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율되지 않은 현악기, 조현병

입력 2017.04.23 (22:51) 수정 2017.04.23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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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지난달 29일, 인천.

<녹취> "왜 어린 아이를 그렇게 살해했는지 말씀 좀 해 주시죠."

지난 10일,울산.

<인터뷰> 방경배(울산 중부경찰서 형사과장) : "정신분열증으로 진료를 받아왔다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한 번씩 정신이 왔다 갔다 한답니다."

이같은 강력사건의 피의자가 조현병을 앓았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조현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환청,망상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 조현병.

현악기의 줄을 조율하면 좋은 소리가 나듯이 치료만 잘 받으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해서 '정신분열증'에서 조현병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100명 당 1명꼴로 누구한테나 찾아올 수 있는 질환인데도 유독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큰 게 현실입니다.

<리포트>

벚꽃길 사이로 임창배 씨가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도착한 곳은 하모니카 강좌.

<녹취> "(연습 많이 해 오셨네요.) 감사합니다."

32년째 조현병 치료를 받고 있는 그의 취미는 하모니카 연주입니다.

<인터뷰> 이영순(하모니카 강사) : "저희들 수업할 때마다 참 열심히 동참해주셨고, 연주회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주신 분 중에 한 사람이에요."

22살 대학생 때 갑자기 찾아온 조현병, 처음엔 왜 이런 병이 찾아왔을까 좌절도 했지만 곧바로 병원을 찾아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직장생활을 했고 단란한 가정도 꾸렸습니다.

<인터뷰> 임창배(조현병 당사자) : "애들도 다 커가지고 공부 잘하고...(직장생활)오래했지요, 저 같은 경우에는 약을 먹어가면서 개인 기업체에서, 개인 사업장에서.."

한 달에 두 번 정도 진료를 받고 있는 병원,

<녹취> "안녕하십니까. (네 앉으세요)."

<녹취> "(날이 많이 풀렸죠?) 어제는 벚꽃도 많이 피고 오늘은 비가 와서 벚꽃 구경하기가 그렇네요."

<인터뷰> 김철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환자분처럼 다년 간 통원치료를 하면서 약물치료로 증상이 잘 조절된 사람의 경우에는 급성기 증상은 보이지 않고 사회생활이나 일상생활에 아무 지장이 없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남들과 다를 것 없는 임씨지만 강남역 살인사건을 비롯해 강력범죄에서 조현병 병력이 부각될 때마다 씁쓸해집니다.

<인터뷰> 임창배(조현병 당사자) : "(강남역 살인사건은)조현병 환자들에게 완전히 찬물을 끼얹는 얼음 바가지를 끼얹는 것과 독같은 사건이었어요. 우리 조현병 환자들 만나보면 제발 좀 편견을 안 가졌으면 좋겠다고, 위험한 사람도 아니고 약 안 먹는 사람들이 그러는 걸 갖다가 왜 자꾸 그러냐고..."

지난달 인천에서 17살 소녀가 초등학생을 살해한 사건.

피의자가 조현병 환자인 것으로 알려지자, 조현병 환자들의 위험성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범행동기를 조현병으로 단정짓기 어렵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범행 전 살인이라는 단어를 검색하고 초등생을 유인한 점 등으로 미뤄 사전에 계획한 범행일 수 있다는 겁니다.

<녹취> 김경호(인천 연수경찰서 형사과장) : "정신병 치료 사실은 있으나 살인동기로는 보기 어렵습니다."

지난해 수락산에서 등산객을 살해한 김학봉 역시 조현병을 이유로 감형을 주장했지만 1,2심 재판부는 조현병이 범행에 결정적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없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사건 당시 사물을 변별하는 능력이 비교적 건재했으며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재판부는 판단했습니다.

전문가들도 범행 원인을 조현병으로 섣불리 판단해선 안된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신경철(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천시 정신건강증신센터장) : "여러 조사와 연구에서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율이 비장애인들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걸로 돼 있습니다. 모든 범죄를 일으키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가 있는데 정신질환하고 범죄를 단순하게 이렇게 연관시키는 것은 많은 편견을 줄 수 있고.."

