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쪽방촌 할머니 삼총사…소원 성취 봄 나들이

입력 2017.04.21 (10:51) 수정 2017.04.2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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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로 쪽방촌 할머니 삼총사를 아시나요?

종로3가역 2번 출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할머니 세 분이 쪽방 앞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사이 좋게 햇볕을 쬐고 있다. 종로 쪽방촌의 마스코트, 할머니 삼총사다.

이순재 할머니(93) 서울 돈의동이순재 할머니(93) 서울 돈의동

할머니 삼총사 중 맏언니 역할을 맡는 이순재 할머니는 한국전쟁 당시 남편과 사별했다. 할아버지는 6·25 때 전투에서 표창장도 받은 해군. 그 이후 할머니는 큰아들의 사업이 망하면서 살던 곳을 떠나 이곳 돈의동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2년 전 위 수술로 요즘엔 속이 영 부대껴 '먹는 일'이 큰 관심사다.

강정식 할머니 (92) 서울 돈의동강정식 할머니 (92) 서울 돈의동

쪽방촌 여장부 둘째 강정식 할머니는 식당일부터 식모살이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 그 때부터였을까. 할머니의 자양강장제 사랑은 유별나다. 기초생활수급비가 나오면 손수레를 한 대 빌려 종로5가에 있는 약국으로 향한다. 밥은 안 먹어도 자양강장제는 먹는다는 게 할머니의 지론이다.

김옥순 할머니(89) 서울 돈의동김옥순 할머니(89) 서울 돈의동

막내 김옥순 할머니는 10살 무렵 정신근로대로 끌려가 전쟁에 쓰일 총알을 만들며, 추위와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엔 안 다친 곳이 없을 정도로 각종 사고가 있었다. 또 군산에서 택시 운전을 하고 있다는 아들이 60살이 되도록 미혼이라서 늘 신경이 쓰이신다는 말씀을 하신다.

● "오늘이 꼭 생일날 같아" … 첫 봄나들이는 남이섬

지난해 10월, 이들 할머니 앞에 홀연 등장한 한 봉사 단체의 제안했다.

"우리 꼭 봄나들이 가요 할머니!"

그렇게 꿈같은 생애 첫 봄나들이를 가게 된 것이다.

김옥순 할머니(89)가 화장을 하고 있다 김옥순 할머니(89)가 화장을 하고 있다

봄나들이 가는 날 아침. 꽃무늬 옷에 빨간 립스틱. 오랜만에 한껏 꾸민 모습이 본인 스스로도 낯설다.

강정식 할머니(92)가 매표소 직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강정식 할머니(92)가 매표소 직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봉고차로 2시간을 달려 도착한 남이섬.

신이 난 강정식 할머니, 매표소 직원과 덕담도 주고받고 악수도 나눈다.

남이섬 미니 기차를 타고 섬에 대한 설명을 듣는 할머니들 남이섬 미니 기차를 타고 섬에 대한 설명을 듣는 할머니들

산들산들 바람을 맞으며 미니 기차를 탄 할머니들이 남이섬 설명에 귀를 기울인다.

김옥순 할머니(92)가 타조 구경에 한창이다김옥순 할머니(92)가 타조 구경에 한창이다

동물을 좋아하는 김옥순 할머니가 한참 동안 타조 앞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잔디밭에서 다과회를 하는 할머니들잔디밭에서 다과회를 하는 할머니들

잔디밭에 모여 앉아 서로에게 과일을 먹여 주다 웃음이 터지신 할머니들. 사이 좋게 벚꽃 구경도 한다.

남이섬에서 지난 시절을 추억하는 할머니들남이섬에서 지난 시절을 추억하는 할머니들

마지막으로 강가에 서서 지난 시절을 추억하는 할머니들.

서로 한번 안아 보라는 말에 쑥스럽다며 머뭇거리시던 할머니들, 서로를 꼭 껴안고 웃는다.

김옥순 할머니 : "이만한 행복이 어디있어 너무 고맙고 아들같고…."

강정식 할머니 : "저기서 배타고 오는 그게 제일 즐거웠거든. 너무너무 향기롭고 너무너무 좋은거 있지!"

이순재 할머니 : "오늘이 생일날 같아요. 셋이 한 번 또 놀러오고 싶어요 우리가 그래도 인연이라고…."

