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만남] 황석영, ‘김일성 지령 받아 작곡한 거 아니다’

입력 2017.05.25 (11:30) 수정 2017.05.2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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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의 현장 상황을 기록한 최초의 책이자, 5.18관련 책으로는 가장 널리 알려진 책이다. 이 책의 이름 '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고인이 된 문병남 시인의 시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이 책의 초판은 앞서 황석영 작가의 말처럼 광주민주화운동 5주년에 맞춰 1985년 5월에 출간됐다. 당시는 5.18민주화운동 가해자인 신군부가 집권을 하고 있는 시기였으므로 필자들은 자료수집에 많은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때문에 필자들은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신군부와 광주시민 그리고 관찰자인 기자와 선교사 등 네 축 가운데 피해자인 광주시민의 증언을 중심으로 시위 관련 각종 유인물과 일부 재판기록 등 한정된 자료만을 토대로 집필을 해야만 했다. 이처럼 기초자료의 부실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출간되자 당시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에 목말라했던 대학가 독자들을 중심으로 사회저변으로 확산돼 '지하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초판이 발간된 지 32년이 흐른 지난 5월 중순 이 책의 전면개정판이 발간되었다. 개정판은 주로 항쟁 피해자의 증언을 토대로 서술한 초판과는 달리, 5.18재판 자료, 검찰수사기록, 청문회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초판 발간 이후 밝혀진 계엄군의 군사작전 내용과 5.18재판으로 확인된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의와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고, 이를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신군부의 내란모의와 실행과정의 불법성, 계엄군의 불법행위로 뒷받침했다.

또 5.18민주화운동을 제3자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현장을 취재했던 내외신 기자들의 증언과 보도기사 등을 통해 어느 일방의 시각이 아니라 제3자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기술하고자 노력하였고, 초판에서 발생한 오류도 10여 가지 지적하고 수정했다. 오류 가운데 초판 241면의 ' 27일 새벽 가두방송을 듣고 도청을 향하던 수백 명이 체포되거나 사살되었다'는 기술은 ' 그 시각 도청으로 향한 청년들은 거의 없었다'고 바로잡았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전면개정판이 발간되던 날 황석영·이재의·전용호 등 이 책의 공동저자 3명은 발간에 참여한 다른 관계자들과 더불어 기자들을 만나 그동안의 못다한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이 책의 공동저자들은 3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새로운 역사적 사실이 드러난데다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진 10년 가까운 보수정권 시절 5.18광주민주화운동의 민주적 가치를 훼손·말살하려는 시도가 도를 넘어 이어졌다며 지난 4월 초에 발간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전두환 회고록』도 일례로 제시했다.

5·18 당시 잘못을 부정하는 내용의 ‘전두환 회고록’ 발간에 대해 광주 5·18기념재단 사랑방에서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 대표들이 대응방안을 밝히고 있다. 2017.4.55·18 당시 잘못을 부정하는 내용의 ‘전두환 회고록’ 발간에 대해 광주 5·18기념재단 사랑방에서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 대표들이 대응방안을 밝히고 있다. 2017.4.5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이 책에서 아시아자동차를 탈취한 시위대와 광주교도소를 습격한 시위대, 그리고 시위군중 속에서 나타난 복면의 사나이들은 행동의 민첩성이나 조직적인 기동성, 공격의 과감성을 볼 때 일반 시위대와는 확연히 다르다며 북한 특수군의 개입 의혹을 여러차례 제기한다.

이에 대해 황석영 씨는 광주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폄하하고 좌우간 이념투쟁을 노린 상투적인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일성 지령을 받고 제작되었다는 이유를 들어 원래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장에서 참석자 전원이 제창으로 함께 부르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 원하는 사람만 따라 부르는 합창 형식으로 바뀐 것도 보수정권의 광주민주화운동 폄하와 모욕의 실례라고 말했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투쟁위원회 홍보팀으로 투사회보를 제작.배포하다 투옥된 적이 있있고, 이 책의 공동저자 가운데 한 사람인 전용호 씨는 82년 당시 황석영 씨, 김종률 씨와 더불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만들 때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황 작가의 이야기를 뒷받침했다.


새정부가 들어선 이후 열린 올해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이념논쟁을 끝내자고 호소하고 모든 참석자들과 함께 이 노래를 불렀다.

1980년 초 전남대 총학생회 비밀기획팀 멤버로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 상황실에서 활동중 체포돼 수감생활을 하다 81년 8.15특사로 석방된 적이 있고, 이 책의 초고를 책임 집필해 공동저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이름을 올린 이재의 씨는 초판 제작과정 때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토로하면서도 대표 집필자로서 모두를 위해 대신 감옥살이를 한 황석영 씨에 대한 존경을 표시하기도 했다.


