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교통 과태료 4천400억…징수비용만 100억

입력 2017.05.25 (21:46) 수정 2017.05.2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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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교통 과태료 4천400억…징수비용만 100억

[취재후] 교통 과태료 4천400억…징수비용만 100억

경찰, 12년 전 과속 과태료 10만 원 안 냈다며 계좌압류 통보

직장인 김 씨는 최근 경찰청으로부터 주거래 계좌를 압류하겠다는 고지서 한 통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통보에 김 씨는 피싱 사기인 줄만 알았다. 어떤 이유로 계좌를 압류하겠다는지 설명조차 써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12년 전 2005년도에 떼인 '속도위반' 과태료를 아직 내지 않았다며, 경찰이 계좌 압류를 통보한 것이다. 김 씨는 그제야 까마득히 잊고 있던 과태료를 기억해냈다.

일반적으로 김 씨처럼 교통 단속에 걸린 경우 3단계에 걸쳐 고지서가 발송된다. 위반 사실 통지 및 사전납부용 과태료고지서, 이후 1차 과태료납부고지서가 발송되며, 미납 시 납부최고 및 압류예고용 2차 과태료고지서가 등기로 발송된다. 이후에도 미납할 시 차량과 계좌가 압류당하는데, 김 씨는 사전 통보만 받고 이후 고지서를 받지 못한 것이다.


고지서 제때 못 받아 과태료 소멸시효 끝나는 경우도 다반사

김 씨는 고지서를 받자마자 과태료 10만 원을 내고 압류를 면했다. 하지만 김 씨는 과태료를 낼 필요가 없었다. 과태료 특성상 국가채권이기 때문에 김 씨가 고지서를 못 받은 지 5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끝난다. 즉, 5년 이상 경찰로부터 통보를 못 받았다면 과태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국가 입장에서는 마땅히 거둬야 할 세금이 사라지는 셈이다.


2008년 이전에 통보 안된 단속 건수만 540만 건.. 과태료 4천 4백억 원 미납

왜 경찰은 이처럼 미납 통보를 누락했을까. 답은 2008년에 있었다. 2008년에 과태료 자동 발송 시스템이 완비되기 이전에는 교통 경찰관들이 모두 수기로 고지서를 작성했다. 이 고지서는 다시 수작업으로 지방자치단체에 발송됐고 이 과정에서 누락되는 경우가 아주 많았다. 이처럼 2008년 이전에 단속에 걸렸지만 제대로 통보를 받지 못한 경우는 총 540만 건, 미납액 규모 4천400억 원에 이른다. 김 씨는 2008년 이전에 단속된 이들 중 한 명이었다.

경찰은 작년 2016년 기준, 총 누적 1조 100억 원의 과태료를 징수하지 못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미수납액(과태료) 상위 10개 부처 중 경찰청이 항상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앞서 언급한 교통 과태료. 1조 100억 원의 그 중 절반 가까이인 4천 400억 원이 모두 2008년 이전에 발생한 교통 과태료다.


경찰, 징수비용만 '100억 원' 들어.. 과태료 '특별 사면' 논의

경찰청 관계자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납금 4천 400억 원을 징수하기 위해 매년 100억 원의 관리비가 든다는 것이다. 정기적인 우편 발송, 추징 인력 등으로 매년 천문학적인 세금이 쓰인다. 하지만 실적은 저조하다. 매년 10억 원에서 많게는 20억 원 안팎의 미납금을 거두는 성과 뿐이다. 매년 투자하는 관리비에 1/10도 안 되는 실적이다.

경찰 측에서는 2008년 이전 과태료에 대한 고질적인 세금 낭비를 해소하기 위해, 과태료 사면 등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내부 여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다.

[연관 기사] [뉴스9] 미납 교통 과태료 4400억…관리비 매년 1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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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교통 과태료 4천400억…징수비용만 100억
    • 입력 2017-05-25 21:46:31
    • 수정2017-05-25 21:50:48
    취재후·사건후
경찰, 12년 전 과속 과태료 10만 원 안 냈다며 계좌압류 통보

직장인 김 씨는 최근 경찰청으로부터 주거래 계좌를 압류하겠다는 고지서 한 통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통보에 김 씨는 피싱 사기인 줄만 알았다. 어떤 이유로 계좌를 압류하겠다는지 설명조차 써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12년 전 2005년도에 떼인 '속도위반' 과태료를 아직 내지 않았다며, 경찰이 계좌 압류를 통보한 것이다. 김 씨는 그제야 까마득히 잊고 있던 과태료를 기억해냈다.

일반적으로 김 씨처럼 교통 단속에 걸린 경우 3단계에 걸쳐 고지서가 발송된다. 위반 사실 통지 및 사전납부용 과태료고지서, 이후 1차 과태료납부고지서가 발송되며, 미납 시 납부최고 및 압류예고용 2차 과태료고지서가 등기로 발송된다. 이후에도 미납할 시 차량과 계좌가 압류당하는데, 김 씨는 사전 통보만 받고 이후 고지서를 받지 못한 것이다.


고지서 제때 못 받아 과태료 소멸시효 끝나는 경우도 다반사

김 씨는 고지서를 받자마자 과태료 10만 원을 내고 압류를 면했다. 하지만 김 씨는 과태료를 낼 필요가 없었다. 과태료 특성상 국가채권이기 때문에 김 씨가 고지서를 못 받은 지 5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끝난다. 즉, 5년 이상 경찰로부터 통보를 못 받았다면 과태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국가 입장에서는 마땅히 거둬야 할 세금이 사라지는 셈이다.


2008년 이전에 통보 안된 단속 건수만 540만 건.. 과태료 4천 4백억 원 미납

왜 경찰은 이처럼 미납 통보를 누락했을까. 답은 2008년에 있었다. 2008년에 과태료 자동 발송 시스템이 완비되기 이전에는 교통 경찰관들이 모두 수기로 고지서를 작성했다. 이 고지서는 다시 수작업으로 지방자치단체에 발송됐고 이 과정에서 누락되는 경우가 아주 많았다. 이처럼 2008년 이전에 단속에 걸렸지만 제대로 통보를 받지 못한 경우는 총 540만 건, 미납액 규모 4천400억 원에 이른다. 김 씨는 2008년 이전에 단속된 이들 중 한 명이었다.

경찰은 작년 2016년 기준, 총 누적 1조 100억 원의 과태료를 징수하지 못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미수납액(과태료) 상위 10개 부처 중 경찰청이 항상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앞서 언급한 교통 과태료. 1조 100억 원의 그 중 절반 가까이인 4천 400억 원이 모두 2008년 이전에 발생한 교통 과태료다.


경찰, 징수비용만 '100억 원' 들어.. 과태료 '특별 사면' 논의

경찰청 관계자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납금 4천 400억 원을 징수하기 위해 매년 100억 원의 관리비가 든다는 것이다. 정기적인 우편 발송, 추징 인력 등으로 매년 천문학적인 세금이 쓰인다. 하지만 실적은 저조하다. 매년 10억 원에서 많게는 20억 원 안팎의 미납금을 거두는 성과 뿐이다. 매년 투자하는 관리비에 1/10도 안 되는 실적이다.

경찰 측에서는 2008년 이전 과태료에 대한 고질적인 세금 낭비를 해소하기 위해, 과태료 사면 등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내부 여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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