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의 끝은 어디?…서울대생의 학점 전략은?

입력 2017.04.2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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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제대와 서울대 복학을 앞둔 A군(23·14학번)은 기대보단 걱정이 앞선다. 평균 학점이 4.0점인 동기가 경제학부 복수전공에 진입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수소문해 본 결과, 학점 4.1이 넘어야 안정적으로 경제학부 복수전공에 진입할 수 있다고 한다.

서울대의 학점 만점은 4.3(A+), 모든 과목을 평균 A0(4.0)이상 받아야 하는 셈이 된다. 평균 A를 받는 학생들이 이렇게 많다니! 비상경계 계열 학생으로, 취직에 도움이 되는 경제학과를 복수전공하기로 일찌감치 마음 먹은 A군은 막막하기만 하다.


학점경쟁 이유는 취업

취업 시장에서 학부생은 둘로 나뉜다. 상경계와 非상경계다. 신입사원 공채에서 지원자격에 상경계가 들어가는 사기업도 한둘이 아니다. 때문에 주전공이 경제나 경영이 아닌 인문계 학생들이 제2전공(복수·부전공)으로 경제학사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대에서 경제학사를 하기 위해선 경제학부나 농경제학과를 졸업해야 한다. 올해 복수전공 경제학부 진입 학점 컷은 4.1, 농경제학과는 3.8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B학점(2.7~3.3)은 발 붙일 곳이 없는 점수다.

심리학과와 언론정보학과도 인기다. 이들 역시 복수전공을 하기 위해선 4.0 초반대의 평균 학점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학부는 인기가 많은 만큼 규모도 크지만 심리학과와 언론정보학과는 인기에 비해 정원이 작다. 전공 진입 학점이 높아지는 이유다.

학점은 제2전공 진입 외에도 다양한 평가 기준이 된다. 서울대의 학점 경쟁을 높인 또 하나의 주요한 이유는 '로스쿨'이라고 학생들은 입을 모은다. 대형 로스쿨들이 학부 학점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보면서, 1학년부터 학점을 관리하는 것이 당연한 세태가 됐다는 것이다. 소위 'SKY' 로스쿨에 입학한 학생들의 스펙을 비교해보면, 평균 4점 초반대는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학점이 곧 진로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0.1점을 더 받기 위한 경쟁은 치열해져만 가고 있다. 넋 놓고 있다간, 높아져만 가는 학점 벽 앞에서 좌절하게 되는 것이다.

'쁠몰이'에서 '김영란법'까지…학점 잘받기 AtoZ

그런데 서울대학교 대부분의 수업은 '줄세우기', 상대평가다. 이 상대평가의 경쟁 속에서 모두가 A를 받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한 신입생들의 전략을 소개한다.

(전략1)
학점을 잘 주는 교수의 수업을 체크해두는 것은 첫번째 할 일이다. 대형 교양 강의 중에 학점을 +로 몰아주는 '쁠몰이' 강의가 일례다. A인 학생들은 A+, B인 학생들은 B+로 몰아주는 식이다. 신입생이라면 모름지긴 이런 '꿀강의'부터 파악해둬야 하겠다.

(전략2)
'재수강'을 적절히 이용하는 것도 필수다. 재수강은 C+이하의 수업을 다시 들어 학점을 다시 받는 제도다. 학점 평균 4.0을 노리는 학생이라면 B(학점 2.7~3.3)를 받느니 C를 받아 최종 A학점을 노리곤 한다. 중간고사 이후 A를 받을 수 없을 것 같으면, 아예 기말고사를 망쳐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만약 B를 받았는데 꼭 재수강을 해야 하는 학생들은 교수에게 "학점을 내려달라"며 메일을 보낸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이 메일은 꽤 먹히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학교 차원에서 이를 지양하고 있다고 한다. 몇몇 교수들은 지난해 말부터 이같은 메일이 '김영란 법상 부정청탁'에 해당할 수도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고도 한다.

(전략3)
수업을 중간에 그만두는 '드랍(수강포기)'도 주요 전략이다. 학기 초엔 6개 수업을 꽉 채워 수강신청을 하고, 좋은 학점을 받기 어려울 것 같은 수업은 중간에 그만두는 것이다. 평균 학점을 높이기 위해 한 학기에 듣는 수업의 수는 줄어들고, 졸업까지 늦어지는 결과가 나타난다. 애초에 8학기만에 칼같이 졸업해선 취업하기 어려워 졸업유예를 하는 시대니, 일석이조의 전략이라 하겠다.


육상 경기는 0.1초 차이로 메달의 색이 바뀐다. 선수들은 기록을 0.01초라도 단축하기 위해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훈련한다.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은 수능 1등급 차이로 대학의 이름이 바뀐다. 학생들은 수능에서 2점이라도 더 받기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한다.

