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엄마 미안해”…‘공시생’의 안타까운 선택
입력 2017.04.28 (08:34)
수정 2017.04.2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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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공무원 시험 준비생을 가리켜 요즘 '공시생'이라고 부르죠.
전국의 이런 공시생은 26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매년 수능 시험 응시생이 60만 명 정도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청년이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경쟁도 치열합니다.
공시생 중에 3%만이 합격장을 받아들 수 있는 게 현실입니다.
시험에 떨어지길 반복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과 좌절감에 빠질 수밖에 없을 텐데요.
이런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안타까운 선택을 한 공시생도 최근 잇따르고 있습니다.
공무원 시험의 문턱에서 아파하고 있는 청춘들을 한 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24일, 충북 청주의 한 휴게소에 고속버스 한 대가 정차합니다.
버스에는 고향인 경북 구미로 가던 25살 남 모 씨와 어머니가 타고 있었습니다.
잠시 화장실을 간다던 아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같이 고속버스 타고 내려오다가 화장실 다녀온다고 잠깐 밖에 나갔다 온다고. 그런데 그때 내렸다가 시간이 지나도 안 돌아오니까 어머니가 버스에서 내려서 확인하러 갔던 거죠."
아들은 화장실 안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습니다.
군 제대 후 3년 넘게 서울 노량진에서 경찰 공무원 준비를 해온 남 씨.
시험에 매번 낙방했고, 지난달 23일에도 필기시험에 떨어진 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왔다고 합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3월에 학원 개강에 맞춰서 올라간 지 한 달 정도 됐다'라고 했고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당일 아침인가 새벽인가에도 한 번 자살시도를 한 적이 있었어요."
경찰은 남 씨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남 씨가 떨어진 경찰 공무원 필기시험 발표날, 서울의 한 공원에서도 32살의 또 다른 공시생이 안타까운 선택을 했습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계속된 실패로 살아갈 힘이 없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이들이 공무원의 꿈을 꿨던 서울 노량진 학원가.
반지하 고시원에 공시생 4년 차 30살 이 모 씨의 방이 있습니다.
겨우 몸을 뻗고 누울 수 있는 1인용 침대와 책상이 맞닿아있는 작은 방.
이곳에서 매일 10시간 넘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OO(공시생 4년 차/음성변조) : "대학교 졸업하고 27살 때부터 지금 서른 살인데 27, 28, 29, 30. 3년 좀 더 넘은 것 같아요."
1~2년 열심히 하다 보면 합격증을 받아들 거로 생각했지만, 바늘구멍 같은 합격문을 통과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OO(공시생 4년 차/음성변조) : "이십 대 때는 솔직히 한 번 떨어지면 ‘아 내년에 공부해서 합격하면 되겠구나. 늦지 않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서른 살이 되니까 저는 여전히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는데 세상은 많이 바뀌었어요. 뭐 하나 이뤄낸 부분이 없으니까 이런 부분이 좀 힘듭니다."
부모님에게 더는 신세를 질 수 없어, 고시원 총무로 일하며 수험 비용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OO(공시생 4년 차/음성변조) : "공무원 준비할 때 도움을 많이 주셨는데 더 이상 받기가 너무 죄송스럽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든 돈 벌면서 공부를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고시원 총무밖에 없어서 병행하고 있어요."
주변 친구들의 합격 소식을 마냥 함께 기뻐해 줄 수도 없습니다.
<인터뷰> 이OO(공시생 4년 차/음성변조) : "합격한 사람들의 SNS라든지 사진으로 정말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아 정말 부럽더라고요. 제가 공무원 준비하면서 핸드폰을 계속 바꿨어요. 또 떨어졌다는 소식을 차마 말 못 하겠더라고요."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더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인터뷰> 이OO(공시생 4년 차/음성변조) : "마땅히 취업하려고 해도 스펙도 지금 다 단절돼있는 상태이고 공무원만 지금 계속 준비했던 터라서 이 길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현재는."
이 씨 같은 공시생들은 수험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합니다.
