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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기어코 평화헌법 바꾸겠다는 아베의 전술전략
일본 헌법 제정 70주년을 맞은 지난 3일, 아베 일본 총리가 처음으로 헌법 개정을 위한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며 드라이브를 걸고 나왔다.
이를 둘러싸고 일본 내에서는 찬반 목소리가 터져 나오며 논란에 불을 지핀 모습이다. 어찌보면 기존의 헌법 개정 움직임에 구체성을 더한 정도로만 보일 수 있지만, 아베 총리의 헌법 개정 전면 제기와 그 내용 그리고 형식 속에는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할 여러 가지 전술전략이 숨어 있다.
개헌(改憲) 혹은 가헌(加憲)...그리고 공명당
일본 헌법이 '평화 헌법'이라는 별칭이 붙은 것은 9조에 포기된 '전쟁 포기' 내용 때문이다.
9조 1항은 "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권을 발동하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무력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영원히 포기한다"
2항 "1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 등 여타의 전력은 갖지 않는다. 나라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2012년 자민당이 내놓은 헌법개정안 초안에는 9조를 대폭 개·수정해 '국방군'을 창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많은 논란을 낳았다. 당시 초안의 극우적인 색채 때문에 국회 내에서의 다른 당의 반대는 물론 여론의 반발이 컸다.
그리고 5년 만에 아베 총리는 평화헌법 조항인 9조 1항과 2항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9조에 '자위대'의 지위만 명기하겠다는 새로운 안을 들고 나왔다.
2항에서 군 전력을 갖지 않겠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미 군대로서 기능하고 있는 '자위대'의 존재 자체를 헌법에 기재하겠다는 의미다.
훈련 중인 자위대 전차
여기서 등장하는 단어가 '가헌(加憲)'이다. 즉 헌법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헌법에 조항을 추가한다는 의미다.
'가헌'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연립 여당인 공명당 때문이다. 공명당은 '평화주의'를 모토로 내걸고 있어 헌법 개정, 특히 평화헌법의 핵심인 9조 조항 개정에 난색을 표해왔다. 국회에서 2/3 이상의 동의를 얻어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아베 총리는 전략적으로 공명당을 달랠만한 수준에서 그들이 원하는 '가헌'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공명당 기타가와 부대표는 헌법 9조 1항과 2항을 유지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에 "공명당의 주장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화답했다. 양당 간에 내부적인 조율이 있었음도 미뤄 짐작할 만한 수준이다.
엇갈리는 여론....틈새 파고드는 아베
헌법 개정에 대한 여론 조사 결과를 들여다봐도 헌법 9조를 둘러싼 상당히 복잡한 일본인들의 심사를 알 수 있다.
지난 29일 공개된 NHK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헌법이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43%)이 필요하지 않다(34%) 보다 9%포인트 높았다. 이 결과만 보면 개헌론이 우세하다.
그러나 헌법 9조 평화헌법 조항 개정에 대해서는 57%가 개정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해, 개정이 필요하다는 응답 25%보다 훨씬 높았다. 또 헌법 9조에 대해 82%가 역할을 하고 있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헌법은 개정하자는 의견이 높지만, 평화헌법 조항 개정은 손대지 말라는 목소리로 해석될 수 있다.
이오키베 구마모토현립대 이사장(국제정치학자)은 NHK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안보법이 제정되면서 헌법을 바꾸지 않고도 실질적인 효과를 본 이상, 최후의 선 즉 전후 평화주의적 전통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 정도면 되지 않느냐는 의식이 조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과 북한의 위협으로 인해 어느 정도 안보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헌법 개정에 대한 답으로 이어졌지만, 마지막 보루로서의 헌법 9조를 두고 싶어하는 양면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흔히 일본 야당이 헌법 개정에 반대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고 여론조사 결과에서 드러난 이중적인 국민적 심리가 야당 내에도 존재한다. 즉 70년 전 만들어진 헌법이 현재 일본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만큼 이를 개정할 필요에 대한 의식이 민진당 등 야당 내에서도 존재하지만 9조 개정에 대한 강한 거부감과 반대 때문에 국회 내 '헌법심사회'에서의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온 것이 사실이다.
