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이 내 몸을 망친다?!

입력 2017.05.01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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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취미 활동 1위는 등산이다. 관련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등산 인구는 약 1,8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건강을 위해 산을 다니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건강하게' 등산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등산은 취미ㆍ여가 활동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엄연히 '운동'이다. 모든 운동과 마찬가지로 등산 역시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올바르게 등산을 했다면 건강해질 수 있지만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등산 중에는 물을 마시면 안 된다?', '등산은 내리막길이 편하다?', '운동을 하려면 높은 산이 좋다?'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 없다면 등산은 당신에게 독이 될 수 있다.

40년간 등산을 해왔다는 제일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윤현구 교수가 잘못된 등산 상식에 관해 설명했다.

등산 중 급성 심장마비…왜?


① 2,000m 이하에서 흔히 발생

높은 산과 낮은 산 중 어디서 사고가 발생하기 쉬울까. 윤 교수는 "2,000m 이하의 산에서 사고가 발생하기 더 쉽다"고 지적한다. 국내에 있는 산들은 백두산을 제외하면 모두 2,000m 이하이다. 등산 초보자들과 달리 등산을 즐겨 하는 사람들에게는 평이한 수준의 높이다. 그러나 이런 2,000m 이하의 산에서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② 사망 50%, 등산 1일째 발생

며칠 간의 일정으로 해외 트레킹을 가게 되는 경우, 첫날 몸이 적응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무리를 하면 위험하다. 특히 해외 트레킹의 경우, 긴장하게 되기 때문에 교감신경이 발달해 혈관이 수축하게 되면 사고가 발생하기 쉽다.

③ 오전 9시~11시 사고 빈번

위와 비슷한 맥락이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등산을 시작하는 시간대인 오전 시간대에 사고 비율이 높은 이유다.

④ 마지막 음식 섭취 후 시간 길수록 증가

혈당이 떨어져 에너지가 떨어졌을 때 혈당을 올리려는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는데 교감신경이 자극받아 혈관이 수축하면 사고 가능성이 높아진다. 등산하는 중간에 정기적으로 간식을 섭취해야 하는 이유다.

윤 교수는 "등산 도중 급성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건 결국 무리한 신체활동 때문"이라며 "일행이 빨리 간다고 쫓아가다 무리하게 되기도 하고 자신이 부정맥, 심부전증이 있다는 걸 모르고 있다가 무리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고를 방지하려면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 몸 망치는 잘못된 등산 상식

① 겨울에는 수분 보충이 필요 없다?

겨울 산행은 땀이 잘 안 나서 수분 보충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느끼지 못할 뿐, 겨울 산행 중에도 땀을 많이 흘리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땀과 호흡에 수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수분을 섭취하지 않으면 탈진, 탈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또한 혈관에 영양분을 공급 못 해 저체온증이나 동상이 오기도 한다. 따라서 겨울이더라도 반드시 수분 보충을 해야 한다.

윤 교수는 "탈수를 예방하려면 등산 출발하기 15분 전에 물 1컵을 마시는 것이 좋다"며 "갈증을 느끼기 전에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다. 갈증을 느끼게 되면 필요 이상으로 물을 많이 마시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쉴 때마다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조금씩 섭취해주는 것이 좋다.

② 내리막길이 편하다?


오르막길보다 내리막길이 편할 수는 있지만, 건강에는 전혀 좋지 않다. 산을 걸어 내려올 때 근육 손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리에 힘이 풀려 무릎에 힘을 못 주고 터벅터벅 내려오게 되면 무릎 관절에 자극을 줘 염증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윤 교수는 "스틱을 쓰거나 지그재그 방향으로 힘을 주며 내려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③ 맨발 걷기, 뒤로 걷기가 좋다?

등산하다 보면 발에 지압하기 위해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있다. 윤 교수는 "산은 부드러운 흙길이 아니므로 유리조각, 뿌리가 있어 맨발에 상처가 날 수 있다"며 "차라리 공원에 맨발로 걷도록 해놓은 곳에 가는 게 낫다"고 말했다. 또한 "당뇨가 있는 경우 맨발로 걸어 상처가 나게 되면 병변이 생겨 치료가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당뇨 환자의 경우 맨발 등산을 금할 것"을 강조했다.

윤 교수는 "앞으로 걷는다고 앞쪽 근육만 쓰는 것이 아니라 앞뒤 근육을 모두 쓰기 때문에 굳이 뒤로 걸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괜히 돌부리나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면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득보다 실이 많다"며 "사고 위험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④ 아픈 관절과 허리통증, 등산으로 고친다?

'아픈 관절과 허리통증에 등산이 좋다'는 말은 맞는 말일까. 윤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일단 아프면 멈춰야 한다. 중증 관절염이 아닌 경우 근육 강화 운동을 해야 하지만, 고통이 느껴질 때에는 멈춰야 한다. 윤 교수는 "일단 안전한 것이 중요하고 그다음으로 재미가 있어야 지속해서 운동할 수 있다"며 "건강한 등산 활동을 즐기기 위해서는 아플 때 멈추라"고 조언했다.


