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수학 수업 들여다 보니…‘수포자’ 역대 최대

입력 2017.04.2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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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에서 -2를 빼면 왜 7인지 따지는 수업

"그러니까 너는 왜 그렇게 생각한 거냐구"

서울 월촌중학교 1학년 수학 시간에 나온 질문입니다. 이 수업시간엔 5에서 -2를 빼면 왜 7이 되느냐를 놓고, 한바탕 토론이 열렸습니다. 이 학생들은 사실 대부분 학원을 다니면서 '5 - (-2)'가 '7'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왜 그런 답이 나오는지 명쾌하게 말하지 못합니다. 교사는 토론을 시켜놓고 옆에서 지켜만 봅니다.

결국 1시간짜리 수업에서 학생들은 문제 서너개만을 겨우 풀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성취감은 컸다는 게 학생들의 소감입니다.

월촌중 장지수 양은 "친구들과 서로 논리를 비교해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면서 "평소에는 식을 대입해서 답을 구하는 것만 배웠는데 친구에게 원리를 이해시키니까 뿌듯했다"고 말했습니다.

취재기자도 이런 문제를 수업시간에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마이너스 부호 2개가 만나면 플러스 부호로 바꿔줘라'.고 들은 것만 생각납니다. 그렇게 기계적으로 빠르게 문제 푸는 법을 주로 배웠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학생들은 수학을 '괴로운 과목'으로 꼽습니다.


◆기초미달 ‘수포자’ 역대 최대

OECD가 조사한 만 15세 학생들에 대한 성취 결과를 보겠습니다. 기초미달로 볼 수 있는 2수준 미만 학생의 비율은 2015년 조사에서 15.4%를 기록했습니다. 2000년 OECD조사가 시작된 이후 15년만에 최대 수치입니다.

같은 해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조사한 결과를 보겠습니다. 초등학생 8.1%가, 중학생 18.1%, 고등학생 23.5%이 수학 과목을 공부하지 않겠다고 응답했습니다.

학생들이 수학에는 흥미가 부족한 탓입니다. 2012년 기준으로보면, 수학 과목은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가장 성적이 높았지만 흥미도는 28위로 평균값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수포자 대안교과서까지…일으킬 방법은

한 교육시민단체는 주입식 설명으로 수학 포기자를 양산하는 현 교과서를 대체한다며 '수학 대안교과서'를 내놨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유독 수학과목만 교과서 문제로 혁신적인 수업 개선이 더디게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토론 수업을 진행하고 대안교과서 개발에 참여한 월촌중 정세연 교사는 '학생에게 주도권을 주는 수업'으로 대안교과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정 교사는 "학생이 수업을 이끌어가게 해주고, 교사는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적당한 토론 과제를 찾아 교과서에 담는 게 교사의 숙제"라고 밝혔습니다.

교육부가 주도하는 수포자 감축 방안도 있습니다. 수학불안감을 치유하는 수학클리닉 및 학습 지원을 위한 수학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건데요. '수학나눔학교'라는 이름으로 작년 220개 중학교가 선정됐습니다. 이들 학교에서는 2015년 18.1%던 수학포기학생 비율이 지난해 14.4%로 내려앉았다는 성과를 내놨습니다.


◆‘성취감’, ‘희열’…수포자 해결 열쇠

수학 한 문제에 수업 한 시간을 몽땅 쓰는 것보다 암기과목을 가르치는 게 효율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느리더라도 수학적 성취감을 맛보게 하는 것, 수학의 매력을 조금이라도 느끼게 하는 게 수포자 양산의 핵심 해결책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최수일 수학사교육포럼 대표는 "수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수학의 매력을 알고 있다"면서 "수학 교사들이 스스로 경험했던 공부의 희열을 학생들에게 잘 전달해야 수포자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학을 평가방식까지 모두 바꿔야한다는 게 최 대표의 생각입니다. 최 대표는 "지필고사를 30%만 성적으로 반영하고, 수업과정으로 70% 성적을 반영해야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저도 학창시절을 떠올려보면 사실 이게 아쉽습니다. 수학 문제나 원리를 책상에 놓고, 하루종일 끈질기게 덤벼든 기억이 없습니다. 수학 문제를 해결하고 느끼는 황홀한 정복감이 정말로 궁금합니다. 학창시절에 수학이 주는 그 희열을 알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연관 기사] [뉴스7] ‘수포자’ 줄이기 위한 대안 교육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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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수학 수업 들여다 보니…‘수포자’ 역대 최대
    • 입력 2017-04-28 10:35:24
    취재후·사건후
◆5에서 -2를 빼면 왜 7인지 따지는 수업

