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쌍둥이’ 외계행성…우리 망원경으로 첫 발견

입력 2017.04.26 (13:41) 수정 2017.04.2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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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SBS이미지 출처: SBS

"내 고향 행성에 지구인들이 붙인 이름은 KMT184.05
지구와 매우 흡사한 환경의 행성입니다. 난 거기서 왔어요."

몇년 전 인기를 끈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도민준(김수현 분)은 자신의 고향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방송 직후 'KMT184.05'라는 별이 진짜 존재하는지 문의가 쇄도했는데, 아주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니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운영하고 있는 '외계행성 탐색시스템'(KMTNet, Korea Microlensing Telescope Network)에서 따온 말이었기 때문이다. 지구와 유사한 조건을 지닌 태양계 밖 외계행성을 찾기 위해 남반구에 3곳의 천문대를 지었는데, 이번에 우리 망원경으로는 처음으로 제2의 지구를 찾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발견한 외계행성(OGLE-2016-BLG-1195Lb)은 지구 질량의 1.43배로 거의 유사한 수준이다. 지구로부터 약 1만 3,000광년 떨어진 우리은하의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있고 중심별과 거리는 지구-태양간 거리(1AU)와 비슷한 1.16AU(약 1억 7천만km)로 추정된다. 다만 모성이 태양 질량의 7.8%밖에 되지 않는 작고 차가운 별이기 때문에 그 주변을 도는 외계행성도 태양계 외곽의 명왕성보다 더 온도가 낮은 얼음 행성일 가능성이 높다.

왼쪽부터 차례로 칠레와 호주, 남아공 천문대의 외/내부 실시간 모습으로 24시간 연속 관측이 가능하다. 출처: 천문연왼쪽부터 차례로 칠레와 호주, 남아공 천문대의 외/내부 실시간 모습으로 24시간 연속 관측이 가능하다. 출처: 천문연


남미 천문대 3곳에서 24시간 연속 관측

이번 발견에 활용된 KMTNet 시스템은 남미의 칠레와 호주, 남아공 3곳에 설치한 천문대에서 우리은하를 9분 간격으로 조밀하게 관측할 수 있다. 직경 1.6m의 광학망원경과 3.4억 화소의 고해상도 카메라를 탐재했는데 한 번에 수억 개의 별을 동시에 볼 수 있다.

2015년 10월 2일 가동을 시작했다. 남반구 3개 천문대는 경도상 약 8시간 정도 차이가 나므로 칠레 관측소에서 관측이 끝나갈 즈음 호주에서 관측이 시작되고, 호주 관측이 끝날 때면 남아공 관측소에서 관측이 진행되므로 24시간 연속 관측이 가능하다.

최근 관측 중에 갑자기 별빛의 밝기가 2.5시간 동안 일시적으로 변하는 현상이 발견됐다. 중력렌즈 현상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새로운 외계행성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외계행성의 질량과 거리 등 자세한 물리적 성질을 알아내는 데에는 NASA의 적외선 망원경인 '스피처'의 관측 자료가 활용됐다. 지상과 우주에서 국제적인 공동 관측이 이뤄진 셈인데, 연구 논문은 미국 천체물리학저널 레터(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에 실렸고 NASA와 공동 보도자료가 발표됐다.

별을 렌즈 삼아 우주를 보다

중력렌즈 현상은 별이 일종의 렌즈 역할을 해 멀리 있는 별빛이 굴절되고 증폭되는 등의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별을 관측하고 있을 때 별과 관측자 사이에 보이지 않는 천체가 지나가게 되면 그 중력에 의해 별빛이 휘어지게 된다. 따라서 관측하고 있던 원래 별의 밝기가 변화하게 되는데, 중간별이 행성을 동반하고 있다거나 하면 밝아졌다가 어두워지는 등 추가적인 변화가 발생하므로 외계행성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중력렌즈 현상을 분석하면 지상의 망원경으로도 드넓은 우주에서 지구보다 작은 외계행성을 검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에 발견된 외계행성은 작고 차가운 모성을 공전한다는 점에서 '트라피스트-1' 행성계와 유사하다. 이번에 발견된 외계행성은 작고 차가운 모성을 공전한다는 점에서 '트라피스트-1' 행성계와 유사하다.


이번에 발견된 외계행성은 지난2월 NASA가 발표한 '트라피스트-1'(TRAPPIST-1) 행성계와 매우 유사하다. 태양 질량의 8%에 이르는 작고 차가운 모성을 공전하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7자매로 불린 트라피스트-1의 외계행성 7개는 지구의 0.4∼1.4배 질량을 가지고 있었다. 단 7개의 행성들은 모성을 0.01∼0.06AU 이내의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밀집해 공전했지만 이번 경우는 중심별로부터 1.16AU의 상대적으로 먼 거리에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진은 우리은하에 지구 크기의 행성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라며 생명체 존재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전세계 연구팀이 발견한 외계행성은 3,600여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지구 질량의 0.5~2배 범위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따뜻한 행성을 찾는 것이 최종 목표다.

