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日, 대학 등록금 공짜 될까?

입력 2017.05.24 (10:41) 수정 2017.05.2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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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日, 대학 등록금 공짜 될까?

[특파원리포트] 日, 대학 등록금 공짜 될까?

도쿄대 홈페이지 갈무리도쿄대 홈페이지 갈무리

아베 총리는 지난 3일 일본 헌법 제정 70주년을 맞아, 헌법 개정을 추진하는 단체 행사에 보낸 영상 메시지를 통해 헌법 개정 추진 방향과 2020년 개정 헌법 시행이라는 일정표를 밝혔다.

아베 총리가 밝힌 헌법 개정의 주된 추진 방향은 평화 헌법 조항으로 불리는 9조의 개정이다. 전쟁의 포기와 전쟁을 할 수 있는 전력의 포기를 명시한 1항과 2항에 자위대의 지위를 명기하는 3항을 더하는 이른바 '가헌(加憲)' 방향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후에도 수차례 이번 개헌의 핵심은 9조의 개정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9조 개정 주장이 워낙 파문을 일으켜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날 아베 총리가 밝힌 또 하나의 헌법 개정 방향, 즉 헌법에 새롭게 넣겠다고 밝힌 내용은 '교육 무상화' 관련 조항이었다. 대학 교육까지 전면 무상화하겠다는 목표, 즉 고등교육의 무상화를 제시한 것인데 일본 정부와 자민당 내에서는 이러한 아베 총리의 방향 제시에 따라 논의가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40조 원이 넘게 소요될 추가 재원

현재의 일본 헌법은 26조에 '의무 교육을 무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립 초중학교의 수업료가 무상인 점은 우리나라와 같다.

일본 총리 직속의 내각부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대학 수업료 등 대학 교육의 무상화를 위해서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돈이 약 3조 1000억 엔(우리돈 31조원 가량)에 이른다(니혼게자이 신문 5월 20일자).

그리고 고교 교육 무상화를 위해 드는 돈이 약 3000억 엔(우리돈 약 3조원) 가량이다. 여기에 또 한 부분, 일본 내각부는 3세~5세 취학 전 아동에 대한 교육을 단계적으로 무상화하는 데 약 1조 2천 억엔(12조원 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각 교육 단계별 추가 예산액을 살펴보면 모두 4조 6천 억엔(약 46조원)의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그럼 돈은 어디서 마련할까?

역시 최대 과제는 막대한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 것이냐다. 자민당 교육재생실행 본부는 이와 관련해 22일 3가지 안을 선택지로써 아베 총리에 제안했다.

자민당 교육재생실행 본부가 아베 총리에 제안서를 제출하고 있다.자민당 교육재생실행 본부가 아베 총리에 제안서를 제출하고 있다.

'세제개정', '어린이 보험', '교육국채' 가 3개의 키워드로 각각 뚜렷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세제 개정은 연립여당인 공명당에서도 활발하게 논의해온 안으로 '소득세'와 '상속세' 등을 개정해 재원을 마련하는 안이다. 일본 정부로서는 가장 간단하고 손쉬운 방법일 수 있지만, 증세에 따른 조세 반발을 어떻게 누그러뜨리느냐 하는 과제가 남는다. 특히 아베 총리가 증세는 곧 선거에 필패라는 신념을 갖고, 소비세 인상에도 부정적인 대표적인 반 증세론자여서 이 안이 어느 정도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교육국채'는 당초 자민당 내 교육 관련 의원들 사이에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던 안이다. 간단히 말해 국채를 발행해 고등교육, 즉 대학 무상 교육을 위한 재원으로 쓴다는 안으로 대학 교육을 무상화해 우수한 인재들이 늘어날 경우 장래에는 세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철학 아래 추진되는 안이다.

하지만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으로 대표되는 재정 안정파가 국가의 빚일 수밖에 없는 국채에 교육 무상화를 맡길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벽에 부딪힌 모양새다. 미래 세대를 위한다는 교육 무상화가 교육국채 발행에 기반할 경우 거꾸로 미래 세대에 빚을 떠넘기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 재정 안정파의 주장이다.

