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고비마다 인질극…北 인질 외교

입력 2017.05.20 (08:07) 수정 2017.05.2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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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이 지난 한달 사이 미국인 2명을 잇따라 억류하면서 이들의 안전과 억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향후 북미대화를 앞두고 고질적인 인질외교 카드를 다시 들고 나왔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외국인을 감금한 뒤 해당 국가에서 이익을 얻는 북한의 이같은 인질극은 일견 소기의 목적을 이루는 듯도 보입니다만, 과연 그럴까요?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정치적 고비 때마다 반복되는 북한의 인질외교를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2월 평양, 최고 재판소.

창백한 얼굴의 한 백인 청년이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선다.

연신 사과하며 살려달라 애원하는 청년.

<녹취> 오토 웜비어(北 억류 미국인 대학생) : “저는 양각도 호텔에서 관계자외 출입금지 지역에서 정치적 구호물을 떼어내는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북한 국민과 북한 정부에 사과합니다. 용서를 구합니다. 제 인생을 구할 수 있도록 어떤 방법으로든 도움을 청합니다.”

지난해 1월, 평양 관광 중에 억류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다.

웜비어는 호텔에 내걸린 정치 선전물을 떼어냈다는 이유로 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받았다.

기자회견이 막바지에 이르자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사정한다.

<녹취> 오토 웜비어(北 억류 미국인 대학생) : “저는 북한 정부와 국민 여러분들의 용서를 부탁드립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도 웜비어는 여전히 억류중이다.

현재 북한에 억류돼 있는 미국 국적자는 웜비어를 포함해 모두 4명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22일 한국계 미국인인 김상덕 전 연변과기대 교수가 평양과학기술대에서 강의를 마치고 출국하다 억류됐고, 보름 뒤인 지난 6일 역시 평양과기대에서 일하던 중국동포 출신 미국인 김학송 씨가 반공화국 적대행위 혐의로 억류됐다.

<녹취> 폴라 핸콕스(미국 CNN 기자) : “북한은 김학송 씨가 북한에 대한 적대 행위를 저질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에 구금된 미국인들에게 북한이 적용하는 매우 전형적인 혐의입니다.”

이 같은 외국인 연쇄 역류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특유의 인질외교, 인질정치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고 분석한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억류를 통해서 모종에 미국과의 협상채널을 가동하려는 게 근본적인 목적이라고 볼 수 있어요. 북한이 주도권을 가지고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해요. 그러니까 미사일 도발도 지속을 하고 있는 것이고 또 미국인 억류라고 하는 카드도 활용을 하고 있습니다. 협상에서 주도권을 가지기 위한 북한 측의 고도의 전략이다...”

1968년 1월, 동해상을 정찰 중이던 미국의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가 나포된다.

민간인 두 명을 포함한 푸에블로호의 승무원 83명이 북으로 이송된 것이다.

당시 국제사회는 이를 북한의 인질외교라 규정했지만 북한은 미국의 불법적 침략에 대응한 것이라고 맞섰다.

<녹취> 北기록영화 ‘미제 무장간첩선 푸에블로호의 말로’ : “미제는 방대한 침략 무력을 조선반도로 집결시키며 감히 우리를 위협 공갈했습니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압력 속에서도 북한은 11개월이 지나고서야 승무원들은 송환했다.

그러나 푸에블로호는 끝내 돌려주지 않은 채 지금까지도 반미 교육과 대외 선전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녹취> 리명철(북한 군인/2000년 1월, 조선중앙TV) : “우리에게 함부로 덤벼드는 자들은 무자비하게 징벌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미국이 선원들 포함해서 데려가려고 항공모함 전단 띄우고 북한을 군사적으로 굉장히 크게 압박을 했죠.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아직도 푸에블로호는 평양에 있습니다. 이것은 북한이 정치적으로 자기들이 이제 승리했다는 것을 그 결과물이라는 것을 선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죠.”

북한은 고비 때 마다 외국인을 억류하고 이를 외교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반복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여기자 억류사건.

지난 2009년 3월, 북중 접경지역에서 탈북민을 취재하던 미국인 여기자 로라 링과 유나 리가 북한군에 체포돼 억류됐다.

수개월에 걸친 줄다리기 끝에 결국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방북해 김정일과 직접 면담을 한 뒤에야 여기자들은 다시 미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녹취> 로라 링(北 억류 미국인 여기자) : “문으로 걸어 들어갔을 때 저희 앞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서 있는 것을 봤습니다. 곧바로 우리 인생의 악몽이 마침내 끝에 다다랐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김정일의 미소 띈 표정과 클린턴의 굳은 표정이 대조를 이뤘던 상황.

