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품을 왜 사요?”…달라진 결혼 풍속도

입력 2017.04.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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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침대 매트리스, 미술 작품…. 이 모든 것들을 빌려쓸 수 있다면?

최근 많은 신혼부부들이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같은 가전제품은 물론 침대 매트리스까지 혼수품을 '렌털'로 해결하고 있다. 취업난·경제난으로 연애·결혼·출산마저 포기한다는 N포 세대의 새로운 결혼 풍속도다. 무조건 아끼는 과거 세대와 달리 최소한의 비용으로 예전과 비슷한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대안을 찾은 것이 '렌털'인 셈이다.

젊은 예비부부들에게 렌털은 혼수로 당장 큰돈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똑똑한 소비로 여겨지고 있다.

신혼부부가 원하는 렌털 품목은?

신혼부부의 렌털 제품 이용 비율은 얼마나 될까. 한 웨딩컨설팅업체에 따르면 예비부부 47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66.2%가 '혼수장만에 렌털을 이용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혼부부가 꼽은 '렌털로 이용하고 싶은 품목(필수가전제품 제외)'으로는 '안마의자'가 5명 중 1명으로 1위, '라텍스 침대 매트리스', '정수기', '리클라이너 소파(등받이·발 받침대 조절 가능한 소파)', '커피머신' 순으로 조사됐다.


매트리스, 미술 작품도 렌털?!

신혼부부가 렌털로 이용하고 싶은 품목 2위에 해당하는 침대 매트리스의 경우 한 번 구매하면 최소 5~10년은 사용하는 살림이다. 하지만 매트리스에 진드기나 먼지가 생겨도 관리가 힘들어 월 2만 원을 내고 4개월마다 살균소독과 커버교체를 해주는 매트리스 렌털 서비스를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젊은 부부들이 많다. 이처럼 직접 관리하기 힘든 제품을 정기적으로 '청소'해주고 '관리'해주는 렌털 서비스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미술 작품을 렌털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림값이 비싸다 보니 무턱대고 샀다가 집에 어울리지 않으면 대책이 없고 금전적 투자손실도 크기 때문이다. 그림 렌털 서비스를 이용하면 3개월 단위로 그림을 교체할 수 있다. 한 그림 렌털서비스업체 관계자는 "신혼부부를 포함한 젊은층의 렌털 수요가 워낙 많아서 전체 고객의 절반을 넘는다"며 "처음에는 렌털을 하다 보면 그림을 보는 안목이 자연스럽게 생겨서 미술투자에도 본격적으로 입문할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렌털 서비스의 이면


2015년 정수기 렌털 시장에서 안전성 논란이 크게 일었다. 한 업체의 얼음정수기에서 니켈 성분이 검출된 데다 또 다른 업체의 정수기에서는 배수 과정에서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아 콧물처럼 보이는 미생물 막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박주연 기자는 "렌털 서비스로 관리받고 있는 정수기에서 벌어진 일이라서 파급력이 컸다"며 "안전성에 대한 부분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코웨이, 얼음정수기 중금속 검출 사과…교환·해약 진행
[관련 기사] “렌털 정수기 관리 불만” 소비자 피해 잇따라

불합리한 렌털 조건 또한 불만 요소로 꼽힌다. 렌털 상품은 또 다른 형태의 할부판매인 만큼 의무 약정 기간이 끝나면 소비자가 제품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중도에 렌털 서비스를 중단할 시 거액의 위약금을 물게 되어 있기 때문에 렌털 기간을 채우지 못하는 소비자들에게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렌털 비용도 저렴하지 않다. 렌털에 드는 비용 총액을 따져보면 일시불로 구매할 때보다 비용 차이가 크게 난다. 예를 들어 월 2만 원으로 렌털한 비데를 36개월 동안 사용하면 72만 원인데, 일시불로 구매할 경우 평균 10~40만 원 안에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기자는 "아직 렌털산업에 특화된 소비자보호법 같은 제도가 확립되어 있지 않다"며 "소비자가 똑똑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렌털 서비스의 증가로 혼수품도 렌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23일(일) KBS 1라디오 '김홍성의 생방송 정보쇼'에서 다시 들을 수 있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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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수품을 왜 사요?”…달라진 결혼 풍속도
    • 입력 2017-04-27 08: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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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침대 매트리스, 미술 작품…. 이 모든 것들을 빌려쓸 수 있다면?

