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보험왕 출신이 보장”…연 120% 고수익의 덫

입력 2017.05.2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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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보험왕 출신이 보장”…연 120% 고수익의 덫

[취재후] “보험왕 출신이 보장”…연 120% 고수익의 덫

"'보험왕' 출신이니 투자도 잘한다?" 연 120% 수익의 유혹

"원금은 물론 연 최대 120%의 수익을 보장하겠다"

누군가 이런 제안을 해 올 때,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당장은 의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잘 아는 사람이 자신은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다며 속는 셈치고 적은 금액이나마 투자해보라고 한다면? 솔깃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피해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육군 중사로 복무했던 박 모(31)씨는 전역 후 곧 보험 업계로 뛰어들었다. 어느 정도 수완이있었던 지 박 씨는 '보험왕' 타이틀을 차지하기도 했고, 불과 몇 년 만에 강남에 보험사무실을 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박 씨의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보험사무소는 그저 허울이었을 뿐, 박 씨는 인·허가를 받지 않은 채 '자산운용', '인베스트먼트' 등의 이름을 걸고 자산운용사를 설립했다.


현역 군인도 가담... 국가대표 출신 축구선수도 피해

박 씨는 보험에 가입하러 온 손님들에게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해주겠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박 씨는 전국 유명 전시장의 박람회 부스를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며 이 것만으로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득했고, 이 외에도 렌터카·부동산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처음 반신반의하며 투자금을 넣은 사람들은 매달 어느 정도 수익이 들어오자 확신을 갖기 시작했고, 어느 덧 투자금은 급격히 불어났다.

박 씨는 나아가 군 출신이라는 자신의 배경을 살리기로 마음 먹었다. 박 씨는 군 동기인 박 모(32) 상사를 사업에 끌어들였다. 육군훈련소 교관으로 복무하던 박 상사는 선·후배들에게 적극적으로 투자를 권유했고, 곧 수십억 원의 돈을 모을 수 있었다.

훈련소 교관인 박 상사에게는 행운도 따랐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복무하기 위해 국가대표 경력이 있는 프로축구 선수들이 훈련소에 입소한 것이다. 박 상사는 이들에게 일부러 잘 대해주며 호감을 샀고, 얼마 후 투자를 권유했다. 축구선수 3명이 이같은 속임수에 넘어가 투자한 돈만 4억 7천여만 원에 달한다.




투자금으로 흥청망청....'돌려막기'로 유지

하지만 실제 투자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애초에 박람회 부스 임대권은 존재하지도 않았고, 이들은 뒷 사람에게 받은 돈을 앞 사람에게 돌려주는 '돌려막기' 방식으로 수익금을 지급했다. 그리고 자신들은 수수료 명목으로 투자금의 3~10%를 가로채 사용했다.

이들은 이렇게 가로챈 돈을 '물 쓰듯' 쓰기 시작했다. 사무실 근처에 월세만 5백만 원인 대형 아파트를 임대해 생활했고, 억대의 외제 승용차를 수시로 갈아탔다. 명품 의류를 사모으는 것은 물론 해외 여행을 나가서도 '6성급' 호텔에서 머물며 사치 행각을 벌였다.






이들은 이런 모습을 소셜 미디어나 블로그 등에 올리며 사람들의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매달 투자자들에게 지급되던 수익금은 점차 말라가기 시작했고, 어느덧 중단됐다. 참다 못한 투자자들이 원금을 돌려달라며 찾아갔지만 4백여 명의 투자자들 가운데 원금을 모두 돌려받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고수익 보장하는 투자회사는 반드시 등록 여부 확인해야"

경찰은 대표 박 모(31)씨 등 3명을 구속하고, 김 모(33)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범행에 가담한 현역 군인 박 모(32)상사를 군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의 남규희 경정은 "초창기에는 오히려 투자한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돌려줘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었다"며, "하지만 실제 투자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수많은 피해자가 양산될 수밖에 없엇다"고 설명했다.