태어나서 평생동안 조현병에 걸릴 확률은 인종, 국가에 상관없이 인구의 1%,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가 저지르는 범죄는 전체 범죄의 0.3%에 불과합니다.

조현병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에 이상이 생겼을 때 발병합니다.

약물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증상이 개선되고 고혈압, 당뇨처럼 관리하면서 일상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료를 받는 경우는 전체 환자의 20%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무엇이 이들을 그늘 속에 머물게 하는 걸까?

<인터뷰> 임창배(조현병 당사자) : "부모들이 다 숨겨요, 전부 다. 같은 형제끼리도 결혼한 형제끼리도 자기 자식들한테 절대 이야기 안 합니다. 낙인찍기 해놓으니까, 편견 때문에."

<인터뷰> 신경철(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천시 정신건강증진센터장) : "병원 치료 받는 것을 숨기게 될 가능성도 많아지고, 이런 불안들이 많아지면 사회에서도 정신질환자 분들이 사회에 이렇게 적응을 하고 하는 게 회복과정에서 필수적인데 그런 사회적인 편견이 많아짐으로 인해서 사회에서 조현병 환자들이 적응하는데 더 어려움을 줄 가능성이 많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방치할 경우 환청이나 망상 등의 증상이 악화되고 일부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20대 여성을 아무 이유없이 살해한 이른바 '강남역 살인 사건'으로 징역 30년형이 확정된 김 모 씨. 김 씨는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뒤 약물 복용을 중단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김철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대표적인 증상은 피해망상이라든지, 어떤 환청이 들린다든지 하는 조금 생소한 그런 증상이 급성기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꾸준히 통원치료 하는 게 중요합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5년 가까이 조현병 치료를 꾸준히 받고 있는 김영훈 씨, 동료들과 함께 복지관에 보낼 녹음 방송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영훈(조현병 당사자) : "첫째는 원고를 써야하기 때문에 각종 자료를 많이 찾아봐야 되고, 또 내가 어떻게 진행하고 무슨 주제를 해야 할까, 계절에 맞는 것을 분위기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날씨도 자주 봐야 되고 또 사람들과 대화도 많이 하게 되고, 선생님과 의견 조율도 하고 그런 게 좋습니다."

이 곳에선 김 씨 같은 사람들이 직업관련 기술도 배우며 사회 복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류세나(사회복귀시설 아름다운 세상 사무국장) : "저희들과 함께 회원들이 작은 거라도 하나씩 하다하다 하다보면 자기효능감이 생겨서 본인이 자신감을 갖게 되고 취업을 하게 되는 거죠."

<녹취> "어서오세요. (유자차 한 잔만 주세요)."

병원에 있는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최명순 씨.

<인터뷰> 최명순(바리스타/조현병 당사자) : "매상을 물론 많이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요, 제가 만든 음료를 사람들에게 준다는 게 감사하고 그분들이 맛있게 드시는 게 기분이 좋아요."

사회복귀시설에서 배운 기술로 이제는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명순(바리스타/조현병 당사자) : "모르는 사람이지만 먼저 이렇게 말을 걸고 하다보니까 그냥 자연스럽더라고요, 그 분들도 한 발 다가서오고 이렇게 대화도 하고 싶어 하고 꼭 여기를 저는 뭐랄까 판매하는 곳이라기보다도 서로 치유해가면서, 그런 장소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같은 사회복귀시설은 전국에 3백 여곳, 정원은 7천 명선에 그치고 있습니다.

지역마다 마련된 정신건강증진센터의 상근 전문인력이 한 명당 돌봐야 하는 환자 수도 80명으로 선진국의 30명을 크게 웃돕니다.

조현병 환자에 대한 강제입원 기준이 완화되는 개정 정신보건법이 6월 시행됩니다.

