실시간으로 낱낱이 들여다보는 건데요. 이런 집중측정소는 백령도, 수도권(서울), 중부권(대전), 호남권(광주), 영남권(울산), 제주도까지 모두 6곳입니다.

왜 이렇게 자세하게 살펴봐야 하는 걸까요? 미세먼지 단순 농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구성성분을 알아야 이게 인체에 얼마나 해로운지. 또 미세먼지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역추적하는 연구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미세먼지가 자동차에서 나온 것인지, 화력발전소에서 나온 것인지, 바이오매스 연소에서 나온 건지를 구체적인 성분을 통해 알 수 있다는 건데요. 미세먼지의 구성성분까지 실시간 측정하는 집중측정소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빈칸 수두룩한 미세먼지 성분 측정자료

취재진은 지난 2016년부터 지난 3월까지 1년 6개월, 일수로는 455일 동안 전국의 집중측정소 6곳의 측정자료를 입수했습니다. 왜 입수라는 거창한 표현을 쓰냐 하면 집중측정소를 운영하는 국립환경과학원과 주무부서인 환경부가 측정자료 원본을 '에어코리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집중측정소의 미세먼지 구성성분 자료를 열어봤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왜 이렇게 빈칸이 많지?'였습니다. 그래서 직접 세봤습니다.

구성성분 14종 가운데 일부 항목이라도 측정이 안 된 날은 전체 455일 중에 백령도의 오류/측정실패 발생일은 182일이었고 제주도가 159일, 영남권이 149일, 수도권이 138일, 호남권이 115일, 중부권이 110일 순이었습니다. 일주일에 이틀꼴로 제대로 측정이 안된 겁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볼까요. 전국을 뒤덮은 고농도 초미세먼지의 86%가 중국 등 국외 유입이라는 분석이 나왔을 정도로 미세먼지가 심각했던 지난달 21일. 중국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백령도 집중측정소의 미세먼지 구성 성분자료를 확인해 봤습니다.

측정값 14개 가운데 포타슘 등 2개가 '빈칸'입니다. 칼륨의 일종인 포타슘은 식물의 연소과정에서 나오는데 봄철 중국 농촌 지역에서 대규모로 논밭을 태웠을 때 많이 발생합니다. 중국의 영향을 반영하는 성분 측정이 안 된 겁니다.

지난 1월, 백령도 집중측정소에서는 8개 항목이 열흘 넘게 측정이 안 됐고, 지난해 11월 제주도 집중측정소에서는 모든 측정 항목이 통째로 측정이 안 된 적도 있습니다. 이처럼 여러 항목이 동시다발적으로 측정실패 된 경우를 흔하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오류나 측정실패가 나타난 이유는 다양했습니다. 장비점검이나 장마처럼 불가피한 경우도 있었고요. 측정기가 오염되거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측정 수치가 이상 현상을 보이거나, 프로그램 오작동처럼 장비 운용상의 문제가 나타난 적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집중측정소 6곳의 장비 오작동과 각종 오류, 점검은 모두 180여 회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왜 이렇게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걸까요? 오류가 났을 때 대체할 수 있는 백업시스템이 부족한 게 가장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여기다 측정장비가 대부분 외국산이다보니 고장이나 오류가 났을 때 부품 수급 문제 등으로 즉각 조치가 되지 않고, 전국 6곳의 집중측정소의 정규 연구인력이 11명에 불과한 것도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와 관련해 박기홍 광주과학기술원(GIST) 환경과학부 교수는 "미세먼지가 어디서 오는지파악하려면 구성성분을 알아야 하고 시간당 매일매일 (데이터를) 확보해야지 빨리 정확히 과학적으로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세먼지 성분 측정실패 뭐가 맞나..? "40% vs 2%"

측정실패를 지적하는 보도가 나가자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설명자료를 내고 "앞으로 미세먼지 성분의 자동측정이 중단된 경우에는 수동 측정자료를 활용하고, 전국 미세먼지 측정소를 일제 점검하여 측정자료 확보비율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환경부는 이 같은 측정오류나 실패가 큰 문제는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백령도 집중측정소의 미측정일이 40%라는 지적은 과장된 부분이 있다는 겁니다.

백령도 집중측정소의 경우 일부 항목의 오류나 미측정이 발생한 날을 모두 세면 분명히 전체의 40%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환경부는 측정이 안된 날을 다시 '성분별'로 나눴습니다.

