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4시간 운전하고 30분 쉬라는데…배차 간격 어떻게?

입력 2017.05.17 (08:38) 수정 2017.05.17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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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4시간 운전하고 30분 쉬라는데…배차 간격 어떻게?

[취재후] 4시간 운전하고 30분 쉬라는데…배차 간격 어떻게?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사고 현장, 지난해 7월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사고 현장, 지난해 7월


봉평터널 버스 사고... 버스기사는 무리한 운행 탓?

지난해 7월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에서 일어난 버스 사고. 4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친 끔찍한 사고의 원인은 다름 아닌 버스기사의 졸음 운전이었다. 버스기사 57살 방 모 씨의 변호인은 법정에서 "최저 임금 수준의 기본 급여에 배차 횟수에 따라 추가 지급되는 급여 체계 탓에 방 씨가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무리하게 운행하는 때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방 씨는 1심에서 금고 4년 형을 선고받은 뒤 형이 무겁다는 이유로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원심의 형량이 가벼워 부당하다"며 방 씨에게 4년 6개월형을 선고했다.


영동고속도로 둔내터널 인근 사고현장, 지난 11일 영동고속도로 둔내터널 인근 사고현장, 지난 11일


반복되는 고속도로 졸음 운전 사고

1년 가까이 흐른 지난 11일, 봉평터널에서 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장소. 또 다시 버스가 승합차를 추돌하면서 승합차에 타고 있던 승객 4명이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가 난 곳은 상습 정체을 빚는 구간으로, 버스 기사 49살 정 모 씨는 경찰에서 졸음 운전을 했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사고 이후 정부가 시행령 등을 통해 졸음 운전을 방지하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사고는 1년만에 다시 반복됐다.

OO운수 차고지, 경기도 안양시OO운수 차고지, 경기도 안양시


'서민의 발'인 시내버스의 졸음운전 대책은 어떨까?

국토교통부는 졸음운전을 막기 위해 지난 2월 28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시행했다. 시내버스 등의 경우 노선을 한번 운행하면 10분, 4시간 이상 운행하면 30분 이상의 휴식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국토교통부는 이에 더해 7월부터는 디지털 운행기록장치를 이용해 휴식시간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는 교통안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 하지만 과연 현장에서 졸음운전 방지 대책이 잘 지켜지고 있을까?

시내버스기사 조영문 씨시내버스기사 조영문 씨


시내버스 운전기사 24시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새벽, 차고지를 나선 시내버스 한 대. 출근길 직장인들과 학생들을 태우고 60여 개의 정거장을 거쳐야 노선을 한 바퀴 돌게 된다. 그렇게 버스는 2시간 만에야 다시 차고지로 돌아왔다. 바뀐 규정대로라면 주어져야 할 10분의 휴식시간. 하지만 버스기사 조영문 씨는 4분도 채 휴식하지 못하고 차고지를 떠나야했다. 배차간격을 지키기 위해서다. 배차간격을 지키지 않으면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버스업체의 수익성도 하락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노선을 9번 돌고나서야 하루 일과는 끝이 난다.

시내버스마다 설치된 디지털 운행기록장치시내버스마다 설치된 디지털 운행기록장치


7월부터 강화되는 휴식 시간 관리

국토교통부는 7월부터 디지털 운행기록장치를 이용해 휴식시간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바탕으로 휴식시간을 지키지 않은 기사와 사업주에게는 과태료는 물론 영업정지 조치까지 내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버스 업체 측과 버스 기사들은 실효성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배차간격을 그대로 둔 채, 휴식시간만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버스기사 현황서울시와 경기도의 버스기사 현황


결국은 버스요금 인상으로 이어지나?

공공운수노조는 현재 배차 간격을 유지하면서 의무 휴식시간을 지키려면 시내버스 한대 당 운전기사 2.5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015년 말 기준으로 인가된 경기도 노선버스는 10555대에 기사는 16200명, 서울시 시내버스는 7482대에 기사는 16500명으로 각각 버스 한대 당 1.6명. 2.2명 수준이다. 결국 기사 증원이 해답이지만, 이는 곧 버스요금 인상 요구로 이어질 수 있어 버스 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높은 치사율로 '숨은 살인자'로 불리는 졸음 운전, 사고가 났을 때는 이미 늦었다. 한시라도 빨리 '서민의 발' 시내버스의 안전과 편의성을 양립시킬 수 있는 솔로몬의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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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17 08:38:13
    • 수정2017-05-17 08:38:13
    취재후·사건후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사고 현장, 지난해 7월

봉평터널 버스 사고... 버스기사는 무리한 운행 탓?

