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CCTV에 잡힌 방용훈 사장 주거침입…그런데 ‘혐의없음’?

입력 2017.04.25 (16:47) 수정 2017.04.2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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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의 처형 이 모 씨에게 방 사장은 '공포의 대상'이었다고 합니다. 지난해 9월 1일 이 씨의 동생이 한강에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방 사장과 처가의 갈등이 극심해졌고, 방 사장이 처가와 얽힌 돈 문제까지 언급하면서 심한 말도 서슴지 않았다는 게 이 씨의 이야깁니다.

급기야 방 사장은 이 씨 측이 방 사장의 형제들을 비난하는 내용의 '지라시'를 SNS에 돌렸다고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사건은 지난해 11월 1일에 터지고야 맙니다.

CCTV에 담긴 방용훈 사장의 '주거 침입' 사건 전말



새벽 1시가 넘은 시각, 방 사장과 아들 방 모 씨는 이 씨의 자택에 찾아갑니다. 만나서 '대화'를 하자던 이들이 보인 행동은 상당히 위협적이었습니다. 방 씨는 길가에서 어른 주먹만 한 돌멩이를 가져와 이모의 집 현관문을 여러 차례 내려쳤고, 방 사장은 빙벽 등반용 철제 장비(아이스바일)를들고 있었습니다.

그날 밤 상황은 모두 이 씨 자택 폐쇄회로TV(CCTV)에 담겼습니다. 당시 이 씨 혼자 집에 있었는데, 잠이 깊게 들어 방 사장이 집에 찾아왔던 사실은 몰랐다고 합니다. 다음 날 이 씨는 엉망이 된 집 앞을 보며 깜짝 놀랐고, 며칠 후 주거침입과 재물손괴 혐의로 방 사장 부자를 서울 용산경찰서에 고소했습니다.

빙벽 등반에 쓰이는 장비 ‘아이스바일’빙벽 등반에 쓰이는 장비 ‘아이스바일’

"혐의점 없다" 검찰의 사건 수사 결론

경찰은 이 씨와 방 사장 부자, 방 사장의 운전기사 겸 경비원 등을 조사하고 나서 검찰에 사건을 넘겼습니다. 서울서부지검은 '불기소', 즉 재판에 넘기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방 사장에게는 '혐의없음', 아들 방 씨에게는 '기소 유예' 처분을 내렸죠. 불기소 이유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습니다.

"방용훈은 아들 방 씨가 이모집에 갔다는 보고를 받고 아들이 사고를 칠까 봐 데리러 간 것으로 어떠한 목적이나 일체의 고의성을 찾을 수 없고, 경비원 진술조서, CCTV 녹화자료에서도 아들 방 씨를 말리는 장면 등으로 보아 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해 주거침입죄에 대해 불기소(혐의없음) 의견임." (검찰의 불기소 이유서 中)

주거침입 사건 1차 수사에서 ‘불기소’ 처분 내렸던 서울서부지검주거침입 사건 1차 수사에서 ‘불기소’ 처분 내렸던 서울서부지검

이해하기 어려운 검찰의 '불기소 처분'

하지만 사건 당일 이 씨 자택 CCTV에 담긴 화면을 보면 검찰의 처분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검찰은 "주거 침입의 목적·고의성을 찾을 수 없다"고 했는데요, CCTV 상에서 방 사장은 주차장에서 아들 방 씨를 만나고 나서 앞장서 이 씨의 주거지로 올라갑니다. 아들을 데려가야 한다는 피치 못한 사정으로 이 씨의 주거지에 들어간 게 아니라, 본인의 의지에 따른 행동으로 보입니다.

더 황당한 대목은 "(방용훈이) 아들 방 씨를 말리는 장면 등으로 보아 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해"란 부분입니다. CCTV에선 오히려 아들 방 씨가 아버지를 말립니다. 방 사장이 아들을 말리는 장면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이 CCTV는 사건의 증거로 제출됐는데, 검찰의 불기소 이유 중 하나는 '증거 불충분'이었습니다.

방 사장을 말리는 아들 방 씨의 모습방 사장을 말리는 아들 방 씨의 모습

검찰 관행 '사건 털이'가 부실 수사 불렀나

검찰은 왜 이런 결론을 냈던 걸까요. 법조계에선 연말이면 미제 사건을 털어내려는 검찰 관행을 지목합니다. 검찰에선 미제 사건이 쌓이면 검사 실적 평가가 좋지 않기 때문에, 해가 바뀌기 직전에 사건 처분을 최대한 많이 하려는 관행이 있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사건 처리에 신중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얼마 전 보도된 사건인데요, 성폭행 피해자가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고려대 문 모 교수 사건'도 검찰이 기소 중지 처리한 날짜가 12월 30일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검사 출신인 이 씨의 변호인은 방 사장 부자의 불기소 처분에 따른 항고이유서에서 이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검사의 (불기소) 처분 일자가 2016년 12월 29일(목요일)인데, 1년의 마지막 업무 일자의 하루 전날로 평검사가 연말 사건처리를 위해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는 날입니다. 검사가 이 사건의 결정적 자료인 CCTV 녹화자료를 충분히 살펴볼 시간이 있었는지 여부가 의심스럽습니다." (항고이유서 中)

'재수사 명령' 두 달 만에 고소인 조사…수사 의지 있나

이 사건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서울고검은 이 씨 측의 항고를 받아들였고, 지난 2월 23일 재기 수사 명령을 내렸습니다. 불기소 처분이 적절치 않으니 사건을 다시 수사하라는 것이죠.

