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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노조 동의 없으면 무효”…성과연봉제 갈림길
입력 2017.05.20 (01:36) 멀티미디어 뉴스
법원 “노조 동의 없으면 무효”…성과연봉제 갈림길
■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과 줄소송

성과연봉제는 해마다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와 다르게, 성과와 능력에 따라 연봉을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1월 공공기관 개혁의 일환으로 공공기관 간부에게만 적용하던 성과연봉제를 최하위 직급을 제외한 전체 직원으로 확대하는 권고안을 내놨다. 이후 5개월 만에 공공기관 120곳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이 가운데 48곳은 노사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로 도입을 결정했고, 그 뒤 해당 공공기관 노조의 줄소송으로 이어졌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양대 노총 산하 30여 곳은 노사합의가 없는 일방적 도입을 무효로 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가운데 첫 판결이 최근 나왔다. 법원은 주택도시보증공사 근로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낸 취업규칙 변경 무효 확인 소송에서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 법원, "노조 동의 없으면 성과 연봉제 무효"

지난해 5월 주택도시보증공사는 노조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개정해 호봉제를 없애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취업규칙은 연봉제의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내용 등으로 변경됐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취업규칙 변경으로 근로자 일부가 임금에 상당한 불이익이 봤고, 변경된 규정을 무효로 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당시 주택도시증공사의 취업규칙 변경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사측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바꿀 경우,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을 어겼다고 본 것이다.

앞서 지난 1월 대전지방법원 민사21부(문보경 부장판사)는 철도노조가 철도공사(코레일)를 상대로 낸 보수규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성과연봉제 효력을 중지시키기도 했다. 같은 재판부는 철도노조 외에도 민주노총 산하 철도시설공단노조, 원자력안전기술원노조, 가스기술공사노조와 한국노총 산하 수자원공사노조 등 4곳에서 낸 가처분신청도 모두 원고 승소 판결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박근혜 정부의 성과연봉제 반대"

이번 판결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박근혜 정부식 성과연봉제 반대" 입장을 내놨기에 앞으로 공공기관들이 성과연봉제를 계속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12일 전주혁신도시로 이전한 국민연금공단을 찾아 박근혜 정부의 공공개혁 핵심 과제 중 하나인 공공부문 성과연봉제에 대해 "성과연봉제를 일률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내놨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적어도 노조와의 합의, 동의가 필요하다. 직무 성과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성과에 대한 평가가 자의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담보돼야만 성과연봉제라는 것이 설득력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3월 1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된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출범식에서 당시 후보이던 문 대통령은 "공공부문 성과연봉제와 성과평가제를 즉각 폐지하겠다. 노사 간 협의 없는 박근혜 정권식 성과평가제에 단호하게 반대한다"며 "충분한 노사협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문 대통령도 '일방적인 성과연봉제'를 반대한다고 했지 과거처럼 연공서열대로 급여가 올라가는 구조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내년 공공기관 평가 때 성과연봉제 가점 축소 검토

당장 내년 공공기관 경영 평가 때부터는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한 가점이 축소되는 방향으로 변화할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오는 7∼8월쯤 열리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내년 공공기관 경영 평가 기준을 결정하는데, 이때 성과연봉제 가점 항목을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100점 만점인 경영평가에서 '성과연봉제 운영의 적절성' 여부 항목이 3점 반영되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성과연봉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내년부터는 항목을 폐지하거나 가점을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성과연봉제 갈림길..노조는 기대, 사측 혼란

이번 판결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 당선으로, 성과연봉제를 놓고 74일간 파업이 진행됐던 코레일과 일부 공공기관 노조는 기대의 뜻을 내비쳤다. 김선욱 철도노조 대변인은 "철도노조에서도 성과연봉제 무효 본안 소송이 진행되고 있고, 사측은 판결에 따르겠다는 뜻을 보였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으니 성과연봉제에 대한 수정이 있을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노사 간 합의로 제도가 도입된 곳에 대한 우려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노사 간 합의로 제도가 도입된 곳도 있는데 (이런 경우)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로 다시 바뀌어야 한다면 노사 간 신뢰를 훼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장 지난해 노사가 합의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예금보험공사의 경우, 올해 새로운 노조가 지난해 합의는 당시 노조위원장의 독단적 합의라며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고,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간부직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지난해부터 확대 도입되던 성과연봉제는 갈림길에 들어섰다.

