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철학관에서 틀니를?…노인 상대 무면허 치과 운영

입력 2017.04.25 (16:51) 수정 2017.04.2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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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동의 한 철학관. 승복을 입은 한 엄 모(63) 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철학관 하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사주 팔자를 봐주고 복비를 받는 곳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스님 행세를 한 철학관 주인 엄 씨는 다른 직업이 있었다.

엄 씨는 철학관 건물안에 '무면허 치과'를 운영하고 있었다. 주변에는 승복을 입은 60대가 싼 가격을 내세워 직접 잇몸에 마취주사를 놓고 이를 뽑는가 하면, 틀니도 제작해둔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엄 씨는 의사 면허가 없었다.

엄 씨는 4년 넘는 기간 동안 버젓이 무면허, 무자격으로 치과 치료를 하고 있었다.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현장을 적발했다. 드러난 피해자만 80명에 피해규모는 7천만 원에 이른다. 경찰은 엄 씨를 보건범죄단속법 위반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

엄 씨는 2012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서울 구로구 소재 철학관에서 환자 80명을 상대로 틀니를 제작해주거나 마취제를 사용한 발치 등 무면허 치과 의료 행위를 해 7천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일반 가정집에서도 무면허 시술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한 가정집에서도 무면허 치과 치료가 이뤄졌다. 이 모(62) 씨는 이미 동종 전과도 있었다. 2000년대 초반에 검거된 전력이 있다. 주거지를 옮겨 다니며 무자격 치과 의료 행위를 하다가 적발된 것이다.

이 씨는 2015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지인 8명을 상대로 무허가 영업을 해 400만 원을 챙긴 혐의로 또다시 구속됐다.

출장 의료 행위를 했던 치과기공소출장 의료 행위를 했던 치과기공소

틀니 제작하다 출장 진료까지
이런 무면허 치과 진료는 치과기공소에서도 벌어졌다. 압수수색 당시 현장에선 틀니 제작이 한창이었다. 겉보기엔 치과기공사 자격증을 가진 이 모(56) 씨가 기공소를 차려 놓고, 직원 3명과 함께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이 씨 등은 치과보철물인 틀니를 치과를 거치지 않고 자체 제작했다. 현행법상 치과기공소는 치과의 의뢰를 받아 제작해야 한다.

이 씨를 뺀 직원 3명은 의료 행위에 직접 참여한 전과는 있지만, 이번 적발 땐 혐의가 드러나진 않았다.

치과기공사 이 씨는 직접 '고객'이 있는 곳까지 차로 이동해 치과 의료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손으로 쓴 장부도 나왔다. 드러난 피해자만 20여 명. 2015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정식으로 제작하는 틀니보다 절반가량 싸게 제작해주는 방식으로 6천만 원 상당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동경찰서가 지난 1월부터 추적에 나서 의사 면허 없이 치과 의료 행위를 해 온 무면허 업자들을 검거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과거에 치과 업무를 보조하면서 배운 기술을 이용해 60대 이상 노인을 상대로 반값에 진료를 해주겠다고 유혹해 치과 의료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길게는 30년 전, 치과에서 업무 보조로 일하며 어깨너머로 배운 기술을 악용한 사례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보건범죄단속법 위반 등의 혐의로 엄 모(63) 씨와 이 모(62) 씨를 구속하고 치과기공사 이 모(52) 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피해 보상 막막…정식 치과 찾아야

검거된 사람들의 공통점은 비교적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 노인을 상대로 가격이 싸다는 점을 내세웠다는 점이다. 발치를 만 원에 받은 사례도 있고, 1,200만 원 상당의 틀니도 450만 원에 해결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틀니가 이에 맞지 않아 심한 통증과 함께 피가 난 사례도 있다.

무자격, 무허가로 운영되는 곳에서 진료를 받게 될 때 위험한 점은 제품 자체의 품질이 나쁘다든지, 사용한 약물이 잘 관리되고 있는지, 진료 도구의 위생은 잘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피해가 났을 때 보상받을 길이 없다는 점이다. 잇몸이 붓거나, 피가 나고, 다른 병에 걸리거나 심하면 장애가 발생할 위험도 있다. 잠시 '반값'에 혹해 진료를 받았다가 피해를 입게 되면, 개인이 부담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치과 치료를 받다가 부작용으로 크게 다치거나 장애가 발생해도 보상을 받지 못한다"면서 전문기관에서 치료받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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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철학관에서 틀니를?…노인 상대 무면허 치과 운영
    • 입력 2017-04-25 16:51:02
    • 수정2017-04-25 17:07:16
    취재후·사건후
서울 구로동의 한 철학관. 승복을 입은 한 엄 모(63) 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철학관 하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사주 팔자를 봐주고 복비를 받는 곳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스님 행세를 한 철학관 주인 엄 씨는 다른 직업이 있었다.

