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사라진 ‘폐기 수표’ 뭉치…파쇄업체 직원 손에

입력 2017.04.21 (08:34) 수정 2017.04.2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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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수표 수백 장이 뭉치째 발견됐습니다.

고시원에 살던 60대 남성이 보관하던 수표입니다.

십만 원과 백만 원권 등 모두 6천여만 원 상당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수표에 뭔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이렇게 수표 한가운데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습니다.

은행에서 사용이 끝나 폐기 처분할 수표에 이런 표시를 해둔다고 하는데, 어떻게 이 수표가 은행 밖에서 발견된 걸까요.

실제로 이 수표는 뚫린 구멍에 어설프게 종이가 붙은 채 시중에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고시원으로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좁은 고시원 방의 주인이 내민 검은 비밀 봉투 안에서 수표 뭉치가 나옵니다.

<녹취> 경찰 : “그런데 바로 수표를 받아요? 의심 없이? (모르던데요.)”

64살 A 모 씨가 갖고 있던 수표를 경찰이 살펴보는데, 이상한 점이 눈에 띕니다.

수표 가장 자리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습니다.

<녹취> 경찰 : "원래 갖고 나올 때 이렇게 갖고 나왔어요? 봉투에다가?"

문서 폐기 업체에서 일했던 이 남성.

파쇄해야할 수표를 폐기 직전에 빼돌려 몰래 보관하고 있다가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인터뷰> 배현(서울 도봉경찰서 경제1팀장) : “각 은행 지점에서 이미 지급 완료되어 폐기 대상으로 보관 중이어서 위탁 처리 업체에 전달된 폐기 대상 수표철이었습니다.”

그동안 이 수표로 무슨 일을 했던 걸까요.

지난 3일 한 택시 기사는 60대 남성 손님을 태웠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손님은 돈 뭉치에서 10만원권 수표를 한 장 꺼내 택시비를 냈습니다.

<녹취> 이○○(택시기사/음성변조) : “택시를 타면 기본적으로 수표를 내는 사람이 없어요. 요즘은 다 카드를 하지 현금을 안 내놓거든. 그래서 내가 카드는 없냐 하니까 카드는 없대요.”

할 수 없이 택시 기사는 수표를 받아 들었는데, 수표에서 바로 그 구멍이 발견됩니다.

<녹취> 이○○(택시기사/음성변조) : “아무리 내가 수표를 많이 접해보지는 않았어도 약간 좀 구멍도 뚫리고 그래서 수표가 왜 이러느냐 그러니까 요즘 나오는 수표는 이런답니다. 나는 수표를 많이 사용을 안 해봐서 그런가 보다 했죠.”

집에 와서도 뭔가 이상한 기분을 떨칠수 없었던 택시 기사는 다음날 직접 은행을 찾아갔습니다.

은행 직원도 이 수표를 보더니 깜짝 놀랍니다.

<녹취> 이○○(택시기사/음성변조) : “이 수표가 좀 이상한데 어떻게 된 거냐 하니까 직원이 이미 지불된 수표래요. 이게 은행에서 유출이 안됐을 건데 어떻게 유출이 됐을까 하면서 이건 밖으로 나올 수가 없는 수표래요.”

택시 기사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인터뷰> 배현(서울 도봉경찰서 경제1팀장) : “택시 기사로부터 제출받은 자기앞수표를 보니 위조된 것으로 확인되었고 혹시 이것이 더 추가로 유통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범죄 사안을 아주 중하게 보고 바로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하였고…….”

CCTV와 주변 탐문조사로 구멍 뚫린 수표를 쓴 사람을 특정한 경찰.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문제의 수표를 갖고 있던 64살 A 모 씨를 체포하게 된 겁니다.

검거 당시 이 남성은 경찰의 추궁에 빼돌린 수표를 여러 곳에서 사용했다고 범행을 인정했습니다.

<녹취> “상계동에 있는 마트 말고 또 어디서 썼어요? (술집에서.) 어느 술집? (조그마한 곳인데…….)”

수표에 뚫린 구멍은 다른 수표에서 종이를 오려내 붙이는 방법으로 가리려 했습니다.

<인터뷰> 배현(서울 도봉경찰서 경제1팀장) : “자기가 사는 고시원에서 풀과 가위로 위조했습니다. 그리고 그 수표를 항상 지갑에 보관하고 있었고요. 체포 당시에도 지갑에 소지하고 있던 수표가 있었습니다.”

대낮에 수표를 쓰면 가짜인 게 들통날까봐, 밤늦은 시간에 주로 움직였고, 나이 많은 사람에게만 수표를 썼습니다.

A 씨가 폐기용 수표를 얻게 된 건, 지난 2015년.

사용이 끝난 수표를 파쇄하는 문서 폐기 업체서 일하고 있을 때입니다.