주목받는 '어린이 보험'

그리고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어린이 보험(こども保険)'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차남인 고이즈미 신타로 의원이 이끄는 당내 '2020년 이후 경제재정구상 소위원회'가 제시한 안으로 이 안은 사실 고등교육보다는 취학 전 아동의 무상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반적으로 보험이 '상해' 등 특별 상황에 초점이 맞춰진 데 반해, 자민당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어린이 보험'은 공적 연금 성격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즉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금'이나
'간병 보험'처럼 기업이나 근로자로부터 후생연금보험료에 더해 어린이 보험료를 일괄 징수해서 재원을 만든 뒤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이 있는 세대에 '아동 수당'으로 지급하는 형식이다.

사회 전체가 어린이를 양육한다는 이념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연봉 400만엔 우리 돈 약 4000만 원 가량인 세대가 월 240엔(약 2천 4000원) 정도의 보험료를 부담하면 한달에 약 만엔, 10만원 정도의 아동수당을 추가로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 기업의 부담, 또 취학 전 아동이 없는 세대 또한 '어린이 보험금'을내야하는 수납자와 수혜자의 불균형에 따른 반발을 어떻게 해결할지는 숙제로 남는다.

아베 총리가 주창한 평화헌법 9조의 '가헌'식 개정이 헌법 개정에 협조가 필수적인 연립 여당 공명당이 줄곧 주장해온 헌법 개정 방향이라고 한다면, '교육 무상화'는 국회 내 또 하나의 개헌 찬성 세력인 일본 유신회가 주장해온 안이다. 결국, 아베 총리가 주장하는 교육 무상화는 헌법 개정을 의식한 하나의 포석일 뿐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인구 감소 속에 세원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복지 요구는 점점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일본도 지금까지 복지 쓰임의 중심이 표를 가지고 있는 노년층을 향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 와중에 미래 세대를 위한 복지에의 고민은 사회적 투자라는 측면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본 내의 이번 논의는 정치적 배경이 무엇이던 간에 주목해 볼 만한 의미가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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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24 10:41:54
    • 수정2017-05-24 10: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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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 홈페이지 갈무리 아베 총리는 지난 3일 일본 헌법 제정 70주년을 맞아, 헌법 개정을 추진하는 단체 행사에 보낸 영상 메시지를 통해 헌법 개정 추진 방향과 2020년 개정 헌법 시행이라는 일정표를 밝혔다. 아베 총리가 밝힌 헌법 개정의 주된 추진 방향은 평화 헌법 조항으로 불리는 9조의 개정이다. 전쟁의 포기와 전쟁을 할 수 있는 전력의 포기를 명시한 1항과 2항에 자위대의 지위를 명기하는 3항을 더하는 이른바 '가헌(加憲)' 방향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후에도 수차례 이번 개헌의 핵심은 9조의 개정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9조 개정 주장이 워낙 파문을 일으켜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날 아베 총리가 밝힌 또 하나의 헌법 개정 방향, 즉 헌법에 새롭게 넣겠다고 밝힌 내용은 '교육 무상화' 관련 조항이었다. 대학 교육까지 전면 무상화하겠다는 목표, 즉 고등교육의 무상화를 제시한 것인데 일본 정부와 자민당 내에서는 이러한 아베 총리의 방향 제시에 따라 논의가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40조 원이 넘게 소요될 추가 재원 현재의 일본 헌법은 26조에 '의무 교육을 무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립 초중학교의 수업료가 무상인 점은 우리나라와 같다. 일본 총리 직속의 내각부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대학 수업료 등 대학 교육의 무상화를 위해서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돈이 약 3조 1000억 엔(우리돈 31조원 가량)에 이른다(니혼게자이 신문 5월 20일자). 그리고 고교 교육 무상화를 위해 드는 돈이 약 3000억 엔(우리돈 약 3조원) 가량이다. 