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환자 보내줄게”…소개비 받은 의사들

입력 2017.04.25 (08:34) 수정 2017.04.2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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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을 일이 있다면 이런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큰 병원에선 환자가 밀려 수술이 어렵다며, 수술이 가능한 작은 병원으로 안내하는 경우입니다.

정보가 부족한 환자로선 의사들이 추천하는 병원으로 옮기기 마련이죠.

자연스러운 환자 안내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대형병원 의사들이 특정 병원으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긴 게 드러났습니다.

환자를 놓고 소개비를 받은 건데, 환자의 상태별로 액수까지 정해져 있었습니다.

아픈 환자를 놓고 뒷돈을 주고 받은 병원과 의사들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정형외과 전문병원으로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녹취> "(어떤 일로 오셨어요?) 경찰에서 압수수색 나왔습니다."

병원에 있던 각종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압수해 나옵니다.

<인터뷰> 강성운(서울경찰청 지능수사대 팀장) : "제약회사 대표로부터 '우리 제약회사 의약품을 좀 받아주십시오' 그 부탁을 받고 실제 또 의약품이 계속 이 병원에 납품이 됐고 처방이 됐고 그 대가로 현금으로 2억원을 받은 겁니다."

병원장 59살 이 모 씨가 제약회사로부터 억대의 의약품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혐의가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겁니다.

그런데 병원의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강성운(서울경찰청 지능수사대 팀장) : "서울 경기도 이런 40여 곳의 종합병원, 대학병원 의사들을 상대로 환자 유치 로비를 하고 그 대가로 이억 오백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하고...”

환자 소개비 명목으로 대형병원 응급실 의사들에게 장기간 뒷돈을 건넨 혐의가 드러났습니다.

대형병원에서 수술할 상황이 아닐 경우 2차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내려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주는 대가로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의사들에게 환자 1명 당 20만 원에서 50만 원씩을 전달했다는 겁니다.

환자의 상태와 수술 부위에 따라 뒷돈의 규모는 달라졌습니다.

<인터뷰> 강성운(서울경찰청 지능수사대 팀장) : "대퇴부 골절은 50만원 40만원 이렇게 합의를 해서 환자 한 명당 20만원에서 50만원 정도 내부적으로 자기들끼리 약정을 해서 주고 받고 했는데..."

해당 병원의 이런 뒷돈 거래는 2010년 병원 주변에 재개발 바람이 불면서 시작됐습니다.

주민들의 이주로 환자 수가 급격하게 줄자 뒷돈을 동원해 환자 유치에 나선 겁니다.

<인터뷰> 강성운(서울경찰청 지능수사대 팀장) : "병원을 운영하면서 경영난을 겪다 보니까 병원 수익을 내기 위해서 이렇게 직접 영업 이사들 고용해가지고 대형 병원 의사들 상대로 로비를 한 거죠. 환자를 많이 유치하면 병원 수익이 상승하니까."

병원 내에 대외협력팀까지 만들어 로비에 뛰어들었습니다.

<인터뷰> 강성운(서울경찰청 지능수사대 팀장) : "영업 이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로비하고 수시로 찾아가서 찾아갈 때 마다 선물도 조그마하게 들고 음료수 들고 가서 많은 로비를 해서 그 얘기를 듣고 의사들이 그렇다면 당신을 그 쪽 병원을 소개를 시켜주겠다."

1차 로비 대상은 서울 시내 유명 대형병원에서 후배 의사를 지도하는 의국장들이었습니다.

의국장들은 해당 병원으로 환자를 직접 보내주는가 하면, 후배들에게 영업 담당자를 소개시켜주기까지 했습니다.

뒷돈을 받고 해당 병원에 환자를 소개한 의사는 현재까지 경찰에 적발된 것만 40개 병원에 53명입니다.

해당 병원은 2011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천2백여 명의 환자를 이런 뒷돈 거래로 유치했고, 의사들에겐 모두 2억 원이 넘는 돈이 건네졌습니다.

영업 사원과 의사들의 대화에선 이런 뒷돈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녹취> 영업사원(피의자/음성변조) : "선생님. 선지급금이라고 사용하시고 100만 원 정도 넣었거든요?"

<녹취> 의사(피의자/음성변조) :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는데. 너무 많이 주시는데."

