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틀니 싸게 해 드려요”…철학관서 무면허 시술

입력 2017.04.26 (08:33) 수정 2017.04.2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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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틀니나 임플란트 같은 치과 시술을 한 번 받으려면 경제적인 부담이 큽니다.

건강보험이 확대됐다고는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노인들에겐 여전히 치과의 문턱이 높다고 합니다.

이런 노인들을 노린 무면허 치과 시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가정집에서 시술하는가 하면, 철학관에 버젓이 치과 장비를 갖다 놓고, 무면허 진료를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귀동냥으로 배운 기술로 틀니와 보철 제작, 심지어 신경 치료까지 했는데 부작용에 시달리는 환자가 속출했습니다.

무면허 불법 치과 시술이 이뤄진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서울 구로구의 골목길 안에 있는 한 철학관입니다.

안으로 들어서니 스님 복장을 한 남성이 있고, 불상과 제단이 놓여있습니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자 작은 밀실이 나타납니다.

<녹취> 경찰 : “여기는 이제 진료실이고.”

치과용 의자와 기구들이 놓여 있는데, 영락없는 치과 진료실입니다.

<녹취> 경찰 : “아 여기 치과네. 치과.”

겉으로 보기에는 철학관이지만, 인근 주민들에겐 다른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가격도 저렴하고 잘하는가 보던데. 몇 사람한테 얘기는 들었어요.”

철학관 주인 엄 모 씨가 은밀하게 치과 시술을 해왔던 겁니다.

<인터뷰> 강호열(서울 강동경찰서 수사과장) : “주로 알음알음해서 A라는 사람이 치료를 받고 나서 B라는 사람한테 얘기하게 되면 B라는 사람이 와서 치료를 받는 이렇게 알음알음해서 모은 것 같습니다.”

치과의 반도 안 되는 가격을 내세워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주로 노인들을 상대로 했습니다.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아주 나이가 많으신 할머니들을 본 거 같아요."

이런 무자격 불법 시술은 부작용을 낳기 마련입니다.

<인터뷰> 강호열(서울 강동경찰서 수사과장) : “치료를 받다가 계속 피가 나고 이게 지혈이 안 되고 이빨이 좀 시리고…….”

경찰 수사 결과, 엄 씨는 오래 전 어깨너머로 배운 치과 기술로 손님을 끌어 모았습니다.

틀니와 보철, 신경 치료까지 치과 의사처럼 행동했습니다.

<인터뷰> 강호열(서울강동경찰서수사과장) : “30년 전에 이런 치과 치료를 하는 사람들을 보조 하는 일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깨너머로 조금씩 배웠던 것이 실력이 쌓여서 그런 행위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정집에서도 이런 무면허 시술은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무면허 치과 시술로 처벌을 받은 적 있는 이 모 씨는 2015년부터 올해 2월까지 불법 시술을 해오다 이번에 또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인터뷰> 강호열(서울 강동경찰서 수사과장) : “주로 가정집을 돌아다니면서 했고 또 방문해서 치료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틀니 하나 하는데 15만 원가량으로 주로 이루어지는 게 15만 원 정도에 거래가 되는 것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틀니 등을 만드는 한 치기공소도 무면허 시술에 손을 댔습니다.

작업이 한창인 치기공소로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들어갑니다.

<녹취> 경찰 : “압수수색 영장입니다.”

치기공사 이 모 씨가 운영하는 곳인데, 차 안에는 출장 진료 기구가 가득 실려 있습니다.

<녹취> 경찰 : “이게 그거 같은데? 다 출장용품이네. 출장 가서 하실 거. 그렇죠? 네?”

현행법상 치기공사는 치과에서 의뢰를 받아야만 틀니 등을 제작할 수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정재오(치과 의사) : “만들어 달라고 한 것에 대해서 제작을 하는 그런 것이 합법적인 일이고요. 치기공사가 본을 뜬다든지 그다음에 틀니를 조정해서 환자의 입안에서 조정을 한다든지 이런 거는 다 불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씨 등은 치과를 거치지 않고 틀니를 제작하고, 환자가 있는 곳을 방문해 직접 시술까지 해줬습니다.

이번에 적발된 불법 시술 업체에서 피해를 본 사람들은 대부분 노인들입니다.