<인터뷰> 장정원(공시생 5년 차) : "네 번째 시험 떨어졌을 때는 될 것 같았는데 저도 안 되니까 많이 힘들고 포기하고 싶고 부모님께 죄송스러운 마음에다가 저 자신한테 자괴감이 진짜 많이 들었어요."
<인터뷰> 김재황(공시생 1년 차) : "주변에서 또 어떤 사람들은 되고, 지인들은 되고 나는 안 됐을 때 그때 좌절감도 좀 생기고……."
경제적인 부분도 공시생들에겐 큰 고민입니다.
학원비와 교재비, 생활비 등 아무리 아껴 써도 시험 준비에 한 달 평균 1백만 원 이상이 들어갑니다.
<인터뷰> 문형후(공시생 2년 차) : "아무래도 금전적인 문제가 제일 힘들죠. 왜냐면 학원비도 되게 비싸고 책도 요새는 되게 많이 비싸더라고요. 그리고 체력학원이나 면접학원도 돈이 또 들어가고……."
현재 전국의 공무원 시험 준비생은 25만여 명가량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합격의 문턱을 넘는 사람은 응시생 1백 명 중에 3명꼴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
지난 8일 치러진 9급 공무원 시험에는 17만여 명이 응시했는데,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인터뷰> 장정원(공시생 5년 차) : "망설이죠. 다시 할까 말까? 하다가도 결국 요새 취업이 되기 힘드니까 그나마 이거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다시 준비하는 거죠. 어쩔 수 없이."
편하고 안정적인 곳을 찾아 스스로 한 선택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이들에겐 화려한 스펙 없이도 청년 취업난을 뚫고 꿈을 펼칠 수 있다는 희망이 공무원 시험입니다.
<인터뷰> 문형후(공시생 2년 차) : "이제 공무원 돼서 돈도 벌고 부모님께 좀 떳떳한 아들이 되는 거? 그게 제일 바라는 것 같아요."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운 청년 취업 시장의 현실.
전문가들은 수험 기간이 길어질수록 수험생들의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주변에서 관심으로 보듬어줘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을 가리켜 요즘 '공시생'이라고 부르죠.
전국의 이런 공시생은 26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매년 수능 시험 응시생이 60만 명 정도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청년이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경쟁도 치열합니다.
공시생 중에 3%만이 합격장을 받아들 수 있는 게 현실입니다.
시험에 떨어지길 반복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과 좌절감에 빠질 수밖에 없을 텐데요.
이런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안타까운 선택을 한 공시생도 최근 잇따르고 있습니다.
공무원 시험의 문턱에서 아파하고 있는 청춘들을 한 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24일, 충북 청주의 한 휴게소에 고속버스 한 대가 정차합니다.
버스에는 고향인 경북 구미로 가던 25살 남 모 씨와 어머니가 타고 있었습니다.
잠시 화장실을 간다던 아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같이 고속버스 타고 내려오다가 화장실 다녀온다고 잠깐 밖에 나갔다 온다고. 그런데 그때 내렸다가 시간이 지나도 안 돌아오니까 어머니가 버스에서 내려서 확인하러 갔던 거죠."
아들은 화장실 안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습니다.
군 제대 후 3년 넘게 서울 노량진에서 경찰 공무원 준비를 해온 남 씨.
시험에 매번 낙방했고, 지난달 23일에도 필기시험에 떨어진 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왔다고 합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3월에 학원 개강에 맞춰서 올라간 지 한 달 정도 됐다'라고 했고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당일 아침인가 새벽인가에도 한 번 자살시도를 한 적이 있었어요."
경찰은 남 씨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남 씨가 떨어진 경찰 공무원 필기시험 발표날, 서울의 한 공원에서도 32살의 또 다른 공시생이 안타까운 선택을 했습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계속된 실패로 살아갈 힘이 없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이들이 공무원의 꿈을 꿨던 서울 노량진 학원가.
반지하 고시원에 공시생 4년 차 30살 이 모 씨의 방이 있습니다.