● 전국 쪽방촌 거주 독거 노인 8천 여 명…'여행'이 소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쪽방촌 독거 노인은 8천 명 정도다. 그리고 통계청에 따르면 독거 노인들이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여행'이었다.

[연관기사] 종로 쪽방촌 할머니 삼총사…첫 봄 소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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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쪽방촌 할머니 삼총사…소원 성취 봄 나들이
    • 입력 2017-04-21 10:51:38
    • 수정2017-04-21 10:52:50
    취재후·사건후

● 종로 쪽방촌 할머니 삼총사를 아시나요?

종로3가역 2번 출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할머니 세 분이 쪽방 앞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사이 좋게 햇볕을 쬐고 있다. 종로 쪽방촌의 마스코트, 할머니 삼총사다.

이순재 할머니(93) 서울 돈의동
할머니 삼총사 중 맏언니 역할을 맡는 이순재 할머니는 한국전쟁 당시 남편과 사별했다. 할아버지는 6·25 때 전투에서 표창장도 받은 해군. 그 이후 할머니는 큰아들의 사업이 망하면서 살던 곳을 떠나 이곳 돈의동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2년 전 위 수술로 요즘엔 속이 영 부대껴 '먹는 일'이 큰 관심사다.

강정식 할머니 (92) 서울 돈의동
쪽방촌 여장부 둘째 강정식 할머니는 식당일부터 식모살이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 그 때부터였을까. 할머니의 자양강장제 사랑은 유별나다. 기초생활수급비가 나오면 손수레를 한 대 빌려 종로5가에 있는 약국으로 향한다. 밥은 안 먹어도 자양강장제는 먹는다는 게 할머니의 지론이다.

김옥순 할머니(89) 서울 돈의동
막내 김옥순 할머니는 10살 무렵 정신근로대로 끌려가 전쟁에 쓰일 총알을 만들며, 추위와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엔 안 다친 곳이 없을 정도로 각종 사고가 있었다. 또 군산에서 택시 운전을 하고 있다는 아들이 60살이 되도록 미혼이라서 늘 신경이 쓰이신다는 말씀을 하신다.

● "오늘이 꼭 생일날 같아" … 첫 봄나들이는 남이섬

지난해 10월, 이들 할머니 앞에 홀연 등장한 한 봉사 단체의 제안했다.

"우리 꼭 봄나들이 가요 할머니!"

그렇게 꿈같은 생애 첫 봄나들이를 가게 된 것이다.

김옥순 할머니(89)가 화장을 하고 있다
봄나들이 가는 날 아침. 꽃무늬 옷에 빨간 립스틱. 오랜만에 한껏 꾸민 모습이 본인 스스로도 낯설다.

강정식 할머니(92)가 매표소 직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봉고차로 2시간을 달려 도착한 남이섬.

신이 난 강정식 할머니, 매표소 직원과 덕담도 주고받고 악수도 나눈다.

남이섬 미니 기차를 타고 섬에 대한 설명을 듣는 할머니들
산들산들 바람을 맞으며 미니 기차를 탄 할머니들이 남이섬 설명에 귀를 기울인다.

김옥순 할머니(92)가 타조 구경에 한창이다
동물을 좋아하는 김옥순 할머니가 한참 동안 타조 앞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잔디밭에서 다과회를 하는 할머니들
잔디밭에 모여 앉아 서로에게 과일을 먹여 주다 웃음이 터지신 할머니들. 사이 좋게 벚꽃 구경도 한다.

남이섬에서 지난 시절을 추억하는 할머니들
마지막으로 강가에 서서 지난 시절을 추억하는 할머니들.

서로 한번 안아 보라는 말에 쑥스럽다며 머뭇거리시던 할머니들, 서로를 꼭 껴안고 웃는다.

김옥순 할머니 : "이만한 행복이 어디있어 너무 고맙고 아들같고…."

강정식 할머니 : "저기서 배타고 오는 그게 제일 즐거웠거든. 너무너무 향기롭고 너무너무 좋은거 있지!"

이순재 할머니 : "오늘이 생일날 같아요. 셋이 한 번 또 놀러오고 싶어요 우리가 그래도 인연이라고…."

● 전국 쪽방촌 거주 독거 노인 8천 여 명…'여행'이 소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쪽방촌 독거 노인은 8천 명 정도다. 그리고 통계청에 따르면 독거 노인들이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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