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북한식 군중 동원 정치…한계는?

입력 2017.05.13 (08:08) 수정 2017.05.13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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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 대통령 선거가 지난 9일에 열렸었죠.

그로부터 꼭 1년 전인 지난해 5월 9일에는 김정은의 대관식이라 할 수 있는 노동당 7차 대회도 개최됐습니다.

이때 주민 10만 명을 동원한 군중대회가 열렸는데, 그 규모와 세밀함에 많은 이들이 놀랐습니다.

북한의 이같은 군중동원 정치의 이면에는 수개월간 혹독한 연습에 내몰리는 북한 주민들의 희생이 자리잡고 있는데요.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북한식 군중동원 정치의 실태와 그 한계를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5월 평양 김일성광장...

김정은의 대관식, 노동당 제7차 대회를 기념하는 대규모 군중대회가 열렸다.

수만명이 일제히 붉은 꽃술을 들어올려 광장을 붉게 뒤덮더니,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경축’이라는 글자를 만들어 낸다.

뒤이어 김일성, 김정일의 대형 동상과 각종 체제선전 구호를 앞세운 일사불란한 퍼레이드...

‘영광’ ‘결사옹위’ 등의 글자가 연이어 새겨진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해 5월) : “천출명장 김정은 장군 만세!”

평양 시민 10만 명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진 이 행사는 집권 5년을 맞아 노동당 위원장에 추대된 김정은의 이른바 ‘셀프 대관식’의 절정이었다.

북한 정권은 중요한 기념일마다 이 같은 대규모 군중 동원 행사를 통해 체제 과시와 주민 결속을 노려왔다.

<인터뷰>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굉장히 굳건하다 이런 것들을 좀 과시한다는 게 있고요. 내적으로는 이제 주민들에 대한 통합, 정치사회적 통합이라는 것들을 도모한다는 의미가 있겠죠. 지금 현재 정치 체제나 이런 것들이 위협받고 있지만 굳건하게 지탱된다. 이런 것들을 주민들한테 선전한다는 그런 목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 최초의 열병식은 1948년, 북한 정규군 창설 기념행사 때 열렸다.

<녹취> 김일성(1948년 북한군 창건일 열병식)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을 위하여 앞으로 나갑시다. 조선인민의 강병인 조선인민군 만세!”

<녹취> “만세!”

이후 김정일 시대 들어 대규모 군중동원이 본격화 됐고, 횟수도 크게 늘었다.

<녹취> 北 기록영화 ‘백승을 떨쳐온 무적의 열병대오’ : “위대한 김정일 동지를 최고 사령관으로 모시고 처음으로 진행된 조선인민군 창건 예순 돌 경축 열병종대...”

이전보다 훨씬 화려하고 규모도 커진 열병식.

김정일이 이례적으로 육성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녹취> 김정일(1992년 북한군 창건일 열병식) : “영웅적 조선인민군 장병들에게 영광 있으라!”

여기에 김정일은 대집단 체조라는 유례없는 동원 정치 형식을 만들어 낸다.

대표적인 것이 ‘아리랑’ 공연...

10만여 명이 동원돼 무용과 체조, 카드섹션을 선보이는 이 공연은 미국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도 참관했던 북한의 대표적인 대규모 동원 행사다.

<인터뷰> 박성진(북한군 예술선전대 출신) : “김정일이 시기에는 이제 수령에 대한 충성심을 이끌 수 있는 곳이 선전선동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그래서 김정일이는 영화혁명을 했었고 이러한 퍼레이드를 해서 김일성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거예요. 왜냐하면 자기가 후계자이기 때문에. 결국은 김일성이가 죽게 되면 자기가 되는 거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김일성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 이러한 집단체조라던가 아니면 모든 집단들이 많은 사람들이 군중들이 참가를 해서 하는 것들이 승화를 시키기 위해서 그런 정치행사를 굉장히 많이 했죠.”

이런 정치 행사에 퍼레이드와 카드섹션 등으로 참여해야 하는 북한 주민들...

이들은 실상 행사 내내 ‘인간 선전물’이 되다시피 한다.

형형색색의 꽃술이나 조형물을 들고 광장 전체에 선동성 구호를 새기며 분위기를 돋우는 이들...