겨우 몸을 뻗고 누울 수 있는 1인용 침대와 책상이 맞닿아있는 작은 방.
이곳에서 매일 10시간 넘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OO(공시생 4년 차/음성변조) : "대학교 졸업하고 27살 때부터 지금 서른 살인데 27, 28, 29, 30. 3년 좀 더 넘은 것 같아요."
1~2년 열심히 하다 보면 합격증을 받아들 거로 생각했지만, 바늘구멍 같은 합격문을 통과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OO(공시생 4년 차/음성변조) : "이십 대 때는 솔직히 한 번 떨어지면 ‘아 내년에 공부해서 합격하면 되겠구나. 늦지 않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서른 살이 되니까 저는 여전히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는데 세상은 많이 바뀌었어요. 뭐 하나 이뤄낸 부분이 없으니까 이런 부분이 좀 힘듭니다."
부모님에게 더는 신세를 질 수 없어, 고시원 총무로 일하며 수험 비용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OO(공시생 4년 차/음성변조) : "공무원 준비할 때 도움을 많이 주셨는데 더 이상 받기가 너무 죄송스럽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든 돈 벌면서 공부를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고시원 총무밖에 없어서 병행하고 있어요."
주변 친구들의 합격 소식을 마냥 함께 기뻐해 줄 수도 없습니다.
<인터뷰> 이OO(공시생 4년 차/음성변조) : "합격한 사람들의 SNS라든지 사진으로 정말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아 정말 부럽더라고요. 제가 공무원 준비하면서 핸드폰을 계속 바꿨어요. 또 떨어졌다는 소식을 차마 말 못 하겠더라고요."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더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인터뷰> 이OO(공시생 4년 차/음성변조) : "마땅히 취업하려고 해도 스펙도 지금 다 단절돼있는 상태이고 공무원만 지금 계속 준비했던 터라서 이 길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현재는."
이 씨 같은 공시생들은 수험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합니다.
<인터뷰> 장정원(공시생 5년 차) : "네 번째 시험 떨어졌을 때는 될 것 같았는데 저도 안 되니까 많이 힘들고 포기하고 싶고 부모님께 죄송스러운 마음에다가 저 자신한테 자괴감이 진짜 많이 들었어요."
<인터뷰> 김재황(공시생 1년 차) : "주변에서 또 어떤 사람들은 되고, 지인들은 되고 나는 안 됐을 때 그때 좌절감도 좀 생기고……."
경제적인 부분도 공시생들에겐 큰 고민입니다.
학원비와 교재비, 생활비 등 아무리 아껴 써도 시험 준비에 한 달 평균 1백만 원 이상이 들어갑니다.
<인터뷰> 문형후(공시생 2년 차) : "아무래도 금전적인 문제가 제일 힘들죠. 왜냐면 학원비도 되게 비싸고 책도 요새는 되게 많이 비싸더라고요. 그리고 체력학원이나 면접학원도 돈이 또 들어가고……."
현재 전국의 공무원 시험 준비생은 25만여 명가량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합격의 문턱을 넘는 사람은 응시생 1백 명 중에 3명꼴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
지난 8일 치러진 9급 공무원 시험에는 17만여 명이 응시했는데,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인터뷰> 장정원(공시생 5년 차) : "망설이죠. 다시 할까 말까? 하다가도 결국 요새 취업이 되기 힘드니까 그나마 이거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다시 준비하는 거죠. 어쩔 수 없이."
편하고 안정적인 곳을 찾아 스스로 한 선택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이들에겐 화려한 스펙 없이도 청년 취업난을 뚫고 꿈을 펼칠 수 있다는 희망이 공무원 시험입니다.
<인터뷰> 문형후(공시생 2년 차) : "이제 공무원 돼서 돈도 벌고 부모님께 좀 떳떳한 아들이 되는 거? 그게 제일 바라는 것 같아요."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운 청년 취업 시장의 현실.