건강을 위해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잘못된 상식으로 등산하다 보면 내 몸을 망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4월 27일 방송된 KBS '아침마당'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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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이 내 몸을 망친다?!
    • 입력 2017-05-01 08:02:58
    사회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취미 활동 1위는 등산이다. 관련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등산 인구는 약 1,8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건강을 위해 산을 다니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건강하게' 등산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등산은 취미ㆍ여가 활동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엄연히 '운동'이다. 모든 운동과 마찬가지로 등산 역시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올바르게 등산을 했다면 건강해질 수 있지만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등산 중에는 물을 마시면 안 된다?', '등산은 내리막길이 편하다?', '운동을 하려면 높은 산이 좋다?'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 없다면 등산은 당신에게 독이 될 수 있다.

40년간 등산을 해왔다는 제일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윤현구 교수가 잘못된 등산 상식에 관해 설명했다.

등산 중 급성 심장마비…왜?


① 2,000m 이하에서 흔히 발생

높은 산과 낮은 산 중 어디서 사고가 발생하기 쉬울까. 윤 교수는 "2,000m 이하의 산에서 사고가 발생하기 더 쉽다"고 지적한다. 국내에 있는 산들은 백두산을 제외하면 모두 2,000m 이하이다. 등산 초보자들과 달리 등산을 즐겨 하는 사람들에게는 평이한 수준의 높이다. 그러나 이런 2,000m 이하의 산에서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② 사망 50%, 등산 1일째 발생

며칠 간의 일정으로 해외 트레킹을 가게 되는 경우, 첫날 몸이 적응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무리를 하면 위험하다. 특히 해외 트레킹의 경우, 긴장하게 되기 때문에 교감신경이 발달해 혈관이 수축하게 되면 사고가 발생하기 쉽다.

③ 오전 9시~11시 사고 빈번

위와 비슷한 맥락이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등산을 시작하는 시간대인 오전 시간대에 사고 비율이 높은 이유다.

④ 마지막 음식 섭취 후 시간 길수록 증가

혈당이 떨어져 에너지가 떨어졌을 때 혈당을 올리려는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는데 교감신경이 자극받아 혈관이 수축하면 사고 가능성이 높아진다. 등산하는 중간에 정기적으로 간식을 섭취해야 하는 이유다.

윤 교수는 "등산 도중 급성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건 결국 무리한 신체활동 때문"이라며 "일행이 빨리 간다고 쫓아가다 무리하게 되기도 하고 자신이 부정맥, 심부전증이 있다는 걸 모르고 있다가 무리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고를 방지하려면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 몸 망치는 잘못된 등산 상식

① 겨울에는 수분 보충이 필요 없다?

겨울 산행은 땀이 잘 안 나서 수분 보충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느끼지 못할 뿐, 겨울 산행 중에도 땀을 많이 흘리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땀과 호흡에 수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수분을 섭취하지 않으면 탈진, 탈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또한 혈관에 영양분을 공급 못 해 저체온증이나 동상이 오기도 한다. 따라서 겨울이더라도 반드시 수분 보충을 해야 한다.

윤 교수는 "탈수를 예방하려면 등산 출발하기 15분 전에 물 1컵을 마시는 것이 좋다"며 "갈증을 느끼기 전에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다. 갈증을 느끼게 되면 필요 이상으로 물을 많이 마시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쉴 때마다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조금씩 섭취해주는 것이 좋다.

② 내리막길이 편하다?


오르막길보다 내리막길이 편할 수는 있지만, 건강에는 전혀 좋지 않다. 산을 걸어 내려올 때 근육 손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리에 힘이 풀려 무릎에 힘을 못 주고 터벅터벅 내려오게 되면 무릎 관절에 자극을 줘 염증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윤 교수는 "스틱을 쓰거나 지그재그 방향으로 힘을 주며 내려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③ 맨발 걷기, 뒤로 걷기가 좋다?

등산하다 보면 발에 지압하기 위해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있다. 윤 교수는 "산은 부드러운 흙길이 아니므로 유리조각, 뿌리가 있어 맨발에 상처가 날 수 있다"며 "차라리 공원에 맨발로 걷도록 해놓은 곳에 가는 게 낫다"고 말했다. 또한 "당뇨가 있는 경우 맨발로 걸어 상처가 나게 되면 병변이 생겨 치료가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당뇨 환자의 경우 맨발 등산을 금할 것"을 강조했다.

윤 교수는 "앞으로 걷는다고 앞쪽 근육만 쓰는 것이 아니라 앞뒤 근육을 모두 쓰기 때문에 굳이 뒤로 걸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괜히 돌부리나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면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득보다 실이 많다"며 "사고 위험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④ 아픈 관절과 허리통증, 등산으로 고친다?

'아픈 관절과 허리통증에 등산이 좋다'는 말은 맞는 말일까. 윤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일단 아프면 멈춰야 한다. 중증 관절염이 아닌 경우 근육 강화 운동을 해야 하지만, 고통이 느껴질 때에는 멈춰야 한다. 윤 교수는 "일단 안전한 것이 중요하고 그다음으로 재미가 있어야 지속해서 운동할 수 있다"며 "건강한 등산 활동을 즐기기 위해서는 아플 때 멈추라"고 조언했다.


건강을 위해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잘못된 상식으로 등산하다 보면 내 몸을 망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4월 27일 방송된 KBS '아침마당'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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