북한은 이를 대내적으로도 적극적으로 선전했다.

<녹취> 2009년 8월5일, 조선중앙TV : “(클린턴 전 대통령은) 심심한 사과의 뜻을 표하고 그들을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관대하게 용서하여 돌려보내 줄 데 대한 미국 정부의 간절한 요청을 정중히 전달하였다.”

이듬해엔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방북했다.

역시 노동교화형 8년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던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의 석방을 위한 것.

억류된 미국인을 빌미로 1년 사이 두 번이나 전직 미국 대통령을 불러들인 것은 뇌졸중 이후 위기의식을 느낀 김정일의 공격적인 외교 전략이었다는 평가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해외 순방이 김정일이 뇌졸중 발병 이후가 절반을 차지합니다. 집중적으로 북한의 생존에 대해서, 특히 중국의 모델에서 또 러시아 협력을 통해서 모색을 했다고 볼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2009년과 2010년에 김정일이 말기에 인질 외교를 했다라고 하는 이유는 북미 간에 큰 틀에서의 타협을 시도했다고 볼 수 있죠. 엄밀히 보면 북한의 핵 개발과 개발 과정과 그 다음에 대가를 바라는 협상에 대한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있어요.”

김정은 역시 이같은 인질 외교를 고스란히 답습하는 모양새다.

김정은 집권 1년도 되지 않았던 2012년 11월, 한국계 미국인 선교사인 케네스 배가 사업차 북한을 방문했다 전격 체포됐다.

‘국가전복음모죄’라는 명목으로 노동교화형 15년이 선고됐고, 고된 수감생활을 해야 했다.

억류된 지 만 2년이 지나서야 미국으로 송환된 케네스 배.

<녹취> 케네스 배(2014년 11월 석방 당시 인터뷰) : “나를 지지하고 후원하고 기억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의 석방을 위해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을 특사 자격으로 북한에 파견했다.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고위 인사의 방북.

여기엔 북한 측의 집요한 요구가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녹취> 케네스 배(2014년 1월 北 억류 당시 ‘조선신보’ 인터뷰) : “조선 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 그런 특사가 와야지만 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저는 그렇게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미국 정부가 특사 급을 파견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언론과 미국 정부에게 요청해달라고 부탁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북한은 억류된 외국인들의 대미 적대 발언을 통해 내부결속을 다지기도 한다.

<녹취> 김동철(한국계 미국인/北 억류중) : “내가 이런 중대범죄를 감행한 것은 남조선 당국과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 그 근본 원인이 있습니다.”

<녹취> 오토 웜비어(北억류중 미국인/북한 TV 통역) : “나는 내가 美 행정부의 집요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정치적 희생물이라는 것을 명백히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자회견 역시 모두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녹취> 케네스 배(한국계 미국인 선교사/北 억류 뒤 석방) : “내일 인터뷰를 하게 되니까 준비를 잘 하라고 얘기를 하면서 이번 인터뷰에다가는 우리 공화국 정부에게 고맙다는 얘기와 또 다시 한 번 사과하는 얘기를 하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이 사람들 내세워서 인터뷰를 하고 그 다음에 많은 자료들을 공개하는 것은 내부적으로 북한이 내부적으로 북한이 미국과의 대결에서 이제 이기고 있고 그 다음에 나름대로 이러이러한 원인 때문에 우리가 대결하고 있다, 긴장 속에서 살고 있다... 그것을 이제 정당화시키는 거죠.”

북한의 인질극은 일정한 패턴이 있다.

2009년 미국 여기자 억류 때는 북한의 2차 핵실험 국면이었고, 2010년 카터의 방북은 천안함 사건 뒤, 2013년 케네스 배 석방 협상 때는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북미 대치 시점이었다.

남한 또는 미국과 긴장이 고조됐을 때 민간인 억류를 대화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일단은 최고위층이 방북을 했기 때문에 분명히 다양한 형태로의 접촉 채널이 만들어지죠. 북한이 원했던 의사를 미국의 최고위층에 전달을 할 수가 있는 것이고요. 그리고 두 번째는 대내 정치적 차원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는 미국의 정치적인, 또 중량감 있는 인물들이 방북을 했다라고 하는 대내 정치적으로 김정은의 권위를 확보할 수 있는 어떤 홍보효과가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북한 측으로는 사실 어떻게 보면 반인도적이지만 상당히 매력적인 카드라고 볼 수 있죠 미국인 억류가.”

북한의 무차별적인 인질 외교는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북한이 궁지에 몰렸을 때도 이용됐다.

