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부모가 스마트폰 보면 아이 집중력 ‘뚝’

입력 2017.04.25 (10:2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아빠. 아이는 지루하다 못해 짜증 섞인 얼굴로 TV만 쳐다보는 모습. 영국 어느 가정이라고 소개된 위 사진 속 모습(진짜 가족이라기보다는 사진 촬영을 위한 설정 같기는 합니다만)을 보고 한국인인 제가 왜 뜨끔했을까요? 그런데 뜨끔한 것은 진짜 저만 그런가요?

사실 고백하자면 영국의 한 언론에 나온 위 사진의 모습은 저의 일상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일을 마치고 귀가하거나 휴일에 집에 있으면 아이와 함께 놀아주겠다고 굳은 결심을 한 뒤에도 어느새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저의 모습을 발견하곤 합니다.

그럼에도 스스로 위안을 합니다. SNS로 지인들과 연락을 주고받거나 주요 기사를 확인하거나 다음날 일정을 체크하는 것 등은 어쩔 수 없는 '업무의 연장'이라고. 이 때문에 아이와 놀아줄 때 뿐만 아니라 가족과의 식사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꺼내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영국 부모들도 저 같은 사람들이 많더군요.


영국의 한 기관(Digital Awareness UK and the Headmasters' and Headmistresses' Conference)이 스마트폰과 관련된 흥미 있는 조사를 했습니다. 어른들이 아니라 11살부터 18살 사이의 아이들 2,000명을 상대로 조사를 했더군요. 대답한 학생들 가운데 36%가 부모에게 (가족 간의 모임 동안) 스마트폰 사용을 그만 좀 하라고 요구한 적이 있다고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입니다. 이 가운데 46%는 부모님이 아이들의 요구를 아예 무시했다고 하네요. 44%는 오히려 역정을 냈다고 합니다. 나머지 10%는 "스마트폰을 보는 거는 다 네 걱정해서야"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둘러댄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아이들 관련된 정보를 찾느라고 그랬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 보스턴 메디컬 센터(Boston Medical Center)의 한 소아과 전문의는 몇 군데 식당에서 55개의 가족 그룹을 관찰 조사했습니다. 이 가운데 44명의 부모가 식사 중 스마트폰을 꺼내 보았고 40%는 아예 식사 시간 내내 문자 보내고 검색하느라고 아이들에게는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특히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부모들은 보채는 아이들을 거칠게 다루거나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모습까지 목격됐다고 합니다. 한 여성은 아이의 음식을 테이블 아래로 차 버리기까지 했다네요.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부모가 스마트폰에 빠지게 될 경우 어떤 부작용을 초래할까요?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특히 어린아이를 위험에 빠뜨리거나 실제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합니다.

집이 아니라 집 밖에 있으면 아이를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영국인 2/3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데 이 가운데 1/3 이상이 길을 가다가도 5분마다 한 번씩 스마트폰을 체크한다고 하니 사람과 차로 혼잡한 도심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의 한 기관(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조사에 따르면 2007년과 2012년 사이에 5세 이하 어린이 안전사고가 10% 증가했다고 합니다. 2007년을 기점으로 어린이 안전사고가 증가했다는 것인데 마침 2007년은 애플사가 처음으로 아이폰을 출시한 해라고 하네요. 아이폰 출시와 어린이 사고의 증가가 관련돼 있을 수 있다고 이 기관은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가설을 기반으로 뉴욕의 7개 어린이 놀이터에서 어린이를 돌보는 50명을 촬영하며 관찰 조사했더니 371분 중의 74% 동안은 어른들이 아이에 집중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이에 집중하지 않는 어른 가운데 33%는 대화를 했고 30%는 스마트폰을 쳐다봤다고 합니다. 놀이터에서 아이를 돌보지 않을 경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이 기관은 경고했습니다.


부모가 스마트폰에 자주 빠져 있으면 아이의 집중력 장애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어떤 물건을 쳐다볼 경우 어른들은 보통 3.6초 동안 집중하는 데 비해 아이들은 부모보다 2.3초 더 눈으로 집중 합니다. 즉 5.9초 동안 쳐다본다는 건데요.

그런데 스마트폰에 자주 시선을 빼앗기는 부모와 함께 있는 어린이는 2.3초의 1/4밖에 집중을 못 했다고 합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런 상황이 누적될 경우 어린이의 언어 발달은 물론 사회 적응력에도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어른들이 스마트폰에 자주 빠져들 경우 아이들은 어른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스마트폰과 경쟁을 하게 됩니다. 어린이들이 과도한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어른들은 아이들의 좋은 롤 모델이 될 수 없다고 합니다. 어린이들은 심심할 시간이 주어져야 상상력을 키울 수 있고 자아도 돌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으로 쉴 틈 없이 검색하는 부모를 보며 자란 어린이는 역시 같은 패턴을 갖게 되고 심심할 틈 없이 지내게 된다는 것이죠.

