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선택 받은 자만 매달 8% 수익”…사이비 종교 집단의 투자 사기극

입력 2017.04.19 (17:14) 수정 2017.04.1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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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의 한 교회 내부. 수 십 명의 신도들이 찬송가를 부르고, 설교를 경청한다. 얼핏 보면 평범한 교회 예배 장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투자자들을 모으기 위한 투자설명회 자리다.

목사 53살 박 모 씨가 교회를 세운 것은 지난 2008년 10월. 2개월 후, 돌연 박 씨는 '복음과 경제'를 연구하는 'Good news & Economy'라는 연구소를 설립한다. 그리고 신도들에게 설교한다. "월 최고 8% 수익을 보장합니다. 믿음으로 투자해 수익금으로 편하게 신앙생활 하라!"

박 씨가 소개한 '부요의 복'은 대략 이런 원리다. 자신을 통해 벤처기업이나 주식 등에 투자하면 최고 8%의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은 신의 계시를 받아서 투자하기 때문에 고수익은 반드시 보장된다는 것.

박 씨가 추천한 투자 상품은 18가지에 달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있었던 상품은 선교 헌금의 탈을 쓴 이른바 '5:5' 상품으로 10년 만기에 매월 수익금 8% 지급, 만기 시 원금 50% 돌려주는 상품이다.

각종 교회 행사를 모티브로 한 투자 상품도 있다. 예를 들면 '성탄절 맞이 이벤트'로 매월 수익금 2.5%에 원금을 보장하는 상품이 대표적이다. 투자 상품 모두 시중 은행 이자율보다 수익율이 좋아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실제 투자 없이 이른바 '돌려막기 수법'으로 유지

하지만 실제 주식 투자 등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박 씨 일당은 후순위자들의 돈으로 선순위자들의 수익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수법으로 연명하다 끝내 경찰에 꼬리를 잡혔다.

피해 신도들은 150명, 총 피해 금액은 2백억 원. 한 사람당 적게는 천만 원에서 많게는 5억 원까지 피해를 봤다.

피해 신도들은 현 신학교 교수와 외부 종교지도자 등이 강사로 나와 자신들의 높은 수익금 수령 사실을 공개하며 투자를 권유했고, 또 박 목사의 딸이 유명 연예인이라 이런 식의 투자 사기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투자금으로 호화생활…내부 결속은 조직폭력배 수준

박 씨 일당은 신도들에게 받은 투자금(신도들은 대부분 사금융에서 대출을 받거나 전세금을 빼 투자했다)으로 호화생활을 즐겼다. 박 씨는 조직원들에게 최고급 승용차 리스비를 매달 천5백 만 원씩 지급했고, 최고 7백만 원의 월급에 수익금, 소개비 등도 따로 챙겨줬다.

한편으로는 내부 결속을 위해 박 목사는 매주 1차례씩 간부들을 모아 "신의 명령으로 이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를 계속 하지 않으면 신이 데려간다(죽는다)"고 설교했다.

심지어 박 목사는 간부 조직원인 두 여성과 양부녀(養父女) 관계를 설정하고, 결혼 상대까지 정해주는 등 혈연보다 더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내부 결속을 다졌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압수수색 당시, 박 목사가 신앙심을 빙자해 자신이 지시하는 일은 무조건 하도록 조직원들의 정신과 육체를 완전히 지배하는 상태였다며 내부 결속력과 통솔 체제가 거의 폭력조직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박 목사 등은 구속된 상태에서 법원의 재판을 받고 있다. 유사 수신 행위에 동참한 교수와 종교지도자 등 조직원 18명도 입건됐다.

[연관 기사] “믿음으로 투자”…종교단체서 200억 대 ‘유사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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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선택 받은 자만 매달 8% 수익”…사이비 종교 집단의 투자 사기극
    • 입력 2017-04-19 17:14:17
    • 수정2017-04-19 17:23:10
    취재후·사건후


서울 강남구의 한 교회 내부. 수 십 명의 신도들이 찬송가를 부르고, 설교를 경청한다. 얼핏 보면 평범한 교회 예배 장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투자자들을 모으기 위한 투자설명회 자리다.

목사 53살 박 모 씨가 교회를 세운 것은 지난 2008년 10월. 2개월 후, 돌연 박 씨는 '복음과 경제'를 연구하는 'Good news & Economy'라는 연구소를 설립한다. 그리고 신도들에게 설교한다. "월 최고 8% 수익을 보장합니다. 믿음으로 투자해 수익금으로 편하게 신앙생활 하라!"

박 씨가 소개한 '부요의 복'은 대략 이런 원리다. 자신을 통해 벤처기업이나 주식 등에 투자하면 최고 8%의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은 신의 계시를 받아서 투자하기 때문에 고수익은 반드시 보장된다는 것.

박 씨가 추천한 투자 상품은 18가지에 달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있었던 상품은 선교 헌금의 탈을 쓴 이른바 '5:5' 상품으로 10년 만기에 매월 수익금 8% 지급, 만기 시 원금 50% 돌려주는 상품이다.

각종 교회 행사를 모티브로 한 투자 상품도 있다. 예를 들면 '성탄절 맞이 이벤트'로 매월 수익금 2.5%에 원금을 보장하는 상품이 대표적이다. 투자 상품 모두 시중 은행 이자율보다 수익율이 좋아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실제 투자 없이 이른바 '돌려막기 수법'으로 유지

하지만 실제 주식 투자 등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박 씨 일당은 후순위자들의 돈으로 선순위자들의 수익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수법으로 연명하다 끝내 경찰에 꼬리를 잡혔다.

피해 신도들은 150명, 총 피해 금액은 2백억 원. 한 사람당 적게는 천만 원에서 많게는 5억 원까지 피해를 봤다.

피해 신도들은 현 신학교 교수와 외부 종교지도자 등이 강사로 나와 자신들의 높은 수익금 수령 사실을 공개하며 투자를 권유했고, 또 박 목사의 딸이 유명 연예인이라 이런 식의 투자 사기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투자금으로 호화생활…내부 결속은 조직폭력배 수준

박 씨 일당은 신도들에게 받은 투자금(신도들은 대부분 사금융에서 대출을 받거나 전세금을 빼 투자했다)으로 호화생활을 즐겼다. 박 씨는 조직원들에게 최고급 승용차 리스비를 매달 천5백 만 원씩 지급했고, 최고 7백만 원의 월급에 수익금, 소개비 등도 따로 챙겨줬다.

한편으로는 내부 결속을 위해 박 목사는 매주 1차례씩 간부들을 모아 "신의 명령으로 이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를 계속 하지 않으면 신이 데려간다(죽는다)"고 설교했다.

심지어 박 목사는 간부 조직원인 두 여성과 양부녀(養父女) 관계를 설정하고, 결혼 상대까지 정해주는 등 혈연보다 더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내부 결속을 다졌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압수수색 당시, 박 목사가 신앙심을 빙자해 자신이 지시하는 일은 무조건 하도록 조직원들의 정신과 육체를 완전히 지배하는 상태였다며 내부 결속력과 통솔 체제가 거의 폭력조직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박 목사 등은 구속된 상태에서 법원의 재판을 받고 있다. 유사 수신 행위에 동참한 교수와 종교지도자 등 조직원 18명도 입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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