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나 마나 동물보호법

입력 2017.05.14 (22:48) 수정 2017.05.14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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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이 살아 있는 고양이를 구덩이 위로 옮깁니다.

고양이가 움직이자 삽으로 머리를 내려치더니 흙을 덮어버립니다.

<녹취> "이렇게 묻어줘야 얘도 편한 거야. 알아?"

한 애견 관리업체 직원이 하얀 강아지를 잡아 벽에 내던집니다.

발로 걷어차기까지 합니다.

자신의 반려견이 고객의 강아지와 싸우자 홧김에 때렸다는 겁니다.

동물이 인간의 동반자로 인식되면서 이제는 애완동물 대신 반려동물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동물 학대가 이어지고 있는 게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인터뷰> 서민지(애견인) : "되게 안쓰럽기도 하고 슬프죠. 왜냐하면 동물도 친구랑 가족 같은 건데…."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동물 보호,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도 더 높아지고 있는데요.

현행법은 여전히 동물을 도구나 물건으로 간주하면서 문제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리포트>

검정 개가 트럭 짐칸에 묶여 있습니다.

목에는 노끈이 걸려 있습니다.

개는 머리 쪽에 충격을 입은 듯 피를 흘리며 숨을 헐떡입니다.

한 운전자는 달리는 트럭 위에서 고통스러워 하는 개를 보고 놀라 추격 끝에 트럭을 세우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녹취> 신고자 : "그 아이가 매달렸던 걸 본거고요. 경적 울리며 뒤쫓아갔는데 안 서고, 차 세우라고 막 했죠."

그런데 운전자가 자신의 개를 도축하려고 이동중이었다고 밝히자 신고자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고 말합니다.

<녹취> 신고자 : "위급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아무도 없더라고요. 잡아먹으려고 사 가는건데 왜 이러지 하는."

신고자는 우여곡절 끝에 다친 개를 개 주인에게서 7만 원에 산 뒤 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었습니다.

개의 상태는 어떨까?

취재진이 다가가자 몸을 버둥대더니 바로 소변을 봅니다.

사건 이후로 사람이 다가오거나 목줄을 채우려하면 불안해서 보이는 행동이라고 의료진은 설명합니다.

머리 앞쪽 상처는 봉합 수술 뒤 아물고 있지만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인터뷰> 윤문수(수의사) : "사람들의 구타라든지 이런 것 때문에 방어적으로 성격이 바뀌지 선천적으로 나쁜 애들은 많이 없거든요. 여기 보시면 연부 조직쪽이 가격에 의해 부어있는 것을 알 수 있죠."

동물보호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등을 동물학대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유 재산인 개를 식용으로 키워 도축하려 했다면 학대로 보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신고자가 개를 사면서 소유권을 얻었기에 구조가 가능했습니다.

<녹취> 군청 관계자 : "사유재산입니다. 다친 건 맞는데 학대 행위를 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식육견 있지 않습니까. 유통되고 있는 개들에 대해서는 사실상 법 테두리 밖에 있어요."

학대 우려가 있어도 개를 마음대로 구조할 수도 없습니다.

이 개는 주인이 절도 혐의로 경찰에 구속되면서 집에 혼자 남았습니다.

주인이 계속 먹이를 주지 않으면 굶어 죽을 수도 있는 상황.

경찰이 지자체에 구조를 요청했더니 지자체는 개 주인의 소유권 포기 각서를 요구했습니다.

경찰이 주인의 동의 없이 개를 구조했다가는 훔친 걸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녹취> 담당 경찰관(음성변조) : "개도 생명인데 굶어죽을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할 수가 없어서 알아봤거든요. 그분(구속된 개 주인) 동의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더라고요."