김씨 삼부자의 이름은 물론, 노동당 마크와 각종 구호까지...

수천에서 많게는 수만명이 혼연일체가 되어야 가능한 모습이다.

이는 길게는 6개월까지 혹독하게 이어지는 훈련의 결과라는 게 탈북민들의 설명이다.

<인터뷰> 박성진(북한군 예술선전대 출신) : “거기서 글자 쓰고 하는 애들 그것은 학생들이 대부분이 해요. 거의 이제 고등학생들. 중학교... 뭐 피오줌 쌀 정도니까요. 장난 아니죠. 아래다 오줌통 놓고 오줌 싸면서까지 다 하거든요? 그 정도로 하는 애들이에요. 얼마나 힘들겠어요.”

<인터뷰> 박은미(2012년 탈북) : “밖에서 온 종일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보면 부모님들이 나가기 전에 오이냉국을 먹으면 더위를 안 탄다 라고 해서 미리 다 먹고 오는 애들도 있고 햇빛에 그걸 장시간을 계속 연습을 해야 돼요. 힘들다는 거를 말로 표현할 수는 없는 거죠. 중학교 때 친구가 더위에 너무 오래 있어서 흰 거품 물고 쓰러진 거 봤어요.”

북한의 독특한 야간 축제 행사인 ‘야회’도 대표적인 군중동원 행사 중 하나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해 5월) : “청년 학생들의 야회 및 청년전위들의 횃불행진을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해 5월 7차 당대회 폐막을 축하하기 위한 청년학생들의 대규모 야회.

<녹취> 조선중앙TV(지난해 5월) : “우린 무엇도 두렵지 않아~ 원수님 계시기에~ 우린 누구도 두렵지 않아~ 원수님 따르기에~ 영광 속에 행복 속에 존엄 높이 살리라. 살리라~”

청년들은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붉은 깃발을 힘차게 흔들며 충성을 다짐한다.

곧이어 짙은 어둠 속에 이어진 횃불행진...

<녹취> 조선중앙TV(지난해 5월) : “더 높이 타오르라 혁명의 횃불이여!”

횃불로 김정은 찬양 문구를 만드는 건 기본이고...

김정은이 강조한 만리마 속도전, 핵 개발 야욕을 드러내는 문구도 줄줄이 등장하더니...

심지어 인공기가 일렁이는 것까지 형상화 할 정도로 고난도의 기술을 선보인다.

실제 횃불행진에 참여했던 탈북민은 의무적으로 동원돼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채 기계적인 훈련을 반복한다고 증언한다.

<인터뷰> 박성진(북한군 예술선전대 출신) : “너는 여기서부터 이 줄을 따라서 가라 하게 되면 그 줄을 따라서 가는 거예요. 그러면 갔다가 여기 갔다가 저기 갔다가 하면서 글자가 되는 거지 실질적으로 하는 사람들 자기가 무슨 글자 새기는지 모르거든요. 북한 사회는 정치 행사를 빠지거나 승인 없이 빠지거나 거부를 하게 되면 거의 노동집결소로 보내지거든요. 자기의 인생하고도 걸려있기 때문에 함부로 거기 빠질 수도 없고 함부로 반항할 수도 없는 사회이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에게 군중 동원행사는 절대적 의무이자 충성심을 평가받는 중요한 잣대라는 것.

그런 만큼 연령별, 조직별로 철저하게 관리된다고 한다.

<인터뷰> 박은미(2012년 탈북) : “초등학교 8살 때부터 다 나가요. 그리고 거기 종목이 대학생을 위한 종목, 그리고 중학생을 위한 종목, 그리고 초등학생을 위한 종목들이 있다면 매뉴얼에 맞게 다 동원을 시키는 편이에요. 내가 그런 행사에 못 참가 했다는 거는 충성심이 없다 는 표현이기 때문에 그 학생은 혁명화라는 기간이 또 있어요 학생에게도... 그래서 한 달 간 동상 청소를 한다든가, 충성심을 너는 키워야 된다 이렇게 한다든가... 참여하지 않은 데 대한 대각들이 꼭 있어요.”

