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상승…이자수입, 가계는 첫 적자, 은행은 수익

입력 2017.05.01 (09:23) 수정 2017.05.0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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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가 계속되고 가계대출은 크게 늘면서 가계의 이자 수지는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은행의 이자 수익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은행이 예·적금 금리는 묶어놓고는 대출 금리는 시장금리 상승을 이유로 올리면서 가계의 이자수입은 줄고 이자지출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에서는 금융기관들이 대출 금리를 산정하면서 폭리를 취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가계의 이자수입에서 이자지출을 뺀 이자 수지는 5조6천58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1975년 한은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이자 수지가 적자가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일 한국은행 국민계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이자소득은 36조1천156억원(잠정치)으로 2015년(38조1천717억원)보다 5.4% 줄었다. 연간 이자소득은 1996년(32조8천927억원) 이후 20년 만에 가장 적었다. 반면 지난해 가계가 이자로 지출한 금액은 41조7천745억원으로 12.6%(4조6천624억원) 급증했다. 가계의 이자지출은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2012년부터 전년 대비 꾸준히 줄어왔지만, 처음으로 늘었다.

반면 은행의 이자이익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은행의 이자순익은 33조9천994억원으로 전년 대비 9천억원(2.7%) 늘었다. 또 저축은행의 이자이익은 지난해 3조1천267억원으로 전년 대비 6천321억원(25.3%) 증가했고, 카드사의 카드론 이자 수익도 2천972억원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1분기 4대 은행(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의 이자이익은 4조3천67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4조851억원)보다 6.9%(2천821억원) 증가했다.

가계는 이자수입에서 적자를 내지만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이자 수익은 늘어나는 것은 가계 부채가 많이 늘어나면서 그만큼 이자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올라가자 금융기관들이 대출금리는 올리고 예금금리는 낮추는 '이자 수익 늘리기'의 영향도 크다.

실제 한은의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를 보면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가중평균금리는 지난 3월 3.43%를 기록, 2015년 말(3.28%)과 비교해 6.19%(0.2%포인트) 올라갔다. 그러나 은행의 예금금리(1년 정기예금 기준)는 1.58%로 같은 기간 12.71%(-0.2%포인트) 떨어졌다. 시장금리가 오른다며 대출금리는 재빠르게 올려놓고 예금금리는 오히려 낮춘 것이다.

4대 은행의 1분기 말 기준 순이자마진(NIM)도 지난해 말과 비교해 모두 올라갔다. 우리은행의 1분기 NIM은 1.44%로 0.07%포인트 올랐고 하나은행(1.44%)은 0.06%포인트, KB국민은행(1.66%)과 신한은행(1.53%)은 각각 0.05%포인트, 0.04%포인트 상승했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릴 수 있던 것은 시장금리가 올라가는 것도 있지만, 은행들 마음대로 가산금리를 올리는 것도 이유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기준금리와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정하는 가산금리를 더한 뒤 급여 이체나 카드 사용 실적 등을 고려한 우대금리를 빼 산출한다. 이 중 기준금리는 통상 금융채나 코픽스(COFIX) 금리를 따르기 때문에 은행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반면 가산금리는 은행별로 목표이익률, 업무원가, 위험 프리미엄 등을 반영해 정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은행 재량이 크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엿장수 엿가락 자르듯 은행이 수익에 따라 마음대로 가산금리를 정하는 것으로 보여 불만이 많았다. 이 때문에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이사회 의결을 통해 시중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리려면 은행 내부 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치고, 가산금리 항목 중 하나인 목표이익률을 책정할 때 은행의 경영목표 등을 고려해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책정하도록 했다. 또 금융위원회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가 연체이자를 마음대로 매기지 못하도록 '연체금리체계 모범규준'을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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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출금리 상승…이자수입, 가계는 첫 적자, 은행은 수익
    • 입력 2017-05-01 09:23:11
    • 수정2017-05-01 11:15:12
    경제
저금리가 계속되고 가계대출은 크게 늘면서 가계의 이자 수지는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은행의 이자 수익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은행이 예·적금 금리는 묶어놓고는 대출 금리는 시장금리 상승을 이유로 올리면서 가계의 이자수입은 줄고 이자지출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에서는 금융기관들이 대출 금리를 산정하면서 폭리를 취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가계의 이자수입에서 이자지출을 뺀 이자 수지는 5조6천58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1975년 한은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이자 수지가 적자가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일 한국은행 국민계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이자소득은 36조1천156억원(잠정치)으로 2015년(38조1천717억원)보다 5.4% 줄었다. 연간 이자소득은 1996년(32조8천927억원) 이후 20년 만에 가장 적었다. 반면 지난해 가계가 이자로 지출한 금액은 41조7천745억원으로 12.6%(4조6천624억원) 급증했다. 가계의 이자지출은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2012년부터 전년 대비 꾸준히 줄어왔지만, 처음으로 늘었다.

반면 은행의 이자이익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은행의 이자순익은 33조9천994억원으로 전년 대비 9천억원(2.7%) 늘었다. 또 저축은행의 이자이익은 지난해 3조1천267억원으로 전년 대비 6천321억원(25.3%) 증가했고, 카드사의 카드론 이자 수익도 2천972억원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1분기 4대 은행(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의 이자이익은 4조3천67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4조851억원)보다 6.9%(2천821억원) 증가했다.

가계는 이자수입에서 적자를 내지만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이자 수익은 늘어나는 것은 가계 부채가 많이 늘어나면서 그만큼 이자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올라가자 금융기관들이 대출금리는 올리고 예금금리는 낮추는 '이자 수익 늘리기'의 영향도 크다.

실제 한은의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를 보면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가중평균금리는 지난 3월 3.43%를 기록, 2015년 말(3.28%)과 비교해 6.19%(0.2%포인트) 올라갔다. 그러나 은행의 예금금리(1년 정기예금 기준)는 1.58%로 같은 기간 12.71%(-0.2%포인트) 떨어졌다. 시장금리가 오른다며 대출금리는 재빠르게 올려놓고 예금금리는 오히려 낮춘 것이다.

4대 은행의 1분기 말 기준 순이자마진(NIM)도 지난해 말과 비교해 모두 올라갔다. 우리은행의 1분기 NIM은 1.44%로 0.07%포인트 올랐고 하나은행(1.44%)은 0.06%포인트, KB국민은행(1.66%)과 신한은행(1.53%)은 각각 0.05%포인트, 0.04%포인트 상승했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릴 수 있던 것은 시장금리가 올라가는 것도 있지만, 은행들 마음대로 가산금리를 올리는 것도 이유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기준금리와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정하는 가산금리를 더한 뒤 급여 이체나 카드 사용 실적 등을 고려한 우대금리를 빼 산출한다. 이 중 기준금리는 통상 금융채나 코픽스(COFIX) 금리를 따르기 때문에 은행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반면 가산금리는 은행별로 목표이익률, 업무원가, 위험 프리미엄 등을 반영해 정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은행 재량이 크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엿장수 엿가락 자르듯 은행이 수익에 따라 마음대로 가산금리를 정하는 것으로 보여 불만이 많았다. 이 때문에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이사회 의결을 통해 시중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리려면 은행 내부 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치고, 가산금리 항목 중 하나인 목표이익률을 책정할 때 은행의 경영목표 등을 고려해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책정하도록 했다. 또 금융위원회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가 연체이자를 마음대로 매기지 못하도록 '연체금리체계 모범규준'을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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