<인터뷰> 강호열(서울 강동경찰서 수사과장) : “피해자들은 주로 노인분들입니다. 물론 불법적인 것도 알고 치료를 받았는데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 이런 의견도 좀 있습니다.”

노인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을 찾으니, 이런 무면허 치과 시술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치과 불법 시술은 더 은밀하게, 널리 펴져 있었습니다.

<녹취> “이빨 그런데 가서 해준다는 사람은 있어요. 80만 원에 해준다는 사람은 있더라고. 집에서.”

<녹취> “입으로 말로 소개해서 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있는데 뭐 잘한다고 그러는데…….”

주머니가 가벼운 노인들로선 이런 불법 시술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고 합니다.

<녹취> “딴 데(치과)서 50만 원 달라 하면 (불법 시술은) 20만 원 달라고 하니까.”

<녹취> “싸니까 가는 거지. 어떤 사람이 거기가 잘 하더라, 괜찮더라 하니까 소문으로 말로 듣고 거기에 가는 거지.”

틀니나 임플란트가 백세시대 노인들에겐 필수가 됐지만, 치료비 부담 때문에 치과 진료에 대한 거부감이 큽니다.

<녹취> “멀쩡한 이를 다 뽑고 임플란트를 해라. 아니 멀쩡한 이를 좀 보강해서 복원해서 해줄 생각은 안 하고 꼭 임플란트 해라. 이게 도대체 할 얘기는 아니야.”

<녹취> “무조건 뽑고서 틀니 아니면 임플란트 하라고 하기 때문에 부담이 가잖아.”

그렇다고 불법 시술을 찾는 건 아주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약품을 사용하거나 감염에 노출되다보니 부작용에 시달리고, 치료비 역시 이중으로 들어간다는 겁니다.

<녹취> 정재오(치과 의사) : “학문적 기초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자기 경험에 의해서만 하는 시술이다 보니까 앞으로 일어날 위험성을 전혀 대비하지 못하는 그런 시술이고 결과적으로는 두 배의 치료비, 두 배의 고통, 두 배의 내 몸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다시 재치료를 해야 하고…….”

경찰은 치과 불법 시술을 한 엄 모씨와 이 모씨 등 2명을 보건범죄단속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틀니 보철 제조업자 4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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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틀니 싸게 해 드려요”…철학관서 무면허 시술
    • 입력 2017-04-26 08:35:19
    • 수정2017-04-26 09: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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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틀니나 임플란트 같은 치과 시술을 한 번 받으려면 경제적인 부담이 큽니다.

건강보험이 확대됐다고는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노인들에겐 여전히 치과의 문턱이 높다고 합니다.

이런 노인들을 노린 무면허 치과 시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가정집에서 시술하는가 하면, 철학관에 버젓이 치과 장비를 갖다 놓고, 무면허 진료를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귀동냥으로 배운 기술로 틀니와 보철 제작, 심지어 신경 치료까지 했는데 부작용에 시달리는 환자가 속출했습니다.

무면허 불법 치과 시술이 이뤄진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서울 구로구의 골목길 안에 있는 한 철학관입니다.

안으로 들어서니 스님 복장을 한 남성이 있고, 불상과 제단이 놓여있습니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자 작은 밀실이 나타납니다.

<녹취> 경찰 : “여기는 이제 진료실이고.”

치과용 의자와 기구들이 놓여 있는데, 영락없는 치과 진료실입니다.

<녹취> 경찰 : “아 여기 치과네. 치과.”

겉으로 보기에는 철학관이지만, 인근 주민들에겐 다른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가격도 저렴하고 잘하는가 보던데. 몇 사람한테 얘기는 들었어요.”

철학관 주인 엄 모 씨가 은밀하게 치과 시술을 해왔던 겁니다.

<인터뷰> 강호열(서울 강동경찰서 수사과장) : “주로 알음알음해서 A라는 사람이 치료를 받고 나서 B라는 사람한테 얘기하게 되면 B라는 사람이 와서 치료를 받는 이렇게 알음알음해서 모은 것 같습니다.”

치과의 반도 안 되는 가격을 내세워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주로 노인들을 상대로 했습니다.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아주 나이가 많으신 할머니들을 본 거 같아요."

이런 무자격 불법 시술은 부작용을 낳기 마련입니다.

<인터뷰> 강호열(서울 강동경찰서 수사과장) : “치료를 받다가 계속 피가 나고 이게 지혈이 안 되고 이빨이 좀 시리고…….”