이 같은 강제적 군중 동원은 대외적 홍보 목적도 있지만 내부적인 체제 결속의 목적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인터뷰>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사실은 체제가 위기가 되면서 사람들을 좀 결속시키겠다는 필요성이 생기.. 생겼기 때문에. 뭐 아리랑 같은 경우는 90년대부터 본격화 되니까 빈도도 많아지고 정도도 많아졌다고 좀 봐야 될 것 같고. 종류도 좀 다양해졌다고 좀 봐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집단성과 집체성이 강한 데서는 그게 꼭 그거를 훈련을 특별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런 집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일상적으로 좀 하고 있다고 봐야 돼요.”

이러한 군중동원 정치는 김정은 정권 들어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2010년 노동당 창건 65주년 열병식에서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이 모습을 이례적으로 생중계했고, 외신의 취재도 대폭 허용했다.

대대적 군중행사를 통해 대내외에 ‘김정은의 북한’을 선전하려는 의도였다.

김정은 집권 후 야회를 한층 강화하는 한편 ‘불꽃놀이'를 치적사업 중 하나로 정해 명절마다 대대적으로 진행해 왔는데, 이는 경제적 이유도 크다는 분석이다.

<인터뷰>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특히 김정은이 들어선 다음부터는 특히 이제 바깥쪽에서 김정은 정권에 취약성에 대해서 문제점을 삼았던 사람들이 많았고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자꾸 보여주고 싶은 게 하나 있겠고 정치적으로는. 그리고는 사실은 김정은 정권에서 지향하고 있는 경제적인 정책 중에 하나 특히 외화벌이에서 관광이거든요. 그거에 대해서 굉장히 적극적인데, 이제 관광을 자극시키기 위해서는 계속 그렇게 이슈를 만들어줘야죠.”

지난달 15일 김일성 105회 생일을 맞아 또 다시 열린 열병식.

대규모 행진이 이어지고 손짓하는 김정은을 향해 환호하는 북한 주민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강요 받아온 이 같은 군중동원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명백한 인권유린으로 규정하고 있다.

<인터뷰> 박은미(2012년 탈북) : “내가 참여하고 싶지 않은데 강제적인 입장에서 설득이 아니라 이건 강제적 방법으로 시키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것도 하나의 인권문제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만약에 근데 북한에 있었다고 하면 인권이 뭐지, 라고 물어봤을 것 같아요.”

실제 김정은 집권 이후 외신의 취재가 대폭 늘어나면서 지쳐 주저앉거나 실려 나가는 군인과 주민들의 모습 등이 포착되며 군중동원의 실체가 드러나기도 했다.

<녹취> 윌 리플리(CNN 기자/ 2015년) : “밤이 되자 살을 에는 듯 차가운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횃불 행진에 동원된 수천 명의 젊은이들은 비옷도 입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각종 주민 동원의 이면을 다큐 영화로 제작한 러시아인 감독 역시 철저한 통제 실태를 폭로했다.

<인터뷰> 비탈리 만스키(다큐영화 ‘태양 아래’ 감독) : “(북한은) 24시간 동안 모든 걸 다 통제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다큐 영화에 나온 그대로 모든 게 다 정해져 있고, 모든 게 다 통제되고 있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피로도도 높아지면서 주민결속과 체제유지 효과는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터뷰> 박성진(북한군 예술선전대 출신) : “예를 들어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 내가 어디 가서 장사를 해야 되는데 그 6개월 동안 그거 한다면 어떻게 먹고 살겠어요. 자기네가 자발적으로 나와서 하는 게 아니거든요. 나라에서 정해줘서 너 이거를 이제부터 6개월 동안 해라 해서 하는 거잖아요. 그러면 당당히 거기에 대한 보수가 있어야지 아무런 보수도 없고 동원을 시켰다고 하면 노예제도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죠. 90년도부터 사람들이 인식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거예요. 그러니까 당에 충성을 하는 것은 그냥 쇼로 생각을 하는 거죠.”

지난 달 105회 김일성 생일 행사에 이어 8월 ‘백두산 위인칭송대회’ 개최까지 예고한 북한...