검찰은 두 달가량 지난 4월 17일에야 이 씨를 불러 조사했습니다. 이 씨는 KBS와의 통화에서 "항고 이유와 사건의 전반적인 내용, 새로 제출한 증거 자료 등을 설명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방용훈 씨에 대한 소환 조사 계획은 수사 상황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취재진에 밝혔습니다.

재수사 명령을 내린 서울고등검찰청재수사 명령을 내린 서울고등검찰청

방용훈 사장 측의 '아내 학대 의혹' 사건도 수사 중

방 사장은 주거침입 사건 말고도 다른 사건에도 연관 돼 있습니다. 이 씨와 어머니 임 모 씨(방 사장의 장모)가 방 사장의 큰딸과 아들을 존속상해·자살교사 혐의 등으로 고소한 사건인데, 서울 수서경찰서가 수사 중입니다.

"방 사장의 자녀들이 그들의 어머니(사망)를 상습적으로 폭행·감금하고 자살에 이르게 했다"는 게 이 씨 측 주장입니다.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방 사장을 이달 초 참고인으로 조사했습니다. 방 사장은 이 씨 측을 무고 혐의로 맞고소한 상탭니다.

방용훈 사장의 장모인 임 씨가 사위인 방 사장에게 쓴 편지방용훈 사장의 장모인 임 씨가 사위인 방 사장에게 쓴 편지

이 사건은 방 사장의 장모인 임 모 씨가 쓴 편지로 알려지게 됐습니다. 11쪽짜리 편지에는 "사위인 방 사장과 그 자녀들이 딸을 지속적으로 학대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죠. 딸이 사망하고 나서 캐나다로 떠난 임 씨가 약 열흘에 걸쳐 쓴 편지라고 하는데요. 경찰은 이 편지와 방 사장 전처의 유서 등을 근거로 수사를 진행 중입니다만, 이미 피해자가 사망한 상태라 수사가 쉽지는 않다고 합니다.

어느 재벌가의 복잡한 가정사일 뿐이라는 시선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죽음이 얽혀 있기에 가볍게만 볼 수 없는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부디 이 사건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결과가 나오기를 바랄 뿐입니다.

[연관 기사] [뉴스9] [단독] ‘주거 침입’ 방용훈 사장 영상 입수…검찰 재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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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CCTV에 잡힌 방용훈 사장 주거침입…그런데 ‘혐의없음’?
    • 입력 2017-04-25 16:47:21
    • 수정2017-04-25 16:48:39
    취재후·사건후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의 처형 이 모 씨에게 방 사장은 '공포의 대상'이었다고 합니다. 지난해 9월 1일 이 씨의 동생이 한강에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방 사장과 처가의 갈등이 극심해졌고, 방 사장이 처가와 얽힌 돈 문제까지 언급하면서 심한 말도 서슴지 않았다는 게 이 씨의 이야깁니다.

급기야 방 사장은 이 씨 측이 방 사장의 형제들을 비난하는 내용의 '지라시'를 SNS에 돌렸다고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사건은 지난해 11월 1일에 터지고야 맙니다.

CCTV에 담긴 방용훈 사장의 '주거 침입' 사건 전말



새벽 1시가 넘은 시각, 방 사장과 아들 방 모 씨는 이 씨의 자택에 찾아갑니다. 만나서 '대화'를 하자던 이들이 보인 행동은 상당히 위협적이었습니다. 방 씨는 길가에서 어른 주먹만 한 돌멩이를 가져와 이모의 집 현관문을 여러 차례 내려쳤고, 방 사장은 빙벽 등반용 철제 장비(아이스바일)를들고 있었습니다.

그날 밤 상황은 모두 이 씨 자택 폐쇄회로TV(CCTV)에 담겼습니다. 당시 이 씨 혼자 집에 있었는데, 잠이 깊게 들어 방 사장이 집에 찾아왔던 사실은 몰랐다고 합니다. 다음 날 이 씨는 엉망이 된 집 앞을 보며 깜짝 놀랐고, 며칠 후 주거침입과 재물손괴 혐의로 방 사장 부자를 서울 용산경찰서에 고소했습니다.

빙벽 등반에 쓰이는 장비 ‘아이스바일’
"혐의점 없다" 검찰의 사건 수사 결론

경찰은 이 씨와 방 사장 부자, 방 사장의 운전기사 겸 경비원 등을 조사하고 나서 검찰에 사건을 넘겼습니다. 서울서부지검은 '불기소', 즉 재판에 넘기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방 사장에게는 '혐의없음', 아들 방 씨에게는 '기소 유예' 처분을 내렸죠. 불기소 이유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습니다.

