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보드게임 카페’?…도박장이었네!

입력 2017.05.17 (17:27) 수정 2017.05.1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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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보드게임 카페’?…도박장이었네!

[취재후] ‘보드게임 카페’?…도박장이었네!

어느 날 기자는 자신을 '박 씨'라고 소개하는 신원불명의 한 남성에게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최근에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는데 제보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늦은 밤, 그는 친구들과 함께 심심풀이로 번화가에 있는 보드 카페에 방문했다. 그곳에서 게임칩이 '착착' 소리를 내며 쌓이는 모습과 딜러가 카드를 능숙하게 돌리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것. 단순한 카드 게임인가 싶었는데 게임에 참여하고 싶으면 카운터에서 현금을 게임칩으로 바꿔오라고 시켰다는 것이다. 당황한 박 씨는 그 자리에서 바로 도망 나왔다고 전했다.


국내에 상륙한 '텍사스 홀덤'.. 판돈 수백만 원은 예삿일

박 씨의 제보를 받고 현장에 취재를 나갔다. 받은 주소로 찾아가 보니 관악구 모처에 있는 한 오피스텔에 있는 게임카페. 정말 도박을 하는 곳인지 확인하기 위해 주머니에 50만 원 상당의 두둑한 판 돈까지 챙겨갔다.

문밖에서부터 카드와 게임칩이 돌아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게임장 문을 열고 들어가자 10개의 테이블을 가득 채운 100여 명의 사람들이 카드 게임을 하고 있었다.

박 씨가 목격한 게임은 단순한 보드게임이 아닌 '텍사스 홀덤'이라는 카드 도박. 일반적인 포커를 변형해 10명 이상의 참가자가 동시에 게임을 하는 '소셜 카드 도박'이다. 참가하는 사람 수가 많고, 게임 소요 시간이 짧기 때문에 베팅 금액이 수백만 원을 넘는 건 예삿일이다.


'불법 도박장 단독'의 순간.. 30분도 안 돼 50만 원 잃어

일단 카운터에 가서 가져간 50만 원을 모두 게임칩으로 교환했다. 순서를 기다렸다가 테이블에 착석했다. 게임 한 판은 불과 3분도 안 돼서 끝난다. 그리고 한 시간 안에 20판 이상의 게임이 돌아간다. 베팅 금액을 제한하지도 않아 한 판당 수백까지 판 돈이 올라간다. 기자는 30분도 안 돼 50만 원을 모두 잃었다.

관악구뿐 아니다. 강남은 말할 것도 없이 사설 도박장이 기승이었다. 신촌과 홍대까지 파고든 보드 카페도 찾아갔다. 그곳에서도 '텍사스 홀덤'이라는 게임이 벌어지고 있었다. 본래 서울 강남의 직장인들을 상대로 퍼진 도박판이 지금은 대학가에까지 번진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경희대학교에 '텍사스 홀덤'을 즐길 수 있는 동아리까지 개설돼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기자가 당시 가지고 들어간 몰래카메라에 도박장 모습들을 모두 담아 16일 KBS 9시 뉴스에 단독으로 보도했다.


SNS 까지 파고든 불법 도박.. 경찰은 뒷짐

이 같은 도박장은 인터넷 카페와 네이버 밴드 등 SNS를 통해 꾸준히 홍보되고 있었다. 2만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텍사스 홀덤' 전문 인터넷 카페에서는 도박 장소와 팁들을 공유하는 글들이 활발히 업데이트됐고, 관련 SNS 가입하면 10분에 한 번꼴로 홍보 알림이 울렸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사행성 도박에 쉽게 빠져들 수 있는 환경이다.

하지만 관악구의 보드게임 카페 관계자에 따르면 도박장은 경찰 단속의 사각지대다. 그는 "112에 신고가 들어가면 마지못해 경찰이 출동하지만, 도박장이 아니라고 하면 검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돌아간다"며 "어차피 사람들이 현금을 게임칩으로 교환하기 때문에 조금만 찾으면 증거를 찾을 수 있는데도 이상하다"고 증언했다.

서울 관악경찰서 관계자는 "사설 도박장이 상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면서도 "현장을 덮쳐도 증거가 나와야 검거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단속이 어렵다"고 밝혔다. 도박장들도 단속 현장에서 현금이 나오는 등 직접적인 증거만 없으면 입건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용해 꾸준히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현금이 오간다면 모두 '불법'.. 상시적인 도박은 모두 형사처벌

법률전문가들은 현금이 오고 가는 도박은 모두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명절에 열리는 '고스톱'이나 밥값 내기 등으로 열리는 '포커' 등이라도 판돈이 커지면 형사입건 대상이라고 밝혔다. 보드게임 카페처럼 고정된 회원이 모여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는 도박은 당연히 실형을 살 확률이 높아진다.

우리나라에서는 합법적인 카지노인 강원랜드만 제외하고 모두 불법 도박장으로 분류한다. 외국에서는 도박 일부를 합법으로 열어두고 있는 경우가 있지만, 한국은 불법이다. 도박을 접하더라도 경계하는 편이 좋다. 혹시라도 주변에 도박 중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1336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080) 7575-545 (KL중독관리센터), 1855-0112 (사행산업감시신고센터) 등으로 연락주시길 바란다.