최근 많은 신혼부부들이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같은 가전제품은 물론 침대 매트리스까지 혼수품을 '렌털'로 해결하고 있다. 취업난·경제난으로 연애·결혼·출산마저 포기한다는 N포 세대의 새로운 결혼 풍속도다. 무조건 아끼는 과거 세대와 달리 최소한의 비용으로 예전과 비슷한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대안을 찾은 것이 '렌털'인 셈이다.

젊은 예비부부들에게 렌털은 혼수로 당장 큰돈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똑똑한 소비로 여겨지고 있다.

신혼부부가 원하는 렌털 품목은?

신혼부부의 렌털 제품 이용 비율은 얼마나 될까. 한 웨딩컨설팅업체에 따르면 예비부부 47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66.2%가 '혼수장만에 렌털을 이용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혼부부가 꼽은 '렌털로 이용하고 싶은 품목(필수가전제품 제외)'으로는 '안마의자'가 5명 중 1명으로 1위, '라텍스 침대 매트리스', '정수기', '리클라이너 소파(등받이·발 받침대 조절 가능한 소파)', '커피머신' 순으로 조사됐다.


매트리스, 미술 작품도 렌털?!

신혼부부가 렌털로 이용하고 싶은 품목 2위에 해당하는 침대 매트리스의 경우 한 번 구매하면 최소 5~10년은 사용하는 살림이다. 하지만 매트리스에 진드기나 먼지가 생겨도 관리가 힘들어 월 2만 원을 내고 4개월마다 살균소독과 커버교체를 해주는 매트리스 렌털 서비스를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젊은 부부들이 많다. 이처럼 직접 관리하기 힘든 제품을 정기적으로 '청소'해주고 '관리'해주는 렌털 서비스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미술 작품을 렌털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림값이 비싸다 보니 무턱대고 샀다가 집에 어울리지 않으면 대책이 없고 금전적 투자손실도 크기 때문이다. 그림 렌털 서비스를 이용하면 3개월 단위로 그림을 교체할 수 있다. 한 그림 렌털서비스업체 관계자는 "신혼부부를 포함한 젊은층의 렌털 수요가 워낙 많아서 전체 고객의 절반을 넘는다"며 "처음에는 렌털을 하다 보면 그림을 보는 안목이 자연스럽게 생겨서 미술투자에도 본격적으로 입문할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렌털 서비스의 이면


2015년 정수기 렌털 시장에서 안전성 논란이 크게 일었다. 한 업체의 얼음정수기에서 니켈 성분이 검출된 데다 또 다른 업체의 정수기에서는 배수 과정에서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아 콧물처럼 보이는 미생물 막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박주연 기자는 "렌털 서비스로 관리받고 있는 정수기에서 벌어진 일이라서 파급력이 컸다"며 "안전성에 대한 부분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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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렌털 조건 또한 불만 요소로 꼽힌다. 렌털 상품은 또 다른 형태의 할부판매인 만큼 의무 약정 기간이 끝나면 소비자가 제품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중도에 렌털 서비스를 중단할 시 거액의 위약금을 물게 되어 있기 때문에 렌털 기간을 채우지 못하는 소비자들에게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렌털 비용도 저렴하지 않다. 렌털에 드는 비용 총액을 따져보면 일시불로 구매할 때보다 비용 차이가 크게 난다. 예를 들어 월 2만 원으로 렌털한 비데를 36개월 동안 사용하면 72만 원인데, 일시불로 구매할 경우 평균 10~40만 원 안에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기자는 "아직 렌털산업에 특화된 소비자보호법 같은 제도가 확립되어 있지 않다"며 "소비자가 똑똑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렌털 서비스의 증가로 혼수품도 렌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23일(일) KBS 1라디오 '김홍성의 생방송 정보쇼'에서 다시 들을 수 있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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