동물보호 단체가 함께 나서 구속된 개 주인을 수차례 설득한 끝에 임시 소유권을 얻어 이틀 만에 겨우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미희(동물권단체 케어 간사) : "예를 들어서 견주가 갑자기 죽었거나 아니면 이번처럼 구속이 됐거나 방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잖아요. 대안이 법적으로 없다는 것도 좀 한계인 것 같고요."

개가 학대받는 것이 확실하다면 공무원이 현장에서 개주인의 동의 없이도 3일 동안 긴급 격리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격리 기간이 지나면 동물을 가해자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인터뷰> 박소연(동물권단체 케어 대표) : "학대자의 소유물로 남아서 긴급 격리 조치도 좀 어렵고, 또 긴급 격리 조치를 한다 하더라도 이후에 학대자가 원한다면 다시 학대자의 품 안에 돌아갈 수밖에 없어서 사실 그런 것들이 문제죠."

학대를 받았던 동물들이 모여 있는 보호소를 찾아가봤습니다.

누렁이가 힘차게 마당을 누빕니다.

10년째 이곳에 있는 수캐, 이름은 '강이'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한쪽 눈이 없습니다.

행인의 바짓 자락에 다리를 올렸다가 돌로 머리를 맞아 두개골이 골절됐고, 한쪽 안구가 빠졌습니다.

또다른 개 '순자' 역시 주인에게 상습적으로 맞아 안구가 훼손됐습니다.

학대를 당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람을 경계합니다.

<인터뷰> 이영숙(동물학대방지연합 양주 보호소장) : "학대 받은 애들은 거의 저희가 끝까지 보호하고 있어요. 일반 애들보다 입양 보내는 걸 더 까다롭게 생각하거든요. (보호소에) 와서 적응을 조금씩 하고 있는데, 물론 좋은 환경도 있지만 가서 또 학대를 받을 수도 있거든요."

이 민간 보호소에 있는 학대 피해견과 유기견은 모두 150마리.

보호소를 찾아와 개를 버리고 가는 경우가 늘다보니 견사도 포화 상탭니다.

소형견만 한 달에 한 두차례 입양될 뿐 대부분 보호소에서 평생을 살아갑니다.

<인터뷰> 권예빈(자원봉사자) : "무책임하게 버리고 간 분들한테 화도 많이 나고, 여기 친구들은 다 사랑받고 싶어 하는 친구들인데. 여기 보면 다 엄청 애교도 많고 그러거든요. 많이 안타까워요."

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학대 신고가 늘고 있지만 처벌까지 이뤄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차 트렁크에 개를 매단 채 질주해 숨지게 하면서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던 '악마 에쿠스 사건'.

개가 트렁크에서 뛰쳐 나갔던 것일 수도 있어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동물학대 혐의로 통상 10건 중 4건이 재판에 넘겨지는데 절반 이상은 무혐의 처분을 받고 있습니다.

위법이 인정되더라도 절반 이상은 벌금형에 그칩니다.

<인터뷰> 김경은(변호사) : "살아있는 동물을 죽이는 것보다 현행법상으로는 물건을 훼손하는 행위가 좀 더 높게 형량이 높게 돼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는 거죠."

개 농장 역시 동물보호법의 사각 지대에 놓여있습니다.

개들이 움직이기 조차 힘든 좁은 공간에 갇혀 있습니다.

분뇨가 쌓여있고, 사체도 아무렇게나 버려집니다.

올 초 동물보호 단체가 확인한 경기도의 한 개 농장의 실탭니다.

개 농장 주변에 고인 피가 하천쪽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개를 도살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동물 단체 관계자와 함께 현장을 다시 찾아가봤습니다.

개 농장 주인은 개 식용 반대 운동을 하는 동물보호 단체에 대한 반감을 드러냅니다.

<녹취> 개 농장 주인(음성변조) : "그냥 무조건 뭐 잡지 마라, 하지 마라. 지금 우리나라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걸 가지고 그걸 어쩌란 말이야!"

현행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개는 빠져 있습니다.