[연관 기사] [뉴스9] ‘보드게임 카페’ 알고 보니 불법 도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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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보드게임 카페’?…도박장이었네!
    • 입력 2017-05-17 17:27:09
    • 수정2017-05-17 17:30:25
    취재후·사건후
어느 날 기자는 자신을 '박 씨'라고 소개하는 신원불명의 한 남성에게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최근에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는데 제보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늦은 밤, 그는 친구들과 함께 심심풀이로 번화가에 있는 보드 카페에 방문했다. 그곳에서 게임칩이 '착착' 소리를 내며 쌓이는 모습과 딜러가 카드를 능숙하게 돌리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것. 단순한 카드 게임인가 싶었는데 게임에 참여하고 싶으면 카운터에서 현금을 게임칩으로 바꿔오라고 시켰다는 것이다. 당황한 박 씨는 그 자리에서 바로 도망 나왔다고 전했다.


국내에 상륙한 '텍사스 홀덤'.. 판돈 수백만 원은 예삿일

박 씨의 제보를 받고 현장에 취재를 나갔다. 받은 주소로 찾아가 보니 관악구 모처에 있는 한 오피스텔에 있는 게임카페. 정말 도박을 하는 곳인지 확인하기 위해 주머니에 50만 원 상당의 두둑한 판 돈까지 챙겨갔다.

문밖에서부터 카드와 게임칩이 돌아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게임장 문을 열고 들어가자 10개의 테이블을 가득 채운 100여 명의 사람들이 카드 게임을 하고 있었다.

박 씨가 목격한 게임은 단순한 보드게임이 아닌 '텍사스 홀덤'이라는 카드 도박. 일반적인 포커를 변형해 10명 이상의 참가자가 동시에 게임을 하는 '소셜 카드 도박'이다. 참가하는 사람 수가 많고, 게임 소요 시간이 짧기 때문에 베팅 금액이 수백만 원을 넘는 건 예삿일이다.


'불법 도박장 단독'의 순간.. 30분도 안 돼 50만 원 잃어

일단 카운터에 가서 가져간 50만 원을 모두 게임칩으로 교환했다. 순서를 기다렸다가 테이블에 착석했다. 게임 한 판은 불과 3분도 안 돼서 끝난다. 그리고 한 시간 안에 20판 이상의 게임이 돌아간다. 베팅 금액을 제한하지도 않아 한 판당 수백까지 판 돈이 올라간다. 기자는 30분도 안 돼 50만 원을 모두 잃었다.

관악구뿐 아니다. 강남은 말할 것도 없이 사설 도박장이 기승이었다. 신촌과 홍대까지 파고든 보드 카페도 찾아갔다. 그곳에서도 '텍사스 홀덤'이라는 게임이 벌어지고 있었다. 본래 서울 강남의 직장인들을 상대로 퍼진 도박판이 지금은 대학가에까지 번진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경희대학교에 '텍사스 홀덤'을 즐길 수 있는 동아리까지 개설돼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기자가 당시 가지고 들어간 몰래카메라에 도박장 모습들을 모두 담아 16일 KBS 9시 뉴스에 단독으로 보도했다.


SNS 까지 파고든 불법 도박.. 경찰은 뒷짐

이 같은 도박장은 인터넷 카페와 네이버 밴드 등 SNS를 통해 꾸준히 홍보되고 있었다. 2만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텍사스 홀덤' 전문 인터넷 카페에서는 도박 장소와 팁들을 공유하는 글들이 활발히 업데이트됐고, 관련 SNS 가입하면 10분에 한 번꼴로 홍보 알림이 울렸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사행성 도박에 쉽게 빠져들 수 있는 환경이다.

하지만 관악구의 보드게임 카페 관계자에 따르면 도박장은 경찰 단속의 사각지대다. 그는 "112에 신고가 들어가면 마지못해 경찰이 출동하지만, 도박장이 아니라고 하면 검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돌아간다"며 "어차피 사람들이 현금을 게임칩으로 교환하기 때문에 조금만 찾으면 증거를 찾을 수 있는데도 이상하다"고 증언했다.

서울 관악경찰서 관계자는 "사설 도박장이 상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면서도 "현장을 덮쳐도 증거가 나와야 검거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단속이 어렵다"고 밝혔다. 도박장들도 단속 현장에서 현금이 나오는 등 직접적인 증거만 없으면 입건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용해 꾸준히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현금이 오간다면 모두 '불법'.. 상시적인 도박은 모두 형사처벌

법률전문가들은 현금이 오고 가는 도박은 모두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명절에 열리는 '고스톱'이나 밥값 내기 등으로 열리는 '포커' 등이라도 판돈이 커지면 형사입건 대상이라고 밝혔다. 보드게임 카페처럼 고정된 회원이 모여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는 도박은 당연히 실형을 살 확률이 높아진다.

우리나라에서는 합법적인 카지노인 강원랜드만 제외하고 모두 불법 도박장으로 분류한다. 외국에서는 도박 일부를 합법으로 열어두고 있는 경우가 있지만, 한국은 불법이다. 도박을 접하더라도 경계하는 편이 좋다. 혹시라도 주변에 도박 중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1336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080) 7575-545 (KL중독관리센터), 1855-0112 (사행산업감시신고센터) 등으로 연락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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