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어느 신입 PD의 죽음

입력 2017.04.24 (07:43) 수정 2017.04.2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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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걸 해설위원]

한 드라마 제작사에서 일하던 신입 PD의 죽음이 최근 우리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비정규직뿐 아니라 대기업의 정규직까지도 여전히 과도한 노동과 만연하는 인권침해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월 CJ E&M에 PD로 입사해 ‘혼술남녀’라는 드라마를 제작하던 이 모 PD는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 PD는 유서에서 “하루 스무시간이 넘게 일을 했고, 수시로 욕설과 폭언을 들어야 했으며, 함께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독촉해야 하는 일이 괴로웠다”고 적었습니다. 회사 측은 이 씨의 죽음에 뒤늦게 애도를 표한다면서도, 특별히 무리한 근무를 강요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이 씨가 근무를 게을리했다고 주장합니다. 잦은 야근과 의무가 돼버린 회식, 무조건 복종을 요구하는 후진적 기업문화와 노동관행은 대기업에서도 여전한듯합니다. 지난해 상공회의소가 100개 기업 4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주 5일 가운데 사흘 이상 야근하는 직원이 무려 43%가 됐습니다. 또 비효율적인 회의와 과도한 보고, 소통 없는 일방적인 업무지시 등으로 회사에 대한 호감이 떨어진다고 응답했습니다. 상사로부터 인격적으로 모욕을 당하거나 회사와 무관한 일을 하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큰 꿈을 안고 대기업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0년 정도에 불과합니다. 퇴사의 주된 이유 역시 과도한 업무와 비합리적인 조직문화를 꼽는 비율이 높습니다. 해마다 공무원 시험에 수십만의 젊은이가 몰리는 이유나, 헬조선 같은 비관적인 용어가 난무하는 것도 이런 후진적인 기업문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서민과 노동자의 애환을 드라마로 만들고 싶다던 젊은 PD가 왜 비극적인 선택을 했는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 우리 기업들에 만연한 고질적인 병폐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사원들의 자발적인 창의성과 열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에 이런 후진적인 기업문화를 혁파하지 않는다면 우리 기업의 미래는 어둡습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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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어느 신입 PD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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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7-04-24 08: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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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걸 해설위원]

한 드라마 제작사에서 일하던 신입 PD의 죽음이 최근 우리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비정규직뿐 아니라 대기업의 정규직까지도 여전히 과도한 노동과 만연하는 인권침해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월 CJ E&M에 PD로 입사해 ‘혼술남녀’라는 드라마를 제작하던 이 모 PD는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 PD는 유서에서 “하루 스무시간이 넘게 일을 했고, 수시로 욕설과 폭언을 들어야 했으며, 함께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독촉해야 하는 일이 괴로웠다”고 적었습니다. 회사 측은 이 씨의 죽음에 뒤늦게 애도를 표한다면서도, 특별히 무리한 근무를 강요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이 씨가 근무를 게을리했다고 주장합니다. 잦은 야근과 의무가 돼버린 회식, 무조건 복종을 요구하는 후진적 기업문화와 노동관행은 대기업에서도 여전한듯합니다. 지난해 상공회의소가 100개 기업 4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주 5일 가운데 사흘 이상 야근하는 직원이 무려 43%가 됐습니다. 또 비효율적인 회의와 과도한 보고, 소통 없는 일방적인 업무지시 등으로 회사에 대한 호감이 떨어진다고 응답했습니다. 상사로부터 인격적으로 모욕을 당하거나 회사와 무관한 일을 하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큰 꿈을 안고 대기업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0년 정도에 불과합니다. 퇴사의 주된 이유 역시 과도한 업무와 비합리적인 조직문화를 꼽는 비율이 높습니다. 해마다 공무원 시험에 수십만의 젊은이가 몰리는 이유나, 헬조선 같은 비관적인 용어가 난무하는 것도 이런 후진적인 기업문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서민과 노동자의 애환을 드라마로 만들고 싶다던 젊은 PD가 왜 비극적인 선택을 했는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 우리 기업들에 만연한 고질적인 병폐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사원들의 자발적인 창의성과 열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에 이런 후진적인 기업문화를 혁파하지 않는다면 우리 기업의 미래는 어둡습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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