북한 주민들은 또다시 3대 세습 독재를 유지하기 위한 동원 정치에 내몰리며 혹독한 여름을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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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북한식 군중 동원 정치…한계는?
    • 입력 2017-05-13 08:22:20
    • 수정2017-05-13 08: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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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 대통령 선거가 지난 9일에 열렸었죠.

그로부터 꼭 1년 전인 지난해 5월 9일에는 김정은의 대관식이라 할 수 있는 노동당 7차 대회도 개최됐습니다.

이때 주민 10만 명을 동원한 군중대회가 열렸는데, 그 규모와 세밀함에 많은 이들이 놀랐습니다.

북한의 이같은 군중동원 정치의 이면에는 수개월간 혹독한 연습에 내몰리는 북한 주민들의 희생이 자리잡고 있는데요.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북한식 군중동원 정치의 실태와 그 한계를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5월 평양 김일성광장...

김정은의 대관식, 노동당 제7차 대회를 기념하는 대규모 군중대회가 열렸다.

수만명이 일제히 붉은 꽃술을 들어올려 광장을 붉게 뒤덮더니,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경축’이라는 글자를 만들어 낸다.

뒤이어 김일성, 김정일의 대형 동상과 각종 체제선전 구호를 앞세운 일사불란한 퍼레이드...

‘영광’ ‘결사옹위’ 등의 글자가 연이어 새겨진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해 5월) : “천출명장 김정은 장군 만세!”

평양 시민 10만 명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진 이 행사는 집권 5년을 맞아 노동당 위원장에 추대된 김정은의 이른바 ‘셀프 대관식’의 절정이었다.

북한 정권은 중요한 기념일마다 이 같은 대규모 군중 동원 행사를 통해 체제 과시와 주민 결속을 노려왔다.

<인터뷰>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굉장히 굳건하다 이런 것들을 좀 과시한다는 게 있고요. 내적으로는 이제 주민들에 대한 통합, 정치사회적 통합이라는 것들을 도모한다는 의미가 있겠죠. 지금 현재 정치 체제나 이런 것들이 위협받고 있지만 굳건하게 지탱된다. 이런 것들을 주민들한테 선전한다는 그런 목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 최초의 열병식은 1948년, 북한 정규군 창설 기념행사 때 열렸다.

<녹취> 김일성(1948년 북한군 창건일 열병식)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을 위하여 앞으로 나갑시다. 조선인민의 강병인 조선인민군 만세!”

<녹취> “만세!”

이후 김정일 시대 들어 대규모 군중동원이 본격화 됐고, 횟수도 크게 늘었다.

<녹취> 北 기록영화 ‘백승을 떨쳐온 무적의 열병대오’ : “위대한 김정일 동지를 최고 사령관으로 모시고 처음으로 진행된 조선인민군 창건 예순 돌 경축 열병종대...”

이전보다 훨씬 화려하고 규모도 커진 열병식.

김정일이 이례적으로 육성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녹취> 김정일(1992년 북한군 창건일 열병식) : “영웅적 조선인민군 장병들에게 영광 있으라!”

여기에 김정일은 대집단 체조라는 유례없는 동원 정치 형식을 만들어 낸다.

대표적인 것이 ‘아리랑’ 공연...

10만여 명이 동원돼 무용과 체조, 카드섹션을 선보이는 이 공연은 미국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도 참관했던 북한의 대표적인 대규모 동원 행사다.

<인터뷰> 박성진(북한군 예술선전대 출신) : “김정일이 시기에는 이제 수령에 대한 충성심을 이끌 수 있는 곳이 선전선동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그래서 김정일이는 영화혁명을 했었고 이러한 퍼레이드를 해서 김일성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거예요. 왜냐하면 자기가 후계자이기 때문에. 결국은 김일성이가 죽게 되면 자기가 되는 거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김일성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 이러한 집단체조라던가 아니면 모든 집단들이 많은 사람들이 군중들이 참가를 해서 하는 것들이 승화를 시키기 위해서 그런 정치행사를 굉장히 많이 했죠.”

이런 정치 행사에 퍼레이드와 카드섹션 등으로 참여해야 하는 북한 주민들...

이들은 실상 행사 내내 ‘인간 선전물’이 되다시피 한다.

형형색색의 꽃술이나 조형물을 들고 광장 전체에 선동성 구호를 새기며 분위기를 돋우는 이들...

