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수립 이후 61번…통과의례된 정부조직개편

입력 2017.04.24 (17:01) 수정 2017.04.24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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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 기사] [뉴스9] [대선후보 검증] “단편적 조직 개편…큰 그림 안 보여”

미국 국무부(Department of State)는 미국의 외교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입니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시절 첫 연방기관으로 출범한 뒤 내정 업무는 다른 부처들에 넘기고 1877년 이후 현재의 모습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같은 기능을 담당하는 우리나라 정부 부처는 외교부입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당시 외무부로 출범했는데. 1998년 외교통상부로 확대 개편됐다가, 2013년 통상교섭 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에 떼주고 다시 외교부로 개편됐습니다.


140년을 이어온 미국 국무부와 70년 동안 2번의 큰 변화를 겪은 우리나라 외교부. 이런 차이는 왜 생겼을까요? 답은 우리나라의 정부조직 개편 역사에 있습니다.

정부조직 개편은 그 자체로 정책 방향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무엇인지를 부처의 신설, 통·폐합을 통해 명확히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 개발'이국정의 최우선 가치 중 하나였던 박정희 정부 시절 탄생한 '경제기획원'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정부조직 개편이 이뤄져 왔는데요.


그러다보니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우리나라 정부조직은 무려 61차례나 모습을 바꾸어왔습니다. 1990년 이후만 해도, 김영삼 정부 4번, 김대중 정부 3번, 노무현 정부 5번, 이명박 정부 3번, 박근혜 정부 2번 등 17차례에 달합니다.

그나마 외교정책을 담당하는 외교부는 국민적 관심이 적어서인지(?) 개편이 적은 편에 속하는데요. 행정기관 조직과 정원을 관리하는 행정자치부의 경우를 봐도, 1948년 정부수립 당시 내무부에서, 행정자치부(1998년), 행정안전부(2008년), 안전행정부(2013년), 그리고 행정자치부(2014년)로 4번이나 명칭과 형태가 바뀌어왔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 후보들은 어떨까요? 역시나 모두 정부조직 개편 공약을 내놓고 있습니다.


대선 후보들이 개편 1순위로 꼽는 부처는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신설된 미래창조과학부입니다. 미래부는 기초과학과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을 통해, 이른바 '창조경제'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며 설립됐지만, 그 실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다만 개편 방향은 후보의 성향에 따라 차이를 보였는데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과학기술 전담 부처의 분리, 부활을 주장한 반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기능 조정을,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산업담당 부처까지 통합하는 확대 재편을 제시했습니다.