전문가들은 수험 기간이 길어질수록 수험생들의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주변에서 관심으로 보듬어줘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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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04-28 08:37:09
- 수정2017-04-28 09:03:00
<기자 멘트>
공무원 시험 준비생을 가리켜 요즘 '공시생'이라고 부르죠.
전국의 이런 공시생은 26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매년 수능 시험 응시생이 60만 명 정도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청년이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경쟁도 치열합니다.
공시생 중에 3%만이 합격장을 받아들 수 있는 게 현실입니다.
시험에 떨어지길 반복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과 좌절감에 빠질 수밖에 없을 텐데요.
이런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안타까운 선택을 한 공시생도 최근 잇따르고 있습니다.
공무원 시험의 문턱에서 아파하고 있는 청춘들을 한 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24일, 충북 청주의 한 휴게소에 고속버스 한 대가 정차합니다.
버스에는 고향인 경북 구미로 가던 25살 남 모 씨와 어머니가 타고 있었습니다.
잠시 화장실을 간다던 아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같이 고속버스 타고 내려오다가 화장실 다녀온다고 잠깐 밖에 나갔다 온다고. 그런데 그때 내렸다가 시간이 지나도 안 돌아오니까 어머니가 버스에서 내려서 확인하러 갔던 거죠."
아들은 화장실 안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습니다.
군 제대 후 3년 넘게 서울 노량진에서 경찰 공무원 준비를 해온 남 씨.
시험에 매번 낙방했고, 지난달 23일에도 필기시험에 떨어진 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왔다고 합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3월에 학원 개강에 맞춰서 올라간 지 한 달 정도 됐다'라고 했고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당일 아침인가 새벽인가에도 한 번 자살시도를 한 적이 있었어요."
경찰은 남 씨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남 씨가 떨어진 경찰 공무원 필기시험 발표날, 서울의 한 공원에서도 32살의 또 다른 공시생이 안타까운 선택을 했습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계속된 실패로 살아갈 힘이 없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이들이 공무원의 꿈을 꿨던 서울 노량진 학원가.
반지하 고시원에 공시생 4년 차 30살 이 모 씨의 방이 있습니다.
겨우 몸을 뻗고 누울 수 있는 1인용 침대와 책상이 맞닿아있는 작은 방.
이곳에서 매일 10시간 넘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OO(공시생 4년 차/음성변조) : "대학교 졸업하고 27살 때부터 지금 서른 살인데 27, 28, 29, 30. 3년 좀 더 넘은 것 같아요."
1~2년 열심히 하다 보면 합격증을 받아들 거로 생각했지만, 바늘구멍 같은 합격문을 통과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OO(공시생 4년 차/음성변조) : "이십 대 때는 솔직히 한 번 떨어지면 ‘아 내년에 공부해서 합격하면 되겠구나. 늦지 않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서른 살이 되니까 저는 여전히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는데 세상은 많이 바뀌었어요. 뭐 하나 이뤄낸 부분이 없으니까 이런 부분이 좀 힘듭니다."
부모님에게 더는 신세를 질 수 없어, 고시원 총무로 일하며 수험 비용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OO(공시생 4년 차/음성변조) : "공무원 준비할 때 도움을 많이 주셨는데 더 이상 받기가 너무 죄송스럽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든 돈 벌면서 공부를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고시원 총무밖에 없어서 병행하고 있어요."
주변 친구들의 합격 소식을 마냥 함께 기뻐해 줄 수도 없습니다.
<인터뷰> 이OO(공시생 4년 차/음성변조) : "합격한 사람들의 SNS라든지 사진으로 정말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아 정말 부럽더라고요. 제가 공무원 준비하면서 핸드폰을 계속 바꿨어요. 또 떨어졌다는 소식을 차마 말 못 하겠더라고요."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더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인터뷰> 이OO(공시생 4년 차/음성변조) : "마땅히 취업하려고 해도 스펙도 지금 다 단절돼있는 상태이고 공무원만 지금 계속 준비했던 터라서 이 길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현재는."
이 씨 같은 공시생들은 수험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합니다.
