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공포의 문, 지하철 스크린 도어’…3초 만에 꺼지는 센서

입력 2017.05.22 (17:55) 수정 2017.05.2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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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공포의 문, 지하철 스크린 도어’…3초 만에 꺼지는 센서

[취재후] ‘공포의 문, 지하철 스크린 도어’…3초 만에 꺼지는 센서

지난 14일 저녁, 지하철 9호선 당산역이 한순간에 공포에 휩싸였다.

개화 방면 2-3 승강장. 30대 남성이 열차와 안전문 사이에 갇혔다. 뒤늦게 전동차에서 내리려다 벌어진 일이다.

전동차와 안전문 사이의 간격은 50cm 남짓. 그 비좁은 공간에 남성이 끼인 사실을 모른 채 전동차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놀란 승객들이 비상전화로 기관사에게 급히 사고 소식을 전하고서야 열차는 멈춰 섰다.

남성은 가까스로 비상문으로 탈출해 인명 사고를 면했다. 공포의 1분, 승객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멈추지 않는 사고, 원인은 승객 탓?

사고 현장을 찾았다. 관계자를 만났고 사고 경위를 물었다.

"출입문이 닫히는 찰나에 승객분이 무리하게 하차를 시도하시다 보니까…."
- 지하철 9호선 관계자 인터뷰 中


지난해 3건, 7년 동안 7명이 숨졌고, 1명이 다쳤다. 났다 하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지하철 안전문 사고, 정말 승객만의 탓일까?


열리지 않은 문…안전문 센서 작동시간 '3초'

사고 당시 재연 그래픽사고 당시 재연 그래픽

뒤늦게 내리려다 난 사고라고 했다. 하지만 전동차 문이 열려있어 승객이 내렸는데 왜 안전문은 굳게 닫혀있었을까?

안전문은 센서가 장애물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이때 열차는 출발하지 못하도록 설계돼 있다.

안전문 센서에 문제가 없었는지 취재했다. 이 과정에서 센서 '작동시간'에 의문이 생겼다. 지하철 9호선은 모두 30개 역이 있다. 안전문이 없는 개화역을 제외한 나머지 29개 역의 안전문 센서 작동시간을 조사했다.


언주역~종합운동장역 구간 5개 역의 센서 작동시간은 10초. 그런데 김포공항~신논현 24개 역은 1/3 수준인 3초로 설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문이 닫히고 나서 장애물을 감지할 수 있는 시간이 3초라는 얘기다. 전동차 문이 장애물 때문에 다시 열렸더라도 이 시간이 지나면 안전문은 다시 열리지 않는다.

이번 사고도 열차 문은 열렸지만, 이 3초가 지나 센서가 장애물을 감지하지 못하면서 안전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래서 승객은 전동차와 안전문 사이에 꼼짝없이 갇혔다.

9호선 24개 역만 '3초', 왜?

같은 9호선인데 센서 작동시간에 차이가 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관리 주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3초로 운영된 24개 역은 외국계 운용사가 관리하는 1단계 구간이다. 나머지 2단계 구간 5개 역은 국내 운용사가 관리한다.

서울시 메트로 9호선서울시 메트로 9호선

1단계 구간 24곳 역시 처음부터 3초로 설정된 건 아니다. 개통 당시에는 10초로 운영됐는데 운용사가 작동 시간을 1/3로 대폭 줄였다.

"스크린 도어(안전문) 센서가 먼지 같은 것도 감지합니다.
10초로 설정해 놓으면 잘못된 감지가 많아 차가 출발을 못 하거나,
출발 직후 급정지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횟수가 너무 많으니까,
안전성이나 열차 편의를 동시에 고려해서 바꾼 것입니다."

- 지하철 9호선 1단계 운용사 관계자 인터뷰 中


'고객 편의'가 안전문 센서 작동 시간을 줄인 이유다. '안전성'도 고려했다고 했다. 9호선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56만 명이다. 이제 그 '안전성'을 따져볼 차례다.

이래도 정말 안전합니까?

당산역 사고 직후 한 지하철 관계자들의 자체 실험 영상을 입수했다.



