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수행”…성철 스님이 삼천배를 시킨 이유?

입력 2017.04.2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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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 해인사 산 내 암자인 '백련암'에 오르자 장중한 '합창' 소리가 울려 퍼진다.

성철 스님이 입적한 지 23년째 그 가르침을 좇는 신도들이 삼천배를 하는 중이다. 백련암에서는 1년 365일 삼천배가 끊이지 않는다. 주말에는 동호회 회원들이 적게는 30~40명, 많게는 300여 명이 다녀간다는데 오늘도 한 무리의 사람들이 찾아왔다.

다양한 나이대, 각기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 과연 이들은 왜 삼천배를 하러 온 걸까. 삼천배 수행을 통해 육체의 고통을 이겨내고 자신을 바로 보려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담아봤다.

각양각색 인생 사연, 목표는 하나 삼천배!


토요일 오후, 백련암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든다. 어린 세 자매를 데리고 온 부부, 어지러운 시국과 힘든 사업 때문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으러 왔다는 한 남성, 20대 여대생 등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삼천배'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나섰다.

그들은 왜 삼천배를 하려는 걸까. 그리고 삼천배를 통해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일까.

삼천배에 도전한 정경희 씨는 "우리가 절 절 절 매면서 절을 한다고 절이에요"라며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삼천배는 성철스님의 위대한 유산


성철스님은 산중으로 자신을 찾는 이들 누구에게나 삼천배를 시켰다. 노인이나 병자도 예외가 없었다. 절을 한다는 것은 자신을 낮춘다는 의미이다. 더불어 마음이 낮춰진다. 그 과정에서 진정한 '나'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백련암을 지키고 있는 원택스님은 이런 성철스님이 남긴 유산 '삼천배'를 벽련암의 전통으로 승화시켰다. 그러나 삼천배는 결코 쉽지 않은 수행이다. 천배가 끝나자 이탈자가 생겼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여대생 김진주 양은 부들부들 떨리는 무릎을 부여잡고 조용히 나와 마루에 앉는다.

서울에서 온 김천웅 씨는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 이천배를 하는 동안 가부좌를 틀고 앉아 땀에 젖은 몸을 식혀보지만 도무지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 수행을 사서 하는 걸까.


하지만 그 고통스러운 몸의 고비를 넘고 나면 심중에 오묘한 변화가 온다. 성철스님께서 말씀하신 '하심'을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이다.

눈물의 삼천배, 몸과 마음의 정화


6년 만에 삼천배를 도전하러 온 이수현 씨는 자꾸만 눈물이 흐른다. 이유는 모른단다. 그는 그저 기쁘고 감격스러운 마음이 든다는데 왜일까. 절을 하는 동안 이들의 마음속에 무슨 변화가 생긴걸까.

또 한켠에서 눈물을 흘리는 황성희 씨는 인생에서 그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 있다. 바로 딸이다. 하지만 그의 자녀는 28살의 육체를 갖고 있지만 정신은 여전히 2살에 머물러 있다. 게다가 몸도 아프다. 성희 씨는 자신이 겪는 마음의 고통을 몸의 고통으로 바꿔서라도 벗어나고 싶었다. 그리고 변화가 찾아왔다.

자신과의 싸움, 고통 사이에서 만나는 극한의 희열


시작한 지 8시간이 지나자 삼천배가 끝났다. 고통스러운 몸과는 달리 한없이 가벼운 머리, 그리고 한층 더 겸허해진 마음이다. 이들의 삼천배 도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삼천배가 몸에 익은 사람들은 이제 만배에 다시 도전한다.

김은옥 씨는 10명의 도반들과 함께 백련암에서 24시간 동안 만배에 도전한다. 삼천배를 3번이나 더하고도 1,000번을 더해야 하는 가혹한 수행,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서 사람들은 자기안에 있는 놀라운 에너지를 경험한다.

이영이 씨는 "절을 하면서 제 안에 무한한 에너지와 힘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많이 느낀다"라며 "자긍심도 생기고 자신감도 생겨 어디가도 당당한 모습"이라고 삼천배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육체의 고통을 이겨내고 자신을 바로 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4월 29일(토) 저녁 7시 10분 KBS 1TV '다큐공감-3천배, 나를 찾는 수행'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션2] 문경림 kbs.petitl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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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8 11: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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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 해인사 산 내 암자인 '백련암'에 오르자 장중한 '합창' 소리가 울려 퍼진다.