김씨 삼부자의 이름은 물론, 노동당 마크와 각종 구호까지...

수천에서 많게는 수만명이 혼연일체가 되어야 가능한 모습이다.

이는 길게는 6개월까지 혹독하게 이어지는 훈련의 결과라는 게 탈북민들의 설명이다.

<인터뷰> 박성진(북한군 예술선전대 출신) : “거기서 글자 쓰고 하는 애들 그것은 학생들이 대부분이 해요. 거의 이제 고등학생들. 중학교... 뭐 피오줌 쌀 정도니까요. 장난 아니죠. 아래다 오줌통 놓고 오줌 싸면서까지 다 하거든요? 그 정도로 하는 애들이에요. 얼마나 힘들겠어요.”

<인터뷰> 박은미(2012년 탈북) : “밖에서 온 종일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보면 부모님들이 나가기 전에 오이냉국을 먹으면 더위를 안 탄다 라고 해서 미리 다 먹고 오는 애들도 있고 햇빛에 그걸 장시간을 계속 연습을 해야 돼요. 힘들다는 거를 말로 표현할 수는 없는 거죠. 중학교 때 친구가 더위에 너무 오래 있어서 흰 거품 물고 쓰러진 거 봤어요.”

북한의 독특한 야간 축제 행사인 ‘야회’도 대표적인 군중동원 행사 중 하나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해 5월) : “청년 학생들의 야회 및 청년전위들의 횃불행진을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해 5월 7차 당대회 폐막을 축하하기 위한 청년학생들의 대규모 야회.

<녹취> 조선중앙TV(지난해 5월) : “우린 무엇도 두렵지 않아~ 원수님 계시기에~ 우린 누구도 두렵지 않아~ 원수님 따르기에~ 영광 속에 행복 속에 존엄 높이 살리라. 살리라~”

청년들은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붉은 깃발을 힘차게 흔들며 충성을 다짐한다.

곧이어 짙은 어둠 속에 이어진 횃불행진...

<녹취> 조선중앙TV(지난해 5월) : “더 높이 타오르라 혁명의 횃불이여!”

횃불로 김정은 찬양 문구를 만드는 건 기본이고...

김정은이 강조한 만리마 속도전, 핵 개발 야욕을 드러내는 문구도 줄줄이 등장하더니...

심지어 인공기가 일렁이는 것까지 형상화 할 정도로 고난도의 기술을 선보인다.

실제 횃불행진에 참여했던 탈북민은 의무적으로 동원돼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채 기계적인 훈련을 반복한다고 증언한다.

<인터뷰> 박성진(북한군 예술선전대 출신) : “너는 여기서부터 이 줄을 따라서 가라 하게 되면 그 줄을 따라서 가는 거예요. 그러면 갔다가 여기 갔다가 저기 갔다가 하면서 글자가 되는 거지 실질적으로 하는 사람들 자기가 무슨 글자 새기는지 모르거든요. 북한 사회는 정치 행사를 빠지거나 승인 없이 빠지거나 거부를 하게 되면 거의 노동집결소로 보내지거든요. 자기의 인생하고도 걸려있기 때문에 함부로 거기 빠질 수도 없고 함부로 반항할 수도 없는 사회이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에게 군중 동원행사는 절대적 의무이자 충성심을 평가받는 중요한 잣대라는 것.

그런 만큼 연령별, 조직별로 철저하게 관리된다고 한다.

<인터뷰> 박은미(2012년 탈북) : “초등학교 8살 때부터 다 나가요. 그리고 거기 종목이 대학생을 위한 종목, 그리고 중학생을 위한 종목, 그리고 초등학생을 위한 종목들이 있다면 매뉴얼에 맞게 다 동원을 시키는 편이에요. 내가 그런 행사에 못 참가 했다는 거는 충성심이 없다 는 표현이기 때문에 그 학생은 혁명화라는 기간이 또 있어요 학생에게도... 그래서 한 달 간 동상 청소를 한다든가, 충성심을 너는 키워야 된다 이렇게 한다든가... 참여하지 않은 데 대한 대각들이 꼭 있어요.”