공동저자들은 전면개정판의 영문판과 일어판 발간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혓다. 이보다 앞서 어린 학생과 청소년, 대중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200페이지 분량의 책도 곧 발간할 예정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당시 시위대를 향해 집단 발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헬기 기총사격은 있었는지, 북한 특수요원이 개입했는지 등 아직 풀지 못한 광주민주화운동 과정에서의 집단살상의 진상을 규명하고, 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도 수록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 앞에는 관점과 주요 사실에서 서로 다르게 서술된 두 권의 광주민주화운동 책이 놓여 있다. 하나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정권 장악을 위해 쿠데타를 일으킨 신군부에 저항한 광주시민의 입장에서 기록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이고, 다른 하나는 당시 시위대를 북한 특수군으로 추정되는 무리에 휩쓸려 정부군에 무장으로 저항한 폭도라는 측면에 무게를 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전두환 회고록』이다. 두 책의 진위가 미래의 후손이 아니라 현재 우리의 노력으로 속히 훤하게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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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7-05-25 18:23:41
    취재K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의 현장 상황을 기록한 최초의 책이자, 5.18관련 책으로는 가장 널리 알려진 책이다. 이 책의 이름 '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고인이 된 문병남 시인의 시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이 책의 초판은 앞서 황석영 작가의 말처럼 광주민주화운동 5주년에 맞춰 1985년 5월에 출간됐다. 당시는 5.18민주화운동 가해자인 신군부가 집권을 하고 있는 시기였으므로 필자들은 자료수집에 많은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때문에 필자들은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신군부와 광주시민 그리고 관찰자인 기자와 선교사 등 네 축 가운데 피해자인 광주시민의 증언을 중심으로 시위 관련 각종 유인물과 일부 재판기록 등 한정된 자료만을 토대로 집필을 해야만 했다. 이처럼 기초자료의 부실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출간되자 당시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에 목말라했던 대학가 독자들을 중심으로 사회저변으로 확산돼 '지하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초판이 발간된 지 32년이 흐른 지난 5월 중순 이 책의 전면개정판이 발간되었다. 개정판은 주로 항쟁 피해자의 증언을 토대로 서술한 초판과는 달리, 5.18재판 자료, 검찰수사기록, 청문회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초판 발간 이후 밝혀진 계엄군의 군사작전 내용과 5.18재판으로 확인된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의와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고, 이를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신군부의 내란모의와 실행과정의 불법성, 계엄군의 불법행위로 뒷받침했다.

또 5.18민주화운동을 제3자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현장을 취재했던 내외신 기자들의 증언과 보도기사 등을 통해 어느 일방의 시각이 아니라 제3자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기술하고자 노력하였고, 초판에서 발생한 오류도 10여 가지 지적하고 수정했다. 오류 가운데 초판 241면의 ' 27일 새벽 가두방송을 듣고 도청을 향하던 수백 명이 체포되거나 사살되었다'는 기술은 ' 그 시각 도청으로 향한 청년들은 거의 없었다'고 바로잡았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전면개정판이 발간되던 날 황석영·이재의·전용호 등 이 책의 공동저자 3명은 발간에 참여한 다른 관계자들과 더불어 기자들을 만나 그동안의 못다한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이 책의 공동저자들은 3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새로운 역사적 사실이 드러난데다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진 10년 가까운 보수정권 시절 5.18광주민주화운동의 민주적 가치를 훼손·말살하려는 시도가 도를 넘어 이어졌다며 지난 4월 초에 발간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전두환 회고록』도 일례로 제시했다.

5·18 당시 잘못을 부정하는 내용의 ‘전두환 회고록’ 발간에 대해 광주 5·18기념재단 사랑방에서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 대표들이 대응방안을 밝히고 있다. 2017.4.5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이 책에서 아시아자동차를 탈취한 시위대와 광주교도소를 습격한 시위대, 그리고 시위군중 속에서 나타난 복면의 사나이들은 행동의 민첩성이나 조직적인 기동성, 공격의 과감성을 볼 때 일반 시위대와는 확연히 다르다며 북한 특수군의 개입 의혹을 여러차례 제기한다.

이에 대해 황석영 씨는 광주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폄하하고 좌우간 이념투쟁을 노린 상투적인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일성 지령을 받고 제작되었다는 이유를 들어 원래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장에서 참석자 전원이 제창으로 함께 부르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 원하는 사람만 따라 부르는 합창 형식으로 바뀐 것도 보수정권의 광주민주화운동 폄하와 모욕의 실례라고 말했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투쟁위원회 홍보팀으로 투사회보를 제작.배포하다 투옥된 적이 있있고, 이 책의 공동저자 가운데 한 사람인 전용호 씨는 82년 당시 황석영 씨, 김종률 씨와 더불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만들 때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황 작가의 이야기를 뒷받침했다.


새정부가 들어선 이후 열린 올해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이념논쟁을 끝내자고 호소하고 모든 참석자들과 함께 이 노래를 불렀다.

1980년 초 전남대 총학생회 비밀기획팀 멤버로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 상황실에서 활동중 체포돼 수감생활을 하다 81년 8.15특사로 석방된 적이 있고, 이 책의 초고를 책임 집필해 공동저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이름을 올린 이재의 씨는 초판 제작과정 때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토로하면서도 대표 집필자로서 모두를 위해 대신 감옥살이를 한 황석영 씨에 대한 존경을 표시하기도 했다.


공동저자들은 전면개정판의 영문판과 일어판 발간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혓다. 이보다 앞서 어린 학생과 청소년, 대중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200페이지 분량의 책도 곧 발간할 예정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당시 시위대를 향해 집단 발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헬기 기총사격은 있었는지, 북한 특수요원이 개입했는지 등 아직 풀지 못한 광주민주화운동 과정에서의 집단살상의 진상을 규명하고, 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도 수록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 앞에는 관점과 주요 사실에서 서로 다르게 서술된 두 권의 광주민주화운동 책이 놓여 있다. 하나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정권 장악을 위해 쿠데타를 일으킨 신군부에 저항한 광주시민의 입장에서 기록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이고, 다른 하나는 당시 시위대를 북한 특수군으로 추정되는 무리에 휩쓸려 정부군에 무장으로 저항한 폭도라는 측면에 무게를 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전두환 회고록』이다. 두 책의 진위가 미래의 후손이 아니라 현재 우리의 노력으로 속히 훤하게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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