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과 트럼프의 변명

입력 2017.05.19 (16:23) 수정 2017.05.19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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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과 트럼프의 변명

마녀사냥과 트럼프의 변명


[연관 기사] [뉴스9] 탄핵 위기 트럼프…“특검은 마녀사냥”

트럼프가 억울하게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그가 대통령 선거에서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을 특별검사가 수사하기로 한 데 대해, 본인은 결백하다고 토로한 것이다.

트럼프의 이른바 '마녀사냥(Witch hunt)' 언급은 우리 시각으로 오늘(19일) 새벽,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뤄졌다.

미국 대통령과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상대국 대통령과 국민들은 불쾌감을 느낄 정도로 미국의 기자들은 상대국과는 상관도 없는 미국의 정치에 대해 질문을 하지만 한편으론 그렇게라도 자유롭게 물을 수 있다는 것은 언론의 자유가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으레 그렇듯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공격적이거나 불리한 질문에 대해서는 짧게 답하거나 질문할 기회를 주지 않지만 이번 '마녀사냥'은 사정이 달랐다.

트럼프와 우호적인 관계로 보이는 존(John)이라는 기자가 친절하게도(?) 답을 유도하는 듯한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러시아가 개입했는지 조사하기 위해 특별검사를 임명한 결정이 올바른 것이라고 보느냐 아니면 마녀사냥의 하나로 보느냐?"라고 기자가 먼저 질문을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질문을 잘 해줬다는 듯 즉각 특검이 '마녀사냥'이라고 답했고, 이 단어를 미국과 세계의 언론들이 일제히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취임 이래로 경제사정이 나아졌다고 치적을 자랑했다. 그러니 러시아와의 문제 같은 일로 자신의 발목을 잡지 말라는 식(?)의 논리를 펼쳤다. 과거 한국에서 특검의 조사를 받은 대통령과 비슷한 논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클린턴 캠프, 오바마 정부의 모든 불법 행위에는 특검이 한 번도 임명되지 않았다면서 이번 일은 미 역사상 최대 마녀사냥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일은 미국 역사상 정치인에 대한 최대의 마녀사냥입니다.이번 일은 미국 역사상 정치인에 대한 최대의 마녀사냥입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를 중단하라고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 FBI 국장에게 요구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노(NO!)"라고만 거듭 부인했다.

그렇게 자세한 답변을 피한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다른 질문으로 화제를 돌렸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일을 일제히 특집처럼 다루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특검 도입 사실, 특검이 무엇인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조사와의 차이점, 트럼프 발언의 팩트체크에 이르기까지 이 잡듯이 뒤지겠다는 자세다.

신문사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사이트에는 관련 동영상이 잇달아 실렸다.

트럼프, ‘마녀사냥’을 인용하며, 러시아와의 어떤 공모도 부인하다.트럼프, ‘마녀사냥’을 인용하며, 러시아와의 어떤 공모도 부인하다.

[관련링크] 뉴욕타임스 보도 

트럼프는 러시아 특검을 “마녀사냥”이라고 매도했다.트럼프는 러시아 특검을 “마녀사냥”이라고 매도했다.

[관련링크] 워싱턴 포스트

트럼프와 밀월관계를 보내는 것으로 알려진 폭스뉴스도 마녀사냥 인용 사실을 크게 보도했다.

‘마녀사냥’ : 트럼프는 코미 혐의와 러시아 관련을 부인한다.‘마녀사냥’ : 트럼프는 코미 혐의와 러시아 관련을 부인한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 내통 '의혹'은 이제 '게이트'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을 조사하려는 특검 도입은 그럼 과연 '마녀사냥'일까?

마녀(魔女)사냥이란‥

알다시피 마녀(魔女)사냥은 중세 중기부터 근대 초까지 주로 유럽과 북아메리카 등에서 행해졌던 마녀나 마법 행위에 대한 재판과 형벌 등을 말한다.

16~17세기 종교 개혁기에 유럽에서 벌어진 마녀사냥으로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이 사망했다고 추정되는데, 대기근과 흑사병, 경제상황 악화와 개신교 등장으로 인한 교황권과 교회의 권위 약화에 따른 종교 재판의 영향이 컸다.