지난해 7월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에서 일어난 버스 사고. 4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친 끔찍한 사고의 원인은 다름 아닌 버스기사의 졸음 운전이었다. 버스기사 57살 방 모 씨의 변호인은 법정에서 "최저 임금 수준의 기본 급여에 배차 횟수에 따라 추가 지급되는 급여 체계 탓에 방 씨가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무리하게 운행하는 때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방 씨는 1심에서 금고 4년 형을 선고받은 뒤 형이 무겁다는 이유로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원심의 형량이 가벼워 부당하다"며 방 씨에게 4년 6개월형을 선고했다.


영동고속도로 둔내터널 인근 사고현장, 지난 11일

반복되는 고속도로 졸음 운전 사고

1년 가까이 흐른 지난 11일, 봉평터널에서 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장소. 또 다시 버스가 승합차를 추돌하면서 승합차에 타고 있던 승객 4명이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가 난 곳은 상습 정체을 빚는 구간으로, 버스 기사 49살 정 모 씨는 경찰에서 졸음 운전을 했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사고 이후 정부가 시행령 등을 통해 졸음 운전을 방지하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사고는 1년만에 다시 반복됐다.

OO운수 차고지, 경기도 안양시

'서민의 발'인 시내버스의 졸음운전 대책은 어떨까?

국토교통부는 졸음운전을 막기 위해 지난 2월 28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시행했다. 시내버스 등의 경우 노선을 한번 운행하면 10분, 4시간 이상 운행하면 30분 이상의 휴식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국토교통부는 이에 더해 7월부터는 디지털 운행기록장치를 이용해 휴식시간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는 교통안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 하지만 과연 현장에서 졸음운전 방지 대책이 잘 지켜지고 있을까?

시내버스기사 조영문 씨

시내버스 운전기사 24시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새벽, 차고지를 나선 시내버스 한 대. 출근길 직장인들과 학생들을 태우고 60여 개의 정거장을 거쳐야 노선을 한 바퀴 돌게 된다. 그렇게 버스는 2시간 만에야 다시 차고지로 돌아왔다. 바뀐 규정대로라면 주어져야 할 10분의 휴식시간. 하지만 버스기사 조영문 씨는 4분도 채 휴식하지 못하고 차고지를 떠나야했다. 배차간격을 지키기 위해서다. 배차간격을 지키지 않으면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버스업체의 수익성도 하락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노선을 9번 돌고나서야 하루 일과는 끝이 난다.

시내버스마다 설치된 디지털 운행기록장치

7월부터 강화되는 휴식 시간 관리

국토교통부는 7월부터 디지털 운행기록장치를 이용해 휴식시간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바탕으로 휴식시간을 지키지 않은 기사와 사업주에게는 과태료는 물론 영업정지 조치까지 내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버스 업체 측과 버스 기사들은 실효성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배차간격을 그대로 둔 채, 휴식시간만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버스기사 현황

결국은 버스요금 인상으로 이어지나?

공공운수노조는 현재 배차 간격을 유지하면서 의무 휴식시간을 지키려면 시내버스 한대 당 운전기사 2.5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015년 말 기준으로 인가된 경기도 노선버스는 10555대에 기사는 16200명, 서울시 시내버스는 7482대에 기사는 16500명으로 각각 버스 한대 당 1.6명. 2.2명 수준이다. 결국 기사 증원이 해답이지만, 이는 곧 버스요금 인상 요구로 이어질 수 있어 버스 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높은 치사율로 '숨은 살인자'로 불리는 졸음 운전, 사고가 났을 때는 이미 늦었다. 한시라도 빨리 '서민의 발' 시내버스의 안전과 편의성을 양립시킬 수 있는 솔로몬의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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