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MT ‘치약 장난’…참여재판서 ‘성추행’ 유죄

입력 2017.05.11 (15:26) 수정 2017.05.1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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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MT ‘치약 장난’…참여재판서 ‘성추행’ 유죄

대학생 MT ‘치약 장난’…참여재판서 ‘성추행’ 유죄

고교 시절 수학 여행이나 대학 MT에서 ‘치약 장난’을 하는 남학생들이 예전엔 적지 않았다. 친구가 잠든 사이 얼굴 등 주요 신체 부위에 치약을 바르는 짓궂은 장난이 '치약 장난'이다. 치약이 독해서 당하는 사람은 피부가 붓고 아팠지만, 젊은이들 사이의 장난으로 간주돼 웃고 넘어가곤 했다.
이처럼 '장난’으로 용인되온 남학생들의 ‘치약 장난’의 행위자들이 법정에 섰다. 지난 10일 의정부지법 1호 법정에서는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의정부지법 1호 법정에는 앳된 얼굴의 20대 초반 대학생 3명이 배심원 앞에 섰다.

이들이 피의자가 된 것은 지난해 3월 12일의 일 때문이었다.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대성리로 학과 MT를 온 이들은 저녁부터 마신 술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잠에 빠졌다.

새벽 2시 50분쯤, 학생 3명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3명의 남학생들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잠을 자던 신입생 A(21)씨의 상의를 걷어 올리고 하의를 내렸다. 그리곤 배와 성기 주변에 치약을 발랐다. 한 학생은 이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까지 했다.

몇 시간 뒤 잠에서 깨어난 A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치약 장난'에 당했다는 수치심과 분노감에 힘들어 했고, 몇 달 간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피부염도 걸려 3일 간 치료까지 받았다.

검찰은 피해자의 고소에 따라 수사를 벌여 가해 학생 3명을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 사건은 학창 시절 추억거리나 짓궂은 장난 쯤으로 여겨 온 행동에 성추행 혐의가 적용된 첫 사례여서 큰 관심을 모았다.

의정부 지법 형사합의13부(안종화 부장판사)는 이 재판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했다. 가해 학생들의 행동이 그간 사회에서 통용되던 행동이었던 만큼 일반인의 판단을 받아보기로 한 것이다.

검찰과 변호인은 배심원 선정부터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재판장도 배심원들에게 "이례적으로 배심원 선정에 1시간이나 더 소요됐다"며 "그만큼 무게 있는 재판이고 법정형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사건"이라고 신중한 판단을 당부했다.


재판의 쟁점은 추행 고의 여부, 추행에 의한 상해 여부, 동영상 촬영의 성적 수치심 유발 의도 여부 등 세 가지였다.

검찰 측은 유사 판례와 MT 당시 동영상 등 다양한 증거 자료를 제시하며 성추행 죄와 이에 따른 피부염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상해를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반면 변호인들은 가해 학생 3명의 행위는 순수한 장난이었을 뿐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할 고의가 없어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일반적으로 추행은 이성간 일어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고 가해자의 성적 요구를 충족해야 한다"며 "그러나 이 사건의 행위는 짓궃은 장난일 뿐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검찰의 기소 내용을 반박했다.

양측은 언성을 높이는 등 날 선 공방을 계속했고 재판은 하루를 넘겨 11일 오전 4시 반까지 19시간이나 걸렸다.