"방용훈은 아들 방 씨가 이모집에 갔다는 보고를 받고 아들이 사고를 칠까 봐 데리러 간 것으로 어떠한 목적이나 일체의 고의성을 찾을 수 없고, 경비원 진술조서, CCTV 녹화자료에서도 아들 방 씨를 말리는 장면 등으로 보아 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해 주거침입죄에 대해 불기소(혐의없음) 의견임." (검찰의 불기소 이유서 中)

주거침입 사건 1차 수사에서 ‘불기소’ 처분 내렸던 서울서부지검
이해하기 어려운 검찰의 '불기소 처분'

하지만 사건 당일 이 씨 자택 CCTV에 담긴 화면을 보면 검찰의 처분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검찰은 "주거 침입의 목적·고의성을 찾을 수 없다"고 했는데요, CCTV 상에서 방 사장은 주차장에서 아들 방 씨를 만나고 나서 앞장서 이 씨의 주거지로 올라갑니다. 아들을 데려가야 한다는 피치 못한 사정으로 이 씨의 주거지에 들어간 게 아니라, 본인의 의지에 따른 행동으로 보입니다.

더 황당한 대목은 "(방용훈이) 아들 방 씨를 말리는 장면 등으로 보아 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해"란 부분입니다. CCTV에선 오히려 아들 방 씨가 아버지를 말립니다. 방 사장이 아들을 말리는 장면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이 CCTV는 사건의 증거로 제출됐는데, 검찰의 불기소 이유 중 하나는 '증거 불충분'이었습니다.

방 사장을 말리는 아들 방 씨의 모습
검찰 관행 '사건 털이'가 부실 수사 불렀나

검찰은 왜 이런 결론을 냈던 걸까요. 법조계에선 연말이면 미제 사건을 털어내려는 검찰 관행을 지목합니다. 검찰에선 미제 사건이 쌓이면 검사 실적 평가가 좋지 않기 때문에, 해가 바뀌기 직전에 사건 처분을 최대한 많이 하려는 관행이 있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사건 처리에 신중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얼마 전 보도된 사건인데요, 성폭행 피해자가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고려대 문 모 교수 사건'도 검찰이 기소 중지 처리한 날짜가 12월 30일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검사 출신인 이 씨의 변호인은 방 사장 부자의 불기소 처분에 따른 항고이유서에서 이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검사의 (불기소) 처분 일자가 2016년 12월 29일(목요일)인데, 1년의 마지막 업무 일자의 하루 전날로 평검사가 연말 사건처리를 위해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는 날입니다. 검사가 이 사건의 결정적 자료인 CCTV 녹화자료를 충분히 살펴볼 시간이 있었는지 여부가 의심스럽습니다." (항고이유서 中)

'재수사 명령' 두 달 만에 고소인 조사…수사 의지 있나

이 사건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서울고검은 이 씨 측의 항고를 받아들였고, 지난 2월 23일 재기 수사 명령을 내렸습니다. 불기소 처분이 적절치 않으니 사건을 다시 수사하라는 것이죠.

검찰은 두 달가량 지난 4월 17일에야 이 씨를 불러 조사했습니다. 이 씨는 KBS와의 통화에서 "항고 이유와 사건의 전반적인 내용, 새로 제출한 증거 자료 등을 설명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방용훈 씨에 대한 소환 조사 계획은 수사 상황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취재진에 밝혔습니다.

재수사 명령을 내린 서울고등검찰청
방용훈 사장 측의 '아내 학대 의혹' 사건도 수사 중

방 사장은 주거침입 사건 말고도 다른 사건에도 연관 돼 있습니다. 이 씨와 어머니 임 모 씨(방 사장의 장모)가 방 사장의 큰딸과 아들을 존속상해·자살교사 혐의 등으로 고소한 사건인데, 서울 수서경찰서가 수사 중입니다.

"방 사장의 자녀들이 그들의 어머니(사망)를 상습적으로 폭행·감금하고 자살에 이르게 했다"는 게 이 씨 측 주장입니다.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방 사장을 이달 초 참고인으로 조사했습니다. 방 사장은 이 씨 측을 무고 혐의로 맞고소한 상탭니다.

방용훈 사장의 장모인 임 씨가 사위인 방 사장에게 쓴 편지
이 사건은 방 사장의 장모인 임 모 씨가 쓴 편지로 알려지게 됐습니다. 11쪽짜리 편지에는 "사위인 방 사장과 그 자녀들이 딸을 지속적으로 학대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죠. 딸이 사망하고 나서 캐나다로 떠난 임 씨가 약 열흘에 걸쳐 쓴 편지라고 하는데요. 경찰은 이 편지와 방 사장 전처의 유서 등을 근거로 수사를 진행 중입니다만, 이미 피해자가 사망한 상태라 수사가 쉽지는 않다고 합니다.

어느 재벌가의 복잡한 가정사일 뿐이라는 시선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죽음이 얽혀 있기에 가볍게만 볼 수 없는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부디 이 사건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결과가 나오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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