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단둥-평양 항공 노선 한달만에 중단…무슨일이?

입력 2017.05.2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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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8일 평양에서 출발한 고려항공 여객기가 중국 단둥 랑터우 공항에 착륙했다. 정기 노선이 아니라 일단 한시적으로 5월까지 운항허가를 받고 띄운 전세기지만, 단둥-평양 간 첫 하늘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단둥 공항이 국제공항으로 거듭나게 됐다며 중국의 지역 언론까지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이 고려항공에 새로 운항허가를 내주면서 대북제재 역행 논란이 불거진 터라, 주변국의 이목도 집중됐다. 어떤 기종이 투입될 지도 관심이었는데, 사진에 보이는 이 항공기의 모습을 보고는 항공 전문가 사이에서는 탄성이 나오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왜일까?

단둥-평양 노선에 투입된 안토노프 AN-148단둥-평양 노선에 투입된 안토노프 AN-148

당초 고려항공은 해당 노선에 170석 규모의 중형 항공기를 투입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승객 모집이 여의치 않으면서 70~80석 규모의 소형 항공기로 대체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항공은 보유한 기종 가운데 가장 최신예 기종인 안토노프 AN-148 이라는 히든카드를 꺼내 단둥-평양 노선에 투입한 것이다.

북한이 구매한 안토노프 AN-148북한이 구매한 안토노프 AN-148

안토노프 AN-148은 북한 김정은의 전용기로 유명해진 항공기다. 얼마 전엔 김정은이 직접 조종간을 잡은 사진까지 공개되기도 했다. 북한은 이 기종을 2대 보유하고 있는데, 2013년과 지난해에 각각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에 생산기지를 둔 안토노프사가 2009년부터 취역시킨 대당 300억 원 정도 하는 신형 항공기다. 최대속도는 시속 870Km에 길이는 29.13m, 좌석은 빽빽하게 채울 경우 최고 90석까지 마련할 수 있다.

김정은이 AN-148 조종간을 잡고 있다.김정은이 AN-148 조종간을 잡고 있다.

북한이 단둥-평양 노선에 이 같은 최신 항공기를 투입했다는 것은, 해당 노선 개설에 얼마나 북한이 공을 들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돈줄이 말라가는 북한은 그 타개책의 하나로 관광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었다. 단둥-평양 간 전세기 운항 허가도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받아놓고, 랴오닝 성 일대의 여행사를 통해 승객 모집을 꾸준히 모색해 왔다.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4개월간 허송세월을 해왔는데, 자칫 운항 허가 기간 내에 항공기를 띄우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내부의 우려도 나왔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승객 모집이 여의치 않은데도 불구하고 최신 기종을 전격적으로 투입해 단둥-평양 노선의 운항을 개시하고 나선 것이다. 단둥에서 출발해 평양 순안 공항에 도착한 첫 항공편의 승객들은 꽃다발과 함께 큰 환대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고려항공 승무원들의 옷차림도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북한은 이런 사진을 공개하며 성공적인 취항을 대내외에 과시하기도 했다.

평양 순안공항에 내리는 승객을 환영하고 있다.평양 순안공항에 내리는 승객을 환영하고 있다.

북한은 어떻게 해서든 운항허가를 받은 5월까지 노선을 꾸준히 유지한 뒤, 앞으로 연장 신청을 거쳐 정기 노선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알려졌다. 전세기는 주 2회로 편성했다. 그런데 취항한 지 정확히 한 달째인 4월 28일 자 비행을 마지막으로 이 노선은 중단되고 말았다. 아직 운항허가 기간이 한 달이 남은 상태에서 이뤄진 갑작스러운 조치였다.

이를 두고 중국의 대북제재 일환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보다는 승객 모집이 전혀 안 된 것이 운항 중단의 결정적인 이유라는 게 정통한 소식통의 전언이다. 사실 운항 첫날부터 이런 조짐이 엿보였다.

첫 비행의 상징성을 고려해 승객을 각계에서 모집했지만 여의치 않았고, 결국 북·중국경 관광 상품을 개발하려는 중국 여행사 대표들로 겨우 40~50명을 채울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의 승객 탑승 실적은 더욱 여의치 않았는데 운항 중단을 결정하기 얼마 전에는 탑승객이 한 명도 없었던 경우까지 있었다고 한다.