이에따라 적게는 3천 명, 많게는 만여 명의 조현병 환자가 퇴원할 것으로 예상돼 이 중 상당수는 관리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인터뷰> 서동우(김포 정신건강증진센터장·정신과 전문의) : "실제 예산과 인력이 상당히 부족한 상태인데, 거기에 추가적으로 이제 정신보건법 개정이 되면서 추가적인 더 할 일들이 급격히 늘어날 걸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에 대한 추가적인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태에서 저희들이 정신보건법 개정을 맞이하고 있고, 시행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많은 분들이 우려하고 있고."

식사준비가 한창인 이 곳.

<녹취> "잘하고 계시네요. 노릇노릇 익어지면 뒤집어주시면 돼요."

증상 관리가 잘되고 있는 환자들이 같이 생활하는 '공동생활가정'입니다.

<녹취> "전셋집 알아보러 다니셨어요? 어떠셨어요 다녀보시니까."

자립 역량을 키우며 독립생활을 하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하고 있습니다.

<녹취> "화이팅! 화이팅!"

<인터뷰> 김미경(사회복귀시설 아름다운세상 원장) : "약물치료와 함께 재활치료를 받는 정신장애인들은 1년 이내에 재발률이 10% 정도로 약물치료만 받는 정신장애인의 1년 이내 재발률 30~40%인 것에 비해 굉장히 낮은 재발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급성기 치료에서 퇴원 그리고 재활 그 과정이 단계별로 치료적인 개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실제 주인공 존 내시는 조현병을 앓는 천재 수학자였습니다.

대학측은 그의 병력보다는 능력에 주목해 연구를 지원했고 마침내 199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가족과 이웃,직장의 지원 속에 조현병을 극복한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의 엘린 삭스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녹취> 엘린 삭스(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 교수/TED 강연) :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우리들이 원하는 것은 다른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것입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말대로 '일을 하고 사랑하는 것', 감사합니다."

조현병 환자들은 편견과 오해보다는 사회적인 지원과 따뜻한 관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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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율되지 않은 현악기, 조현병
    • 입력 2017-04-23 22:50:44
    • 수정2017-04-23 23: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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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지난달 29일, 인천.

<녹취> "왜 어린 아이를 그렇게 살해했는지 말씀 좀 해 주시죠."

지난 10일,울산.

<인터뷰> 방경배(울산 중부경찰서 형사과장) : "정신분열증으로 진료를 받아왔다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한 번씩 정신이 왔다 갔다 한답니다."

이같은 강력사건의 피의자가 조현병을 앓았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조현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환청,망상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 조현병.

현악기의 줄을 조율하면 좋은 소리가 나듯이 치료만 잘 받으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해서 '정신분열증'에서 조현병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100명 당 1명꼴로 누구한테나 찾아올 수 있는 질환인데도 유독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큰 게 현실입니다.

<리포트>

벚꽃길 사이로 임창배 씨가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도착한 곳은 하모니카 강좌.

<녹취> "(연습 많이 해 오셨네요.) 감사합니다."

32년째 조현병 치료를 받고 있는 그의 취미는 하모니카 연주입니다.

<인터뷰> 이영순(하모니카 강사) : "저희들 수업할 때마다 참 열심히 동참해주셨고, 연주회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주신 분 중에 한 사람이에요."

22살 대학생 때 갑자기 찾아온 조현병, 처음엔 왜 이런 병이 찾아왔을까 좌절도 했지만 곧바로 병원을 찾아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직장생활을 했고 단란한 가정도 꾸렸습니다.

<인터뷰> 임창배(조현병 당사자) : "애들도 다 커가지고 공부 잘하고...(직장생활)오래했지요, 저 같은 경우에는 약을 먹어가면서 개인 기업체에서, 개인 사업장에서.."

한 달에 두 번 정도 진료를 받고 있는 병원,

<녹취> "안녕하십니까. (네 앉으세요)."

