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대퇴부 골절 50만 원…환자별 단가 있는 병원

입력 2017.04.24 (16:14) 수정 2017.04.24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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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병원 영업이사 : “선생님, 저기…선지급금이라고 생각하시고 받으세요.”

B 대학병원 의사 : “아… 네….”

A 병원 영업이사 : “100만 원 정도 넣었거든요.”

B 대학병원 의사 : “이렇게 하실 필요 없는데….”

A 병원 영업이사 : “전화 주실 때 그냥 2년 차 선생님들한테 지시만 하시면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B 대학병원 의사 : “너무 많이 주셨는데요, 저희가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그 환자 같은 경우에는 운이 좋게 잘 갔는데, 원래는 옛날 같으면 환자 들어오면 그쪽으로 바로바로 보냈는데, 요즘은 그렇게 잘 안 돼요.”

A 병원 영업이사 : “아유 별말씀을요. 가실 때 많이 해 놓으시고 가세요.”

환자 1명당 50만원 콜?

때는 지난 2010년, 서울의 한 종합병원 원장 이 모(59) 씨는 환자들이 필요했다. 이대로 가다간 병원이 곧 문을 닫을 판이었다. 묘수를 떠올렸다. 그리고 영업이사 10여 명을 모아 일명 '대외협력팀'을 신설했다.

이 팀의 역할은 하나다. 환자를 유치하는 것. 방법은 이렇다. 각 영업이사가 맡은 구역에 있는 대학병원, 종합병원을 찾아간다. 그리고 후배 의사를 지도하는 의국장을 만난다. 당장 수술할 여건이 안 되는 환자들을 자신의 병원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환자별 소개비 기준도 있다. 대퇴부 골절은 50만 원, 손가락 절단은 30만 원, 인대 손상은 20만 원. 대부분 전문의보다 금전적으로 어려운 레지던트들이라 유혹에 쉽게 빠졌다.

이렇게 금품을 받은 의국장들은 자신의 임기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후배들에게도 이 씨의 병원을 소개해줬다. 그렇게 대물림되기를 수 년. 이 씨는 지난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모두 40여 곳의 병원에서 천 2백여 명의 환자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대가로 70여 명의 의사에게 2억여 원을 제공했다.

이 씨의 영업은 여기까지가 아니었다. 서울 이외 지역에서 수술이 필요해서 상경한 사설 구급차 운전자들에게도 접근했다. 수술 등의 이유로 지역에서 서울로 올라올 경우 지역 병원 의사나 환자에게 자신의 병원을 추천해 달라고 한 것이다. 그리고 한 차례에 25~30만 원을 지급했고, 받았다.

경찰, 병원들 ‘환자 유치 활동’ 수사 확대

환자들만 봉이 됐다.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들은 수술이 밀려 있거나 수술할 의사가 없는 경우 대부분 퇴원 신청을 하고 수술이 가능한 다른 병원을 급하게 찾게 되는데, 이때 관련 정보가 없어서 방문한 병원의 의사 추천을 받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수술이 급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의국장들의 소개를 받고 이 씨의 종합병원에서 수술 등을 받은 사례도 많았다. 경찰은 원장 이 씨와 이 씨의 종합병원 본부장 윤 모 (47) 씨에게 곧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또 금품을 받고 환자를 소개해 준 의사 등 53명을 입건했다. 또 금품은 받았지만, 액수가 백만 원 미만인 의사 32명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에 통보했다.

경찰은 최근 종합병원과 대학병원을 상대로 환자 유치 활동을 벌이는 병원이 더 있다는 첩보를 받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 당일 수술이 불가능할 경우 '119 구급상황관리센터'를 이용하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즉시 수술이 가능한 병원 및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며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연관 기사] [뉴스9] ‘한 명당 50만 원’…환자 거래한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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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대퇴부 골절 50만 원…환자별 단가 있는 병원
    • 입력 2017-04-24 16:14:02
    • 수정2017-04-24 22:23:58
    취재후·사건후
A 병원 영업이사 : “선생님, 저기…선지급금이라고 생각하시고 받으세요.” B 대학병원 의사 : “아… 네….” A 병원 영업이사 : “100만 원 정도 넣었거든요.” B 대학병원 의사 : “이렇게 하실 필요 없는데….” A 병원 영업이사 : “전화 주실 때 그냥 2년 차 선생님들한테 지시만 하시면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B 대학병원 의사 : “너무 많이 주셨는데요, 저희가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그 환자 같은 경우에는 운이 좋게 잘 갔는데, 원래는 옛날 같으면 환자 들어오면 그쪽으로 바로바로 보냈는데, 요즘은 그렇게 잘 안 돼요.” A 병원 영업이사 : “아유 별말씀을요. 가실 때 많이 해 놓으시고 가세요.” 환자 1명당 50만원 콜? 때는 지난 2010년, 서울의 한 종합병원 원장 이 모(59) 씨는 환자들이 필요했다. 이대로 가다간 병원이 곧 문을 닫을 판이었다. 묘수를 떠올렸다. 그리고 영업이사 10여 명을 모아 일명 '대외협력팀'을 신설했다. 이 팀의 역할은 하나다. 환자를 유치하는 것. 방법은 이렇다. 각 영업이사가 맡은 구역에 있는 대학병원, 종합병원을 찾아간다. 그리고 후배 의사를 지도하는 의국장을 만난다. 당장 수술할 여건이 안 되는 환자들을 자신의 병원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환자별 소개비 기준도 있다. 대퇴부 골절은 50만 원, 손가락 절단은 30만 원, 인대 손상은 20만 원. 대부분 전문의보다 금전적으로 어려운 레지던트들이라 유혹에 쉽게 빠졌다. 이렇게 금품을 받은 의국장들은 자신의 임기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후배들에게도 이 씨의 병원을 소개해줬다. 그렇게 대물림되기를 수 년. 이 씨는 지난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모두 40여 곳의 병원에서 천 2백여 명의 환자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대가로 70여 명의 의사에게 2억여 원을 제공했다. 이 씨의 영업은 여기까지가 아니었다. 서울 이외 지역에서 수술이 필요해서 상경한 사설 구급차 운전자들에게도 접근했다. 수술 등의 이유로 지역에서 서울로 올라올 경우 지역 병원 의사나 환자에게 자신의 병원을 추천해 달라고 한 것이다. 그리고 한 차례에 25~30만 원을 지급했고, 받았다. 경찰, 병원들 ‘환자 유치 활동’ 수사 확대 환자들만 봉이 됐다.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들은 수술이 밀려 있거나 수술할 의사가 없는 경우 대부분 퇴원 신청을 하고 수술이 가능한 다른 병원을 급하게 찾게 되는데, 이때 관련 정보가 없어서 방문한 병원의 의사 추천을 받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수술이 급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의국장들의 소개를 받고 이 씨의 종합병원에서 수술 등을 받은 사례도 많았다. 경찰은 원장 이 씨와 이 씨의 종합병원 본부장 윤 모 (47) 씨에게 곧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또 금품을 받고 환자를 소개해 준 의사 등 53명을 입건했다. 또 금품은 받았지만, 액수가 백만 원 미만인 의사 32명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에 통보했다. 경찰은 최근 종합병원과 대학병원을 상대로 환자 유치 활동을 벌이는 병원이 더 있다는 첩보를 받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 당일 수술이 불가능할 경우 '119 구급상황관리센터'를 이용하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즉시 수술이 가능한 병원 및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며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연관 기사] [뉴스9] ‘한 명당 50만 원’…환자 거래한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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