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7인의 도쿄 ‘치한’, 11만 명의 발목을 잡다

입력 2017.05.0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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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아침 8시. 출근 인파로 복잡한 도쿄 인근 전철 안.

회사에 출근 중인 20세 여성의 뒤로 한 남자가 다가갔다. 그리고 얼마 뒤 이 여성은 불쾌감을 느끼고는 뒤의 남성에게 '치한 행위'아니냐며 따져 묻기 시작했다.


용의자를 다음 역에 내리도록 한 이 여성이 경찰을 부르려는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이 남자가 선로로 뛰어내려 도주하기 시작한 것.

선로 쪽으로 도주하는 치한 용의자선로 쪽으로 도주하는 치한 용의자

하지만 결국 이 남성은 전철역 홈에서 발견된 코트에서 공공요금 납부 영수증이 나오면서 주거지에서 경찰에 붙잡혔고, 치한 혐의에 철도영업법(철도부지 내 진입 금지) 위반 혐의까지 더해져 검찰에 넘겨졌다.

여기까지만 보면 단순히 한 명의 '치한'이 벌인 도주극과 당연한 결말 같지만, 문제는 예기치 못하는 곳에서 발생했다. 선로로 도망친 치한 때문에 전철이 상당 시간 멈춰서 버린 것.

도쿄 전철의 혼잡도는 전 세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외국인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일본 사람의 행동에 대해 묻는 프로그램에서, 한 미국인이 전철문 안으로 사람들을 밀어 넣는 역무원의 모습을 흉내 낼 정도로 명물(?) 아닌 명물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예기치 않은 부작용, 즉 치한 사건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곤 하는 데 문제는 최근 용의자들이 선로로 달아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해 애꿎은 전철 승객들만 영문도 모른 채 전철 안에 발이 묶여 피해를 당하게 된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이후 치한이 선로 쪽으로 뛰어내려 달아나 전철이 멈춘 경우만 모두 7건. 그중 탑승객 수가 확인된 5건의 해당 노선 탑승객만 11만 7천여 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1년과 2003년 선로 쪽으로 달아났던 치한이 전철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까지 있었지만, 역 구내에 그대로 있으면 경찰에 넘겨져 처벌받는 게 확실한 만큼 철로 쪽으로 도주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한다.

일본의 전철의 경우 강풍만 불어도 운행을 멈출 정도로 철저하게 안전에 신경 쓰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치한일 망정 선로에 사람이 들어섰으니 멈추는 것은 당연지사. 선로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 운행을 재개할 수도 없고, 게다가 달아난 치한이 어디로 갔는지 철로에서 완전히 벗어났는지 확인하는 것도 곤란해 대량 민폐를 끼치는 사태에까지 이르게 된다.

일본 경찰, 철로 도주에 대해 엄벌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그 길만이 살길(?)이라며 선로로 뛰어드는 치한이 줄어들지는 미지수다. 애초에 전철에서 활개 치는 치한이 없어지지 않고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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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7인의 도쿄 ‘치한’, 11만 명의 발목을 잡다
    • 입력 2017-05-01 16:14:55
    특파원 리포트
지난 25일 아침 8시. 출근 인파로 복잡한 도쿄 인근 전철 안.

회사에 출근 중인 20세 여성의 뒤로 한 남자가 다가갔다. 그리고 얼마 뒤 이 여성은 불쾌감을 느끼고는 뒤의 남성에게 '치한 행위'아니냐며 따져 묻기 시작했다.


용의자를 다음 역에 내리도록 한 이 여성이 경찰을 부르려는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이 남자가 선로로 뛰어내려 도주하기 시작한 것.

선로 쪽으로 도주하는 치한 용의자
하지만 결국 이 남성은 전철역 홈에서 발견된 코트에서 공공요금 납부 영수증이 나오면서 주거지에서 경찰에 붙잡혔고, 치한 혐의에 철도영업법(철도부지 내 진입 금지) 위반 혐의까지 더해져 검찰에 넘겨졌다.

여기까지만 보면 단순히 한 명의 '치한'이 벌인 도주극과 당연한 결말 같지만, 문제는 예기치 못하는 곳에서 발생했다. 선로로 도망친 치한 때문에 전철이 상당 시간 멈춰서 버린 것.

도쿄 전철의 혼잡도는 전 세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외국인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일본 사람의 행동에 대해 묻는 프로그램에서, 한 미국인이 전철문 안으로 사람들을 밀어 넣는 역무원의 모습을 흉내 낼 정도로 명물(?) 아닌 명물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예기치 않은 부작용, 즉 치한 사건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곤 하는 데 문제는 최근 용의자들이 선로로 달아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해 애꿎은 전철 승객들만 영문도 모른 채 전철 안에 발이 묶여 피해를 당하게 된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이후 치한이 선로 쪽으로 뛰어내려 달아나 전철이 멈춘 경우만 모두 7건. 그중 탑승객 수가 확인된 5건의 해당 노선 탑승객만 11만 7천여 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1년과 2003년 선로 쪽으로 달아났던 치한이 전철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까지 있었지만, 역 구내에 그대로 있으면 경찰에 넘겨져 처벌받는 게 확실한 만큼 철로 쪽으로 도주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한다.

일본의 전철의 경우 강풍만 불어도 운행을 멈출 정도로 철저하게 안전에 신경 쓰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치한일 망정 선로에 사람이 들어섰으니 멈추는 것은 당연지사. 선로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 운행을 재개할 수도 없고, 게다가 달아난 치한이 어디로 갔는지 철로에서 완전히 벗어났는지 확인하는 것도 곤란해 대량 민폐를 끼치는 사태에까지 이르게 된다.

일본 경찰, 철로 도주에 대해 엄벌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그 길만이 살길(?)이라며 선로로 뛰어드는 치한이 줄어들지는 미지수다. 애초에 전철에서 활개 치는 치한이 없어지지 않고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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