첫 비행에서도 일반 관광객은 거의 없었다.첫 비행에서도 일반 관광객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최근에 해당 항공편을 탑승했던 승객들 사이에서는 "항공기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안전을 담보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일단 타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그 비행기를 다시 타느니 차라리 6시간 걸리는 기차를 타고 평양으로 가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만일, 승객들이 탑승한 비행기가 최신 기종인 안토노프 AN-148 이라면 이런 반응이 나올 수는 없다는 게 항공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따라서 처음 몇 차례는 대외 과시용으로 최신기를 투입했지만, 이후에는 고려항공이 기존 낡은 항공기로 대체해 운항을 해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결국 경제적인 이유로 북한 스스로 운항을 중단했다는 게 정통한 소식통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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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단둥-평양 항공 노선 한달만에 중단…무슨일이?
    • 입력 2017-05-23 15:53:22
    특파원 리포트
지난 3월 28일 평양에서 출발한 고려항공 여객기가 중국 단둥 랑터우 공항에 착륙했다. 정기 노선이 아니라 일단 한시적으로 5월까지 운항허가를 받고 띄운 전세기지만, 단둥-평양 간 첫 하늘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단둥 공항이 국제공항으로 거듭나게 됐다며 중국의 지역 언론까지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이 고려항공에 새로 운항허가를 내주면서 대북제재 역행 논란이 불거진 터라, 주변국의 이목도 집중됐다. 어떤 기종이 투입될 지도 관심이었는데, 사진에 보이는 이 항공기의 모습을 보고는 항공 전문가 사이에서는 탄성이 나오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왜일까?

단둥-평양 노선에 투입된 안토노프 AN-148
당초 고려항공은 해당 노선에 170석 규모의 중형 항공기를 투입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승객 모집이 여의치 않으면서 70~80석 규모의 소형 항공기로 대체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항공은 보유한 기종 가운데 가장 최신예 기종인 안토노프 AN-148 이라는 히든카드를 꺼내 단둥-평양 노선에 투입한 것이다.

북한이 구매한 안토노프 AN-148
안토노프 AN-148은 북한 김정은의 전용기로 유명해진 항공기다. 얼마 전엔 김정은이 직접 조종간을 잡은 사진까지 공개되기도 했다. 북한은 이 기종을 2대 보유하고 있는데, 2013년과 지난해에 각각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에 생산기지를 둔 안토노프사가 2009년부터 취역시킨 대당 300억 원 정도 하는 신형 항공기다. 최대속도는 시속 870Km에 길이는 29.13m, 좌석은 빽빽하게 채울 경우 최고 90석까지 마련할 수 있다.

김정은이 AN-148 조종간을 잡고 있다.
북한이 단둥-평양 노선에 이 같은 최신 항공기를 투입했다는 것은, 해당 노선 개설에 얼마나 북한이 공을 들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돈줄이 말라가는 북한은 그 타개책의 하나로 관광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었다. 단둥-평양 간 전세기 운항 허가도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받아놓고, 랴오닝 성 일대의 여행사를 통해 승객 모집을 꾸준히 모색해 왔다.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4개월간 허송세월을 해왔는데, 자칫 운항 허가 기간 내에 항공기를 띄우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내부의 우려도 나왔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승객 모집이 여의치 않은데도 불구하고 최신 기종을 전격적으로 투입해 단둥-평양 노선의 운항을 개시하고 나선 것이다. 단둥에서 출발해 평양 순안 공항에 도착한 첫 항공편의 승객들은 꽃다발과 함께 큰 환대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고려항공 승무원들의 옷차림도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북한은 이런 사진을 공개하며 성공적인 취항을 대내외에 과시하기도 했다.

평양 순안공항에 내리는 승객을 환영하고 있다.
북한은 어떻게 해서든 운항허가를 받은 5월까지 노선을 꾸준히 유지한 뒤, 앞으로 연장 신청을 거쳐 정기 노선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알려졌다. 전세기는 주 2회로 편성했다. 그런데 취항한 지 정확히 한 달째인 4월 28일 자 비행을 마지막으로 이 노선은 중단되고 말았다. 아직 운항허가 기간이 한 달이 남은 상태에서 이뤄진 갑작스러운 조치였다.

이를 두고 중국의 대북제재 일환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보다는 승객 모집이 전혀 안 된 것이 운항 중단의 결정적인 이유라는 게 정통한 소식통의 전언이다. 사실 운항 첫날부터 이런 조짐이 엿보였다.

첫 비행의 상징성을 고려해 승객을 각계에서 모집했지만 여의치 않았고, 결국 북·중국경 관광 상품을 개발하려는 중국 여행사 대표들로 겨우 40~50명을 채울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의 승객 탑승 실적은 더욱 여의치 않았는데 운항 중단을 결정하기 얼마 전에는 탑승객이 한 명도 없었던 경우까지 있었다고 한다.

첫 비행에서도 일반 관광객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최근에 해당 항공편을 탑승했던 승객들 사이에서는 "항공기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안전을 담보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일단 타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그 비행기를 다시 타느니 차라리 6시간 걸리는 기차를 타고 평양으로 가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만일, 승객들이 탑승한 비행기가 최신 기종인 안토노프 AN-148 이라면 이런 반응이 나올 수는 없다는 게 항공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따라서 처음 몇 차례는 대외 과시용으로 최신기를 투입했지만, 이후에는 고려항공이 기존 낡은 항공기로 대체해 운항을 해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결국 경제적인 이유로 북한 스스로 운항을 중단했다는 게 정통한 소식통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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