<녹취> 영업사원(피의자/음성변조) : "다음에 또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뒷돈을 받는 게 문제가 된다는 점을 알면서도 은밀한 거래는 계속됐습니다.

<녹취> 의사(피의자/음성변조) : “저희가 이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그 환자 같은 경우는 운이 좋게 잘 갔는데 원래는 환자한테 다른 병원으로 보내고 그럼 안되죠.”

<녹취> 영업사원(피의자/음성변조) : “전화주실 때는 그냥 2년차 선생님한테 지시하시면 제가 알아서 다 처리할게요.”

환자를 다른 병원에 소개하는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다면 엄연한 불법입니다.

<녹취> 보건복지부 관계자(음성변조) : “환자를 소개, 알선, 유인이라든가 이렇게 사주하는 거에 대해서 금품을 받고 그렇게 하는 거에 대해서 의료법에서 금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해당 병원에서 수술을 한 이 모 씨도 처음에는 대학 병원으로 갔었습니다.

<녹취> 이00(해당 병원 환자/음성변조) : "커터칼에 엄지 손가락 위 쪽 두 번째 마디 위 쪽을 한 7센티 정도를 베었어요. 근데 이제 그 베면서 인대가 좀 끊어졌던 것 같고요."

수술할 의사가 없다면서, 많은 병원 중에 한 곳을 찍어서 소개했습니다.

<녹취> 이00(해당 병원 환자/음성변조) : "수술 하려면 내일까지 기다려야 된다. 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다른 병원으로 소개를 시켜 드려도 되겠느냐. 저한테는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까 바로 하고 싶은 마음에 그럼 소개시켜달라 (했죠.) 그런데 여러 병원이 아니라 딱 한군데를 지목을 해주셨어요."

정보가 부족한 환자, 특히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로선 의사가 권하는 병원으로 믿고 옮길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지만,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119 구급상황관리센터입니다.

이곳으로 연락하면,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 가능한 병원을 안내 받을 수 있습니다.

<녹취> 서은정(119 상황관리센터 소방위) : "환자가 어떤 수술이 필요한지. 그 환자의 병명이나 다 파악을 한 뒤에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안내를 해요. 저희가 데이터가 다 입력이 돼있거든요."

경찰은 환자 소개를 대가로 한 뒷돈 관행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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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5 08:39:54
    • 수정2017-04-25 09: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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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을 일이 있다면 이런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큰 병원에선 환자가 밀려 수술이 어렵다며, 수술이 가능한 작은 병원으로 안내하는 경우입니다.

정보가 부족한 환자로선 의사들이 추천하는 병원으로 옮기기 마련이죠.

자연스러운 환자 안내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대형병원 의사들이 특정 병원으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긴 게 드러났습니다.

환자를 놓고 소개비를 받은 건데, 환자의 상태별로 액수까지 정해져 있었습니다.

아픈 환자를 놓고 뒷돈을 주고 받은 병원과 의사들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정형외과 전문병원으로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녹취> "(어떤 일로 오셨어요?) 경찰에서 압수수색 나왔습니다."

병원에 있던 각종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압수해 나옵니다.

<인터뷰> 강성운(서울경찰청 지능수사대 팀장) : "제약회사 대표로부터 '우리 제약회사 의약품을 좀 받아주십시오' 그 부탁을 받고 실제 또 의약품이 계속 이 병원에 납품이 됐고 처방이 됐고 그 대가로 현금으로 2억원을 받은 겁니다."

병원장 59살 이 모 씨가 제약회사로부터 억대의 의약품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혐의가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겁니다.

그런데 병원의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강성운(서울경찰청 지능수사대 팀장) : "서울 경기도 이런 40여 곳의 종합병원, 대학병원 의사들을 상대로 환자 유치 로비를 하고 그 대가로 이억 오백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하고...”

환자 소개비 명목으로 대형병원 응급실 의사들에게 장기간 뒷돈을 건넨 혐의가 드러났습니다.

대형병원에서 수술할 상황이 아닐 경우 2차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내려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주는 대가로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의사들에게 환자 1명 당 20만 원에서 50만 원씩을 전달했다는 겁니다.

환자의 상태와 수술 부위에 따라 뒷돈의 규모는 달라졌습니다.

<인터뷰> 강성운(서울경찰청 지능수사대 팀장) : "대퇴부 골절은 50만원 40만원 이렇게 합의를 해서 환자 한 명당 20만원에서 50만원 정도 내부적으로 자기들끼리 약정을 해서 주고 받고 했는데..."