<인터뷰> 장정원(공시생 5년 차) : "네 번째 시험 떨어졌을 때는 될 것 같았는데 저도 안 되니까 많이 힘들고 포기하고 싶고 부모님께 죄송스러운 마음에다가 저 자신한테 자괴감이 진짜 많이 들었어요."
<인터뷰> 김재황(공시생 1년 차) : "주변에서 또 어떤 사람들은 되고, 지인들은 되고 나는 안 됐을 때 그때 좌절감도 좀 생기고……."
경제적인 부분도 공시생들에겐 큰 고민입니다.
학원비와 교재비, 생활비 등 아무리 아껴 써도 시험 준비에 한 달 평균 1백만 원 이상이 들어갑니다.
<인터뷰> 문형후(공시생 2년 차) : "아무래도 금전적인 문제가 제일 힘들죠. 왜냐면 학원비도 되게 비싸고 책도 요새는 되게 많이 비싸더라고요. 그리고 체력학원이나 면접학원도 돈이 또 들어가고……."
현재 전국의 공무원 시험 준비생은 25만여 명가량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합격의 문턱을 넘는 사람은 응시생 1백 명 중에 3명꼴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
지난 8일 치러진 9급 공무원 시험에는 17만여 명이 응시했는데,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인터뷰> 장정원(공시생 5년 차) : "망설이죠. 다시 할까 말까? 하다가도 결국 요새 취업이 되기 힘드니까 그나마 이거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다시 준비하는 거죠. 어쩔 수 없이."
편하고 안정적인 곳을 찾아 스스로 한 선택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이들에겐 화려한 스펙 없이도 청년 취업난을 뚫고 꿈을 펼칠 수 있다는 희망이 공무원 시험입니다.
<인터뷰> 문형후(공시생 2년 차) : "이제 공무원 돼서 돈도 벌고 부모님께 좀 떳떳한 아들이 되는 거? 그게 제일 바라는 것 같아요."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운 청년 취업 시장의 현실.
전문가들은 수험 기간이 길어질수록 수험생들의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주변에서 관심으로 보듬어줘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을 가리켜 요즘 '공시생'이라고 부르죠.
전국의 이런 공시생은 26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매년 수능 시험 응시생이 60만 명 정도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청년이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경쟁도 치열합니다.
공시생 중에 3%만이 합격장을 받아들 수 있는 게 현실입니다.
시험에 떨어지길 반복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과 좌절감에 빠질 수밖에 없을 텐데요.
이런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안타까운 선택을 한 공시생도 최근 잇따르고 있습니다.
공무원 시험의 문턱에서 아파하고 있는 청춘들을 한 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24일, 충북 청주의 한 휴게소에 고속버스 한 대가 정차합니다.
버스에는 고향인 경북 구미로 가던 25살 남 모 씨와 어머니가 타고 있었습니다.
잠시 화장실을 간다던 아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같이 고속버스 타고 내려오다가 화장실 다녀온다고 잠깐 밖에 나갔다 온다고. 그런데 그때 내렸다가 시간이 지나도 안 돌아오니까 어머니가 버스에서 내려서 확인하러 갔던 거죠."
아들은 화장실 안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습니다.
군 제대 후 3년 넘게 서울 노량진에서 경찰 공무원 준비를 해온 남 씨.
시험에 매번 낙방했고, 지난달 23일에도 필기시험에 떨어진 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왔다고 합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3월에 학원 개강에 맞춰서 올라간 지 한 달 정도 됐다'라고 했고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당일 아침인가 새벽인가에도 한 번 자살시도를 한 적이 있었어요."
경찰은 남 씨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남 씨가 떨어진 경찰 공무원 필기시험 발표날, 서울의 한 공원에서도 32살의 또 다른 공시생이 안타까운 선택을 했습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계속된 실패로 살아갈 힘이 없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이들이 공무원의 꿈을 꿨던 서울 노량진 학원가.
반지하 고시원에 공시생 4년 차 30살 이 모 씨의 방이 있습니다.