당장 일본 언론 가운데 보수적으로 꼽히는 요미우리 신문이 아베 총리의 헌법 개정 로드맵 발표 이후 '찬반 엇갈리는 민진당 고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뽑은 것도 이 때문이다. 헌법 개정을 원하는 아베 총리와 보수 언론이 발맞춰, 그동안 아예 헌법 개정 논의 자체에 응하지 않았던 야당을 국회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이려는 기만전술로도 볼 수 있다.
또 최근 선거에서 잇따라 공동전선을 펴오고 있는 민진당과 공산당 등의 연대에 균열을 획책할 수 있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공산당은 민진당과 달리 헌법 개정 논의 자체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개헌세력 행사에 영상메시지를 통해 헌법 개정 로드맵을 밝히는 아베 총리
2020년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2018년 12월 임기가 만료되는 중의원 선거에서 개헌 세력의 승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020년 새 헌법 발효라는 기치를 아베 총리가 걸고 나온 데는 시기적으로도 다가올 중의원 선거에 보수파를 결집시키고 야권을 분열시키는 중요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략부터 전술까지 무섭도록 치밀하게 헌법 개정을 밀어붙이는 아베 총리다.
이를 둘러싸고 일본 내에서는 찬반 목소리가 터져 나오며 논란에 불을 지핀 모습이다. 어찌보면 기존의 헌법 개정 움직임에 구체성을 더한 정도로만 보일 수 있지만, 아베 총리의 헌법 개정 전면 제기와 그 내용 그리고 형식 속에는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할 여러 가지 전술전략이 숨어 있다.
개헌(改憲) 혹은 가헌(加憲)...그리고 공명당
일본 헌법이 '평화 헌법'이라는 별칭이 붙은 것은 9조에 포기된 '전쟁 포기' 내용 때문이다.
9조 1항은 "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권을 발동하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무력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영원히 포기한다"
2항 "1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 등 여타의 전력은 갖지 않는다. 나라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2012년 자민당이 내놓은 헌법개정안 초안에는 9조를 대폭 개·수정해 '국방군'을 창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많은 논란을 낳았다. 당시 초안의 극우적인 색채 때문에 국회 내에서의 다른 당의 반대는 물론 여론의 반발이 컸다.
그리고 5년 만에 아베 총리는 평화헌법 조항인 9조 1항과 2항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9조에 '자위대'의 지위만 명기하겠다는 새로운 안을 들고 나왔다.
2항에서 군 전력을 갖지 않겠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미 군대로서 기능하고 있는 '자위대'의 존재 자체를 헌법에 기재하겠다는 의미다.

여기서 등장하는 단어가 '가헌(加憲)'이다. 즉 헌법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헌법에 조항을 추가한다는 의미다.
'가헌'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연립 여당인 공명당 때문이다. 공명당은 '평화주의'를 모토로 내걸고 있어 헌법 개정, 특히 평화헌법의 핵심인 9조 조항 개정에 난색을 표해왔다. 국회에서 2/3 이상의 동의를 얻어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아베 총리는 전략적으로 공명당을 달랠만한 수준에서 그들이 원하는 '가헌'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공명당 기타가와 부대표는 헌법 9조 1항과 2항을 유지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에 "공명당의 주장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화답했다. 양당 간에 내부적인 조율이 있었음도 미뤄 짐작할 만한 수준이다.
엇갈리는 여론....틈새 파고드는 아베
헌법 개정에 대한 여론 조사 결과를 들여다봐도 헌법 9조를 둘러싼 상당히 복잡한 일본인들의 심사를 알 수 있다.
지난 29일 공개된 NHK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헌법이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43%)이 필요하지 않다(34%) 보다 9%포인트 높았다. 이 결과만 보면 개헌론이 우세하다.
그러나 헌법 9조 평화헌법 조항 개정에 대해서는 57%가 개정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해, 개정이 필요하다는 응답 25%보다 훨씬 높았다. 또 헌법 9조에 대해 82%가 역할을 하고 있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헌법은 개정하자는 의견이 높지만, 평화헌법 조항 개정은 손대지 말라는 목소리로 해석될 수 있다.