진상 규명에 협조할 것을 요구하는 말레이시아 정부와의 대립이 고조되자 북한에 체류중인 말레이시아 외교관과 가족들을 24일간 억류한 것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강력 비난했지만 결국은 억류된 자국민과 김정남의 시신을 교환하는 모양새가 됐다.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말레이시아 인질사태인 경우에는 사실 북한인들이 훨씬 많이 있었습니다. 말레이시아에 수백명이 있었겠는데 자기네 국민들 피해 이런 거는 상관도 안 하죠. 그리고 말레이시아인 9명을 인질로 삼아서 이들을 카드로 이제 흔들면 분명히 자기들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판단 하에서 막무가내로 하는 거죠. 김정남 시신을 인도받고 그리고 북한대사관에 피해 있던 용의자들까지 다 데려오지 않았습니까? 이것은 말레이시아인들 9명을 평양에서 인질로 삼아서 결국은 실현시켰다. 이렇게 볼 수 있죠.”

자국민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정상적인 국가의 정부가 북한의 인질 협상을 무시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당장은 북한의 요구가 일부 수용되는 듯 보여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 같은 인질외교는 ‘소탐대실’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가간 정치적 신뢰를 상실하는 것은 물론 김정은이 공들이고 있는 경제·관광 특구의 투자 유치에도 당연히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정상적인 국가가 인질외교를 하지는 않죠. 이렇게 지속적으로 인질외교를 한다고 하는 것은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김정은 정권에게 치명적인 문제로 등장을 합니다. 다시 말해서 정상국가 아니고 불량 국가라는 이미지를 강화할 수밖에 없고. 어차피 북한도 세계경제체제에 편입이 되어야만 살 수 있거든요. 그러나 신뢰할 수 없는 나라라는 이미지가 커지게 된다고 그러면 사실 그걸 경제적인 피해로 따진다고 보면 천문학 적이죠. 단기적으로는 미국과의 어떤 접촉 채널을 확보할 수는 있겠지만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김정은 정권에게는 사실 치명적인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

북한의 핵폭주에 따른 대북제재 국면에서 미국인 억류자 숫자 늘리기에 나선 김정은 정권.

그러나 반복적인 인질외교는 국제적 비난과 고립을 자초하는 반인도적 납치 행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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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고비마다 인질극…北 인질 외교
    • 입력 2017-05-20 08:26:16
    • 수정2017-05-20 08: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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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한달 사이 미국인 2명을 잇따라 억류하면서 이들의 안전과 억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향후 북미대화를 앞두고 고질적인 인질외교 카드를 다시 들고 나왔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외국인을 감금한 뒤 해당 국가에서 이익을 얻는 북한의 이같은 인질극은 일견 소기의 목적을 이루는 듯도 보입니다만, 과연 그럴까요?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정치적 고비 때마다 반복되는 북한의 인질외교를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2월 평양, 최고 재판소.

창백한 얼굴의 한 백인 청년이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선다.

연신 사과하며 살려달라 애원하는 청년.

<녹취> 오토 웜비어(北 억류 미국인 대학생) : “저는 양각도 호텔에서 관계자외 출입금지 지역에서 정치적 구호물을 떼어내는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북한 국민과 북한 정부에 사과합니다. 용서를 구합니다. 제 인생을 구할 수 있도록 어떤 방법으로든 도움을 청합니다.”

지난해 1월, 평양 관광 중에 억류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다.

웜비어는 호텔에 내걸린 정치 선전물을 떼어냈다는 이유로 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받았다.

기자회견이 막바지에 이르자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사정한다.

<녹취> 오토 웜비어(北 억류 미국인 대학생) : “저는 북한 정부와 국민 여러분들의 용서를 부탁드립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도 웜비어는 여전히 억류중이다.

현재 북한에 억류돼 있는 미국 국적자는 웜비어를 포함해 모두 4명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22일 한국계 미국인인 김상덕 전 연변과기대 교수가 평양과학기술대에서 강의를 마치고 출국하다 억류됐고, 보름 뒤인 지난 6일 역시 평양과기대에서 일하던 중국동포 출신 미국인 김학송 씨가 반공화국 적대행위 혐의로 억류됐다.

<녹취> 폴라 핸콕스(미국 CNN 기자) : “북한은 김학송 씨가 북한에 대한 적대 행위를 저질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에 구금된 미국인들에게 북한이 적용하는 매우 전형적인 혐의입니다.”