NASA는 지구보다 더 작은 질량의 외계행성을 탐색하기 위해 2020년대 중반에 직경 2.4m 거울을 가진 차세대 적외선 우주망원경(WFIRST)을 발사할 예정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은 KMTNet을 이용한 외계행성 분야의 국제협력을 NASA와 진행하기 위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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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 ‘쌍둥이’ 외계행성…우리 망원경으로 첫 발견
    • 입력 2017-04-26 13:41:23
    • 수정2017-04-26 15:50:02
    취재K
이미지 출처: SBS "내 고향 행성에 지구인들이 붙인 이름은 KMT184.05 지구와 매우 흡사한 환경의 행성입니다. 난 거기서 왔어요." 몇년 전 인기를 끈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도민준(김수현 분)은 자신의 고향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방송 직후 'KMT184.05'라는 별이 진짜 존재하는지 문의가 쇄도했는데, 아주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니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운영하고 있는 '외계행성 탐색시스템'(KMTNet, Korea Microlensing Telescope Network)에서 따온 말이었기 때문이다. 지구와 유사한 조건을 지닌 태양계 밖 외계행성을 찾기 위해 남반구에 3곳의 천문대를 지었는데, 이번에 우리 망원경으로는 처음으로 제2의 지구를 찾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발견한 외계행성(OGLE-2016-BLG-1195Lb)은 지구 질량의 1.43배로 거의 유사한 수준이다. 지구로부터 약 1만 3,000광년 떨어진 우리은하의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있고 중심별과 거리는 지구-태양간 거리(1AU)와 비슷한 1.16AU(약 1억 7천만km)로 추정된다. 다만 모성이 태양 질량의 7.8%밖에 되지 않는 작고 차가운 별이기 때문에 그 주변을 도는 외계행성도 태양계 외곽의 명왕성보다 더 온도가 낮은 얼음 행성일 가능성이 높다. 왼쪽부터 차례로 칠레와 호주, 남아공 천문대의 외/내부 실시간 모습으로 24시간 연속 관측이 가능하다. 출처: 천문연 남미 천문대 3곳에서 24시간 연속 관측 이번 발견에 활용된 KMTNet 시스템은 남미의 칠레와 호주, 남아공 3곳에 설치한 천문대에서 우리은하를 9분 간격으로 조밀하게 관측할 수 있다. 직경 1.6m의 광학망원경과 3.4억 화소의 고해상도 카메라를 탐재했는데 한 번에 수억 개의 별을 동시에 볼 수 있다. 2015년 10월 2일 가동을 시작했다. 남반구 3개 천문대는 경도상 약 8시간 정도 차이가 나므로 칠레 관측소에서 관측이 끝나갈 즈음 호주에서 관측이 시작되고, 호주 관측이 끝날 때면 남아공 관측소에서 관측이 진행되므로 24시간 연속 관측이 가능하다. 최근 관측 중에 갑자기 별빛의 밝기가 2.5시간 동안 일시적으로 변하는 현상이 발견됐다. 중력렌즈 현상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새로운 외계행성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외계행성의 질량과 거리 등 자세한 물리적 성질을 알아내는 데에는 NASA의 적외선 망원경인 '스피처'의 관측 자료가 활용됐다. 지상과 우주에서 국제적인 공동 관측이 이뤄진 셈인데, 연구 논문은 미국 천체물리학저널 레터(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에 실렸고 NASA와 공동 보도자료가 발표됐다. 별을 렌즈 삼아 우주를 보다 중력렌즈 현상은 별이 일종의 렌즈 역할을 해 멀리 있는 별빛이 굴절되고 증폭되는 등의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별을 관측하고 있을 때 별과 관측자 사이에 보이지 않는 천체가 지나가게 되면 그 중력에 의해 별빛이 휘어지게 된다. 따라서 관측하고 있던 원래 별의 밝기가 변화하게 되는데, 중간별이 행성을 동반하고 있다거나 하면 밝아졌다가 어두워지는 등 추가적인 변화가 발생하므로 외계행성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중력렌즈 현상을 분석하면 지상의 망원경으로도 드넓은 우주에서 지구보다 작은 외계행성을 검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에 발견된 외계행성은 작고 차가운 모성을 공전한다는 점에서 '트라피스트-1' 행성계와 유사하다. 이번에 발견된 외계행성은 지난2월 NASA가 발표한 '트라피스트-1'(TRAPPIST-1) 행성계와 매우 유사하다. 태양 질량의 8%에 이르는 작고 차가운 모성을 공전하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7자매로 불린 트라피스트-1의 외계행성 7개는 지구의 0.4∼1.4배 질량을 가지고 있었다. 단 7개의 행성들은 모성을 0.01∼0.06AU 이내의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밀집해 공전했지만 이번 경우는 중심별로부터 1.16AU의 상대적으로 먼 거리에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진은 우리은하에 지구 크기의 행성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라며 생명체 존재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전세계 연구팀이 발견한 외계행성은 3,600여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지구 질량의 0.5~2배 범위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따뜻한 행성을 찾는 것이 최종 목표다. NASA는 지구보다 더 작은 질량의 외계행성을 탐색하기 위해 2020년대 중반에 직경 2.4m 거울을 가진 차세대 적외선 우주망원경(WFIRST)을 발사할 예정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은 KMTNet을 이용한 외계행성 분야의 국제협력을 NASA와 진행하기 위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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