이오키베 구마모토현립대 이사장(국제정치학자)은 NHK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안보법이 제정되면서 헌법을 바꾸지 않고도 실질적인 효과를 본 이상, 최후의 선 즉 전후 평화주의적 전통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 정도면 되지 않느냐는 의식이 조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과 북한의 위협으로 인해 어느 정도 안보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헌법 개정에 대한 답으로 이어졌지만, 마지막 보루로서의 헌법 9조를 두고 싶어하는 양면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흔히 일본 야당이 헌법 개정에 반대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고 여론조사 결과에서 드러난 이중적인 국민적 심리가 야당 내에도 존재한다. 즉 70년 전 만들어진 헌법이 현재 일본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만큼 이를 개정할 필요에 대한 의식이 민진당 등 야당 내에서도 존재하지만 9조 개정에 대한 강한 거부감과 반대 때문에 국회 내 '헌법심사회'에서의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온 것이 사실이다.
당장 일본 언론 가운데 보수적으로 꼽히는 요미우리 신문이 아베 총리의 헌법 개정 로드맵 발표 이후 '찬반 엇갈리는 민진당 고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뽑은 것도 이 때문이다. 헌법 개정을 원하는 아베 총리와 보수 언론이 발맞춰, 그동안 아예 헌법 개정 논의 자체에 응하지 않았던 야당을 국회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이려는 기만전술로도 볼 수 있다.
또 최근 선거에서 잇따라 공동전선을 펴오고 있는 민진당과 공산당 등의 연대에 균열을 획책할 수 있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공산당은 민진당과 달리 헌법 개정 논의 자체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2020년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2018년 12월 임기가 만료되는 중의원 선거에서 개헌 세력의 승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020년 새 헌법 발효라는 기치를 아베 총리가 걸고 나온 데는 시기적으로도 다가올 중의원 선거에 보수파를 결집시키고 야권을 분열시키는 중요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략부터 전술까지 무섭도록 치밀하게 헌법 개정을 밀어붙이는 아베 총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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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파원리포트] 기어코 평화헌법 바꾸겠다는 아베의 전술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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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05-05 16:10:34
일본 헌법 제정 70주년을 맞은 지난 3일, 아베 일본 총리가 처음으로 헌법 개정을 위한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며 드라이브를 걸고 나왔다.
이를 둘러싸고 일본 내에서는 찬반 목소리가 터져 나오며 논란에 불을 지핀 모습이다. 어찌보면 기존의 헌법 개정 움직임에 구체성을 더한 정도로만 보일 수 있지만, 아베 총리의 헌법 개정 전면 제기와 그 내용 그리고 형식 속에는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할 여러 가지 전술전략이 숨어 있다.
개헌(改憲) 혹은 가헌(加憲)...그리고 공명당
일본 헌법이 '평화 헌법'이라는 별칭이 붙은 것은 9조에 포기된 '전쟁 포기' 내용 때문이다.
9조 1항은 "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권을 발동하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무력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영원히 포기한다"
2항 "1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 등 여타의 전력은 갖지 않는다. 나라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2012년 자민당이 내놓은 헌법개정안 초안에는 9조를 대폭 개·수정해 '국방군'을 창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많은 논란을 낳았다. 당시 초안의 극우적인 색채 때문에 국회 내에서의 다른 당의 반대는 물론 여론의 반발이 컸다.
그리고 5년 만에 아베 총리는 평화헌법 조항인 9조 1항과 2항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9조에 '자위대'의 지위만 명기하겠다는 새로운 안을 들고 나왔다.
2항에서 군 전력을 갖지 않겠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미 군대로서 기능하고 있는 '자위대'의 존재 자체를 헌법에 기재하겠다는 의미다.
여기서 등장하는 단어가 '가헌(加憲)'이다. 즉 헌법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헌법에 조항을 추가한다는 의미다.
