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돈이면 뭐든 한다?…日 ‘여고생 비즈니스’

입력 2017.05.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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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돈이면 뭐든 한다?…日 ‘여고생 비즈니스’

[특파원리포트] 돈이면 뭐든 한다?…日 ‘여고생 비즈니스’

염치보다 돈을 추구하는 것이 유흥산업의 속성이지만, 일본은 유별나다. 'JK비즈니스', 이른바 '여고생 비즈니스'가 성업 중이다. 여고생 등 미성년 여성을 접객 서비스에 동원하는 것으로, JK는 '여자 고등학생'을 뜻하는 일본어 '조시 코세'의 영어 표기 약자이다. 어휘의 조합이 주는 생경함 그대로 실제로 부작용이 많다.

여학생에게 접객 강요 등 불법행위 만연

지난 9일 일본 경시청은 도쿄 아키하바라의 JK비즈니스 업체 '리조트 카페 & 바'의 경영자 겸 예능 프로덕션 사장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용의자는 지난 3월 JK비즈니스 업체에서 여고생 2명에게 억지로 손님 접대를 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업체 직원 40여 명 대부분은 실제 여고생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문제의 업체는 여학생들에게 비키니 등 선정적인 옷을 입혀 고객 접대를 시키고, 탤런트를 만나는 곳으로 선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나는 원래 조폭이었다. 너희들 따위는 어떻게든 할 수 있다'고 협박하면서, 점포 내 카메라로 직원들을 감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시청은 용의자가 협의를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시청은 지난 4월 16일에도, 이케부쿠로의 JK비즈니스 업체 대표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용의자는 지난해 12월, 16살 소녀에게 음란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가출 청소년으로, 해당 업체서 교복을 입고 손님을 접대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미성년자의 '상품화'…인권유린에 무방비


JK비즈니스는 일본 사회의 골칫거리이다. 2011년 무렵부터 도쿄 아키하바라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관련 기관 대책회의가 잇따라 열리고 있고, 정부와 지지체, 경찰 단속도 계속되고 있다. NHK와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도 사태의 심각성을 주목하고 있다.

유흥업체들은 '손쉽게 돈을 벌게 해주겠다'거나, '모델을 시켜주겠다' 등등의 말로 여학생 등을 꾀어들인뒤, 실제로는 술접대 등의 일을 시키고 있다. 선정적인 옷을 입혀 촬영을 하거나 마사지 등에 동원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주로 여고생이 대상이었지만, 갈수록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더 어린 여성을 원하는 '비상식적 고객'의 존재와 무관하지 않다.

일본 언론들은 특정 유니폼이나 수영복 차림의 접객 뿐만 아니라, 성인 손님과의 야외 데이트에 이은 성매매, 그리고 성인비디오 출연 강요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조적으로 미성년 대상 범죄와 인권 침해의 위험이 큰 업태라는 얘기이다.

JK비즈니스 규제에 나선 지자체

2015년 아이치 현이 관련 조례를 통해 관련 영업형태를 처음으로 규제하기 시작했다. 강력한 규제로 관련 업종은 절반 이내로 줄었지만, 근절은 쉽지 않은 상태이다.

오사카 부는 피해상담 창구를 개설한 데 이어, JK비즈니스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조례를 추진하기로 했다.

도교 도 의회는 지난 3월 JK비즈니스 신고제를 골자로 한 규제 조례를 만들어, 7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조례 주요 내용을 보면, JK비즈니스를 '특정 이성 접객업'으로 규정하고, 18세 미만의 청소년을 고객 접대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또 영업 신고와 직원 명부 작성을 의무화했다. 실제 영업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가나가와 현의 경우, 이미 청소년 보호육성 조례를 만들어, 18세 미만 청소년의 출입과 접객을 금지할 수 있도록 했지만, 업자들은 '무점포 파견' 등의 방법으로 단속을 피해가고 있다. 현은 올해 안에 관련 규제 조례를 강화할 방침이다.

