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검찰 ‘돈봉투 만찬’…귄익위 법 해석 ‘우왕좌왕’

입력 2017.05.1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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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검찰 ‘돈봉투 만찬’…귄익위 법 해석 ‘우왕좌왕’

[취재후] 검찰 ‘돈봉투 만찬’…귄익위 법 해석 ‘우왕좌왕’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수사 대상으로 거론됐던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의 만찬. 이 자리에서 '격려금'이라는 이름의 돈봉투가 오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감찰을 지시한 지 하루 만에, 이 지검장과 안 국장은 사의를 밝혔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건 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 위반 여부입니다. 고위 공직자가 김영란법 위반 논란에 휩싸인 건 입법 이후 처음인데요.

KBS 취재진은 논란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 16일, 이들의 김영란법 위반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에 문의했습니다. 권익위는 변호사들로 구성된 '청탁금지해석과'라는 담당 부서를 새로 만들어 김영란법 유권해석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해석과 담당자가 '돈봉투 만찬'에 대한 얘기를 듣고 던진 말은, "좀 심각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건데요. 이 관계자가 문제로 삼은 부분은 크게 3가지입니다.


'우병우와 천 차례 통화'… 수사 대상 안 국장의 위험한 '돈 봉투'

안 국장은 최순실 게이트 논란이 불거진 후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천여 차례 통화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우병우 전 수석과 함께 수사 대상으로 거론됐던 인물입니다.

권익위 관계자는 "안 국장이 피내사자 신분이었다면, 서울중앙지검 측 해명대로 만찬 당시 피내사자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원인이 조사관에게 '민원을 잘 해결해줘서 고맙다'며 음료수 한 캔을 건네기만 해도 청탁금지법 위반이라고 권익위가 해석했던 사례를 들었습니다. 사건이 끝난 뒤라고 해도, 사건을 수사한 검사와 수사 대상이었던 인물이 만나 돈 봉투를 주고받는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안 국장은 이 지검장보다 '하급자'지만 '인사권자'

청탁금지법 8조에서는 <상급 공직자 등이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 등에게 제공하는 금품 등>을 위반 대상에서 예외로 두고 있습니다. 이 지검장은 사법연수원 18기로, 20기인 안 국장보다 두 기수 높은 상급자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급자인 안 국장이 법무부 검찰국장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법무부 검찰국은 검찰 수사 관련 행정 업무를 관할하는 부서입니다. 특히 안 국장과 함께 동석한 검찰국 1과, 2과 과장들은 검찰 인사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인사권을 쥔 사람에게 백만 원이 든 봉투를 건넸다면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게 권익위 관계자의 입장입니다.


"다음날 돌려줬다"는 검찰국… 참작 사유 될까

논란이 불거지자 안 국장 측은 "만찬 다음날 돈 봉투를 다시 지검 측에 돌려줬다"고 해명했습니다. 돈 봉투를 다음날 돌려줬다면, 이 부분은 참작 사유가 될 수 있을까요?

권익위 관계자의 답변은 '아니다'였습니다. 청탁금지법에서는 봉투를 받았을 때 '지체없이 반환'해야 참작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체 없음'이라는 건 봉투를 받았을 때 그 안에 돈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 순간 그 자리에서 바로 돌려줘야 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권익위 관계자는 봉투에 들어있는 돈이 백만 원을 넘을 경우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고, 백만 원 이하일 경우는 받은 돈보다 2배~5배 많은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공무원의 경우 최소 견책 이상의 징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심각하다"더니… 하루만에 "해석 못한다"는 권익위?

담당자가 내놓은 '돈봉투 만찬'에 대한 해석, 이해가 쏙쏙 됩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는 '민감한 사안이니 공식 입장을 기다려달라'더니, 그 다음날인 17일 "'돈봉투 만찬'의 위법 소지를 해석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습니다. 친절한 해석을 뒤로 하고 하루만에 입장을 바꾼 건데, 이유는 뭘까요?

"청탁금지법은 신고제이기 때문에, 신고가 들어와야 조사에 착수할 수 있고 유권 해석도 가능하다"는 게 권익위가 내놓은 이유였습니다. 그러면서 권익위는, "유권 해석을 원한다면 신고를 해달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전날 취재진과의 긴 통화에서 '돈봉투 만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던 관계자는 돌연 "'돈봉투 만찬'과 관련해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의혹 제기만으로는 해석을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의 감찰 지시가 있었는데도 의혹 제기에 불과하다는거냐"는 질문에는 "확인해보겠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공직사회는 부패하다'는 인식을 깨고 '청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청탁금지법 시행에 앞장섰던 국민권익위원회. 고위공직자의 청탁금지법 위반 논란에 전국이 들썩이는 가운데, 정작 권익위에서는 아무런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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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검찰 ‘돈봉투 만찬’…귄익위 법 해석 ‘우왕좌왕’
    • 입력 2017-05-18 17:12:58
    취재후·사건후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수사 대상으로 거론됐던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의 만찬. 이 자리에서 '격려금'이라는 이름의 돈봉투가 오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감찰을 지시한 지 하루 만에, 이 지검장과 안 국장은 사의를 밝혔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건 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 위반 여부입니다. 고위 공직자가 김영란법 위반 논란에 휩싸인 건 입법 이후 처음인데요.