서울대 학생들은 학점 0.1점으로 제2전공이 바뀐다. 원하는 전공에 진입하기 위해 학생들은 새벽부터 도서관 자리를 맡는다. 최종 목표는 취직. 이거, 실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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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1 18:13:09
    취재K
군 제대와 서울대 복학을 앞둔 A군(23·14학번)은 기대보단 걱정이 앞선다. 평균 학점이 4.0점인 동기가 경제학부 복수전공에 진입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수소문해 본 결과, 학점 4.1이 넘어야 안정적으로 경제학부 복수전공에 진입할 수 있다고 한다.

서울대의 학점 만점은 4.3(A+), 모든 과목을 평균 A0(4.0)이상 받아야 하는 셈이 된다. 평균 A를 받는 학생들이 이렇게 많다니! 비상경계 계열 학생으로, 취직에 도움이 되는 경제학과를 복수전공하기로 일찌감치 마음 먹은 A군은 막막하기만 하다.


학점경쟁 이유는 취업

취업 시장에서 학부생은 둘로 나뉜다. 상경계와 非상경계다. 신입사원 공채에서 지원자격에 상경계가 들어가는 사기업도 한둘이 아니다. 때문에 주전공이 경제나 경영이 아닌 인문계 학생들이 제2전공(복수·부전공)으로 경제학사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대에서 경제학사를 하기 위해선 경제학부나 농경제학과를 졸업해야 한다. 올해 복수전공 경제학부 진입 학점 컷은 4.1, 농경제학과는 3.8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B학점(2.7~3.3)은 발 붙일 곳이 없는 점수다.

심리학과와 언론정보학과도 인기다. 이들 역시 복수전공을 하기 위해선 4.0 초반대의 평균 학점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학부는 인기가 많은 만큼 규모도 크지만 심리학과와 언론정보학과는 인기에 비해 정원이 작다. 전공 진입 학점이 높아지는 이유다.

학점은 제2전공 진입 외에도 다양한 평가 기준이 된다. 서울대의 학점 경쟁을 높인 또 하나의 주요한 이유는 '로스쿨'이라고 학생들은 입을 모은다. 대형 로스쿨들이 학부 학점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보면서, 1학년부터 학점을 관리하는 것이 당연한 세태가 됐다는 것이다. 소위 'SKY' 로스쿨에 입학한 학생들의 스펙을 비교해보면, 평균 4점 초반대는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학점이 곧 진로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0.1점을 더 받기 위한 경쟁은 치열해져만 가고 있다. 넋 놓고 있다간, 높아져만 가는 학점 벽 앞에서 좌절하게 되는 것이다.

'쁠몰이'에서 '김영란법'까지…학점 잘받기 AtoZ

그런데 서울대학교 대부분의 수업은 '줄세우기', 상대평가다. 이 상대평가의 경쟁 속에서 모두가 A를 받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한 신입생들의 전략을 소개한다.

(전략1)
학점을 잘 주는 교수의 수업을 체크해두는 것은 첫번째 할 일이다. 대형 교양 강의 중에 학점을 +로 몰아주는 '쁠몰이' 강의가 일례다. A인 학생들은 A+, B인 학생들은 B+로 몰아주는 식이다. 신입생이라면 모름지긴 이런 '꿀강의'부터 파악해둬야 하겠다.

(전략2)
'재수강'을 적절히 이용하는 것도 필수다. 재수강은 C+이하의 수업을 다시 들어 학점을 다시 받는 제도다. 학점 평균 4.0을 노리는 학생이라면 B(학점 2.7~3.3)를 받느니 C를 받아 최종 A학점을 노리곤 한다. 중간고사 이후 A를 받을 수 없을 것 같으면, 아예 기말고사를 망쳐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만약 B를 받았는데 꼭 재수강을 해야 하는 학생들은 교수에게 "학점을 내려달라"며 메일을 보낸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이 메일은 꽤 먹히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학교 차원에서 이를 지양하고 있다고 한다. 몇몇 교수들은 지난해 말부터 이같은 메일이 '김영란 법상 부정청탁'에 해당할 수도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고도 한다.

(전략3)
수업을 중간에 그만두는 '드랍(수강포기)'도 주요 전략이다. 학기 초엔 6개 수업을 꽉 채워 수강신청을 하고, 좋은 학점을 받기 어려울 것 같은 수업은 중간에 그만두는 것이다. 평균 학점을 높이기 위해 한 학기에 듣는 수업의 수는 줄어들고, 졸업까지 늦어지는 결과가 나타난다. 애초에 8학기만에 칼같이 졸업해선 취업하기 어려워 졸업유예를 하는 시대니, 일석이조의 전략이라 하겠다.


육상 경기는 0.1초 차이로 메달의 색이 바뀐다. 선수들은 기록을 0.01초라도 단축하기 위해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훈련한다.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은 수능 1등급 차이로 대학의 이름이 바뀐다. 학생들은 수능에서 2점이라도 더 받기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한다.

서울대 학생들은 학점 0.1점으로 제2전공이 바뀐다. 원하는 전공에 진입하기 위해 학생들은 새벽부터 도서관 자리를 맡는다. 최종 목표는 취직. 이거, 실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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