이제부터라도 최소한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아이의 눈에 초점을 맞춰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리포트] 부모가 스마트폰 보면 아이 집중력 ‘뚝’
    • 입력 2017-04-25 10:24:48
    특파원 리포트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아빠. 아이는 지루하다 못해 짜증 섞인 얼굴로 TV만 쳐다보는 모습. 영국 어느 가정이라고 소개된 위 사진 속 모습(진짜 가족이라기보다는 사진 촬영을 위한 설정 같기는 합니다만)을 보고 한국인인 제가 왜 뜨끔했을까요? 그런데 뜨끔한 것은 진짜 저만 그런가요?

사실 고백하자면 영국의 한 언론에 나온 위 사진의 모습은 저의 일상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일을 마치고 귀가하거나 휴일에 집에 있으면 아이와 함께 놀아주겠다고 굳은 결심을 한 뒤에도 어느새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저의 모습을 발견하곤 합니다.

그럼에도 스스로 위안을 합니다. SNS로 지인들과 연락을 주고받거나 주요 기사를 확인하거나 다음날 일정을 체크하는 것 등은 어쩔 수 없는 '업무의 연장'이라고. 이 때문에 아이와 놀아줄 때 뿐만 아니라 가족과의 식사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꺼내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영국 부모들도 저 같은 사람들이 많더군요.


영국의 한 기관(Digital Awareness UK and the Headmasters' and Headmistresses' Conference)이 스마트폰과 관련된 흥미 있는 조사를 했습니다. 어른들이 아니라 11살부터 18살 사이의 아이들 2,000명을 상대로 조사를 했더군요. 대답한 학생들 가운데 36%가 부모에게 (가족 간의 모임 동안) 스마트폰 사용을 그만 좀 하라고 요구한 적이 있다고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입니다. 이 가운데 46%는 부모님이 아이들의 요구를 아예 무시했다고 하네요. 44%는 오히려 역정을 냈다고 합니다. 나머지 10%는 "스마트폰을 보는 거는 다 네 걱정해서야"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둘러댄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아이들 관련된 정보를 찾느라고 그랬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 보스턴 메디컬 센터(Boston Medical Center)의 한 소아과 전문의는 몇 군데 식당에서 55개의 가족 그룹을 관찰 조사했습니다. 이 가운데 44명의 부모가 식사 중 스마트폰을 꺼내 보았고 40%는 아예 식사 시간 내내 문자 보내고 검색하느라고 아이들에게는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특히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부모들은 보채는 아이들을 거칠게 다루거나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모습까지 목격됐다고 합니다. 한 여성은 아이의 음식을 테이블 아래로 차 버리기까지 했다네요.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부모가 스마트폰에 빠지게 될 경우 어떤 부작용을 초래할까요?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특히 어린아이를 위험에 빠뜨리거나 실제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합니다.

집이 아니라 집 밖에 있으면 아이를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영국인 2/3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데 이 가운데 1/3 이상이 길을 가다가도 5분마다 한 번씩 스마트폰을 체크한다고 하니 사람과 차로 혼잡한 도심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의 한 기관(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조사에 따르면 2007년과 2012년 사이에 5세 이하 어린이 안전사고가 10% 증가했다고 합니다. 2007년을 기점으로 어린이 안전사고가 증가했다는 것인데 마침 2007년은 애플사가 처음으로 아이폰을 출시한 해라고 하네요. 아이폰 출시와 어린이 사고의 증가가 관련돼 있을 수 있다고 이 기관은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가설을 기반으로 뉴욕의 7개 어린이 놀이터에서 어린이를 돌보는 50명을 촬영하며 관찰 조사했더니 371분 중의 74% 동안은 어른들이 아이에 집중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이에 집중하지 않는 어른 가운데 33%는 대화를 했고 30%는 스마트폰을 쳐다봤다고 합니다. 놀이터에서 아이를 돌보지 않을 경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이 기관은 경고했습니다.


부모가 스마트폰에 자주 빠져 있으면 아이의 집중력 장애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어떤 물건을 쳐다볼 경우 어른들은 보통 3.6초 동안 집중하는 데 비해 아이들은 부모보다 2.3초 더 눈으로 집중 합니다. 즉 5.9초 동안 쳐다본다는 건데요.

그런데 스마트폰에 자주 시선을 빼앗기는 부모와 함께 있는 어린이는 2.3초의 1/4밖에 집중을 못 했다고 합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런 상황이 누적될 경우 어린이의 언어 발달은 물론 사회 적응력에도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어른들이 스마트폰에 자주 빠져들 경우 아이들은 어른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스마트폰과 경쟁을 하게 됩니다. 어린이들이 과도한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어른들은 아이들의 좋은 롤 모델이 될 수 없다고 합니다. 어린이들은 심심할 시간이 주어져야 상상력을 키울 수 있고 자아도 돌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으로 쉴 틈 없이 검색하는 부모를 보며 자란 어린이는 역시 같은 패턴을 갖게 되고 심심할 틈 없이 지내게 된다는 것이죠.

이제부터라도 최소한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아이의 눈에 초점을 맞춰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