결국 축산물이 아니기 때문에 개 농장의 위생 상태를 규제할 만한 근거가 없는 셈입니다.

따라서 동물보호 단체들은 다른 법 위반 사항을 살펴 지적하거나 고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서선일(동물보호단체 가온 대표) : "실제로 개 농장이 있는 개들을 구조하게 되면 안에 기생충들이 너무 많아서 한 달을 채 못 견디고 죽는 경우도 되게 많아요. 그 안에는 이미 개를 수십 년간 도살 해서 피 웅덩이가 있어요. 동물보호법으로 아무 것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전혀 없어요. 동물 학대가 이루어지는 데도 불구하고."

개고기를 유통하는 시장에서는 동물 학대로 보이는 행위를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좁은 개장에 강아지들이 몸이 끼어있는 채로 갇혀 있습니다.

상인들은 강아지들을 옮길 때 쇠꼬챙이로 마구 찌릅니다.

<녹취> "머리 도구 쓰면 처벌 받아요. (개 30년 장사해도 손으로 절대 못 잡는 거예요.)"

시민들은 공포감을 호소하며 민원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지만 상인들의 생업인데다 동물 학대 처벌 규정을 적용하기도 어려워 마찰이 계속되는 상황입니다.

내년부터는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적용되면서 동물을 학대할 경우 기존 징역 1년에 벌금 천만 원 이하에서 징역 2년, 벌금 2천만 원 이하로 처벌이 강화됩니다.

처벌 강화는 의미가 있지만 좀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경은(변호사) : "독일, 스위스, 그리고 이집트, 인도 등 6개 국가가 헌법에 동물 보호를 명시하고 있다고 해요. 그런데 이것뿐만 아니라 지금 전 세계적으로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민법상의 규정을 신설하려는 그런 움직임들이 굉장히 많이 있거든요."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

매일 버려지는 반려동물은 250마리로 집계되고 있지만 학대와 방치 속에 암암리에 사라지는 동물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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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있으나 마나 동물보호법
    • 입력 2017-05-14 23:23:46
    • 수정2017-05-14 23:30:19
    취재파일K
아파트 경비원이 살아 있는 고양이를 구덩이 위로 옮깁니다.

고양이가 움직이자 삽으로 머리를 내려치더니 흙을 덮어버립니다.

<녹취> "이렇게 묻어줘야 얘도 편한 거야. 알아?"

한 애견 관리업체 직원이 하얀 강아지를 잡아 벽에 내던집니다.

발로 걷어차기까지 합니다.

자신의 반려견이 고객의 강아지와 싸우자 홧김에 때렸다는 겁니다.

동물이 인간의 동반자로 인식되면서 이제는 애완동물 대신 반려동물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동물 학대가 이어지고 있는 게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인터뷰> 서민지(애견인) : "되게 안쓰럽기도 하고 슬프죠. 왜냐하면 동물도 친구랑 가족 같은 건데…."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동물 보호,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도 더 높아지고 있는데요.

현행법은 여전히 동물을 도구나 물건으로 간주하면서 문제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리포트>

검정 개가 트럭 짐칸에 묶여 있습니다.

목에는 노끈이 걸려 있습니다.

개는 머리 쪽에 충격을 입은 듯 피를 흘리며 숨을 헐떡입니다.

한 운전자는 달리는 트럭 위에서 고통스러워 하는 개를 보고 놀라 추격 끝에 트럭을 세우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녹취> 신고자 : "그 아이가 매달렸던 걸 본거고요. 경적 울리며 뒤쫓아갔는데 안 서고, 차 세우라고 막 했죠."

그런데 운전자가 자신의 개를 도축하려고 이동중이었다고 밝히자 신고자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고 말합니다.

<녹취> 신고자 : "위급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아무도 없더라고요. 잡아먹으려고 사 가는건데 왜 이러지 하는."

신고자는 우여곡절 끝에 다친 개를 개 주인에게서 7만 원에 산 뒤 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었습니다.