'가헌'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연립 여당인 공명당 때문이다. 공명당은 '평화주의'를 모토로 내걸고 있어 헌법 개정, 특히 평화헌법의 핵심인 9조 조항 개정에 난색을 표해왔다. 국회에서 2/3 이상의 동의를 얻어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아베 총리는 전략적으로 공명당을 달랠만한 수준에서 그들이 원하는 '가헌'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공명당 기타가와 부대표는 헌법 9조 1항과 2항을 유지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에 "공명당의 주장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화답했다. 양당 간에 내부적인 조율이 있었음도 미뤄 짐작할 만한 수준이다.
엇갈리는 여론....틈새 파고드는 아베
헌법 개정에 대한 여론 조사 결과를 들여다봐도 헌법 9조를 둘러싼 상당히 복잡한 일본인들의 심사를 알 수 있다.
지난 29일 공개된 NHK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헌법이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43%)이 필요하지 않다(34%) 보다 9%포인트 높았다. 이 결과만 보면 개헌론이 우세하다.
그러나 헌법 9조 평화헌법 조항 개정에 대해서는 57%가 개정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해, 개정이 필요하다는 응답 25%보다 훨씬 높았다. 또 헌법 9조에 대해 82%가 역할을 하고 있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헌법은 개정하자는 의견이 높지만, 평화헌법 조항 개정은 손대지 말라는 목소리로 해석될 수 있다.
이오키베 구마모토현립대 이사장(국제정치학자)은 NHK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안보법이 제정되면서 헌법을 바꾸지 않고도 실질적인 효과를 본 이상, 최후의 선 즉 전후 평화주의적 전통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 정도면 되지 않느냐는 의식이 조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과 북한의 위협으로 인해 어느 정도 안보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헌법 개정에 대한 답으로 이어졌지만, 마지막 보루로서의 헌법 9조를 두고 싶어하는 양면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흔히 일본 야당이 헌법 개정에 반대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고 여론조사 결과에서 드러난 이중적인 국민적 심리가 야당 내에도 존재한다. 즉 70년 전 만들어진 헌법이 현재 일본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만큼 이를 개정할 필요에 대한 의식이 민진당 등 야당 내에서도 존재하지만 9조 개정에 대한 강한 거부감과 반대 때문에 국회 내 '헌법심사회'에서의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온 것이 사실이다.
당장 일본 언론 가운데 보수적으로 꼽히는 요미우리 신문이 아베 총리의 헌법 개정 로드맵 발표 이후 '찬반 엇갈리는 민진당 고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뽑은 것도 이 때문이다. 헌법 개정을 원하는 아베 총리와 보수 언론이 발맞춰, 그동안 아예 헌법 개정 논의 자체에 응하지 않았던 야당을 국회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이려는 기만전술로도 볼 수 있다.
또 최근 선거에서 잇따라 공동전선을 펴오고 있는 민진당과 공산당 등의 연대에 균열을 획책할 수 있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공산당은 민진당과 달리 헌법 개정 논의 자체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2020년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2018년 12월 임기가 만료되는 중의원 선거에서 개헌 세력의 승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020년 새 헌법 발효라는 기치를 아베 총리가 걸고 나온 데는 시기적으로도 다가올 중의원 선거에 보수파를 결집시키고 야권을 분열시키는 중요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략부터 전술까지 무섭도록 치밀하게 헌법 개정을 밀어붙이는 아베 총리다.
이를 둘러싸고 일본 내에서는 찬반 목소리가 터져 나오며 논란에 불을 지핀 모습이다. 어찌보면 기존의 헌법 개정 움직임에 구체성을 더한 정도로만 보일 수 있지만, 아베 총리의 헌법 개정 전면 제기와 그 내용 그리고 형식 속에는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할 여러 가지 전술전략이 숨어 있다.
개헌(改憲) 혹은 가헌(加憲)...그리고 공명당
일본 헌법이 '평화 헌법'이라는 별칭이 붙은 것은 9조에 포기된 '전쟁 포기' 내용 때문이다.
9조 1항은 "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권을 발동하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무력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영원히 포기한다"
2항 "1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 등 여타의 전력은 갖지 않는다. 나라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2012년 자민당이 내놓은 헌법개정안 초안에는 9조를 대폭 개·수정해 '국방군'을 창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많은 논란을 낳았다. 당시 초안의 극우적인 색채 때문에 국회 내에서의 다른 당의 반대는 물론 여론의 반발이 컸다.