겨우 몸을 뻗고 누울 수 있는 1인용 침대와 책상이 맞닿아있는 작은 방.
이곳에서 매일 10시간 넘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OO(공시생 4년 차/음성변조) : "대학교 졸업하고 27살 때부터 지금 서른 살인데 27, 28, 29, 30. 3년 좀 더 넘은 것 같아요."
1~2년 열심히 하다 보면 합격증을 받아들 거로 생각했지만, 바늘구멍 같은 합격문을 통과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OO(공시생 4년 차/음성변조) : "이십 대 때는 솔직히 한 번 떨어지면 ‘아 내년에 공부해서 합격하면 되겠구나. 늦지 않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서른 살이 되니까 저는 여전히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는데 세상은 많이 바뀌었어요. 뭐 하나 이뤄낸 부분이 없으니까 이런 부분이 좀 힘듭니다."
부모님에게 더는 신세를 질 수 없어, 고시원 총무로 일하며 수험 비용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OO(공시생 4년 차/음성변조) : "공무원 준비할 때 도움을 많이 주셨는데 더 이상 받기가 너무 죄송스럽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든 돈 벌면서 공부를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고시원 총무밖에 없어서 병행하고 있어요."
주변 친구들의 합격 소식을 마냥 함께 기뻐해 줄 수도 없습니다.
<인터뷰> 이OO(공시생 4년 차/음성변조) : "합격한 사람들의 SNS라든지 사진으로 정말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아 정말 부럽더라고요. 제가 공무원 준비하면서 핸드폰을 계속 바꿨어요. 또 떨어졌다는 소식을 차마 말 못 하겠더라고요."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더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인터뷰> 이OO(공시생 4년 차/음성변조) : "마땅히 취업하려고 해도 스펙도 지금 다 단절돼있는 상태이고 공무원만 지금 계속 준비했던 터라서 이 길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현재는."
이 씨 같은 공시생들은 수험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합니다.
<인터뷰> 장정원(공시생 5년 차) : "네 번째 시험 떨어졌을 때는 될 것 같았는데 저도 안 되니까 많이 힘들고 포기하고 싶고 부모님께 죄송스러운 마음에다가 저 자신한테 자괴감이 진짜 많이 들었어요."
<인터뷰> 김재황(공시생 1년 차) : "주변에서 또 어떤 사람들은 되고, 지인들은 되고 나는 안 됐을 때 그때 좌절감도 좀 생기고……."
경제적인 부분도 공시생들에겐 큰 고민입니다.
학원비와 교재비, 생활비 등 아무리 아껴 써도 시험 준비에 한 달 평균 1백만 원 이상이 들어갑니다.
<인터뷰> 문형후(공시생 2년 차) : "아무래도 금전적인 문제가 제일 힘들죠. 왜냐면 학원비도 되게 비싸고 책도 요새는 되게 많이 비싸더라고요. 그리고 체력학원이나 면접학원도 돈이 또 들어가고……."
현재 전국의 공무원 시험 준비생은 25만여 명가량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합격의 문턱을 넘는 사람은 응시생 1백 명 중에 3명꼴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
지난 8일 치러진 9급 공무원 시험에는 17만여 명이 응시했는데,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인터뷰> 장정원(공시생 5년 차) : "망설이죠. 다시 할까 말까? 하다가도 결국 요새 취업이 되기 힘드니까 그나마 이거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다시 준비하는 거죠. 어쩔 수 없이."
편하고 안정적인 곳을 찾아 스스로 한 선택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이들에겐 화려한 스펙 없이도 청년 취업난을 뚫고 꿈을 펼칠 수 있다는 희망이 공무원 시험입니다.
<인터뷰> 문형후(공시생 2년 차) : "이제 공무원 돼서 돈도 벌고 부모님께 좀 떳떳한 아들이 되는 거? 그게 제일 바라는 것 같아요."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운 청년 취업 시장의 현실.
전문가들은 수험 기간이 길어질수록 수험생들의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주변에서 관심으로 보듬어줘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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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대 기자 yd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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