센서 작동 시간이 3초로 설정된 경우다. 장애물을 감지하고 열차 문이 열렸다. 사람이 열차 문을 빠져나갔지만, 안전문은 열리지 않는다. 3초가 지나 센서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센서 작동시간이 10초로 설정된 경우다. 장애물 상황은 3초로 설정된 경우와 같다. 열차 문이 열리고 사람이 나가자 센서가 사람을 감지하고 안전문이 열린다.

이 시험 영상을 보면, 3초와 10초의 차이는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9호선 측은 왜 '3초'가 안전하다고 판단했을까?

"안전문 제작사에 기술검토를 의뢰했고, (3초로) 시간 변경이
안전성 측면에서 온당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저희가 무작정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없습니다."

- 지하철 9호선 1단계 운용사 관계자 인터뷰 中


지하철 9호선에 안전문을 납품한 국내 대기업을 취재했다. 해당 기업은 그러나, 센서 작동시간에 따른 안전성은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센서 시간 설정 범위를 만들었지만, 안전성 연구나 실험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9호선 측에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기술 검토를 해줬는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3초 만에 꺼지는 센서, '규정'도, '매뉴얼'도 없다!

2010년,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도 안전문 사고가 났다. 서울메트로는 사고 조사에 착수했고, '센서 활성화 시간'이 문제로 지목됐다. 당시 서울메트로 1~4호선 센서 활성화 시간은 '5초'로 설정돼 있었다.

철도 교통사고 조사 결과 통보(2010.06)철도 교통사고 조사 결과 통보(2010.06)

사고 조사 직후, 서울메트로 측은 10초 변경을 고려했다. 하지만 아예 지하철이 출발할 때까지 센서가 작동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근본적인 '안전'을 해결하기 위해 예산이 배로 투입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센서 설정시간을 정하는 건 오롯이 지하철 운영사 측의 마음이다. 규정도, 매뉴얼도 없다. 서울메트로 사례처럼 스스로 안전사고가 나야 심각성을 인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9호선 측 역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안전을 추가로 고려해 안전문 센서 활성화 시간을 연장하는 등의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알려왔다.

[연관 기사] [현장추적] ‘3초만 작동’…불안전한 지하철 안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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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공포의 문, 지하철 스크린 도어’…3초 만에 꺼지는 센서
    • 입력 2017-05-22 17:55:23
    • 수정2017-05-22 18:03:45
    취재후·사건후
지난 14일 저녁, 지하철 9호선 당산역이 한순간에 공포에 휩싸였다.

개화 방면 2-3 승강장. 30대 남성이 열차와 안전문 사이에 갇혔다. 뒤늦게 전동차에서 내리려다 벌어진 일이다.

전동차와 안전문 사이의 간격은 50cm 남짓. 그 비좁은 공간에 남성이 끼인 사실을 모른 채 전동차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놀란 승객들이 비상전화로 기관사에게 급히 사고 소식을 전하고서야 열차는 멈춰 섰다.

남성은 가까스로 비상문으로 탈출해 인명 사고를 면했다. 공포의 1분, 승객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멈추지 않는 사고, 원인은 승객 탓?

사고 현장을 찾았다. 관계자를 만났고 사고 경위를 물었다.

"출입문이 닫히는 찰나에 승객분이 무리하게 하차를 시도하시다 보니까…."
- 지하철 9호선 관계자 인터뷰 中


지난해 3건, 7년 동안 7명이 숨졌고, 1명이 다쳤다. 났다 하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지하철 안전문 사고, 정말 승객만의 탓일까?


열리지 않은 문…안전문 센서 작동시간 '3초'

사고 당시 재연 그래픽
뒤늦게 내리려다 난 사고라고 했다. 하지만 전동차 문이 열려있어 승객이 내렸는데 왜 안전문은 굳게 닫혀있었을까?

안전문은 센서가 장애물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이때 열차는 출발하지 못하도록 설계돼 있다.