그리고 5년 만에 아베 총리는 평화헌법 조항인 9조 1항과 2항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9조에 '자위대'의 지위만 명기하겠다는 새로운 안을 들고 나왔다.
2항에서 군 전력을 갖지 않겠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미 군대로서 기능하고 있는 '자위대'의 존재 자체를 헌법에 기재하겠다는 의미다.

여기서 등장하는 단어가 '가헌(加憲)'이다. 즉 헌법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헌법에 조항을 추가한다는 의미다.
'가헌'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연립 여당인 공명당 때문이다. 공명당은 '평화주의'를 모토로 내걸고 있어 헌법 개정, 특히 평화헌법의 핵심인 9조 조항 개정에 난색을 표해왔다. 국회에서 2/3 이상의 동의를 얻어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아베 총리는 전략적으로 공명당을 달랠만한 수준에서 그들이 원하는 '가헌'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공명당 기타가와 부대표는 헌법 9조 1항과 2항을 유지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에 "공명당의 주장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화답했다. 양당 간에 내부적인 조율이 있었음도 미뤄 짐작할 만한 수준이다.
엇갈리는 여론....틈새 파고드는 아베
헌법 개정에 대한 여론 조사 결과를 들여다봐도 헌법 9조를 둘러싼 상당히 복잡한 일본인들의 심사를 알 수 있다.
지난 29일 공개된 NHK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헌법이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43%)이 필요하지 않다(34%) 보다 9%포인트 높았다. 이 결과만 보면 개헌론이 우세하다.
그러나 헌법 9조 평화헌법 조항 개정에 대해서는 57%가 개정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해, 개정이 필요하다는 응답 25%보다 훨씬 높았다. 또 헌법 9조에 대해 82%가 역할을 하고 있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헌법은 개정하자는 의견이 높지만, 평화헌법 조항 개정은 손대지 말라는 목소리로 해석될 수 있다.
이오키베 구마모토현립대 이사장(국제정치학자)은 NHK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안보법이 제정되면서 헌법을 바꾸지 않고도 실질적인 효과를 본 이상, 최후의 선 즉 전후 평화주의적 전통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 정도면 되지 않느냐는 의식이 조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과 북한의 위협으로 인해 어느 정도 안보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헌법 개정에 대한 답으로 이어졌지만, 마지막 보루로서의 헌법 9조를 두고 싶어하는 양면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흔히 일본 야당이 헌법 개정에 반대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고 여론조사 결과에서 드러난 이중적인 국민적 심리가 야당 내에도 존재한다. 즉 70년 전 만들어진 헌법이 현재 일본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만큼 이를 개정할 필요에 대한 의식이 민진당 등 야당 내에서도 존재하지만 9조 개정에 대한 강한 거부감과 반대 때문에 국회 내 '헌법심사회'에서의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온 것이 사실이다.
당장 일본 언론 가운데 보수적으로 꼽히는 요미우리 신문이 아베 총리의 헌법 개정 로드맵 발표 이후 '찬반 엇갈리는 민진당 고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뽑은 것도 이 때문이다. 헌법 개정을 원하는 아베 총리와 보수 언론이 발맞춰, 그동안 아예 헌법 개정 논의 자체에 응하지 않았던 야당을 국회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이려는 기만전술로도 볼 수 있다.
또 최근 선거에서 잇따라 공동전선을 펴오고 있는 민진당과 공산당 등의 연대에 균열을 획책할 수 있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공산당은 민진당과 달리 헌법 개정 논의 자체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2020년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2018년 12월 임기가 만료되는 중의원 선거에서 개헌 세력의 승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020년 새 헌법 발효라는 기치를 아베 총리가 걸고 나온 데는 시기적으로도 다가올 중의원 선거에 보수파를 결집시키고 야권을 분열시키는 중요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략부터 전술까지 무섭도록 치밀하게 헌법 개정을 밀어붙이는 아베 총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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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기자 neo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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