후보들은 또 교육부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대신 교육 정책을 총괄할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하고, 중소기업청을 부로 승격시켜 중소기업 육성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사라진 해양경찰청, 소방방재청의 부활과 청와대 기능 축소도 약속했습니다. 후보 별로 차별화된 조직 개편안도 일부 눈에 띄었지만, 큰 틀에서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후보들의 정부조직 개편 공약이 단편적이고 보여주기식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 조직에 대한 체계적인 진단이나 국정에 대한 청사진 없이, 세부적인 차원에서 신설과 폐지, 보완적 개편만이 제시되고 있다는 겁니다. 미래부 개편과 해경의 부활에서 보듯,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적 입장에서 조직 개편을 시도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KBS와 함께 대선 후보들의 정부조직개편 공약을 검토한 한국정책학회 소속 박형준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떤 식으로 기능들이 필요하고 그 기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왜 이런 정부조직 개편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되는데, 지금 현재는 그런 것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정부조직 개편 방향은 무엇일까요?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보다 앞선 길을 간 외국의 예를 통해 유추할 수는 있는데요. 미국 등 외국의 경우 한 번 부처가 만들어지면, 시대 변화에 따라 기능을 바꾸기는 하지만, 기능은 유사한데 명칭만을 변경하거나, 부처내 주요 핵심 정책분야 전체를 다른 부서로 이동시키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이질적인 행정 문화로 인한 조직 내 갈등이나, 새 업무 파악에 따른 전문성 저하 같은 행정의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순기능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61차례에 걸친 개편에도 또 손을 대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동안의 조직 개편에 문제가 있었던 것 역시 분명합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부처의 통합과 분리를 반복하는 하드웨어 위주의 개편 만을 앞세우기보다, 국정 수행의 합리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기능의 재조정부터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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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4 17:01:05
    • 수정2017-04-24 22:2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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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 기사] [뉴스9] [대선후보 검증] “단편적 조직 개편…큰 그림 안 보여” 미국 국무부(Department of State)는 미국의 외교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입니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시절 첫 연방기관으로 출범한 뒤 내정 업무는 다른 부처들에 넘기고 1877년 이후 현재의 모습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같은 기능을 담당하는 우리나라 정부 부처는 외교부입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당시 외무부로 출범했는데. 1998년 외교통상부로 확대 개편됐다가, 2013년 통상교섭 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에 떼주고 다시 외교부로 개편됐습니다. 140년을 이어온 미국 국무부와 70년 동안 2번의 큰 변화를 겪은 우리나라 외교부. 이런 차이는 왜 생겼을까요? 답은 우리나라의 정부조직 개편 역사에 있습니다. 정부조직 개편은 그 자체로 정책 방향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무엇인지를 부처의 신설, 통·폐합을 통해 명확히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 개발'이국정의 최우선 가치 중 하나였던 박정희 정부 시절 탄생한 '경제기획원'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정부조직 개편이 이뤄져 왔는데요. 그러다보니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우리나라 정부조직은 무려 61차례나 모습을 바꾸어왔습니다. 1990년 이후만 해도, 김영삼 정부 4번, 김대중 정부 3번, 노무현 정부 5번, 이명박 정부 3번, 박근혜 정부 2번 등 17차례에 달합니다. 그나마 외교정책을 담당하는 외교부는 국민적 관심이 적어서인지(?) 개편이 적은 편에 속하는데요. 행정기관 조직과 정원을 관리하는 행정자치부의 경우를 봐도, 1948년 정부수립 당시 내무부에서, 행정자치부(1998년), 행정안전부(2008년), 안전행정부(2013년), 그리고 행정자치부(2014년)로 4번이나 명칭과 형태가 바뀌어왔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 후보들은 어떨까요? 역시나 모두 정부조직 개편 공약을 내놓고 있습니다. 대선 후보들이 개편 1순위로 꼽는 부처는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신설된 미래창조과학부입니다. 미래부는 기초과학과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을 통해, 이른바 '창조경제'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며 설립됐지만, 그 실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다만 개편 방향은 후보의 성향에 따라 차이를 보였는데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과학기술 전담 부처의 분리, 부활을 주장한 반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기능 조정을,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산업담당 부처까지 통합하는 확대 재편을 제시했습니다. 후보들은 또 교육부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대신 교육 정책을 총괄할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하고, 중소기업청을 부로 승격시켜 중소기업 육성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사라진 해양경찰청, 소방방재청의 부활과 청와대 기능 축소도 약속했습니다. 후보 별로 차별화된 조직 개편안도 일부 눈에 띄었지만, 큰 틀에서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후보들의 정부조직 개편 공약이 단편적이고 보여주기식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 조직에 대한 체계적인 진단이나 국정에 대한 청사진 없이, 세부적인 차원에서 신설과 폐지, 보완적 개편만이 제시되고 있다는 겁니다. 미래부 개편과 해경의 부활에서 보듯,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적 입장에서 조직 개편을 시도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KBS와 함께 대선 후보들의 정부조직개편 공약을 검토한 한국정책학회 소속 박형준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떤 식으로 기능들이 필요하고 그 기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왜 이런 정부조직 개편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되는데, 지금 현재는 그런 것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정부조직 개편 방향은 무엇일까요?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보다 앞선 길을 간 외국의 예를 통해 유추할 수는 있는데요. 미국 등 외국의 경우 한 번 부처가 만들어지면, 시대 변화에 따라 기능을 바꾸기는 하지만, 기능은 유사한데 명칭만을 변경하거나, 부처내 주요 핵심 정책분야 전체를 다른 부서로 이동시키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이질적인 행정 문화로 인한 조직 내 갈등이나, 새 업무 파악에 따른 전문성 저하 같은 행정의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순기능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61차례에 걸친 개편에도 또 손을 대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동안의 조직 개편에 문제가 있었던 것 역시 분명합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부처의 통합과 분리를 반복하는 하드웨어 위주의 개편 만을 앞세우기보다, 국정 수행의 합리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기능의 재조정부터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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