경찰 수사 결과, 엄 씨는 오래 전 어깨너머로 배운 치과 기술로 손님을 끌어 모았습니다.

틀니와 보철, 신경 치료까지 치과 의사처럼 행동했습니다.

<인터뷰> 강호열(서울강동경찰서수사과장) : “30년 전에 이런 치과 치료를 하는 사람들을 보조 하는 일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깨너머로 조금씩 배웠던 것이 실력이 쌓여서 그런 행위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정집에서도 이런 무면허 시술은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무면허 치과 시술로 처벌을 받은 적 있는 이 모 씨는 2015년부터 올해 2월까지 불법 시술을 해오다 이번에 또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인터뷰> 강호열(서울 강동경찰서 수사과장) : “주로 가정집을 돌아다니면서 했고 또 방문해서 치료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틀니 하나 하는데 15만 원가량으로 주로 이루어지는 게 15만 원 정도에 거래가 되는 것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틀니 등을 만드는 한 치기공소도 무면허 시술에 손을 댔습니다.

작업이 한창인 치기공소로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들어갑니다.

<녹취> 경찰 : “압수수색 영장입니다.”

치기공사 이 모 씨가 운영하는 곳인데, 차 안에는 출장 진료 기구가 가득 실려 있습니다.

<녹취> 경찰 : “이게 그거 같은데? 다 출장용품이네. 출장 가서 하실 거. 그렇죠? 네?”

현행법상 치기공사는 치과에서 의뢰를 받아야만 틀니 등을 제작할 수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정재오(치과 의사) : “만들어 달라고 한 것에 대해서 제작을 하는 그런 것이 합법적인 일이고요. 치기공사가 본을 뜬다든지 그다음에 틀니를 조정해서 환자의 입안에서 조정을 한다든지 이런 거는 다 불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씨 등은 치과를 거치지 않고 틀니를 제작하고, 환자가 있는 곳을 방문해 직접 시술까지 해줬습니다.

이번에 적발된 불법 시술 업체에서 피해를 본 사람들은 대부분 노인들입니다.

<인터뷰> 강호열(서울 강동경찰서 수사과장) : “피해자들은 주로 노인분들입니다. 물론 불법적인 것도 알고 치료를 받았는데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 이런 의견도 좀 있습니다.”

노인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을 찾으니, 이런 무면허 치과 시술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치과 불법 시술은 더 은밀하게, 널리 펴져 있었습니다.

<녹취> “이빨 그런데 가서 해준다는 사람은 있어요. 80만 원에 해준다는 사람은 있더라고. 집에서.”

<녹취> “입으로 말로 소개해서 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있는데 뭐 잘한다고 그러는데…….”

주머니가 가벼운 노인들로선 이런 불법 시술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고 합니다.

<녹취> “딴 데(치과)서 50만 원 달라 하면 (불법 시술은) 20만 원 달라고 하니까.”

<녹취> “싸니까 가는 거지. 어떤 사람이 거기가 잘 하더라, 괜찮더라 하니까 소문으로 말로 듣고 거기에 가는 거지.”

틀니나 임플란트가 백세시대 노인들에겐 필수가 됐지만, 치료비 부담 때문에 치과 진료에 대한 거부감이 큽니다.

<녹취> “멀쩡한 이를 다 뽑고 임플란트를 해라. 아니 멀쩡한 이를 좀 보강해서 복원해서 해줄 생각은 안 하고 꼭 임플란트 해라. 이게 도대체 할 얘기는 아니야.”

<녹취> “무조건 뽑고서 틀니 아니면 임플란트 하라고 하기 때문에 부담이 가잖아.”

그렇다고 불법 시술을 찾는 건 아주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약품을 사용하거나 감염에 노출되다보니 부작용에 시달리고, 치료비 역시 이중으로 들어간다는 겁니다.

<녹취> 정재오(치과 의사) : “학문적 기초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자기 경험에 의해서만 하는 시술이다 보니까 앞으로 일어날 위험성을 전혀 대비하지 못하는 그런 시술이고 결과적으로는 두 배의 치료비, 두 배의 고통, 두 배의 내 몸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다시 재치료를 해야 하고…….”

경찰은 치과 불법 시술을 한 엄 모씨와 이 모씨 등 2명을 보건범죄단속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틀니 보철 제조업자 4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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