마녀는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버리고 악마와 계약을 맺어 악마를 섬기고, 그 대가로 부여되는 마력을 사용하며, 공중을 날아다니며 마녀 집회에 참석하여 악마와 교접을 하는 자'로 낙인찍혀 주로 화형을 당했다.

위키피디아 캡처위키피디아 캡처

그런데 마녀사냥에 몰린 희생자들은 주로 지위가 낮은 여성으로, 남성보다 둔하고 변덕스러우며 성적으로 방종하다는 성차별적 풍조가 한몫을 했다. 특히 재산이 많은 과부들이 마녀로 몰려 죽임을 당했는데, 당시 여성의 지위도 약하고 남편이 없으니 '악마와 간통했다'는 식으로 덮어씌운 뒤 마녀재판으로 몰수된 재산 일부는 마녀를 지목한 사람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명목은 마녀사냥이지만 실제 마녀사냥에 희생된 사람들은 권력의 희생자라는 설이 유력하다. 권력 싸움에서 밀려난 존재이거나, 민간신앙에 의지한 하층민들이 주로 희생자가 되었다.

'마녀사냥'을 정치학에서는 전체주의의 산물로 보고, 심리학에서는 집단 히스테리의 산물로 보며, 사회학에서는 집단이 절대적 신조를 내세워 개인에게 무차별한 탄압을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한다. 히틀러 나치의 '우생학', 일본 제국의 '불령선인', 미국의 'KKK'와 '매카시즘' 등이 그런 예로 꼽힌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마녀사냥'의 근거는 무엇일까?

권력 창출이 정당성을 갖지 못한 채 러시아와 내통해 대통령이 됐다는 모함을 받고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언론이 그와 대립각을 세우며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고 있다는 것인가.