안전문 센서에 문제가 없었는지 취재했다. 이 과정에서 센서 '작동시간'에 의문이 생겼다. 지하철 9호선은 모두 30개 역이 있다. 안전문이 없는 개화역을 제외한 나머지 29개 역의 안전문 센서 작동시간을 조사했다.


언주역~종합운동장역 구간 5개 역의 센서 작동시간은 10초. 그런데 김포공항~신논현 24개 역은 1/3 수준인 3초로 설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문이 닫히고 나서 장애물을 감지할 수 있는 시간이 3초라는 얘기다. 전동차 문이 장애물 때문에 다시 열렸더라도 이 시간이 지나면 안전문은 다시 열리지 않는다.

이번 사고도 열차 문은 열렸지만, 이 3초가 지나 센서가 장애물을 감지하지 못하면서 안전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래서 승객은 전동차와 안전문 사이에 꼼짝없이 갇혔다.

9호선 24개 역만 '3초', 왜?

같은 9호선인데 센서 작동시간에 차이가 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관리 주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3초로 운영된 24개 역은 외국계 운용사가 관리하는 1단계 구간이다. 나머지 2단계 구간 5개 역은 국내 운용사가 관리한다.

서울시 메트로 9호선
1단계 구간 24곳 역시 처음부터 3초로 설정된 건 아니다. 개통 당시에는 10초로 운영됐는데 운용사가 작동 시간을 1/3로 대폭 줄였다.

"스크린 도어(안전문) 센서가 먼지 같은 것도 감지합니다.
10초로 설정해 놓으면 잘못된 감지가 많아 차가 출발을 못 하거나,
출발 직후 급정지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횟수가 너무 많으니까,
안전성이나 열차 편의를 동시에 고려해서 바꾼 것입니다."

- 지하철 9호선 1단계 운용사 관계자 인터뷰 中


'고객 편의'가 안전문 센서 작동 시간을 줄인 이유다. '안전성'도 고려했다고 했다. 9호선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56만 명이다. 이제 그 '안전성'을 따져볼 차례다.

이래도 정말 안전합니까?

당산역 사고 직후 한 지하철 관계자들의 자체 실험 영상을 입수했다.



센서 작동 시간이 3초로 설정된 경우다. 장애물을 감지하고 열차 문이 열렸다. 사람이 열차 문을 빠져나갔지만, 안전문은 열리지 않는다. 3초가 지나 센서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센서 작동시간이 10초로 설정된 경우다. 장애물 상황은 3초로 설정된 경우와 같다. 열차 문이 열리고 사람이 나가자 센서가 사람을 감지하고 안전문이 열린다.

이 시험 영상을 보면, 3초와 10초의 차이는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9호선 측은 왜 '3초'가 안전하다고 판단했을까?

"안전문 제작사에 기술검토를 의뢰했고, (3초로) 시간 변경이
안전성 측면에서 온당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저희가 무작정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없습니다."

- 지하철 9호선 1단계 운용사 관계자 인터뷰 中


지하철 9호선에 안전문을 납품한 국내 대기업을 취재했다. 해당 기업은 그러나, 센서 작동시간에 따른 안전성은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센서 시간 설정 범위를 만들었지만, 안전성 연구나 실험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9호선 측에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기술 검토를 해줬는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3초 만에 꺼지는 센서, '규정'도, '매뉴얼'도 없다!

2010년,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도 안전문 사고가 났다. 서울메트로는 사고 조사에 착수했고, '센서 활성화 시간'이 문제로 지목됐다. 당시 서울메트로 1~4호선 센서 활성화 시간은 '5초'로 설정돼 있었다.

철도 교통사고 조사 결과 통보(2010.06)
사고 조사 직후, 서울메트로 측은 10초 변경을 고려했다. 하지만 아예 지하철이 출발할 때까지 센서가 작동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근본적인 '안전'을 해결하기 위해 예산이 배로 투입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센서 설정시간을 정하는 건 오롯이 지하철 운영사 측의 마음이다. 규정도, 매뉴얼도 없다. 서울메트로 사례처럼 스스로 안전사고가 나야 심각성을 인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9호선 측 역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안전을 추가로 고려해 안전문 센서 활성화 시간을 연장하는 등의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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