<녹취> "(날이 많이 풀렸죠?) 어제는 벚꽃도 많이 피고 오늘은 비가 와서 벚꽃 구경하기가 그렇네요."

<인터뷰> 김철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환자분처럼 다년 간 통원치료를 하면서 약물치료로 증상이 잘 조절된 사람의 경우에는 급성기 증상은 보이지 않고 사회생활이나 일상생활에 아무 지장이 없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남들과 다를 것 없는 임씨지만 강남역 살인사건을 비롯해 강력범죄에서 조현병 병력이 부각될 때마다 씁쓸해집니다.

<인터뷰> 임창배(조현병 당사자) : "(강남역 살인사건은)조현병 환자들에게 완전히 찬물을 끼얹는 얼음 바가지를 끼얹는 것과 독같은 사건이었어요. 우리 조현병 환자들 만나보면 제발 좀 편견을 안 가졌으면 좋겠다고, 위험한 사람도 아니고 약 안 먹는 사람들이 그러는 걸 갖다가 왜 자꾸 그러냐고..."

지난달 인천에서 17살 소녀가 초등학생을 살해한 사건.

피의자가 조현병 환자인 것으로 알려지자, 조현병 환자들의 위험성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범행동기를 조현병으로 단정짓기 어렵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범행 전 살인이라는 단어를 검색하고 초등생을 유인한 점 등으로 미뤄 사전에 계획한 범행일 수 있다는 겁니다.

<녹취> 김경호(인천 연수경찰서 형사과장) : "정신병 치료 사실은 있으나 살인동기로는 보기 어렵습니다."

지난해 수락산에서 등산객을 살해한 김학봉 역시 조현병을 이유로 감형을 주장했지만 1,2심 재판부는 조현병이 범행에 결정적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없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사건 당시 사물을 변별하는 능력이 비교적 건재했으며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재판부는 판단했습니다.

전문가들도 범행 원인을 조현병으로 섣불리 판단해선 안된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신경철(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천시 정신건강증신센터장) : "여러 조사와 연구에서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율이 비장애인들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걸로 돼 있습니다. 모든 범죄를 일으키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가 있는데 정신질환하고 범죄를 단순하게 이렇게 연관시키는 것은 많은 편견을 줄 수 있고.."

태어나서 평생동안 조현병에 걸릴 확률은 인종, 국가에 상관없이 인구의 1%,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가 저지르는 범죄는 전체 범죄의 0.3%에 불과합니다.

조현병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에 이상이 생겼을 때 발병합니다.

약물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증상이 개선되고 고혈압, 당뇨처럼 관리하면서 일상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료를 받는 경우는 전체 환자의 20%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무엇이 이들을 그늘 속에 머물게 하는 걸까?

<인터뷰> 임창배(조현병 당사자) : "부모들이 다 숨겨요, 전부 다. 같은 형제끼리도 결혼한 형제끼리도 자기 자식들한테 절대 이야기 안 합니다. 낙인찍기 해놓으니까, 편견 때문에."

<인터뷰> 신경철(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천시 정신건강증진센터장) : "병원 치료 받는 것을 숨기게 될 가능성도 많아지고, 이런 불안들이 많아지면 사회에서도 정신질환자 분들이 사회에 이렇게 적응을 하고 하는 게 회복과정에서 필수적인데 그런 사회적인 편견이 많아짐으로 인해서 사회에서 조현병 환자들이 적응하는데 더 어려움을 줄 가능성이 많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방치할 경우 환청이나 망상 등의 증상이 악화되고 일부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20대 여성을 아무 이유없이 살해한 이른바 '강남역 살인 사건'으로 징역 30년형이 확정된 김 모 씨. 김 씨는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뒤 약물 복용을 중단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김철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대표적인 증상은 피해망상이라든지, 어떤 환청이 들린다든지 하는 조금 생소한 그런 증상이 급성기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꾸준히 통원치료 하는 게 중요합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5년 가까이 조현병 치료를 꾸준히 받고 있는 김영훈 씨, 동료들과 함께 복지관에 보낼 녹음 방송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영훈(조현병 당사자) : "첫째는 원고를 써야하기 때문에 각종 자료를 많이 찾아봐야 되고, 또 내가 어떻게 진행하고 무슨 주제를 해야 할까, 계절에 맞는 것을 분위기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날씨도 자주 봐야 되고 또 사람들과 대화도 많이 하게 되고, 선생님과 의견 조율도 하고 그런 게 좋습니다."