"그러니까 너는 왜 그렇게 생각한 거냐구"

서울 월촌중학교 1학년 수학 시간에 나온 질문입니다. 이 수업시간엔 5에서 -2를 빼면 왜 7이 되느냐를 놓고, 한바탕 토론이 열렸습니다. 이 학생들은 사실 대부분 학원을 다니면서 '5 - (-2)'가 '7'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왜 그런 답이 나오는지 명쾌하게 말하지 못합니다. 교사는 토론을 시켜놓고 옆에서 지켜만 봅니다.

결국 1시간짜리 수업에서 학생들은 문제 서너개만을 겨우 풀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성취감은 컸다는 게 학생들의 소감입니다.

월촌중 장지수 양은 "친구들과 서로 논리를 비교해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면서 "평소에는 식을 대입해서 답을 구하는 것만 배웠는데 친구에게 원리를 이해시키니까 뿌듯했다"고 말했습니다.

취재기자도 이런 문제를 수업시간에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마이너스 부호 2개가 만나면 플러스 부호로 바꿔줘라'.고 들은 것만 생각납니다. 그렇게 기계적으로 빠르게 문제 푸는 법을 주로 배웠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학생들은 수학을 '괴로운 과목'으로 꼽습니다.


◆기초미달 ‘수포자’ 역대 최대

OECD가 조사한 만 15세 학생들에 대한 성취 결과를 보겠습니다. 기초미달로 볼 수 있는 2수준 미만 학생의 비율은 2015년 조사에서 15.4%를 기록했습니다. 2000년 OECD조사가 시작된 이후 15년만에 최대 수치입니다.

같은 해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조사한 결과를 보겠습니다. 초등학생 8.1%가, 중학생 18.1%, 고등학생 23.5%이 수학 과목을 공부하지 않겠다고 응답했습니다.

학생들이 수학에는 흥미가 부족한 탓입니다. 2012년 기준으로보면, 수학 과목은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가장 성적이 높았지만 흥미도는 28위로 평균값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수포자 대안교과서까지…일으킬 방법은

한 교육시민단체는 주입식 설명으로 수학 포기자를 양산하는 현 교과서를 대체한다며 '수학 대안교과서'를 내놨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유독 수학과목만 교과서 문제로 혁신적인 수업 개선이 더디게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토론 수업을 진행하고 대안교과서 개발에 참여한 월촌중 정세연 교사는 '학생에게 주도권을 주는 수업'으로 대안교과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정 교사는 "학생이 수업을 이끌어가게 해주고, 교사는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적당한 토론 과제를 찾아 교과서에 담는 게 교사의 숙제"라고 밝혔습니다.

교육부가 주도하는 수포자 감축 방안도 있습니다. 수학불안감을 치유하는 수학클리닉 및 학습 지원을 위한 수학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건데요. '수학나눔학교'라는 이름으로 작년 220개 중학교가 선정됐습니다. 이들 학교에서는 2015년 18.1%던 수학포기학생 비율이 지난해 14.4%로 내려앉았다는 성과를 내놨습니다.


◆‘성취감’, ‘희열’…수포자 해결 열쇠

수학 한 문제에 수업 한 시간을 몽땅 쓰는 것보다 암기과목을 가르치는 게 효율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느리더라도 수학적 성취감을 맛보게 하는 것, 수학의 매력을 조금이라도 느끼게 하는 게 수포자 양산의 핵심 해결책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최수일 수학사교육포럼 대표는 "수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수학의 매력을 알고 있다"면서 "수학 교사들이 스스로 경험했던 공부의 희열을 학생들에게 잘 전달해야 수포자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학을 평가방식까지 모두 바꿔야한다는 게 최 대표의 생각입니다. 최 대표는 "지필고사를 30%만 성적으로 반영하고, 수업과정으로 70% 성적을 반영해야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저도 학창시절을 떠올려보면 사실 이게 아쉽습니다. 수학 문제나 원리를 책상에 놓고, 하루종일 끈질기게 덤벼든 기억이 없습니다. 수학 문제를 해결하고 느끼는 황홀한 정복감이 정말로 궁금합니다. 학창시절에 수학이 주는 그 희열을 알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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