성철 스님이 입적한 지 23년째 그 가르침을 좇는 신도들이 삼천배를 하는 중이다. 백련암에서는 1년 365일 삼천배가 끊이지 않는다. 주말에는 동호회 회원들이 적게는 30~40명, 많게는 300여 명이 다녀간다는데 오늘도 한 무리의 사람들이 찾아왔다.

다양한 나이대, 각기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 과연 이들은 왜 삼천배를 하러 온 걸까. 삼천배 수행을 통해 육체의 고통을 이겨내고 자신을 바로 보려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담아봤다.

각양각색 인생 사연, 목표는 하나 삼천배!


토요일 오후, 백련암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든다. 어린 세 자매를 데리고 온 부부, 어지러운 시국과 힘든 사업 때문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으러 왔다는 한 남성, 20대 여대생 등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삼천배'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나섰다.

그들은 왜 삼천배를 하려는 걸까. 그리고 삼천배를 통해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일까.

삼천배에 도전한 정경희 씨는 "우리가 절 절 절 매면서 절을 한다고 절이에요"라며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삼천배는 성철스님의 위대한 유산


성철스님은 산중으로 자신을 찾는 이들 누구에게나 삼천배를 시켰다. 노인이나 병자도 예외가 없었다. 절을 한다는 것은 자신을 낮춘다는 의미이다. 더불어 마음이 낮춰진다. 그 과정에서 진정한 '나'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백련암을 지키고 있는 원택스님은 이런 성철스님이 남긴 유산 '삼천배'를 벽련암의 전통으로 승화시켰다. 그러나 삼천배는 결코 쉽지 않은 수행이다. 천배가 끝나자 이탈자가 생겼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여대생 김진주 양은 부들부들 떨리는 무릎을 부여잡고 조용히 나와 마루에 앉는다.

서울에서 온 김천웅 씨는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 이천배를 하는 동안 가부좌를 틀고 앉아 땀에 젖은 몸을 식혀보지만 도무지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 수행을 사서 하는 걸까.


하지만 그 고통스러운 몸의 고비를 넘고 나면 심중에 오묘한 변화가 온다. 성철스님께서 말씀하신 '하심'을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이다.

눈물의 삼천배, 몸과 마음의 정화


6년 만에 삼천배를 도전하러 온 이수현 씨는 자꾸만 눈물이 흐른다. 이유는 모른단다. 그는 그저 기쁘고 감격스러운 마음이 든다는데 왜일까. 절을 하는 동안 이들의 마음속에 무슨 변화가 생긴걸까.

또 한켠에서 눈물을 흘리는 황성희 씨는 인생에서 그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 있다. 바로 딸이다. 하지만 그의 자녀는 28살의 육체를 갖고 있지만 정신은 여전히 2살에 머물러 있다. 게다가 몸도 아프다. 성희 씨는 자신이 겪는 마음의 고통을 몸의 고통으로 바꿔서라도 벗어나고 싶었다. 그리고 변화가 찾아왔다.

자신과의 싸움, 고통 사이에서 만나는 극한의 희열


시작한 지 8시간이 지나자 삼천배가 끝났다. 고통스러운 몸과는 달리 한없이 가벼운 머리, 그리고 한층 더 겸허해진 마음이다. 이들의 삼천배 도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삼천배가 몸에 익은 사람들은 이제 만배에 다시 도전한다.

김은옥 씨는 10명의 도반들과 함께 백련암에서 24시간 동안 만배에 도전한다. 삼천배를 3번이나 더하고도 1,000번을 더해야 하는 가혹한 수행,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서 사람들은 자기안에 있는 놀라운 에너지를 경험한다.

이영이 씨는 "절을 하면서 제 안에 무한한 에너지와 힘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많이 느낀다"라며 "자긍심도 생기고 자신감도 생겨 어디가도 당당한 모습"이라고 삼천배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육체의 고통을 이겨내고 자신을 바로 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4월 29일(토) 저녁 7시 10분 KBS 1TV '다큐공감-3천배, 나를 찾는 수행'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션2] 문경림 kbs.petitl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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