이렇게 나눠보면 백령도 집중측정소의 성분별 측정실패 비율은 2.2% ~ 21.1%에 그친다고 밝혔습니다. 나머지 집중측정소 5곳도 '성분별'로 쪼개면 '측정 실패' 비율이 2%에서 22% 정도로 낮아진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성분 중에 일부라도 오류·미측정이 발생한 날을 일별로 분석해 보도한 이유는 미세먼지의 성분을 모델링 등을 통해 분석할 때 개별 측정값들이 독립적으로 사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각 성분 사이의 비율이나 종합적인 변화 추이가 중요한데, 그중 일부라도 '구멍'이 나면 데이터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실을 국립환경과학원이 과연 모르고 있을까?" 하고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대목입니다.

국민 불신 높은 '환경정책' .. '투명성 강화'와 '정보공개'가 답

예전에 큰 논란이 됐던 '미세먼지 원인은 고등어구이 논란'부터 최근 불거진 '미세먼지 데이터 조작 논란'과 '용산 미군기지 오염실태 조사결과 비공개'까지.

정부의 환경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이 같은 불신은 개별 사안의 사실 여부를 떠나 정책 추진 과정을 투명하게 하지 않고, 폐쇄적 태도를 보여온 환경부의 잘못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취재과정에서 "왜 측정하고 있는 모든 자료를 공개하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에 돌아온 답은 "모든 데이터를 공개하면 오히려 국민들의 불안감을 더 부추길 수 있다"였습니다. 이 말을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에게서 들었을 때 이런 문제의식을 더욱 절감하게 됐습니다.

안 그래도 뿌연 하늘을 보며 답답한 요즘, 환경부의 각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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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미세먼지 측정 ‘구멍 숭숭’…환경부 변명 들어보니
    • 입력 2017-04-19 15:58:25
    취재후·사건후
대기측정의 '끝판왕' 미세먼지(대기) 집중측정소

미세먼지 측정은 여러 경로를 통해 이뤄집니다. 먼저 서울시 등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도시대기측정소(264개, 2016년 말 기준)와 도로변대기측정소(37개)가 있고요. 환경부가 운영하는 유해대기측정소(32개), 교외대기측정소(19개) 초미세먼지측정소(35개)도 있습니다. 종류별로 측정소의 위치나 측정할 수 있는 성분도 제각각입니다.

그중에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게 바로 환경부가 전국 6곳에서 운영 중인 집중측정소입니다. 집중측정소에서 측정할 수 있는 성분들은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와 황산이온, 질산이온 등 이온성분 8종과 유기탄소, 무기탄소, 납 등 중금속 9종 등 모두 20종이 넘습니다.

쉽게 말해 초미세먼지와 먼지 속에 들어있는 자세한 구성성분들을 실시간으로 낱낱이 들여다보는 건데요. 이런 집중측정소는 백령도, 수도권(서울), 중부권(대전), 호남권(광주), 영남권(울산), 제주도까지 모두 6곳입니다.

왜 이렇게 자세하게 살펴봐야 하는 걸까요? 미세먼지 단순 농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구성성분을 알아야 이게 인체에 얼마나 해로운지. 또 미세먼지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역추적하는 연구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미세먼지가 자동차에서 나온 것인지, 화력발전소에서 나온 것인지, 바이오매스 연소에서 나온 건지를 구체적인 성분을 통해 알 수 있다는 건데요. 미세먼지의 구성성분까지 실시간 측정하는 집중측정소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빈칸 수두룩한 미세먼지 성분 측정자료

취재진은 지난 2016년부터 지난 3월까지 1년 6개월, 일수로는 455일 동안 전국의 집중측정소 6곳의 측정자료를 입수했습니다. 왜 입수라는 거창한 표현을 쓰냐 하면 집중측정소를 운영하는 국립환경과학원과 주무부서인 환경부가 측정자료 원본을 '에어코리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집중측정소의 미세먼지 구성성분 자료를 열어봤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왜 이렇게 빈칸이 많지?'였습니다. 그래서 직접 세봤습니다.

구성성분 14종 가운데 일부 항목이라도 측정이 안 된 날은 전체 455일 중에 백령도의 오류/측정실패 발생일은 182일이었고 제주도가 159일, 영남권이 149일, 수도권이 138일, 호남권이 115일, 중부권이 110일 순이었습니다. 일주일에 이틀꼴로 제대로 측정이 안된 겁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볼까요. 전국을 뒤덮은 고농도 초미세먼지의 86%가 중국 등 국외 유입이라는 분석이 나왔을 정도로 미세먼지가 심각했던 지난달 21일. 중국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백령도 집중측정소의 미세먼지 구성 성분자료를 확인해 봤습니다.

