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둥성에서 보낸 붉은 깃발…“한국 경찰 감사해요”

입력 2017.04.25 (07:42) 수정 2017.04.25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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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하이에서 날아온 감사의 깃발

2017년 4월 18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깃발이 도착했다. 붉은 배경에 노란색 글자로 쓰인 감사 깃발.
"열정복무 렴명고효" 한자로 적혀 있다.
"열정적인 근무와 청렴결백하고 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해준 한국경찰에 감사드린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해당 깃발은 중국 광둥성 주하이시에 사는 한위(33,여) 씨가 직접 제작해 보냈다. 중국에서 대한민국 서울의 한 경찰서까지 깃발을 직접 만들고, 손수 감사 편지까지 써서 함께 보낸 사연은 무엇일까.

'한국에 직접 가보자'...경찰서 방문

중국 주하이에 사는 한 씨는 2월 14일 밤 수천만 원 상당의 물건을 도난당했다. 이른바 명품으로 불리는 수입 고가 가방 2개와 시계가 사라진 것이다. 함께 지냈던 남성은 다음 날인 2월 15일 자취를 감췄다.

해당 남성이 가져간 것으로 의심이 되는 상황. 한 씨는 중국 공안과 마카오 경찰을 찾아가 신고했다. 하지만 한 씨는 "피해 입증이 어렵고 의심 인물이 이미 한국으로 도망간 상황에서 직접 수사하기엔 어려우니, 한국 경찰에 부탁해보라"는 말을 듣게 됐다. 물건을 찾기 막막한 상황.

한 씨의 지인도 "한국을 직접 가서 신고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조언을 건넸고, 한 씨는 보름이 지나 직접 한국으로 날아왔다. 한 씨는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중국 국적 지인을 만나 지인과 함께 3월 4일 서울 서초경찰서를 직접 방문했다.

신속 처리...수사 착수 3일 만에 검거

사건을 접수한 강력팀은 수사에 착수했다. 혐의점이 있다고 판단하고 피의자를 특정해, 신고 접수 3일 만인 지난달 7일 피의자 김 모(23) 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김 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신분증 제시를 수차례 요청했다. 김 씨가 "신분증이 없다. 훔친 물건 없다"고 거듭 부인하면서 증거 확보가 어렵던 상황. 김 씨의 지갑을 확인하던 중에 어떤 종이를 발견하게 됐다. 김 씨가 절도한 가방을 서울 압구정동의 한 중고 고가 외국제품 거래소에 판매하고 받은 '판매 계약서'가 나온 것이다.

경찰은 해당 업체에 찾아가 가방들을 압수했고, 곧 중국에 있는 피해자 한 씨에게 보냈다. 시가 2500만 원 상당의 시계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황. 경찰 조사를 받은 김 씨가 시계도 중국의 피해자에게 보냈다. 김 씨는 "중국 공안에도 신고가 접수돼 직접 가진 못했다. 아는 사람 통해 보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절도와 장물 알선 혐의로 김 모(23) 씨 등 2명을 조사해 검찰에 송치했고, 훔친 물건을 사들인 업자에 대해서도 형사입건해 조사했다.

한 씨가 직접 작성한 감사 편지 원문한 씨가 직접 작성한 감사 편지 원문

한 씨가 보낸 편지의 번역본. 편지를 작성한 시점 이후 물건이 마저 도착해, 현재 도난당한 물건 모두를 되찾은 상태다.한 씨가 보낸 편지의 번역본. 편지를 작성한 시점 이후 물건이 마저 도착해, 현재 도난당한 물건 모두를 되찾은 상태다.



중국에서 날아온 감사 편지와 깃발

피해자는 3월 20일, 어머니까지 모시고 서초경찰서를 다시 방문해 거듭 감사 인사를 했다. 그리고 4월 10일, 중국 광저우의 한국총영사관에 감사 깃발과 편지를 접수했다. 총영사관은 외교 행낭을 통해 한국 외교부로 보냈고, 외교부는 깃발과 감사 편지를 경찰에 보냈다.

깃발은 4월 18일, 해당 절도 사건을 처리한 강력팀 사무실에 걸렸다. 깃발을 볼 때마다 사건을 해결한 경찰도, 물건을 되찾은 피해자도, 그리고 감사 표시의 깃발과 편지를 전달한 외교부도 흐뭇한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사건을 담당한 서초경찰서 강력1팀이 중국에서 보내온 감사 깃발을 들고 있다.사건을 담당한 서초경찰서 강력1팀이 중국에서 보내온 감사 깃발을 들고 있다.


"한중관계 녹이는 단비 되길"

최근 한반도 주변 정세, 특히 한중 관계는 국방과 안보, 경제 이슈가 엮이며 긴장감을 더해가고 있다.