개의 상태는 어떨까?

취재진이 다가가자 몸을 버둥대더니 바로 소변을 봅니다.

사건 이후로 사람이 다가오거나 목줄을 채우려하면 불안해서 보이는 행동이라고 의료진은 설명합니다.

머리 앞쪽 상처는 봉합 수술 뒤 아물고 있지만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인터뷰> 윤문수(수의사) : "사람들의 구타라든지 이런 것 때문에 방어적으로 성격이 바뀌지 선천적으로 나쁜 애들은 많이 없거든요. 여기 보시면 연부 조직쪽이 가격에 의해 부어있는 것을 알 수 있죠."

동물보호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등을 동물학대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유 재산인 개를 식용으로 키워 도축하려 했다면 학대로 보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신고자가 개를 사면서 소유권을 얻었기에 구조가 가능했습니다.

<녹취> 군청 관계자 : "사유재산입니다. 다친 건 맞는데 학대 행위를 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식육견 있지 않습니까. 유통되고 있는 개들에 대해서는 사실상 법 테두리 밖에 있어요."

학대 우려가 있어도 개를 마음대로 구조할 수도 없습니다.

이 개는 주인이 절도 혐의로 경찰에 구속되면서 집에 혼자 남았습니다.

주인이 계속 먹이를 주지 않으면 굶어 죽을 수도 있는 상황.

경찰이 지자체에 구조를 요청했더니 지자체는 개 주인의 소유권 포기 각서를 요구했습니다.

경찰이 주인의 동의 없이 개를 구조했다가는 훔친 걸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녹취> 담당 경찰관(음성변조) : "개도 생명인데 굶어죽을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할 수가 없어서 알아봤거든요. 그분(구속된 개 주인) 동의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더라고요."

동물보호 단체가 함께 나서 구속된 개 주인을 수차례 설득한 끝에 임시 소유권을 얻어 이틀 만에 겨우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미희(동물권단체 케어 간사) : "예를 들어서 견주가 갑자기 죽었거나 아니면 이번처럼 구속이 됐거나 방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잖아요. 대안이 법적으로 없다는 것도 좀 한계인 것 같고요."

개가 학대받는 것이 확실하다면 공무원이 현장에서 개주인의 동의 없이도 3일 동안 긴급 격리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격리 기간이 지나면 동물을 가해자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인터뷰> 박소연(동물권단체 케어 대표) : "학대자의 소유물로 남아서 긴급 격리 조치도 좀 어렵고, 또 긴급 격리 조치를 한다 하더라도 이후에 학대자가 원한다면 다시 학대자의 품 안에 돌아갈 수밖에 없어서 사실 그런 것들이 문제죠."

학대를 받았던 동물들이 모여 있는 보호소를 찾아가봤습니다.

누렁이가 힘차게 마당을 누빕니다.

10년째 이곳에 있는 수캐, 이름은 '강이'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한쪽 눈이 없습니다.

행인의 바짓 자락에 다리를 올렸다가 돌로 머리를 맞아 두개골이 골절됐고, 한쪽 안구가 빠졌습니다.

또다른 개 '순자' 역시 주인에게 상습적으로 맞아 안구가 훼손됐습니다.

학대를 당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람을 경계합니다.

<인터뷰> 이영숙(동물학대방지연합 양주 보호소장) : "학대 받은 애들은 거의 저희가 끝까지 보호하고 있어요. 일반 애들보다 입양 보내는 걸 더 까다롭게 생각하거든요. (보호소에) 와서 적응을 조금씩 하고 있는데, 물론 좋은 환경도 있지만 가서 또 학대를 받을 수도 있거든요."

이 민간 보호소에 있는 학대 피해견과 유기견은 모두 150마리.

보호소를 찾아와 개를 버리고 가는 경우가 늘다보니 견사도 포화 상탭니다.