남 경정은 "고수익을 보장하는 투자회사의 경우 반드시 제도권에 등록된 회사인지를 확인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취재진과의 통화에 응한 한 피해자는 "차분히 생각해보면 누가봐도 사기였는 데, 속았다는 게 부끄러워 다른 사람들에게 털어놓을 수도 없었다"며 사람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당부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 누군가가 자신의 재산을 불려주는 건 절대 아니다"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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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보험왕 출신이 보장”…연 120% 고수익의 덫
    • 입력 2017-05-25 16:52:53
    취재후·사건후
"'보험왕' 출신이니 투자도 잘한다?" 연 120% 수익의 유혹

"원금은 물론 연 최대 120%의 수익을 보장하겠다"

누군가 이런 제안을 해 올 때,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당장은 의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잘 아는 사람이 자신은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다며 속는 셈치고 적은 금액이나마 투자해보라고 한다면? 솔깃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피해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육군 중사로 복무했던 박 모(31)씨는 전역 후 곧 보험 업계로 뛰어들었다. 어느 정도 수완이있었던 지 박 씨는 '보험왕' 타이틀을 차지하기도 했고, 불과 몇 년 만에 강남에 보험사무실을 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박 씨의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보험사무소는 그저 허울이었을 뿐, 박 씨는 인·허가를 받지 않은 채 '자산운용', '인베스트먼트' 등의 이름을 걸고 자산운용사를 설립했다.


현역 군인도 가담... 국가대표 출신 축구선수도 피해

박 씨는 보험에 가입하러 온 손님들에게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해주겠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박 씨는 전국 유명 전시장의 박람회 부스를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며 이 것만으로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득했고, 이 외에도 렌터카·부동산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처음 반신반의하며 투자금을 넣은 사람들은 매달 어느 정도 수익이 들어오자 확신을 갖기 시작했고, 어느 덧 투자금은 급격히 불어났다.

박 씨는 나아가 군 출신이라는 자신의 배경을 살리기로 마음 먹었다. 박 씨는 군 동기인 박 모(32) 상사를 사업에 끌어들였다. 육군훈련소 교관으로 복무하던 박 상사는 선·후배들에게 적극적으로 투자를 권유했고, 곧 수십억 원의 돈을 모을 수 있었다.

훈련소 교관인 박 상사에게는 행운도 따랐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복무하기 위해 국가대표 경력이 있는 프로축구 선수들이 훈련소에 입소한 것이다. 박 상사는 이들에게 일부러 잘 대해주며 호감을 샀고, 얼마 후 투자를 권유했다. 축구선수 3명이 이같은 속임수에 넘어가 투자한 돈만 4억 7천여만 원에 달한다.




투자금으로 흥청망청....'돌려막기'로 유지

하지만 실제 투자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애초에 박람회 부스 임대권은 존재하지도 않았고, 이들은 뒷 사람에게 받은 돈을 앞 사람에게 돌려주는 '돌려막기' 방식으로 수익금을 지급했다. 그리고 자신들은 수수료 명목으로 투자금의 3~10%를 가로채 사용했다.

이들은 이렇게 가로챈 돈을 '물 쓰듯' 쓰기 시작했다. 사무실 근처에 월세만 5백만 원인 대형 아파트를 임대해 생활했고, 억대의 외제 승용차를 수시로 갈아탔다. 명품 의류를 사모으는 것은 물론 해외 여행을 나가서도 '6성급' 호텔에서 머물며 사치 행각을 벌였다.






이들은 이런 모습을 소셜 미디어나 블로그 등에 올리며 사람들의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매달 투자자들에게 지급되던 수익금은 점차 말라가기 시작했고, 어느덧 중단됐다. 참다 못한 투자자들이 원금을 돌려달라며 찾아갔지만 4백여 명의 투자자들 가운데 원금을 모두 돌려받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고수익 보장하는 투자회사는 반드시 등록 여부 확인해야"

경찰은 대표 박 모(31)씨 등 3명을 구속하고, 김 모(33)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범행에 가담한 현역 군인 박 모(32)상사를 군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의 남규희 경정은 "초창기에는 오히려 투자한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돌려줘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었다"며, "하지만 실제 투자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수많은 피해자가 양산될 수밖에 없엇다"고 설명했다.

남 경정은 "고수익을 보장하는 투자회사의 경우 반드시 제도권에 등록된 회사인지를 확인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취재진과의 통화에 응한 한 피해자는 "차분히 생각해보면 누가봐도 사기였는 데, 속았다는 게 부끄러워 다른 사람들에게 털어놓을 수도 없었다"며 사람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당부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 누군가가 자신의 재산을 불려주는 건 절대 아니다"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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