사용이 끝난 수표는 은행에서 구멍을 뚫은 뒤, 파쇄 절차를 밟게 됩니다.

<녹취> 은행 관계지(음성변조) : “구멍을 뚫어서 사용 못 하는 수표라고 해서 확실히 인식될 만큼 해놓고 그걸 편철하거든요. 편철을 하고 나서 일정 기간 보관을 한 다음에 그걸 이제 폐기 업체에서 폐기 처리를 하는 거죠.”

폐기 업체에선 대형 트럭에 파쇄기를 싣고 와 은행 직원이 감독하는 앞에서 파쇄 작업을 진행하도록 돼 있습니다.

5년 넘게 파쇄 업체에서 일한 A씨는 이 과정에서 허점을 노렸습니다.

감독하는 은행 직원이 잠시 자리를 피운 틈에 수표 뭉치를 몰래 빼돌렸던 겁니다.

<인터뷰> 배현(서울 도봉경찰서 경제1팀장) : “각 지점에서 모인 파쇄 대상 수표를 파쇄할 때는 반드시 은행 감독자가 있어야 하고 그 감독하에서 파쇄가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의자는 그 감독하시는 분들이 자리를 비운 틈이나 그런 틈을 이용해서 수표철 두 권을 파쇄기 뒤 빈틈에 놓아두었습니다.”

빼돌린 수표는 모두 4백여장. 액면가로는 6천 2백여만 원입니다.

<인터뷰> 배현(서울 도봉경찰서 경제1팀장) : “ 저희가 피의자가 있던 고시원에서 압수할 당시 백만 원짜리 수표도 24장, 십만 원 짜리도 한 370여 장이 있었습니다.”

절도와 유가증권 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된 A 씨.

수표는 택시와 술집, 마트 등에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백만 원 권은 그대로 두고, 10만 원권 수표만 사용했습니다.

<인터뷰> 유권호(서울 도봉경찰서 수사과장) : “백만 원권 수표는 심야시간대 조그만 슈퍼나 택시, 술집에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사용을 하지 않고, 십만 원권 위조된 수표만 사용했습니다.”

해당 은행 측은 이번 일을 계기로 수표 파쇄 과정에 보안을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은행 관계자(음성변조) : “이제 아예 대행업체에 맡기지 않고 저희 기계를 통해서 자체적으로 파쇄 처리를 하려고 현재는 예정 중입니다.”

경찰은 폐기된 수표가 위변조를 거쳐 유통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은행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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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사라진 ‘폐기 수표’ 뭉치…파쇄업체 직원 손에
    • 입력 2017-04-21 08:37:11
    • 수정2017-04-21 09: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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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수표 수백 장이 뭉치째 발견됐습니다.

고시원에 살던 60대 남성이 보관하던 수표입니다.

십만 원과 백만 원권 등 모두 6천여만 원 상당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수표에 뭔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이렇게 수표 한가운데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습니다.

은행에서 사용이 끝나 폐기 처분할 수표에 이런 표시를 해둔다고 하는데, 어떻게 이 수표가 은행 밖에서 발견된 걸까요.

실제로 이 수표는 뚫린 구멍에 어설프게 종이가 붙은 채 시중에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고시원으로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좁은 고시원 방의 주인이 내민 검은 비밀 봉투 안에서 수표 뭉치가 나옵니다.

<녹취> 경찰 : “그런데 바로 수표를 받아요? 의심 없이? (모르던데요.)”

64살 A 모 씨가 갖고 있던 수표를 경찰이 살펴보는데, 이상한 점이 눈에 띕니다.

수표 가장 자리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습니다.

<녹취> 경찰 : "원래 갖고 나올 때 이렇게 갖고 나왔어요? 봉투에다가?"

문서 폐기 업체에서 일했던 이 남성.

파쇄해야할 수표를 폐기 직전에 빼돌려 몰래 보관하고 있다가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인터뷰> 배현(서울 도봉경찰서 경제1팀장) : “각 은행 지점에서 이미 지급 완료되어 폐기 대상으로 보관 중이어서 위탁 처리 업체에 전달된 폐기 대상 수표철이었습니다.”

그동안 이 수표로 무슨 일을 했던 걸까요.

지난 3일 한 택시 기사는 60대 남성 손님을 태웠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손님은 돈 뭉치에서 10만원권 수표를 한 장 꺼내 택시비를 냈습니다.

<녹취> 이○○(택시기사/음성변조) : “택시를 타면 기본적으로 수표를 내는 사람이 없어요. 요즘은 다 카드를 하지 현금을 안 내놓거든. 그래서 내가 카드는 없냐 하니까 카드는 없대요.”

할 수 없이 택시 기사는 수표를 받아 들었는데, 수표에서 바로 그 구멍이 발견됩니다.