소형견만 한 달에 한 두차례 입양될 뿐 대부분 보호소에서 평생을 살아갑니다.

<인터뷰> 권예빈(자원봉사자) : "무책임하게 버리고 간 분들한테 화도 많이 나고, 여기 친구들은 다 사랑받고 싶어 하는 친구들인데. 여기 보면 다 엄청 애교도 많고 그러거든요. 많이 안타까워요."

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학대 신고가 늘고 있지만 처벌까지 이뤄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차 트렁크에 개를 매단 채 질주해 숨지게 하면서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던 '악마 에쿠스 사건'.

개가 트렁크에서 뛰쳐 나갔던 것일 수도 있어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동물학대 혐의로 통상 10건 중 4건이 재판에 넘겨지는데 절반 이상은 무혐의 처분을 받고 있습니다.

위법이 인정되더라도 절반 이상은 벌금형에 그칩니다.

<인터뷰> 김경은(변호사) : "살아있는 동물을 죽이는 것보다 현행법상으로는 물건을 훼손하는 행위가 좀 더 높게 형량이 높게 돼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는 거죠."

개 농장 역시 동물보호법의 사각 지대에 놓여있습니다.

개들이 움직이기 조차 힘든 좁은 공간에 갇혀 있습니다.

분뇨가 쌓여있고, 사체도 아무렇게나 버려집니다.

올 초 동물보호 단체가 확인한 경기도의 한 개 농장의 실탭니다.

개 농장 주변에 고인 피가 하천쪽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개를 도살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동물 단체 관계자와 함께 현장을 다시 찾아가봤습니다.

개 농장 주인은 개 식용 반대 운동을 하는 동물보호 단체에 대한 반감을 드러냅니다.

<녹취> 개 농장 주인(음성변조) : "그냥 무조건 뭐 잡지 마라, 하지 마라. 지금 우리나라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걸 가지고 그걸 어쩌란 말이야!"

현행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개는 빠져 있습니다.

결국 축산물이 아니기 때문에 개 농장의 위생 상태를 규제할 만한 근거가 없는 셈입니다.

따라서 동물보호 단체들은 다른 법 위반 사항을 살펴 지적하거나 고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서선일(동물보호단체 가온 대표) : "실제로 개 농장이 있는 개들을 구조하게 되면 안에 기생충들이 너무 많아서 한 달을 채 못 견디고 죽는 경우도 되게 많아요. 그 안에는 이미 개를 수십 년간 도살 해서 피 웅덩이가 있어요. 동물보호법으로 아무 것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전혀 없어요. 동물 학대가 이루어지는 데도 불구하고."

개고기를 유통하는 시장에서는 동물 학대로 보이는 행위를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좁은 개장에 강아지들이 몸이 끼어있는 채로 갇혀 있습니다.

상인들은 강아지들을 옮길 때 쇠꼬챙이로 마구 찌릅니다.

<녹취> "머리 도구 쓰면 처벌 받아요. (개 30년 장사해도 손으로 절대 못 잡는 거예요.)"

시민들은 공포감을 호소하며 민원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지만 상인들의 생업인데다 동물 학대 처벌 규정을 적용하기도 어려워 마찰이 계속되는 상황입니다.

내년부터는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적용되면서 동물을 학대할 경우 기존 징역 1년에 벌금 천만 원 이하에서 징역 2년, 벌금 2천만 원 이하로 처벌이 강화됩니다.

처벌 강화는 의미가 있지만 좀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경은(변호사) : "독일, 스위스, 그리고 이집트, 인도 등 6개 국가가 헌법에 동물 보호를 명시하고 있다고 해요. 그런데 이것뿐만 아니라 지금 전 세계적으로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민법상의 규정을 신설하려는 그런 움직임들이 굉장히 많이 있거든요."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

매일 버려지는 반려동물은 250마리로 집계되고 있지만 학대와 방치 속에 암암리에 사라지는 동물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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