양측의 공방을 지켜본 배심원 9명은 결국 고심 끝에 성추행 혐의가 인정되는 것으로 결론 냈다. 이런 의견을 수용해 재판부는 성추행 혐의와 동영상 촬영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 2명의 학생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나머지 한 학생에게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이들에게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2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친분이 없는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낄 것을 예상하고도 피해자의 상의를 걷어 올리고 하의를 내린 뒤 성기 주변에 치약을 발라 고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상해 부분에 관해서는 무죄로 본 배심원의 평결을 반영, "A씨의 피부염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성추행과의 인과 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며 상해를 유죄로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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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생 MT ‘치약 장난’…참여재판서 ‘성추행’ 유죄
    • 입력 2017-05-11 15:26:22
    • 수정2017-05-11 15:51:50
    취재K
고교 시절 수학 여행이나 대학 MT에서 ‘치약 장난’을 하는 남학생들이 예전엔 적지 않았다. 친구가 잠든 사이 얼굴 등 주요 신체 부위에 치약을 바르는 짓궂은 장난이 '치약 장난'이다. 치약이 독해서 당하는 사람은 피부가 붓고 아팠지만, 젊은이들 사이의 장난으로 간주돼 웃고 넘어가곤 했다.
이처럼 '장난’으로 용인되온 남학생들의 ‘치약 장난’의 행위자들이 법정에 섰다. 지난 10일 의정부지법 1호 법정에서는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의정부지법 1호 법정에는 앳된 얼굴의 20대 초반 대학생 3명이 배심원 앞에 섰다.

이들이 피의자가 된 것은 지난해 3월 12일의 일 때문이었다.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대성리로 학과 MT를 온 이들은 저녁부터 마신 술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잠에 빠졌다.

새벽 2시 50분쯤, 학생 3명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3명의 남학생들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잠을 자던 신입생 A(21)씨의 상의를 걷어 올리고 하의를 내렸다. 그리곤 배와 성기 주변에 치약을 발랐다. 한 학생은 이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까지 했다.

몇 시간 뒤 잠에서 깨어난 A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치약 장난'에 당했다는 수치심과 분노감에 힘들어 했고, 몇 달 간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피부염도 걸려 3일 간 치료까지 받았다.

검찰은 피해자의 고소에 따라 수사를 벌여 가해 학생 3명을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 사건은 학창 시절 추억거리나 짓궂은 장난 쯤으로 여겨 온 행동에 성추행 혐의가 적용된 첫 사례여서 큰 관심을 모았다.

의정부 지법 형사합의13부(안종화 부장판사)는 이 재판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했다. 가해 학생들의 행동이 그간 사회에서 통용되던 행동이었던 만큼 일반인의 판단을 받아보기로 한 것이다.

검찰과 변호인은 배심원 선정부터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재판장도 배심원들에게 "이례적으로 배심원 선정에 1시간이나 더 소요됐다"며 "그만큼 무게 있는 재판이고 법정형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사건"이라고 신중한 판단을 당부했다.


재판의 쟁점은 추행 고의 여부, 추행에 의한 상해 여부, 동영상 촬영의 성적 수치심 유발 의도 여부 등 세 가지였다.

검찰 측은 유사 판례와 MT 당시 동영상 등 다양한 증거 자료를 제시하며 성추행 죄와 이에 따른 피부염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상해를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반면 변호인들은 가해 학생 3명의 행위는 순수한 장난이었을 뿐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할 고의가 없어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일반적으로 추행은 이성간 일어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고 가해자의 성적 요구를 충족해야 한다"며 "그러나 이 사건의 행위는 짓궃은 장난일 뿐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검찰의 기소 내용을 반박했다.

양측은 언성을 높이는 등 날 선 공방을 계속했고 재판은 하루를 넘겨 11일 오전 4시 반까지 19시간이나 걸렸다.


양측의 공방을 지켜본 배심원 9명은 결국 고심 끝에 성추행 혐의가 인정되는 것으로 결론 냈다. 이런 의견을 수용해 재판부는 성추행 혐의와 동영상 촬영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 2명의 학생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나머지 한 학생에게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이들에게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2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친분이 없는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낄 것을 예상하고도 피해자의 상의를 걷어 올리고 하의를 내린 뒤 성기 주변에 치약을 발라 고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상해 부분에 관해서는 무죄로 본 배심원의 평결을 반영, "A씨의 피부염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성추행과의 인과 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며 상해를 유죄로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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