측정값 14개 가운데 포타슘 등 2개가 '빈칸'입니다. 칼륨의 일종인 포타슘은 식물의 연소과정에서 나오는데 봄철 중국 농촌 지역에서 대규모로 논밭을 태웠을 때 많이 발생합니다. 중국의 영향을 반영하는 성분 측정이 안 된 겁니다.

지난 1월, 백령도 집중측정소에서는 8개 항목이 열흘 넘게 측정이 안 됐고, 지난해 11월 제주도 집중측정소에서는 모든 측정 항목이 통째로 측정이 안 된 적도 있습니다. 이처럼 여러 항목이 동시다발적으로 측정실패 된 경우를 흔하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오류나 측정실패가 나타난 이유는 다양했습니다. 장비점검이나 장마처럼 불가피한 경우도 있었고요. 측정기가 오염되거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측정 수치가 이상 현상을 보이거나, 프로그램 오작동처럼 장비 운용상의 문제가 나타난 적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집중측정소 6곳의 장비 오작동과 각종 오류, 점검은 모두 180여 회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왜 이렇게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걸까요? 오류가 났을 때 대체할 수 있는 백업시스템이 부족한 게 가장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여기다 측정장비가 대부분 외국산이다보니 고장이나 오류가 났을 때 부품 수급 문제 등으로 즉각 조치가 되지 않고, 전국 6곳의 집중측정소의 정규 연구인력이 11명에 불과한 것도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와 관련해 박기홍 광주과학기술원(GIST) 환경과학부 교수는 "미세먼지가 어디서 오는지파악하려면 구성성분을 알아야 하고 시간당 매일매일 (데이터를) 확보해야지 빨리 정확히 과학적으로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세먼지 성분 측정실패 뭐가 맞나..? "40% vs 2%"

측정실패를 지적하는 보도가 나가자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설명자료를 내고 "앞으로 미세먼지 성분의 자동측정이 중단된 경우에는 수동 측정자료를 활용하고, 전국 미세먼지 측정소를 일제 점검하여 측정자료 확보비율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환경부는 이 같은 측정오류나 실패가 큰 문제는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백령도 집중측정소의 미측정일이 40%라는 지적은 과장된 부분이 있다는 겁니다.

백령도 집중측정소의 경우 일부 항목의 오류나 미측정이 발생한 날을 모두 세면 분명히 전체의 40%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환경부는 측정이 안된 날을 다시 '성분별'로 나눴습니다.

이렇게 나눠보면 백령도 집중측정소의 성분별 측정실패 비율은 2.2% ~ 21.1%에 그친다고 밝혔습니다. 나머지 집중측정소 5곳도 '성분별'로 쪼개면 '측정 실패' 비율이 2%에서 22% 정도로 낮아진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성분 중에 일부라도 오류·미측정이 발생한 날을 일별로 분석해 보도한 이유는 미세먼지의 성분을 모델링 등을 통해 분석할 때 개별 측정값들이 독립적으로 사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각 성분 사이의 비율이나 종합적인 변화 추이가 중요한데, 그중 일부라도 '구멍'이 나면 데이터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실을 국립환경과학원이 과연 모르고 있을까?" 하고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대목입니다.

국민 불신 높은 '환경정책' .. '투명성 강화'와 '정보공개'가 답

예전에 큰 논란이 됐던 '미세먼지 원인은 고등어구이 논란'부터 최근 불거진 '미세먼지 데이터 조작 논란'과 '용산 미군기지 오염실태 조사결과 비공개'까지.

정부의 환경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이 같은 불신은 개별 사안의 사실 여부를 떠나 정책 추진 과정을 투명하게 하지 않고, 폐쇄적 태도를 보여온 환경부의 잘못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취재과정에서 "왜 측정하고 있는 모든 자료를 공개하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에 돌아온 답은 "모든 데이터를 공개하면 오히려 국민들의 불안감을 더 부추길 수 있다"였습니다. 이 말을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에게서 들었을 때 이런 문제의식을 더욱 절감하게 됐습니다.

안 그래도 뿌연 하늘을 보며 답답한 요즘, 환경부의 각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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