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순직 인정받은 세월호 ‘기간제 교사’

입력 2017.05.15 (17:02) 수정 2017.05.1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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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층 선실에서 이지혜. 전수영, 유니나, 최혜정 선생님과 잠이 든 선생님은 16일 0시 선실 밖에서 3반 지민이가 급박하게 문을 두드리며 "선생님 수진이가 열이 많이 나요" 외치는 소리에 잠에서 깬 선생님은 지민이의 손에 이끌려 반 아이들이 있는 선실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순간 환하게 불이 켜지며 "해피 버스 데이 투유~노래가 울려퍼지며 아이들은 선생님의 귀와 손에 귀걸이와 반지를 선물로 채워주었습니다.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홈페이지 중-

세월호가 침몰된 날인 3년 전 4월 16일은 당시 단원고 2학년 3반 담임이었던 김초원(사고 당시 26세) 교사의 생일이었다.

김 교사는 2013년 계약직으로 기간제 교사를 시작했고, 참사가 일어나기 얼마 전인 2014년 3월부터 단원고에서 교편을 잡았다.

교사를 천직으로 여기고 학생들을 친동생처럼 아꼈던 김 교사의 모습은 세월호 사고 현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사고 당시 김 교사는 상대적으로 탈출이 쉬었던 5층에 묵고 있었다. 하지만 김 교사는 같은 기간제 교사였던 이지혜(사고 당시 31세) 교사 등과 함께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아래층인 4층으로 내려갔다가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모습으로 참사 이틀 뒤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참사 당일 새벽 세월호 안에서 제자들로부터 생일 축하 케이크를 받고 기념 사진을 촬영한 김초원 교사참사 당일 새벽 세월호 안에서 제자들로부터 생일 축하 케이크를 받고 기념 사진을 촬영한 김초원 교사

'기간제 교사' 이유로 순직에서 배제

세월호 참사 이후 희생된 단원고 11명의 교사 가운데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2명을 제외한 정규직교사 7명은 2014년 7월 안전행정부 순직보상심사위원회에서 모두 순직으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기간제 교사였던 김초원, 이지혜 두 교사는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공무원의 인사관리를 담당하는 인사혁신처가 두 교사가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공무원연금법'상 순직은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 공무원이 사망했을 경우 인정되는데, 대상 공무원을 '상시 공무에 종사하는 자'로 한정했다. 인사혁신처는 이를 '정규직' 공무원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했다.

숨진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인 김성욱(59) 씨는 지난 2015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작년(2014년) 6월경 실종교사를 제외한 희생교사 9명의 유가족이 함께 경기도교육청을 방문했는데 우리는 당연히 순직신청 논의에서 제외돼 참담했다. 그 자리에서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당연히 순직신청은 할 수 없다고만 생각하고 2014년 9월 의사자 신청을 했지만 이마저도 '증인이 없다'는 이유로 수차례 보류됐다.

2015년 7월 1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단원고 기간제 교사 순직 재심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2015년 7월 1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단원고 기간제 교사 순직 재심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기간제 교사도 '상시 공무 종사자'에 해당"

김 씨가 딸의 명예를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게 내게 된 것은 '기간제 교사도 공무원이 맞다'고 말해준 한 국회의원의 전화를 받고서부터였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실이 국회 입법조사처에 '기간제 교사의 순직인정 가능성 관련'에 대한 법적 해석을 의뢰했고, 입법조사처는 "교육공무원법에 의거 기간제교사는 교원에 포함되며 교원은 교육공무원이다. 따라서 기간제교사는 공무원연금법,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상 공무원에 포함된다"는 해석을 내놓았던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입장도 다르지 않았다.

변협은 2015년 6월 22일 "두 기간제 교사가 상시 공무에 종사하는 자로서 교육공무원법이 정하는 공무원에 해당하며, 재직 중 공무로 사망했기에 공무원연금법에 따른 '(순직)유족급여 및 (순직)유족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법률 의견서를 공무원연금공단이사장에게 전달했다.

이에 용기를 얻은 두 기간제 교사의 유족들이 순직 신청을 한 것은 2015년 6월 23일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4개월 만이었다.