정부는 일단 성과연봉제를 폐지하기보다는 노사 간 합의에 의해 제도가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제도 개선 추진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 법원 “노조 동의 없으면 무효”…성과연봉제 갈림길
    • 입력 2017.05.20 (01:36)
    멀티미디어 뉴스
법원 “노조 동의 없으면 무효”…성과연봉제 갈림길
■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과 줄소송

성과연봉제는 해마다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와 다르게, 성과와 능력에 따라 연봉을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1월 공공기관 개혁의 일환으로 공공기관 간부에게만 적용하던 성과연봉제를 최하위 직급을 제외한 전체 직원으로 확대하는 권고안을 내놨다. 이후 5개월 만에 공공기관 120곳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이 가운데 48곳은 노사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로 도입을 결정했고, 그 뒤 해당 공공기관 노조의 줄소송으로 이어졌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양대 노총 산하 30여 곳은 노사합의가 없는 일방적 도입을 무효로 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가운데 첫 판결이 최근 나왔다. 법원은 주택도시보증공사 근로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낸 취업규칙 변경 무효 확인 소송에서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 법원, "노조 동의 없으면 성과 연봉제 무효"

지난해 5월 주택도시보증공사는 노조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개정해 호봉제를 없애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취업규칙은 연봉제의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내용 등으로 변경됐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취업규칙 변경으로 근로자 일부가 임금에 상당한 불이익이 봤고, 변경된 규정을 무효로 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당시 주택도시증공사의 취업규칙 변경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사측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바꿀 경우,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을 어겼다고 본 것이다.

앞서 지난 1월 대전지방법원 민사21부(문보경 부장판사)는 철도노조가 철도공사(코레일)를 상대로 낸 보수규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성과연봉제 효력을 중지시키기도 했다. 같은 재판부는 철도노조 외에도 민주노총 산하 철도시설공단노조, 원자력안전기술원노조, 가스기술공사노조와 한국노총 산하 수자원공사노조 등 4곳에서 낸 가처분신청도 모두 원고 승소 판결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박근혜 정부의 성과연봉제 반대"

이번 판결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박근혜 정부식 성과연봉제 반대" 입장을 내놨기에 앞으로 공공기관들이 성과연봉제를 계속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12일 전주혁신도시로 이전한 국민연금공단을 찾아 박근혜 정부의 공공개혁 핵심 과제 중 하나인 공공부문 성과연봉제에 대해 "성과연봉제를 일률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내놨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적어도 노조와의 합의, 동의가 필요하다. 직무 성과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성과에 대한 평가가 자의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담보돼야만 성과연봉제라는 것이 설득력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3월 1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된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출범식에서 당시 후보이던 문 대통령은 "공공부문 성과연봉제와 성과평가제를 즉각 폐지하겠다. 노사 간 협의 없는 박근혜 정권식 성과평가제에 단호하게 반대한다"며 "충분한 노사협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문 대통령도 '일방적인 성과연봉제'를 반대한다고 했지 과거처럼 연공서열대로 급여가 올라가는 구조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내년 공공기관 평가 때 성과연봉제 가점 축소 검토

당장 내년 공공기관 경영 평가 때부터는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한 가점이 축소되는 방향으로 변화할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오는 7∼8월쯤 열리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내년 공공기관 경영 평가 기준을 결정하는데, 이때 성과연봉제 가점 항목을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100점 만점인 경영평가에서 '성과연봉제 운영의 적절성' 여부 항목이 3점 반영되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성과연봉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내년부터는 항목을 폐지하거나 가점을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성과연봉제 갈림길..노조는 기대, 사측 혼란

이번 판결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 당선으로, 성과연봉제를 놓고 74일간 파업이 진행됐던 코레일과 일부 공공기관 노조는 기대의 뜻을 내비쳤다. 김선욱 철도노조 대변인은 "철도노조에서도 성과연봉제 무효 본안 소송이 진행되고 있고, 사측은 판결에 따르겠다는 뜻을 보였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으니 성과연봉제에 대한 수정이 있을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노사 간 합의로 제도가 도입된 곳에 대한 우려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노사 간 합의로 제도가 도입된 곳도 있는데 (이런 경우)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로 다시 바뀌어야 한다면 노사 간 신뢰를 훼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장 지난해 노사가 합의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예금보험공사의 경우, 올해 새로운 노조가 지난해 합의는 당시 노조위원장의 독단적 합의라며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고,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간부직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지난해부터 확대 도입되던 성과연봉제는 갈림길에 들어섰다.

정부는 일단 성과연봉제를 폐지하기보다는 노사 간 합의에 의해 제도가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제도 개선 추진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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