권력에 밀려난 존재가 아니라 세계 최대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고, 여성이 아니라 오히려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악명 높았던 남자가, 중세 유럽처럼 경제난이 온 것이 아니라 그의 취임으로 경제가 살아나고 엄청난 진전이 이뤄졌다면, 그가 마녀가 아니라고 변명하거나 마녀사냥이 벌어질 이유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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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녀사냥과 트럼프의 변명
    • 입력 2017-05-19 16:23:08
    • 수정2017-05-19 22:52:20
    취재K
[연관 기사] [뉴스9] 탄핵 위기 트럼프…“특검은 마녀사냥” 트럼프가 억울하게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그가 대통령 선거에서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을 특별검사가 수사하기로 한 데 대해, 본인은 결백하다고 토로한 것이다. 트럼프의 이른바 '마녀사냥(Witch hunt)' 언급은 우리 시각으로 오늘(19일) 새벽,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뤄졌다. 미국 대통령과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상대국 대통령과 국민들은 불쾌감을 느낄 정도로 미국의 기자들은 상대국과는 상관도 없는 미국의 정치에 대해 질문을 하지만 한편으론 그렇게라도 자유롭게 물을 수 있다는 것은 언론의 자유가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으레 그렇듯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공격적이거나 불리한 질문에 대해서는 짧게 답하거나 질문할 기회를 주지 않지만 이번 '마녀사냥'은 사정이 달랐다. 트럼프와 우호적인 관계로 보이는 존(John)이라는 기자가 친절하게도(?) 답을 유도하는 듯한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러시아가 개입했는지 조사하기 위해 특별검사를 임명한 결정이 올바른 것이라고 보느냐 아니면 마녀사냥의 하나로 보느냐?"라고 기자가 먼저 질문을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질문을 잘 해줬다는 듯 즉각 특검이 '마녀사냥'이라고 답했고, 이 단어를 미국과 세계의 언론들이 일제히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취임 이래로 경제사정이 나아졌다고 치적을 자랑했다. 그러니 러시아와의 문제 같은 일로 자신의 발목을 잡지 말라는 식(?)의 논리를 펼쳤다. 과거 한국에서 특검의 조사를 받은 대통령과 비슷한 논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클린턴 캠프, 오바마 정부의 모든 불법 행위에는 특검이 한 번도 임명되지 않았다면서 이번 일은 미 역사상 최대 마녀사냥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일은 미국 역사상 정치인에 대한 최대의 마녀사냥입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를 중단하라고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 FBI 국장에게 요구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노(NO!)"라고만 거듭 부인했다. 그렇게 자세한 답변을 피한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다른 질문으로 화제를 돌렸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일을 일제히 특집처럼 다루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특검 도입 사실, 특검이 무엇인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조사와의 차이점, 트럼프 발언의 팩트체크에 이르기까지 이 잡듯이 뒤지겠다는 자세다. 신문사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사이트에는 관련 동영상이 잇달아 실렸다. 트럼프, ‘마녀사냥’을 인용하며, 러시아와의 어떤 공모도 부인하다. [관련링크] 뉴욕타임스 보도  트럼프는 러시아 특검을 “마녀사냥”이라고 매도했다. [관련링크] 워싱턴 포스트 트럼프와 밀월관계를 보내는 것으로 알려진 폭스뉴스도 마녀사냥 인용 사실을 크게 보도했다. ‘마녀사냥’ : 트럼프는 코미 혐의와 러시아 관련을 부인한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 내통 '의혹'은 이제 '게이트'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을 조사하려는 특검 도입은 그럼 과연 '마녀사냥'일까? 마녀(魔女)사냥이란‥ 알다시피 마녀(魔女)사냥은 중세 중기부터 근대 초까지 주로 유럽과 북아메리카 등에서 행해졌던 마녀나 마법 행위에 대한 재판과 형벌 등을 말한다. 16~17세기 종교 개혁기에 유럽에서 벌어진 마녀사냥으로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이 사망했다고 추정되는데, 대기근과 흑사병, 경제상황 악화와 개신교 등장으로 인한 교황권과 교회의 권위 약화에 따른 종교 재판의 영향이 컸다. 마녀는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버리고 악마와 계약을 맺어 악마를 섬기고, 그 대가로 부여되는 마력을 사용하며, 공중을 날아다니며 마녀 집회에 참석하여 악마와 교접을 하는 자'로 낙인찍혀 주로 화형을 당했다. 위키피디아 캡처 그런데 마녀사냥에 몰린 희생자들은 주로 지위가 낮은 여성으로, 남성보다 둔하고 변덕스러우며 성적으로 방종하다는 성차별적 풍조가 한몫을 했다. 특히 재산이 많은 과부들이 마녀로 몰려 죽임을 당했는데, 당시 여성의 지위도 약하고 남편이 없으니 '악마와 간통했다'는 식으로 덮어씌운 뒤 마녀재판으로 몰수된 재산 일부는 마녀를 지목한 사람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명목은 마녀사냥이지만 실제 마녀사냥에 희생된 사람들은 권력의 희생자라는 설이 유력하다. 권력 싸움에서 밀려난 존재이거나, 민간신앙에 의지한 하층민들이 주로 희생자가 되었다. '마녀사냥'을 정치학에서는 전체주의의 산물로 보고, 심리학에서는 집단 히스테리의 산물로 보며, 사회학에서는 집단이 절대적 신조를 내세워 개인에게 무차별한 탄압을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한다. 히틀러 나치의 '우생학', 일본 제국의 '불령선인', 미국의 'KKK'와 '매카시즘' 등이 그런 예로 꼽힌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마녀사냥'의 근거는 무엇일까? 권력 창출이 정당성을 갖지 못한 채 러시아와 내통해 대통령이 됐다는 모함을 받고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언론이 그와 대립각을 세우며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고 있다는 것인가. 권력에 밀려난 존재가 아니라 세계 최대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고, 여성이 아니라 오히려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악명 높았던 남자가, 중세 유럽처럼 경제난이 온 것이 아니라 그의 취임으로 경제가 살아나고 엄청난 진전이 이뤄졌다면, 그가 마녀가 아니라고 변명하거나 마녀사냥이 벌어질 이유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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