(왼쪽) 세월호 참사 전 김초원 교사가 담임으로 있던 2학년 3반 학생들이 김 교사에게 전달한 생일 축하 편지 (오른쪽) 지난 3월 30일 서울 양재동 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 기간제교사 순직 인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며 울먹이는 김 교사의 아버지(왼쪽) 세월호 참사 전 김초원 교사가 담임으로 있던 2학년 3반 학생들이 김 교사에게 전달한 생일 축하 편지 (오른쪽) 지난 3월 30일 서울 양재동 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 기간제교사 순직 인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며 울먹이는 김 교사의 아버지

법원 판결 한 달 앞두고 나온 '대통령의 순직 인정 지시'

이후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두 교사의 순직 처리를 촉구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인사혁신처와 공무원연금공단에 제출했고, 지난 4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국회의장을 상대로 "세월호특별법 개정안 심의 등 조속한 입법조치를 통해 숨진 기간제 교사 순직을 인정하라"고 주문하기도 했지만 기간제 교사는 공무원이 아니므로 순직 인정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은 요지부동이었다.

김 교사와 이 교사 유족들은 지난해 3월 다시 유족급여와 유족보상금을 청구했지만 또 다시 반려 처분을 통보받았고, 급기야 김 교사 유족은 지난해 6월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순직 인정을 요구하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그리고 다음 달 15일 최종 선고를 정확히 한 달 앞둔 스승의 날인 오늘 문재인 대통령이 '김초원, 이지혜 교사 등 기간제 교사 2명의 순직을 인정하는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지시'함에 따라 3년여에 걸친 유가족들의 오랜 싸움은 그 끝을 앞두게 됐다.

지난 11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렸던 재판에서 김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 씨는 최후 변론 중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도대체 죽음에도 차별이 있다는 말입니까? 기간제 교사는 교사가 아닙니까? 아이들에겐 똑같이 우리 선생님입니다. 기간제 교사는 아이들이 위급해도 아이들을 버리고 나만 살겠다고 도망쳐 나와야 합니까? 나는 기간제 교사니까?

우리 딸, 2학년 3반 담임 김초원 선생님의 최소한의 명예를 지켜 주십시오.
적어도 선생님으로서의 순직을 인정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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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 만에 순직 인정받은 세월호 ‘기간제 교사’
    • 입력 2017-05-15 17:02:43
    • 수정2017-05-16 10: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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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층 선실에서 이지혜. 전수영, 유니나, 최혜정 선생님과 잠이 든 선생님은 16일 0시 선실 밖에서 3반 지민이가 급박하게 문을 두드리며 "선생님 수진이가 열이 많이 나요" 외치는 소리에 잠에서 깬 선생님은 지민이의 손에 이끌려 반 아이들이 있는 선실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순간 환하게 불이 켜지며 "해피 버스 데이 투유~노래가 울려퍼지며 아이들은 선생님의 귀와 손에 귀걸이와 반지를 선물로 채워주었습니다.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홈페이지 중-

세월호가 침몰된 날인 3년 전 4월 16일은 당시 단원고 2학년 3반 담임이었던 김초원(사고 당시 26세) 교사의 생일이었다.

김 교사는 2013년 계약직으로 기간제 교사를 시작했고, 참사가 일어나기 얼마 전인 2014년 3월부터 단원고에서 교편을 잡았다.

교사를 천직으로 여기고 학생들을 친동생처럼 아꼈던 김 교사의 모습은 세월호 사고 현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사고 당시 김 교사는 상대적으로 탈출이 쉬었던 5층에 묵고 있었다. 하지만 김 교사는 같은 기간제 교사였던 이지혜(사고 당시 31세) 교사 등과 함께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아래층인 4층으로 내려갔다가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모습으로 참사 이틀 뒤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참사 당일 새벽 세월호 안에서 제자들로부터 생일 축하 케이크를 받고 기념 사진을 촬영한 김초원 교사
'기간제 교사' 이유로 순직에서 배제

세월호 참사 이후 희생된 단원고 11명의 교사 가운데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2명을 제외한 정규직교사 7명은 2014년 7월 안전행정부 순직보상심사위원회에서 모두 순직으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기간제 교사였던 김초원, 이지혜 두 교사는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공무원의 인사관리를 담당하는 인사혁신처가 두 교사가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공무원연금법'상 순직은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 공무원이 사망했을 경우 인정되는데, 대상 공무원을 '상시 공무에 종사하는 자'로 한정했다. 인사혁신처는 이를 '정규직' 공무원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했다.