해당 병원의 이런 뒷돈 거래는 2010년 병원 주변에 재개발 바람이 불면서 시작됐습니다.

주민들의 이주로 환자 수가 급격하게 줄자 뒷돈을 동원해 환자 유치에 나선 겁니다.

<인터뷰> 강성운(서울경찰청 지능수사대 팀장) : "병원을 운영하면서 경영난을 겪다 보니까 병원 수익을 내기 위해서 이렇게 직접 영업 이사들 고용해가지고 대형 병원 의사들 상대로 로비를 한 거죠. 환자를 많이 유치하면 병원 수익이 상승하니까."

병원 내에 대외협력팀까지 만들어 로비에 뛰어들었습니다.

<인터뷰> 강성운(서울경찰청 지능수사대 팀장) : "영업 이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로비하고 수시로 찾아가서 찾아갈 때 마다 선물도 조그마하게 들고 음료수 들고 가서 많은 로비를 해서 그 얘기를 듣고 의사들이 그렇다면 당신을 그 쪽 병원을 소개를 시켜주겠다."

1차 로비 대상은 서울 시내 유명 대형병원에서 후배 의사를 지도하는 의국장들이었습니다.

의국장들은 해당 병원으로 환자를 직접 보내주는가 하면, 후배들에게 영업 담당자를 소개시켜주기까지 했습니다.

뒷돈을 받고 해당 병원에 환자를 소개한 의사는 현재까지 경찰에 적발된 것만 40개 병원에 53명입니다.

해당 병원은 2011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천2백여 명의 환자를 이런 뒷돈 거래로 유치했고, 의사들에겐 모두 2억 원이 넘는 돈이 건네졌습니다.

영업 사원과 의사들의 대화에선 이런 뒷돈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녹취> 영업사원(피의자/음성변조) : "선생님. 선지급금이라고 사용하시고 100만 원 정도 넣었거든요?"

<녹취> 의사(피의자/음성변조) :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는데. 너무 많이 주시는데."

<녹취> 영업사원(피의자/음성변조) : "다음에 또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뒷돈을 받는 게 문제가 된다는 점을 알면서도 은밀한 거래는 계속됐습니다.

<녹취> 의사(피의자/음성변조) : “저희가 이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그 환자 같은 경우는 운이 좋게 잘 갔는데 원래는 환자한테 다른 병원으로 보내고 그럼 안되죠.”

<녹취> 영업사원(피의자/음성변조) : “전화주실 때는 그냥 2년차 선생님한테 지시하시면 제가 알아서 다 처리할게요.”

환자를 다른 병원에 소개하는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다면 엄연한 불법입니다.

<녹취> 보건복지부 관계자(음성변조) : “환자를 소개, 알선, 유인이라든가 이렇게 사주하는 거에 대해서 금품을 받고 그렇게 하는 거에 대해서 의료법에서 금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해당 병원에서 수술을 한 이 모 씨도 처음에는 대학 병원으로 갔었습니다.

<녹취> 이00(해당 병원 환자/음성변조) : "커터칼에 엄지 손가락 위 쪽 두 번째 마디 위 쪽을 한 7센티 정도를 베었어요. 근데 이제 그 베면서 인대가 좀 끊어졌던 것 같고요."

수술할 의사가 없다면서, 많은 병원 중에 한 곳을 찍어서 소개했습니다.

<녹취> 이00(해당 병원 환자/음성변조) : "수술 하려면 내일까지 기다려야 된다. 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다른 병원으로 소개를 시켜 드려도 되겠느냐. 저한테는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까 바로 하고 싶은 마음에 그럼 소개시켜달라 (했죠.) 그런데 여러 병원이 아니라 딱 한군데를 지목을 해주셨어요."

정보가 부족한 환자, 특히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로선 의사가 권하는 병원으로 믿고 옮길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지만,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119 구급상황관리센터입니다.

이곳으로 연락하면,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 가능한 병원을 안내 받을 수 있습니다.

<녹취> 서은정(119 상황관리센터 소방위) : "환자가 어떤 수술이 필요한지. 그 환자의 병명이나 다 파악을 한 뒤에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안내를 해요. 저희가 데이터가 다 입력이 돼있거든요."

경찰은 환자 소개를 대가로 한 뒷돈 관행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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