<녹취> 이○○(택시기사/음성변조) : “아무리 내가 수표를 많이 접해보지는 않았어도 약간 좀 구멍도 뚫리고 그래서 수표가 왜 이러느냐 그러니까 요즘 나오는 수표는 이런답니다. 나는 수표를 많이 사용을 안 해봐서 그런가 보다 했죠.”

집에 와서도 뭔가 이상한 기분을 떨칠수 없었던 택시 기사는 다음날 직접 은행을 찾아갔습니다.

은행 직원도 이 수표를 보더니 깜짝 놀랍니다.

<녹취> 이○○(택시기사/음성변조) : “이 수표가 좀 이상한데 어떻게 된 거냐 하니까 직원이 이미 지불된 수표래요. 이게 은행에서 유출이 안됐을 건데 어떻게 유출이 됐을까 하면서 이건 밖으로 나올 수가 없는 수표래요.”

택시 기사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인터뷰> 배현(서울 도봉경찰서 경제1팀장) : “택시 기사로부터 제출받은 자기앞수표를 보니 위조된 것으로 확인되었고 혹시 이것이 더 추가로 유통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범죄 사안을 아주 중하게 보고 바로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하였고…….”

CCTV와 주변 탐문조사로 구멍 뚫린 수표를 쓴 사람을 특정한 경찰.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문제의 수표를 갖고 있던 64살 A 모 씨를 체포하게 된 겁니다.

검거 당시 이 남성은 경찰의 추궁에 빼돌린 수표를 여러 곳에서 사용했다고 범행을 인정했습니다.

<녹취> “상계동에 있는 마트 말고 또 어디서 썼어요? (술집에서.) 어느 술집? (조그마한 곳인데…….)”

수표에 뚫린 구멍은 다른 수표에서 종이를 오려내 붙이는 방법으로 가리려 했습니다.

<인터뷰> 배현(서울 도봉경찰서 경제1팀장) : “자기가 사는 고시원에서 풀과 가위로 위조했습니다. 그리고 그 수표를 항상 지갑에 보관하고 있었고요. 체포 당시에도 지갑에 소지하고 있던 수표가 있었습니다.”

대낮에 수표를 쓰면 가짜인 게 들통날까봐, 밤늦은 시간에 주로 움직였고, 나이 많은 사람에게만 수표를 썼습니다.

A 씨가 폐기용 수표를 얻게 된 건, 지난 2015년.

사용이 끝난 수표를 파쇄하는 문서 폐기 업체서 일하고 있을 때입니다.

사용이 끝난 수표는 은행에서 구멍을 뚫은 뒤, 파쇄 절차를 밟게 됩니다.

<녹취> 은행 관계지(음성변조) : “구멍을 뚫어서 사용 못 하는 수표라고 해서 확실히 인식될 만큼 해놓고 그걸 편철하거든요. 편철을 하고 나서 일정 기간 보관을 한 다음에 그걸 이제 폐기 업체에서 폐기 처리를 하는 거죠.”

폐기 업체에선 대형 트럭에 파쇄기를 싣고 와 은행 직원이 감독하는 앞에서 파쇄 작업을 진행하도록 돼 있습니다.

5년 넘게 파쇄 업체에서 일한 A씨는 이 과정에서 허점을 노렸습니다.

감독하는 은행 직원이 잠시 자리를 피운 틈에 수표 뭉치를 몰래 빼돌렸던 겁니다.

<인터뷰> 배현(서울 도봉경찰서 경제1팀장) : “각 지점에서 모인 파쇄 대상 수표를 파쇄할 때는 반드시 은행 감독자가 있어야 하고 그 감독하에서 파쇄가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의자는 그 감독하시는 분들이 자리를 비운 틈이나 그런 틈을 이용해서 수표철 두 권을 파쇄기 뒤 빈틈에 놓아두었습니다.”

빼돌린 수표는 모두 4백여장. 액면가로는 6천 2백여만 원입니다.

<인터뷰> 배현(서울 도봉경찰서 경제1팀장) : “ 저희가 피의자가 있던 고시원에서 압수할 당시 백만 원짜리 수표도 24장, 십만 원 짜리도 한 370여 장이 있었습니다.”

절도와 유가증권 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된 A 씨.

수표는 택시와 술집, 마트 등에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백만 원 권은 그대로 두고, 10만 원권 수표만 사용했습니다.

<인터뷰> 유권호(서울 도봉경찰서 수사과장) : “백만 원권 수표는 심야시간대 조그만 슈퍼나 택시, 술집에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사용을 하지 않고, 십만 원권 위조된 수표만 사용했습니다.”

해당 은행 측은 이번 일을 계기로 수표 파쇄 과정에 보안을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은행 관계자(음성변조) : “이제 아예 대행업체에 맡기지 않고 저희 기계를 통해서 자체적으로 파쇄 처리를 하려고 현재는 예정 중입니다.”

경찰은 폐기된 수표가 위변조를 거쳐 유통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은행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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