이 곳에선 김 씨 같은 사람들이 직업관련 기술도 배우며 사회 복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류세나(사회복귀시설 아름다운 세상 사무국장) : "저희들과 함께 회원들이 작은 거라도 하나씩 하다하다 하다보면 자기효능감이 생겨서 본인이 자신감을 갖게 되고 취업을 하게 되는 거죠."

<녹취> "어서오세요. (유자차 한 잔만 주세요)."

병원에 있는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최명순 씨.

<인터뷰> 최명순(바리스타/조현병 당사자) : "매상을 물론 많이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요, 제가 만든 음료를 사람들에게 준다는 게 감사하고 그분들이 맛있게 드시는 게 기분이 좋아요."

사회복귀시설에서 배운 기술로 이제는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명순(바리스타/조현병 당사자) : "모르는 사람이지만 먼저 이렇게 말을 걸고 하다보니까 그냥 자연스럽더라고요, 그 분들도 한 발 다가서오고 이렇게 대화도 하고 싶어 하고 꼭 여기를 저는 뭐랄까 판매하는 곳이라기보다도 서로 치유해가면서, 그런 장소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같은 사회복귀시설은 전국에 3백 여곳, 정원은 7천 명선에 그치고 있습니다.

지역마다 마련된 정신건강증진센터의 상근 전문인력이 한 명당 돌봐야 하는 환자 수도 80명으로 선진국의 30명을 크게 웃돕니다.

조현병 환자에 대한 강제입원 기준이 완화되는 개정 정신보건법이 6월 시행됩니다.

이에따라 적게는 3천 명, 많게는 만여 명의 조현병 환자가 퇴원할 것으로 예상돼 이 중 상당수는 관리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인터뷰> 서동우(김포 정신건강증진센터장·정신과 전문의) : "실제 예산과 인력이 상당히 부족한 상태인데, 거기에 추가적으로 이제 정신보건법 개정이 되면서 추가적인 더 할 일들이 급격히 늘어날 걸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에 대한 추가적인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태에서 저희들이 정신보건법 개정을 맞이하고 있고, 시행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많은 분들이 우려하고 있고."

식사준비가 한창인 이 곳.

<녹취> "잘하고 계시네요. 노릇노릇 익어지면 뒤집어주시면 돼요."

증상 관리가 잘되고 있는 환자들이 같이 생활하는 '공동생활가정'입니다.

<녹취> "전셋집 알아보러 다니셨어요? 어떠셨어요 다녀보시니까."

자립 역량을 키우며 독립생활을 하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하고 있습니다.

<녹취> "화이팅! 화이팅!"

<인터뷰> 김미경(사회복귀시설 아름다운세상 원장) : "약물치료와 함께 재활치료를 받는 정신장애인들은 1년 이내에 재발률이 10% 정도로 약물치료만 받는 정신장애인의 1년 이내 재발률 30~40%인 것에 비해 굉장히 낮은 재발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급성기 치료에서 퇴원 그리고 재활 그 과정이 단계별로 치료적인 개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실제 주인공 존 내시는 조현병을 앓는 천재 수학자였습니다.

대학측은 그의 병력보다는 능력에 주목해 연구를 지원했고 마침내 199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가족과 이웃,직장의 지원 속에 조현병을 극복한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의 엘린 삭스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녹취> 엘린 삭스(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 교수/TED 강연) :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우리들이 원하는 것은 다른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것입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말대로 '일을 하고 사랑하는 것',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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