이 같은 외국인 연쇄 역류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특유의 인질외교, 인질정치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고 분석한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억류를 통해서 모종에 미국과의 협상채널을 가동하려는 게 근본적인 목적이라고 볼 수 있어요. 북한이 주도권을 가지고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해요. 그러니까 미사일 도발도 지속을 하고 있는 것이고 또 미국인 억류라고 하는 카드도 활용을 하고 있습니다. 협상에서 주도권을 가지기 위한 북한 측의 고도의 전략이다...”

1968년 1월, 동해상을 정찰 중이던 미국의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가 나포된다.

민간인 두 명을 포함한 푸에블로호의 승무원 83명이 북으로 이송된 것이다.

당시 국제사회는 이를 북한의 인질외교라 규정했지만 북한은 미국의 불법적 침략에 대응한 것이라고 맞섰다.

<녹취> 北기록영화 ‘미제 무장간첩선 푸에블로호의 말로’ : “미제는 방대한 침략 무력을 조선반도로 집결시키며 감히 우리를 위협 공갈했습니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압력 속에서도 북한은 11개월이 지나고서야 승무원들은 송환했다.

그러나 푸에블로호는 끝내 돌려주지 않은 채 지금까지도 반미 교육과 대외 선전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녹취> 리명철(북한 군인/2000년 1월, 조선중앙TV) : “우리에게 함부로 덤벼드는 자들은 무자비하게 징벌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미국이 선원들 포함해서 데려가려고 항공모함 전단 띄우고 북한을 군사적으로 굉장히 크게 압박을 했죠.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아직도 푸에블로호는 평양에 있습니다. 이것은 북한이 정치적으로 자기들이 이제 승리했다는 것을 그 결과물이라는 것을 선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죠.”

북한은 고비 때 마다 외국인을 억류하고 이를 외교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반복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여기자 억류사건.

지난 2009년 3월, 북중 접경지역에서 탈북민을 취재하던 미국인 여기자 로라 링과 유나 리가 북한군에 체포돼 억류됐다.

수개월에 걸친 줄다리기 끝에 결국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방북해 김정일과 직접 면담을 한 뒤에야 여기자들은 다시 미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녹취> 로라 링(北 억류 미국인 여기자) : “문으로 걸어 들어갔을 때 저희 앞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서 있는 것을 봤습니다. 곧바로 우리 인생의 악몽이 마침내 끝에 다다랐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김정일의 미소 띈 표정과 클린턴의 굳은 표정이 대조를 이뤘던 상황.

북한은 이를 대내적으로도 적극적으로 선전했다.

<녹취> 2009년 8월5일, 조선중앙TV : “(클린턴 전 대통령은) 심심한 사과의 뜻을 표하고 그들을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관대하게 용서하여 돌려보내 줄 데 대한 미국 정부의 간절한 요청을 정중히 전달하였다.”

이듬해엔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방북했다.

역시 노동교화형 8년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던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의 석방을 위한 것.

억류된 미국인을 빌미로 1년 사이 두 번이나 전직 미국 대통령을 불러들인 것은 뇌졸중 이후 위기의식을 느낀 김정일의 공격적인 외교 전략이었다는 평가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해외 순방이 김정일이 뇌졸중 발병 이후가 절반을 차지합니다. 집중적으로 북한의 생존에 대해서, 특히 중국의 모델에서 또 러시아 협력을 통해서 모색을 했다고 볼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2009년과 2010년에 김정일이 말기에 인질 외교를 했다라고 하는 이유는 북미 간에 큰 틀에서의 타협을 시도했다고 볼 수 있죠. 엄밀히 보면 북한의 핵 개발과 개발 과정과 그 다음에 대가를 바라는 협상에 대한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있어요.”

김정은 역시 이같은 인질 외교를 고스란히 답습하는 모양새다.

김정은 집권 1년도 되지 않았던 2012년 11월, 한국계 미국인 선교사인 케네스 배가 사업차 북한을 방문했다 전격 체포됐다.

‘국가전복음모죄’라는 명목으로 노동교화형 15년이 선고됐고, 고된 수감생활을 해야 했다.

억류된 지 만 2년이 지나서야 미국으로 송환된 케네스 배.

<녹취> 케네스 배(2014년 11월 석방 당시 인터뷰) : “나를 지지하고 후원하고 기억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의 석방을 위해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을 특사 자격으로 북한에 파견했다.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고위 인사의 방북.

여기엔 북한 측의 집요한 요구가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녹취> 케네스 배(2014년 1월 北 억류 당시 ‘조선신보’ 인터뷰) : “조선 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 그런 특사가 와야지만 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저는 그렇게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미국 정부가 특사 급을 파견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언론과 미국 정부에게 요청해달라고 부탁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북한은 억류된 외국인들의 대미 적대 발언을 통해 내부결속을 다지기도 한다.