사건을 담당한 진영인 형사는 "(경찰의) 노고에 감사하단 의미로 중국 본토에서 편지와 감사 휘장(깃발)이 왔다"면서 "(한중 두 나라 간)좋고 깊은 관계로 나가는 단비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서울 서초경찰서에 도착한 붉은 깃발은 '경찰 수사에는 국경이 없음'을 보여줬다. 도움을 받은 피해자는 국적이 달라도 직접 찾아오기도 하면서 손수 쓴 편지와 깃발로 감사를 표했다. 절도 사건 하나도 성심 성의껏 처리한 강력팀의 노고는, 물건을 되찾은 한 씨에게는 '서울 서초경찰서 강력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경찰'에 감동한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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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광둥성에서 보낸 붉은 깃발…“한국 경찰 감사해요”
    • 입력 2017-04-25 07:42:11
    • 수정2017-04-25 07:42:11
    취재K


중국 주하이에서 날아온 감사의 깃발

2017년 4월 18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깃발이 도착했다. 붉은 배경에 노란색 글자로 쓰인 감사 깃발.
"열정복무 렴명고효" 한자로 적혀 있다.
"열정적인 근무와 청렴결백하고 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해준 한국경찰에 감사드린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해당 깃발은 중국 광둥성 주하이시에 사는 한위(33,여) 씨가 직접 제작해 보냈다. 중국에서 대한민국 서울의 한 경찰서까지 깃발을 직접 만들고, 손수 감사 편지까지 써서 함께 보낸 사연은 무엇일까.

'한국에 직접 가보자'...경찰서 방문

중국 주하이에 사는 한 씨는 2월 14일 밤 수천만 원 상당의 물건을 도난당했다. 이른바 명품으로 불리는 수입 고가 가방 2개와 시계가 사라진 것이다. 함께 지냈던 남성은 다음 날인 2월 15일 자취를 감췄다.

해당 남성이 가져간 것으로 의심이 되는 상황. 한 씨는 중국 공안과 마카오 경찰을 찾아가 신고했다. 하지만 한 씨는 "피해 입증이 어렵고 의심 인물이 이미 한국으로 도망간 상황에서 직접 수사하기엔 어려우니, 한국 경찰에 부탁해보라"는 말을 듣게 됐다. 물건을 찾기 막막한 상황.

한 씨의 지인도 "한국을 직접 가서 신고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조언을 건넸고, 한 씨는 보름이 지나 직접 한국으로 날아왔다. 한 씨는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중국 국적 지인을 만나 지인과 함께 3월 4일 서울 서초경찰서를 직접 방문했다.

신속 처리...수사 착수 3일 만에 검거

사건을 접수한 강력팀은 수사에 착수했다. 혐의점이 있다고 판단하고 피의자를 특정해, 신고 접수 3일 만인 지난달 7일 피의자 김 모(23) 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김 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신분증 제시를 수차례 요청했다. 김 씨가 "신분증이 없다. 훔친 물건 없다"고 거듭 부인하면서 증거 확보가 어렵던 상황. 김 씨의 지갑을 확인하던 중에 어떤 종이를 발견하게 됐다. 김 씨가 절도한 가방을 서울 압구정동의 한 중고 고가 외국제품 거래소에 판매하고 받은 '판매 계약서'가 나온 것이다.

경찰은 해당 업체에 찾아가 가방들을 압수했고, 곧 중국에 있는 피해자 한 씨에게 보냈다. 시가 2500만 원 상당의 시계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황. 경찰 조사를 받은 김 씨가 시계도 중국의 피해자에게 보냈다. 김 씨는 "중국 공안에도 신고가 접수돼 직접 가진 못했다. 아는 사람 통해 보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절도와 장물 알선 혐의로 김 모(23) 씨 등 2명을 조사해 검찰에 송치했고, 훔친 물건을 사들인 업자에 대해서도 형사입건해 조사했다.

한 씨가 직접 작성한 감사 편지 원문
한 씨가 보낸 편지의 번역본. 편지를 작성한 시점 이후 물건이 마저 도착해, 현재 도난당한 물건 모두를 되찾은 상태다.


중국에서 날아온 감사 편지와 깃발

피해자는 3월 20일, 어머니까지 모시고 서초경찰서를 다시 방문해 거듭 감사 인사를 했다. 그리고 4월 10일, 중국 광저우의 한국총영사관에 감사 깃발과 편지를 접수했다. 총영사관은 외교 행낭을 통해 한국 외교부로 보냈고, 외교부는 깃발과 감사 편지를 경찰에 보냈다.

깃발은 4월 18일, 해당 절도 사건을 처리한 강력팀 사무실에 걸렸다. 깃발을 볼 때마다 사건을 해결한 경찰도, 물건을 되찾은 피해자도, 그리고 감사 표시의 깃발과 편지를 전달한 외교부도 흐뭇한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사건을 담당한 서초경찰서 강력1팀이 중국에서 보내온 감사 깃발을 들고 있다.

"한중관계 녹이는 단비 되길"

최근 한반도 주변 정세, 특히 한중 관계는 국방과 안보, 경제 이슈가 엮이며 긴장감을 더해가고 있다.

사건을 담당한 진영인 형사는 "(경찰의) 노고에 감사하단 의미로 중국 본토에서 편지와 감사 휘장(깃발)이 왔다"면서 "(한중 두 나라 간)좋고 깊은 관계로 나가는 단비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서울 서초경찰서에 도착한 붉은 깃발은 '경찰 수사에는 국경이 없음'을 보여줬다. 도움을 받은 피해자는 국적이 달라도 직접 찾아오기도 하면서 손수 쓴 편지와 깃발로 감사를 표했다. 절도 사건 하나도 성심 성의껏 처리한 강력팀의 노고는, 물건을 되찾은 한 씨에게는 '서울 서초경찰서 강력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경찰'에 감동한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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