이 같은 강제적 군중 동원은 대외적 홍보 목적도 있지만 내부적인 체제 결속의 목적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인터뷰>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사실은 체제가 위기가 되면서 사람들을 좀 결속시키겠다는 필요성이 생기.. 생겼기 때문에. 뭐 아리랑 같은 경우는 90년대부터 본격화 되니까 빈도도 많아지고 정도도 많아졌다고 좀 봐야 될 것 같고. 종류도 좀 다양해졌다고 좀 봐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집단성과 집체성이 강한 데서는 그게 꼭 그거를 훈련을 특별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런 집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일상적으로 좀 하고 있다고 봐야 돼요.”

이러한 군중동원 정치는 김정은 정권 들어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2010년 노동당 창건 65주년 열병식에서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이 모습을 이례적으로 생중계했고, 외신의 취재도 대폭 허용했다.

대대적 군중행사를 통해 대내외에 ‘김정은의 북한’을 선전하려는 의도였다.

김정은 집권 후 야회를 한층 강화하는 한편 ‘불꽃놀이'를 치적사업 중 하나로 정해 명절마다 대대적으로 진행해 왔는데, 이는 경제적 이유도 크다는 분석이다.

<인터뷰>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특히 김정은이 들어선 다음부터는 특히 이제 바깥쪽에서 김정은 정권에 취약성에 대해서 문제점을 삼았던 사람들이 많았고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자꾸 보여주고 싶은 게 하나 있겠고 정치적으로는. 그리고는 사실은 김정은 정권에서 지향하고 있는 경제적인 정책 중에 하나 특히 외화벌이에서 관광이거든요. 그거에 대해서 굉장히 적극적인데, 이제 관광을 자극시키기 위해서는 계속 그렇게 이슈를 만들어줘야죠.”

지난달 15일 김일성 105회 생일을 맞아 또 다시 열린 열병식.

대규모 행진이 이어지고 손짓하는 김정은을 향해 환호하는 북한 주민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강요 받아온 이 같은 군중동원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명백한 인권유린으로 규정하고 있다.

<인터뷰> 박은미(2012년 탈북) : “내가 참여하고 싶지 않은데 강제적인 입장에서 설득이 아니라 이건 강제적 방법으로 시키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것도 하나의 인권문제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만약에 근데 북한에 있었다고 하면 인권이 뭐지, 라고 물어봤을 것 같아요.”

실제 김정은 집권 이후 외신의 취재가 대폭 늘어나면서 지쳐 주저앉거나 실려 나가는 군인과 주민들의 모습 등이 포착되며 군중동원의 실체가 드러나기도 했다.

<녹취> 윌 리플리(CNN 기자/ 2015년) : “밤이 되자 살을 에는 듯 차가운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횃불 행진에 동원된 수천 명의 젊은이들은 비옷도 입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각종 주민 동원의 이면을 다큐 영화로 제작한 러시아인 감독 역시 철저한 통제 실태를 폭로했다.

<인터뷰> 비탈리 만스키(다큐영화 ‘태양 아래’ 감독) : “(북한은) 24시간 동안 모든 걸 다 통제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다큐 영화에 나온 그대로 모든 게 다 정해져 있고, 모든 게 다 통제되고 있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피로도도 높아지면서 주민결속과 체제유지 효과는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터뷰> 박성진(북한군 예술선전대 출신) : “예를 들어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 내가 어디 가서 장사를 해야 되는데 그 6개월 동안 그거 한다면 어떻게 먹고 살겠어요. 자기네가 자발적으로 나와서 하는 게 아니거든요. 나라에서 정해줘서 너 이거를 이제부터 6개월 동안 해라 해서 하는 거잖아요. 그러면 당당히 거기에 대한 보수가 있어야지 아무런 보수도 없고 동원을 시켰다고 하면 노예제도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죠. 90년도부터 사람들이 인식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거예요. 그러니까 당에 충성을 하는 것은 그냥 쇼로 생각을 하는 거죠.”

지난 달 105회 김일성 생일 행사에 이어 8월 ‘백두산 위인칭송대회’ 개최까지 예고한 북한...

북한 주민들은 또다시 3대 세습 독재를 유지하기 위한 동원 정치에 내몰리며 혹독한 여름을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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