엄 씨는 철학관 건물안에 '무면허 치과'를 운영하고 있었다. 주변에는 승복을 입은 60대가 싼 가격을 내세워 직접 잇몸에 마취주사를 놓고 이를 뽑는가 하면, 틀니도 제작해둔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엄 씨는 의사 면허가 없었다.

엄 씨는 4년 넘는 기간 동안 버젓이 무면허, 무자격으로 치과 치료를 하고 있었다.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현장을 적발했다. 드러난 피해자만 80명에 피해규모는 7천만 원에 이른다. 경찰은 엄 씨를 보건범죄단속법 위반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

엄 씨는 2012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서울 구로구 소재 철학관에서 환자 80명을 상대로 틀니를 제작해주거나 마취제를 사용한 발치 등 무면허 치과 의료 행위를 해 7천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일반 가정집에서도 무면허 시술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한 가정집에서도 무면허 치과 치료가 이뤄졌다. 이 모(62) 씨는 이미 동종 전과도 있었다. 2000년대 초반에 검거된 전력이 있다. 주거지를 옮겨 다니며 무자격 치과 의료 행위를 하다가 적발된 것이다.

이 씨는 2015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지인 8명을 상대로 무허가 영업을 해 400만 원을 챙긴 혐의로 또다시 구속됐다.

출장 의료 행위를 했던 치과기공소
틀니 제작하다 출장 진료까지
이런 무면허 치과 진료는 치과기공소에서도 벌어졌다. 압수수색 당시 현장에선 틀니 제작이 한창이었다. 겉보기엔 치과기공사 자격증을 가진 이 모(56) 씨가 기공소를 차려 놓고, 직원 3명과 함께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이 씨 등은 치과보철물인 틀니를 치과를 거치지 않고 자체 제작했다. 현행법상 치과기공소는 치과의 의뢰를 받아 제작해야 한다.

이 씨를 뺀 직원 3명은 의료 행위에 직접 참여한 전과는 있지만, 이번 적발 땐 혐의가 드러나진 않았다.

치과기공사 이 씨는 직접 '고객'이 있는 곳까지 차로 이동해 치과 의료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손으로 쓴 장부도 나왔다. 드러난 피해자만 20여 명. 2015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정식으로 제작하는 틀니보다 절반가량 싸게 제작해주는 방식으로 6천만 원 상당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동경찰서가 지난 1월부터 추적에 나서 의사 면허 없이 치과 의료 행위를 해 온 무면허 업자들을 검거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과거에 치과 업무를 보조하면서 배운 기술을 이용해 60대 이상 노인을 상대로 반값에 진료를 해주겠다고 유혹해 치과 의료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길게는 30년 전, 치과에서 업무 보조로 일하며 어깨너머로 배운 기술을 악용한 사례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보건범죄단속법 위반 등의 혐의로 엄 모(63) 씨와 이 모(62) 씨를 구속하고 치과기공사 이 모(52) 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피해 보상 막막…정식 치과 찾아야

검거된 사람들의 공통점은 비교적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 노인을 상대로 가격이 싸다는 점을 내세웠다는 점이다. 발치를 만 원에 받은 사례도 있고, 1,200만 원 상당의 틀니도 450만 원에 해결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틀니가 이에 맞지 않아 심한 통증과 함께 피가 난 사례도 있다.

무자격, 무허가로 운영되는 곳에서 진료를 받게 될 때 위험한 점은 제품 자체의 품질이 나쁘다든지, 사용한 약물이 잘 관리되고 있는지, 진료 도구의 위생은 잘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피해가 났을 때 보상받을 길이 없다는 점이다. 잇몸이 붓거나, 피가 나고, 다른 병에 걸리거나 심하면 장애가 발생할 위험도 있다. 잠시 '반값'에 혹해 진료를 받았다가 피해를 입게 되면, 개인이 부담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치과 치료를 받다가 부작용으로 크게 다치거나 장애가 발생해도 보상을 받지 못한다"면서 전문기관에서 치료받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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