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미안해”

입력 2017.05.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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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8번. 이름도 없이 서울 관악구에 있는 베이비박스에 남겨진 1138번째 아기는 처참한 모습이었다. 탯줄은 제대로 잘리지 않아 길게 늘어뜨려진 상태로 머리끈에 묶여있었고, 발가벗은 몸은 피 묻은 수건에 싸여있었다. 조금 먼저 들어온 1130번째 아기도 이불에 싸인 채 몸에는 핏자국과 태변이 묻어 있었다. 베이비박스에 온 아기는 2016년 한 해 동안만 223명에 달한다. 이들은 누가, 왜 놓고 간 걸까.

아기 두고 떠나는 엄마들..그녀들은 왜?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교회는 지난해 베이비박스에 두고 간 아기 223명 가운데 201명의 부모를 붙잡다시피 해 상담했다. 그 결과 전체 아기의 72%인 145명이 미혼모의 아기였다.

한 미혼모는 "열아홉 살에 임신했지만, 임신 5개월 동안 아기를 가진 것도 몰랐다"고 털어놨다. 아기 아빠는 연락이 끊긴 상태였고, 가족에게 말할 수도 없었다. 결국, 출산 직전까지 아르바이트하며 모은 돈으로 혼자 병원에 가서 아기를 낳고, 베이비박스에 찾아왔다.


남들 보기에는 그저 비정한 엄마, 하지만 그녀들은 아기를 떠나는 순간까지 고민하고 있었다. 지선 씨(가명)는 혼자 키울 자신이 없어 아기를 포기하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아이를 낳아 품에 안은 순간, 지선 씨의 마음은 크게 흔들렸다. 그녀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비정한 '엄마'…아빠는 어디에?

영아 유기나 영아살해 사건 피의자는 대다수가 여성이다. 2016년 경찰이 집계한 영아 유기 사건은 109건으로 검거된 피의자 40명 중 35명이 여성이었고, 영아살해도 피의자 8명 중 7명이 여성이었다.


아기를 유기하고 숨지게 하는 것은 범죄지만, 아기와 엄마가 이렇게 되기까지 아기 아빠에게는 책임이 없을까.

혜진(가명) 씨는 아기를 베이비박스에 두고 갔다 다시 데려와 키우고 있다. 자신의 꿈을포기하고 엄마로서의 역할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아기 아빠,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냉담하기만 하다. 아기와 홀로서기를 하려는 미혼모들을 이 사회가 보듬고 지켜줄 방법은 없을까.

"혼외 자녀도 소중한 아이"… 프랑스에서는?


프랑스는 혼외 자녀가 절반이 넘는다. 이런 프랑스에서 미혼모가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지원에 차별도 없다. 출산, 양육이 중심이 된 기본적인 가족수당은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똑같이 지원되고 한 부모에게는 별도 수당까지 더해진다.


혼외자녀도 편견과 큰 경제적 어려움 없이 키울 수 있는 프랑스에 비해 한국은 어떨까. 저출산 국가로 출산장려책을 외치고 있지만 매년 수백 명의 아기가 버려지고 해외로 입양되고 있다. 결혼 여부에 따라 출산 보육 지원에도 차별과 편견이 없는 프랑스의 사례를 통해 배울 점은 없는지 짚어본다.

'시사기획 창-"아가야, 미안해"'는 23일(화)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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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가야, 미안해”
    • 입력 2017-05-23 08: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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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8번. 이름도 없이 서울 관악구에 있는 베이비박스에 남겨진 1138번째 아기는 처참한 모습이었다. 탯줄은 제대로 잘리지 않아 길게 늘어뜨려진 상태로 머리끈에 묶여있었고, 발가벗은 몸은 피 묻은 수건에 싸여있었다. 조금 먼저 들어온 1130번째 아기도 이불에 싸인 채 몸에는 핏자국과 태변이 묻어 있었다. 베이비박스에 온 아기는 2016년 한 해 동안만 223명에 달한다. 이들은 누가, 왜 놓고 간 걸까.

아기 두고 떠나는 엄마들..그녀들은 왜?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교회는 지난해 베이비박스에 두고 간 아기 223명 가운데 201명의 부모를 붙잡다시피 해 상담했다. 그 결과 전체 아기의 72%인 145명이 미혼모의 아기였다.

한 미혼모는 "열아홉 살에 임신했지만, 임신 5개월 동안 아기를 가진 것도 몰랐다"고 털어놨다. 아기 아빠는 연락이 끊긴 상태였고, 가족에게 말할 수도 없었다. 결국, 출산 직전까지 아르바이트하며 모은 돈으로 혼자 병원에 가서 아기를 낳고, 베이비박스에 찾아왔다.


남들 보기에는 그저 비정한 엄마, 하지만 그녀들은 아기를 떠나는 순간까지 고민하고 있었다. 지선 씨(가명)는 혼자 키울 자신이 없어 아기를 포기하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아이를 낳아 품에 안은 순간, 지선 씨의 마음은 크게 흔들렸다. 그녀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비정한 '엄마'…아빠는 어디에?

영아 유기나 영아살해 사건 피의자는 대다수가 여성이다. 2016년 경찰이 집계한 영아 유기 사건은 109건으로 검거된 피의자 40명 중 35명이 여성이었고, 영아살해도 피의자 8명 중 7명이 여성이었다.


아기를 유기하고 숨지게 하는 것은 범죄지만, 아기와 엄마가 이렇게 되기까지 아기 아빠에게는 책임이 없을까.

혜진(가명) 씨는 아기를 베이비박스에 두고 갔다 다시 데려와 키우고 있다. 자신의 꿈을포기하고 엄마로서의 역할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아기 아빠,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냉담하기만 하다. 아기와 홀로서기를 하려는 미혼모들을 이 사회가 보듬고 지켜줄 방법은 없을까.

"혼외 자녀도 소중한 아이"… 프랑스에서는?


프랑스는 혼외 자녀가 절반이 넘는다. 이런 프랑스에서 미혼모가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지원에 차별도 없다. 출산, 양육이 중심이 된 기본적인 가족수당은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똑같이 지원되고 한 부모에게는 별도 수당까지 더해진다.


혼외자녀도 편견과 큰 경제적 어려움 없이 키울 수 있는 프랑스에 비해 한국은 어떨까. 저출산 국가로 출산장려책을 외치고 있지만 매년 수백 명의 아기가 버려지고 해외로 입양되고 있다. 결혼 여부에 따라 출산 보육 지원에도 차별과 편견이 없는 프랑스의 사례를 통해 배울 점은 없는지 짚어본다.

'시사기획 창-"아가야, 미안해"'는 23일(화)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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