<녹취> 김동철(한국계 미국인/北 억류중) : “내가 이런 중대범죄를 감행한 것은 남조선 당국과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 그 근본 원인이 있습니다.”

<녹취> 오토 웜비어(北억류중 미국인/북한 TV 통역) : “나는 내가 美 행정부의 집요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정치적 희생물이라는 것을 명백히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자회견 역시 모두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녹취> 케네스 배(한국계 미국인 선교사/北 억류 뒤 석방) : “내일 인터뷰를 하게 되니까 준비를 잘 하라고 얘기를 하면서 이번 인터뷰에다가는 우리 공화국 정부에게 고맙다는 얘기와 또 다시 한 번 사과하는 얘기를 하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이 사람들 내세워서 인터뷰를 하고 그 다음에 많은 자료들을 공개하는 것은 내부적으로 북한이 내부적으로 북한이 미국과의 대결에서 이제 이기고 있고 그 다음에 나름대로 이러이러한 원인 때문에 우리가 대결하고 있다, 긴장 속에서 살고 있다... 그것을 이제 정당화시키는 거죠.”

북한의 인질극은 일정한 패턴이 있다.

2009년 미국 여기자 억류 때는 북한의 2차 핵실험 국면이었고, 2010년 카터의 방북은 천안함 사건 뒤, 2013년 케네스 배 석방 협상 때는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북미 대치 시점이었다.

남한 또는 미국과 긴장이 고조됐을 때 민간인 억류를 대화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일단은 최고위층이 방북을 했기 때문에 분명히 다양한 형태로의 접촉 채널이 만들어지죠. 북한이 원했던 의사를 미국의 최고위층에 전달을 할 수가 있는 것이고요. 그리고 두 번째는 대내 정치적 차원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는 미국의 정치적인, 또 중량감 있는 인물들이 방북을 했다라고 하는 대내 정치적으로 김정은의 권위를 확보할 수 있는 어떤 홍보효과가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북한 측으로는 사실 어떻게 보면 반인도적이지만 상당히 매력적인 카드라고 볼 수 있죠 미국인 억류가.”

북한의 무차별적인 인질 외교는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북한이 궁지에 몰렸을 때도 이용됐다.

진상 규명에 협조할 것을 요구하는 말레이시아 정부와의 대립이 고조되자 북한에 체류중인 말레이시아 외교관과 가족들을 24일간 억류한 것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강력 비난했지만 결국은 억류된 자국민과 김정남의 시신을 교환하는 모양새가 됐다.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말레이시아 인질사태인 경우에는 사실 북한인들이 훨씬 많이 있었습니다. 말레이시아에 수백명이 있었겠는데 자기네 국민들 피해 이런 거는 상관도 안 하죠. 그리고 말레이시아인 9명을 인질로 삼아서 이들을 카드로 이제 흔들면 분명히 자기들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판단 하에서 막무가내로 하는 거죠. 김정남 시신을 인도받고 그리고 북한대사관에 피해 있던 용의자들까지 다 데려오지 않았습니까? 이것은 말레이시아인들 9명을 평양에서 인질로 삼아서 결국은 실현시켰다. 이렇게 볼 수 있죠.”

자국민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정상적인 국가의 정부가 북한의 인질 협상을 무시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당장은 북한의 요구가 일부 수용되는 듯 보여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 같은 인질외교는 ‘소탐대실’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가간 정치적 신뢰를 상실하는 것은 물론 김정은이 공들이고 있는 경제·관광 특구의 투자 유치에도 당연히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정상적인 국가가 인질외교를 하지는 않죠. 이렇게 지속적으로 인질외교를 한다고 하는 것은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김정은 정권에게 치명적인 문제로 등장을 합니다. 다시 말해서 정상국가 아니고 불량 국가라는 이미지를 강화할 수밖에 없고. 어차피 북한도 세계경제체제에 편입이 되어야만 살 수 있거든요. 그러나 신뢰할 수 없는 나라라는 이미지가 커지게 된다고 그러면 사실 그걸 경제적인 피해로 따진다고 보면 천문학 적이죠. 단기적으로는 미국과의 어떤 접촉 채널을 확보할 수는 있겠지만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김정은 정권에게는 사실 치명적인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

북한의 핵폭주에 따른 대북제재 국면에서 미국인 억류자 숫자 늘리기에 나선 김정은 정권.

그러나 반복적인 인질외교는 국제적 비난과 고립을 자초하는 반인도적 납치 행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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