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폭행…환경활동가의 수난

입력 2017.04.27 (11:40) 수정 2017.04.2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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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으로 멱살을 잡고 오른손으로 사람의 머리를 내려칩니다. 자세히 보면 장갑을 낀 오른손은 주먹을 쥔 게 아니라 4각형의 각진 물건을 움켜쥐고 있습니다. 휴대폰으로 보입니다. 이런 식으로 수차례 머리 부분을 폭행했습니다. 어제(26일) 오후 3시쯤 인천 영종도 갯벌 한가운데 준설토투기장 건설현장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준설토투기장 업체 대표가 환경활동가를 폭행하는 순간.준설토투기장 업체 대표가 환경활동가를 폭행하는 순간.


왼쪽의 폭행당한 사람은 환경활동가인 장정구(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씨고 폭행하는 사람은 준설토투기장 건설업체 대표인 서 모 씨입니다. 서 씨는 현장에 차를 타고 오자마자 장 씨에 접근하더니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폭행이 있기 전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 상황을 취재진에게 설명하는 환경활동가.폭행이 있기 전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 상황을 취재진에게 설명하는 환경활동가.

당시 현장에는 준설토 투기장을 취재하던 언론사 기자들도 있었습니다. 준설토 투기장에 유독성 폐기물이 버려진 정황을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말릴 틈도 없이 순식간에 폭행이 벌어졌습니다. 말싸움이나 시비도 없이 갑자기 주먹을 휘둘렀기 때문입니다. 그런 뒤에 서 씨는 폭언을 퍼부었습니다. 서 씨는 취재진에게 "아무런 연락도 없이 현장에 오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항의했습니다.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장정구 씨.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장정구 씨.

폭행을 당한 환경활동가는 머리에서 피를 흘렸습니다. 이마에 5바늘, 귀 뒤쪽에 6바늘을 꿰매는 큰 상처를 입은 겁니다. 자칫 관자놀이 쪽 급소를 맞았다면 심각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환경 감시 활동을 하는 취재 현장에서 말다툼이나 몸싸움은 때때로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취재진 앞에서 도구를 들고 사람을 폭행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어이없는 일입니다.

남미나 아프리카에서는 환경활동가들이 공격을 당하거나 심지어 피살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2005년 도로시 스탱 수녀가 브라질에서 열대우림 보호활동을 벌이다 살해됐습니다. 2016년 베르타 카세레스는 온두라스에서 수력발전소 반대운동을 벌이다 집에서 무장 괴한의 총을 맞고 숨졌습니다. 지난 2002년부터 2014년까지 피살된 환경운동가는 기록된 경우만 991명에 이릅니다.

2017년, 우리나라의 환경운동 갈등 수준은 남미나 아프리카와는 전혀 다릅니다. 하지만 눈앞에서 벌어진 폭행상황을 보면서 우리의 상식이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어제 가해자는 폭언 중에 피해자에게 "죽을 수도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으니까요.

인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공사 관리청인 인천지방해양수산청과 시행자인 한진중공업의 공개 사과를 촉구했습니다. 공사 현장의 관리, 감독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겁니다. 경찰은 투기장 건설업체 대표 서 씨를 상해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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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이없는 폭행…환경활동가의 수난
    • 입력 2017-04-27 11:40:20
    • 수정2017-04-27 14:08:01
    취재K
왼손으로 멱살을 잡고 오른손으로 사람의 머리를 내려칩니다. 자세히 보면 장갑을 낀 오른손은 주먹을 쥔 게 아니라 4각형의 각진 물건을 움켜쥐고 있습니다. 휴대폰으로 보입니다. 이런 식으로 수차례 머리 부분을 폭행했습니다. 어제(26일) 오후 3시쯤 인천 영종도 갯벌 한가운데 준설토투기장 건설현장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준설토투기장 업체 대표가 환경활동가를 폭행하는 순간.

왼쪽의 폭행당한 사람은 환경활동가인 장정구(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씨고 폭행하는 사람은 준설토투기장 건설업체 대표인 서 모 씨입니다. 서 씨는 현장에 차를 타고 오자마자 장 씨에 접근하더니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폭행이 있기 전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 상황을 취재진에게 설명하는 환경활동가.
당시 현장에는 준설토 투기장을 취재하던 언론사 기자들도 있었습니다. 준설토 투기장에 유독성 폐기물이 버려진 정황을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말릴 틈도 없이 순식간에 폭행이 벌어졌습니다. 말싸움이나 시비도 없이 갑자기 주먹을 휘둘렀기 때문입니다. 그런 뒤에 서 씨는 폭언을 퍼부었습니다. 서 씨는 취재진에게 "아무런 연락도 없이 현장에 오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항의했습니다.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장정구 씨.
폭행을 당한 환경활동가는 머리에서 피를 흘렸습니다. 이마에 5바늘, 귀 뒤쪽에 6바늘을 꿰매는 큰 상처를 입은 겁니다. 자칫 관자놀이 쪽 급소를 맞았다면 심각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환경 감시 활동을 하는 취재 현장에서 말다툼이나 몸싸움은 때때로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취재진 앞에서 도구를 들고 사람을 폭행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어이없는 일입니다.

남미나 아프리카에서는 환경활동가들이 공격을 당하거나 심지어 피살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2005년 도로시 스탱 수녀가 브라질에서 열대우림 보호활동을 벌이다 살해됐습니다. 2016년 베르타 카세레스는 온두라스에서 수력발전소 반대운동을 벌이다 집에서 무장 괴한의 총을 맞고 숨졌습니다. 지난 2002년부터 2014년까지 피살된 환경운동가는 기록된 경우만 991명에 이릅니다.

2017년, 우리나라의 환경운동 갈등 수준은 남미나 아프리카와는 전혀 다릅니다. 하지만 눈앞에서 벌어진 폭행상황을 보면서 우리의 상식이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어제 가해자는 폭언 중에 피해자에게 "죽을 수도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으니까요.

인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공사 관리청인 인천지방해양수산청과 시행자인 한진중공업의 공개 사과를 촉구했습니다. 공사 현장의 관리, 감독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겁니다. 경찰은 투기장 건설업체 대표 서 씨를 상해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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