고강도 단속과 계도에 나선 경찰


경찰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경시청은 지난 3월 관련 규정을 신설한데 이어, 지난 4월을 'JK비즈니스 등 피해방지의 달'로 정하고 대대적인 계도 활동을 벌였다.

4월 8일의 경우, 아키하바라, 시부야, 신주쿠,이케부쿠로 등 번화가 4곳에 140여 명을 투입해, 교복 차림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여성들의 연령과 학교 등을 일일이 확인했다. 하룻동안 15∼18살 사이의 여고생 20명이 적발됐다. 보호자들은 자녀가 찻집에서 일하는 줄 알았다며 놀라는 반응이었다. 경찰은 도쿄에만 JK비즈니스 관련 점포가 200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경시청은 4월 25일 전문가 간담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 데 이어, 28일 하라주쿠에 경찰관 등 30여 명을 투입해 JK비즈니스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전단지를 배포했다. 경찰은 특히 '모델을 시켜준다'는 광고전단에 속지 말 것을 당부했다.

지난 10일, 경시청과 도쿄도 교육청이 청소년 비행 및 따돌림 방지 등을 위한 대책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JK비즈니스 대책도 함께 논의됐다. 고교생 등 미성년 여성들이 유흥업종에 종사하지 않도록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오갔다.

돈이면 뭐든 한다?.. 일본 사회의 축소판


요미우리 등 일본 언론은, JK비즈니스에 일했던 여성 대부분이 유흥비나 화장품 구입비 등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종사자 상당수는 가출 등 비일반적인 생활 배경을 갖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JK비즈니스는 구조적으로 미성년자 인권유린의 위험이 크다. 지난해 3월 유엔 아동 인신·성매매특별보고관은 일본 정부에 이를 금지하라고 권고했다. 여학생의 성적 착취를 강요하는 업태라는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든 돈을 벌겠다는 유흥업체와 돈벌이를 원하는 미성년 여성이 존재하고, 이러한 업태를 원하는 '특이 소비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돈이면 뭐든 한다는 일본 사회의 특성이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현장, 바로 JK비즈니스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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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17 11:00:16
    특파원 리포트
염치보다 돈을 추구하는 것이 유흥산업의 속성이지만, 일본은 유별나다. 'JK비즈니스', 이른바 '여고생 비즈니스'가 성업 중이다. 여고생 등 미성년 여성을 접객 서비스에 동원하는 것으로, JK는 '여자 고등학생'을 뜻하는 일본어 '조시 코세'의 영어 표기 약자이다. 어휘의 조합이 주는 생경함 그대로 실제로 부작용이 많다.

여학생에게 접객 강요 등 불법행위 만연

지난 9일 일본 경시청은 도쿄 아키하바라의 JK비즈니스 업체 '리조트 카페 & 바'의 경영자 겸 예능 프로덕션 사장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용의자는 지난 3월 JK비즈니스 업체에서 여고생 2명에게 억지로 손님 접대를 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업체 직원 40여 명 대부분은 실제 여고생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문제의 업체는 여학생들에게 비키니 등 선정적인 옷을 입혀 고객 접대를 시키고, 탤런트를 만나는 곳으로 선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나는 원래 조폭이었다. 너희들 따위는 어떻게든 할 수 있다'고 협박하면서, 점포 내 카메라로 직원들을 감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시청은 용의자가 협의를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시청은 지난 4월 16일에도, 이케부쿠로의 JK비즈니스 업체 대표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용의자는 지난해 12월, 16살 소녀에게 음란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가출 청소년으로, 해당 업체서 교복을 입고 손님을 접대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미성년자의 '상품화'…인권유린에 무방비


JK비즈니스는 일본 사회의 골칫거리이다. 2011년 무렵부터 도쿄 아키하바라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관련 기관 대책회의가 잇따라 열리고 있고, 정부와 지지체, 경찰 단속도 계속되고 있다. NHK와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도 사태의 심각성을 주목하고 있다.