숨진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인 김성욱(59) 씨는 지난 2015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작년(2014년) 6월경 실종교사를 제외한 희생교사 9명의 유가족이 함께 경기도교육청을 방문했는데 우리는 당연히 순직신청 논의에서 제외돼 참담했다. 그 자리에서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당연히 순직신청은 할 수 없다고만 생각하고 2014년 9월 의사자 신청을 했지만 이마저도 '증인이 없다'는 이유로 수차례 보류됐다.

2015년 7월 1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단원고 기간제 교사 순직 재심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기간제 교사도 '상시 공무 종사자'에 해당"

김 씨가 딸의 명예를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게 내게 된 것은 '기간제 교사도 공무원이 맞다'고 말해준 한 국회의원의 전화를 받고서부터였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실이 국회 입법조사처에 '기간제 교사의 순직인정 가능성 관련'에 대한 법적 해석을 의뢰했고, 입법조사처는 "교육공무원법에 의거 기간제교사는 교원에 포함되며 교원은 교육공무원이다. 따라서 기간제교사는 공무원연금법,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상 공무원에 포함된다"는 해석을 내놓았던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입장도 다르지 않았다.

변협은 2015년 6월 22일 "두 기간제 교사가 상시 공무에 종사하는 자로서 교육공무원법이 정하는 공무원에 해당하며, 재직 중 공무로 사망했기에 공무원연금법에 따른 '(순직)유족급여 및 (순직)유족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법률 의견서를 공무원연금공단이사장에게 전달했다.

이에 용기를 얻은 두 기간제 교사의 유족들이 순직 신청을 한 것은 2015년 6월 23일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4개월 만이었다.

(왼쪽) 세월호 참사 전 김초원 교사가 담임으로 있던 2학년 3반 학생들이 김 교사에게 전달한 생일 축하 편지 (오른쪽) 지난 3월 30일 서울 양재동 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 기간제교사 순직 인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며 울먹이는 김 교사의 아버지
법원 판결 한 달 앞두고 나온 '대통령의 순직 인정 지시'

이후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두 교사의 순직 처리를 촉구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인사혁신처와 공무원연금공단에 제출했고, 지난 4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국회의장을 상대로 "세월호특별법 개정안 심의 등 조속한 입법조치를 통해 숨진 기간제 교사 순직을 인정하라"고 주문하기도 했지만 기간제 교사는 공무원이 아니므로 순직 인정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은 요지부동이었다.

김 교사와 이 교사 유족들은 지난해 3월 다시 유족급여와 유족보상금을 청구했지만 또 다시 반려 처분을 통보받았고, 급기야 김 교사 유족은 지난해 6월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순직 인정을 요구하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그리고 다음 달 15일 최종 선고를 정확히 한 달 앞둔 스승의 날인 오늘 문재인 대통령이 '김초원, 이지혜 교사 등 기간제 교사 2명의 순직을 인정하는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지시'함에 따라 3년여에 걸친 유가족들의 오랜 싸움은 그 끝을 앞두게 됐다.

지난 11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렸던 재판에서 김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 씨는 최후 변론 중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도대체 죽음에도 차별이 있다는 말입니까? 기간제 교사는 교사가 아닙니까? 아이들에겐 똑같이 우리 선생님입니다. 기간제 교사는 아이들이 위급해도 아이들을 버리고 나만 살겠다고 도망쳐 나와야 합니까? 나는 기간제 교사니까?

우리 딸, 2학년 3반 담임 김초원 선생님의 최소한의 명예를 지켜 주십시오.
적어도 선생님으로서의 순직을 인정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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