여기에 또 한 부분, 일본 내각부는 3세~5세 취학 전 아동에 대한 교육을 단계적으로 무상화하는 데 약 1조 2천 억엔(12조원 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각 교육 단계별 추가 예산액을 살펴보면 모두 4조 6천 억엔(약 46조원)의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그럼 돈은 어디서 마련할까? 역시 최대 과제는 막대한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 것이냐다. 자민당 교육재생실행 본부는 이와 관련해 22일 3가지 안을 선택지로써 아베 총리에 제안했다. 자민당 교육재생실행 본부가 아베 총리에 제안서를 제출하고 있다. '세제개정', '어린이 보험', '교육국채' 가 3개의 키워드로 각각 뚜렷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세제 개정은 연립여당인 공명당에서도 활발하게 논의해온 안으로 '소득세'와 '상속세' 등을 개정해 재원을 마련하는 안이다. 일본 정부로서는 가장 간단하고 손쉬운 방법일 수 있지만, 증세에 따른 조세 반발을 어떻게 누그러뜨리느냐 하는 과제가 남는다. 특히 아베 총리가 증세는 곧 선거에 필패라는 신념을 갖고, 소비세 인상에도 부정적인 대표적인 반 증세론자여서 이 안이 어느 정도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교육국채'는 당초 자민당 내 교육 관련 의원들 사이에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던 안이다. 간단히 말해 국채를 발행해 고등교육, 즉 대학 무상 교육을 위한 재원으로 쓴다는 안으로 대학 교육을 무상화해 우수한 인재들이 늘어날 경우 장래에는 세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철학 아래 추진되는 안이다. 하지만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으로 대표되는 재정 안정파가 국가의 빚일 수밖에 없는 국채에 교육 무상화를 맡길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벽에 부딪힌 모양새다. 미래 세대를 위한다는 교육 무상화가 교육국채 발행에 기반할 경우 거꾸로 미래 세대에 빚을 떠넘기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 재정 안정파의 주장이다. 주목받는 '어린이 보험' 그리고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어린이 보험(こども保険)'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차남인 고이즈미 신타로 의원이 이끄는 당내 '2020년 이후 경제재정구상 소위원회'가 제시한 안으로 이 안은 사실 고등교육보다는 취학 전 아동의 무상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반적으로 보험이 '상해' 등 특별 상황에 초점이 맞춰진 데 반해, 자민당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어린이 보험'은 공적 연금 성격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즉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금'이나 '간병 보험'처럼 기업이나 근로자로부터 후생연금보험료에 더해 어린이 보험료를 일괄 징수해서 재원을 만든 뒤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이 있는 세대에 '아동 수당'으로 지급하는 형식이다. 사회 전체가 어린이를 양육한다는 이념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연봉 400만엔 우리 돈 약 4000만 원 가량인 세대가 월 240엔(약 2천 4000원) 정도의 보험료를 부담하면 한달에 약 만엔, 10만원 정도의 아동수당을 추가로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 기업의 부담, 또 취학 전 아동이 없는 세대 또한 '어린이 보험금'을내야하는 수납자와 수혜자의 불균형에 따른 반발을 어떻게 해결할지는 숙제로 남는다. 아베 총리가 주창한 평화헌법 9조의 '가헌'식 개정이 헌법 개정에 협조가 필수적인 연립 여당 공명당이 줄곧 주장해온 헌법 개정 방향이라고 한다면, '교육 무상화'는 국회 내 또 하나의 개헌 찬성 세력인 일본 유신회가 주장해온 안이다. 결국, 아베 총리가 주장하는 교육 무상화는 헌법 개정을 의식한 하나의 포석일 뿐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인구 감소 속에 세원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복지 요구는 점점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일본도 지금까지 복지 쓰임의 중심이 표를 가지고 있는 노년층을 향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 와중에 미래 세대를 위한 복지에의 고민은 사회적 투자라는 측면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본 내의 이번 논의는 정치적 배경이 무엇이던 간에 주목해 볼 만한 의미가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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