유흥업체들은 '손쉽게 돈을 벌게 해주겠다'거나, '모델을 시켜주겠다' 등등의 말로 여학생 등을 꾀어들인뒤, 실제로는 술접대 등의 일을 시키고 있다. 선정적인 옷을 입혀 촬영을 하거나 마사지 등에 동원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주로 여고생이 대상이었지만, 갈수록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더 어린 여성을 원하는 '비상식적 고객'의 존재와 무관하지 않다.

일본 언론들은 특정 유니폼이나 수영복 차림의 접객 뿐만 아니라, 성인 손님과의 야외 데이트에 이은 성매매, 그리고 성인비디오 출연 강요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조적으로 미성년 대상 범죄와 인권 침해의 위험이 큰 업태라는 얘기이다.

JK비즈니스 규제에 나선 지자체

2015년 아이치 현이 관련 조례를 통해 관련 영업형태를 처음으로 규제하기 시작했다. 강력한 규제로 관련 업종은 절반 이내로 줄었지만, 근절은 쉽지 않은 상태이다.

오사카 부는 피해상담 창구를 개설한 데 이어, JK비즈니스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조례를 추진하기로 했다.

도교 도 의회는 지난 3월 JK비즈니스 신고제를 골자로 한 규제 조례를 만들어, 7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조례 주요 내용을 보면, JK비즈니스를 '특정 이성 접객업'으로 규정하고, 18세 미만의 청소년을 고객 접대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또 영업 신고와 직원 명부 작성을 의무화했다. 실제 영업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가나가와 현의 경우, 이미 청소년 보호육성 조례를 만들어, 18세 미만 청소년의 출입과 접객을 금지할 수 있도록 했지만, 업자들은 '무점포 파견' 등의 방법으로 단속을 피해가고 있다. 현은 올해 안에 관련 규제 조례를 강화할 방침이다.

고강도 단속과 계도에 나선 경찰


경찰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경시청은 지난 3월 관련 규정을 신설한데 이어, 지난 4월을 'JK비즈니스 등 피해방지의 달'로 정하고 대대적인 계도 활동을 벌였다.

4월 8일의 경우, 아키하바라, 시부야, 신주쿠,이케부쿠로 등 번화가 4곳에 140여 명을 투입해, 교복 차림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여성들의 연령과 학교 등을 일일이 확인했다. 하룻동안 15∼18살 사이의 여고생 20명이 적발됐다. 보호자들은 자녀가 찻집에서 일하는 줄 알았다며 놀라는 반응이었다. 경찰은 도쿄에만 JK비즈니스 관련 점포가 200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경시청은 4월 25일 전문가 간담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 데 이어, 28일 하라주쿠에 경찰관 등 30여 명을 투입해 JK비즈니스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전단지를 배포했다. 경찰은 특히 '모델을 시켜준다'는 광고전단에 속지 말 것을 당부했다.

지난 10일, 경시청과 도쿄도 교육청이 청소년 비행 및 따돌림 방지 등을 위한 대책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JK비즈니스 대책도 함께 논의됐다. 고교생 등 미성년 여성들이 유흥업종에 종사하지 않도록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오갔다.

돈이면 뭐든 한다?.. 일본 사회의 축소판


요미우리 등 일본 언론은, JK비즈니스에 일했던 여성 대부분이 유흥비나 화장품 구입비 등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종사자 상당수는 가출 등 비일반적인 생활 배경을 갖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JK비즈니스는 구조적으로 미성년자 인권유린의 위험이 크다. 지난해 3월 유엔 아동 인신·성매매특별보고관은 일본 정부에 이를 금지하라고 권고했다. 여학생의 성적 착취를 강요하는 업태라는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든 돈을 벌겠다는 유흥업체와 돈벌이를 원하는 미성년 여성이 존재하고, 이러한 업태를 원하는 '특이 소비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돈이면 뭐든 한다는 일본 사회의 특성이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현장, 바로 JK비즈니스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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