KBS 취재진은 논란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 16일, 이들의 김영란법 위반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에 문의했습니다. 권익위는 변호사들로 구성된 '청탁금지해석과'라는 담당 부서를 새로 만들어 김영란법 유권해석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해석과 담당자가 '돈봉투 만찬'에 대한 얘기를 듣고 던진 말은, "좀 심각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건데요. 이 관계자가 문제로 삼은 부분은 크게 3가지입니다.


'우병우와 천 차례 통화'… 수사 대상 안 국장의 위험한 '돈 봉투'

안 국장은 최순실 게이트 논란이 불거진 후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천여 차례 통화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우병우 전 수석과 함께 수사 대상으로 거론됐던 인물입니다.

권익위 관계자는 "안 국장이 피내사자 신분이었다면, 서울중앙지검 측 해명대로 만찬 당시 피내사자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원인이 조사관에게 '민원을 잘 해결해줘서 고맙다'며 음료수 한 캔을 건네기만 해도 청탁금지법 위반이라고 권익위가 해석했던 사례를 들었습니다. 사건이 끝난 뒤라고 해도, 사건을 수사한 검사와 수사 대상이었던 인물이 만나 돈 봉투를 주고받는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안 국장은 이 지검장보다 '하급자'지만 '인사권자'

청탁금지법 8조에서는 <상급 공직자 등이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 등에게 제공하는 금품 등>을 위반 대상에서 예외로 두고 있습니다. 이 지검장은 사법연수원 18기로, 20기인 안 국장보다 두 기수 높은 상급자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급자인 안 국장이 법무부 검찰국장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법무부 검찰국은 검찰 수사 관련 행정 업무를 관할하는 부서입니다. 특히 안 국장과 함께 동석한 검찰국 1과, 2과 과장들은 검찰 인사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인사권을 쥔 사람에게 백만 원이 든 봉투를 건넸다면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게 권익위 관계자의 입장입니다.


"다음날 돌려줬다"는 검찰국… 참작 사유 될까

논란이 불거지자 안 국장 측은 "만찬 다음날 돈 봉투를 다시 지검 측에 돌려줬다"고 해명했습니다. 돈 봉투를 다음날 돌려줬다면, 이 부분은 참작 사유가 될 수 있을까요?

권익위 관계자의 답변은 '아니다'였습니다. 청탁금지법에서는 봉투를 받았을 때 '지체없이 반환'해야 참작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체 없음'이라는 건 봉투를 받았을 때 그 안에 돈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 순간 그 자리에서 바로 돌려줘야 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권익위 관계자는 봉투에 들어있는 돈이 백만 원을 넘을 경우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고, 백만 원 이하일 경우는 받은 돈보다 2배~5배 많은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공무원의 경우 최소 견책 이상의 징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심각하다"더니… 하루만에 "해석 못한다"는 권익위?

담당자가 내놓은 '돈봉투 만찬'에 대한 해석, 이해가 쏙쏙 됩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는 '민감한 사안이니 공식 입장을 기다려달라'더니, 그 다음날인 17일 "'돈봉투 만찬'의 위법 소지를 해석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습니다. 친절한 해석을 뒤로 하고 하루만에 입장을 바꾼 건데, 이유는 뭘까요?

"청탁금지법은 신고제이기 때문에, 신고가 들어와야 조사에 착수할 수 있고 유권 해석도 가능하다"는 게 권익위가 내놓은 이유였습니다. 그러면서 권익위는, "유권 해석을 원한다면 신고를 해달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전날 취재진과의 긴 통화에서 '돈봉투 만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던 관계자는 돌연 "'돈봉투 만찬'과 관련해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의혹 제기만으로는 해석을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의 감찰 지시가 있었는데도 의혹 제기에 불과하다는거냐"는 질문에는 "확인해보겠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공직사회는 부패하다'는 인식을 깨고 '청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청탁금지법 시행에 앞장섰던 국민권익위원회. 고위공직자의 청탁금지법 위반 논란에 전국이 들썩이는 가운데, 정작 권익위에서는 아무런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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