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 ‘출렁다리’…“함께라면 무섭지 않아!”

입력 2017.05.2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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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적성면에 있는 해발 675m 고도의 감악산은 한국의 100대 명산이자 지역 주민의 사랑을 받는 산이다. 길이 험하고 깎아지른 바위가 많아 주로 등반가들이 찾는 산으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최근 이 산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일반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깎아지는 절벽을 잇는 폭 1.5m, 높이 45m 산악 현수교가 개통했기 때문이다. 이 현수교는 아파트 15층 높이에 150m의 국내 최장 길이를 자랑하는 '아찔한 출렁다리'다.


약 8개월 지난 지금까지 출렁다리를 방문한 사람들은 무려 57만 명. 주말에는 구름 떼 같은 인파로 출렁다리가 꽉 찰 정도다. 수많은 사람이 모여들다 보니 다리 위 풍경도 가지각색이다.

구름 위 아찔한 출렁다리를 건너는 사람들과 든든하게 그들의 옆을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건너는 ‘인생 다리’

주말 오후, 출렁다리는 다리를 건너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눈을 감고 한걸음, 한걸음 걷는 사람들 사이로 달려가는 등산객을 만났다. 최옥희(71) 씨와 이금숙(65) 씨는 8년 만에 감악산을 재방문했다. 출렁다리가 만들어졌다는 소리를 듣고 청주에서 찾아온 것이다. 150m의 기다란 다리를 성큼성큼 건너는 이들의 기분은 어떨까.

옥희 씨는 출렁다리를 건너며 '동심을 되찾은 기분'이라고 말한다. "지금 나이가 71살인데 40살로 돌아간 거 같아요. 아직도 동심이 있어, 동심이. 이런 게 행복이에요. 다른 게 행복이 아니라 이게 진짜 행복이죠."


출렁다리를 건너다 말고 중간에 두 눈을 꾹 감은 채 주저앉아 있는 이한별(17) 양을 만났다. 좀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한별 양에게 구세주가 등장했다. 바로 어리지만, 겁 없는 막내동생이다. 한별 양은 무사히 출렁다리를 건널 수 있을까.


출렁다리 앞,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등산객들을 만났다. 바로 45년 지기 고등학교 동창생들이다. 서로의 손을 잡고 무사히 출렁다리를 건넌 박승세(66) 씨가 소감을 전했다. "동행은 같은 길로 가는 게 아니고 같은 마음을 가지고 가는 거라고 그러더라고요. 오늘 출렁다리를 건널 때 많이 흔들렸지만 옆에서 동행하는 친구들이 잡아줬기 때문에 무사히 건넌 거라고 생각해요. 감사하죠."


이른 아침 출렁다리를 건너는 손지선(56) 씨와 오여진(51) 씨는 야간근무를 끝내고 조용한 아침 산책을 나왔다. "힘든 일 또한 서로가 있기에 삶의 무게를 동행하며 나눈다"며 미소 짓는 두 사람에게 '함께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감악산의 숨은 비경을 찾다!

주말 오후, 갑자기 하늘이 어둑해지더니, 굵은 장대비가 쏟아진다. 갑작스러운 비에 등산객들은 하산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때, 홀로 산에 오르는 사람이 있다. 등산객 강영한(41) 씨다.


오로지 감악산에 오르고 싶어 해남에서 올라온 영한 씨는 비바람을 맞으며 고된 산행을 감행했다. 그는 무엇을 얻어갈 수 있을까. "정상을 밟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목표였기 때문에 비가 와도 만족해요. 사람 사는 인생에서도 오르막길, 내리막길이 있듯이 산도 오르다 보면 물론 힘은 들지만, 보람이 크죠."

'거북바위휴게소'는 '아는 사람만 안다'는 감악산의 명소다. 이곳을 운영하는 김경태(50) 씨는 20여 년 전 이곳에서 군 생활을 하며 감악산과 인연을 맺었다. 경태 씨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숨겨진 정상길을 소개했다. '악'소리 날만큼 힘들게 올라간 비밀스러운 정상은 어떤 비경을 보여줄까. "정상에서 밑을 내려다보면 '내가 지금까지 저 밑에서 어떻게 살아왔구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겠다'하는 생각이 들어요. 꼭 정상만 보고 살아가는 게 아니라 매 순간, 한발 한발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악산 출렁다리에서의 72시간을 담은 '다큐멘터리 3일 - 당신과 함께라면'은 28일(일) 밤 10시 40분 KBS 2TV에서 방송된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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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최장 ‘출렁다리’…“함께라면 무섭지 않아!”
    • 입력 2017-05-26 10:52:31
    방송·연예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에 있는 해발 675m 고도의 감악산은 한국의 100대 명산이자 지역 주민의 사랑을 받는 산이다. 길이 험하고 깎아지른 바위가 많아 주로 등반가들이 찾는 산으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최근 이 산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일반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깎아지는 절벽을 잇는 폭 1.5m, 높이 45m 산악 현수교가 개통했기 때문이다. 이 현수교는 아파트 15층 높이에 150m의 국내 최장 길이를 자랑하는 '아찔한 출렁다리'다.


약 8개월 지난 지금까지 출렁다리를 방문한 사람들은 무려 57만 명. 주말에는 구름 떼 같은 인파로 출렁다리가 꽉 찰 정도다. 수많은 사람이 모여들다 보니 다리 위 풍경도 가지각색이다.

구름 위 아찔한 출렁다리를 건너는 사람들과 든든하게 그들의 옆을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건너는 ‘인생 다리’

주말 오후, 출렁다리는 다리를 건너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눈을 감고 한걸음, 한걸음 걷는 사람들 사이로 달려가는 등산객을 만났다. 최옥희(71) 씨와 이금숙(65) 씨는 8년 만에 감악산을 재방문했다. 출렁다리가 만들어졌다는 소리를 듣고 청주에서 찾아온 것이다. 150m의 기다란 다리를 성큼성큼 건너는 이들의 기분은 어떨까.

옥희 씨는 출렁다리를 건너며 '동심을 되찾은 기분'이라고 말한다. "지금 나이가 71살인데 40살로 돌아간 거 같아요. 아직도 동심이 있어, 동심이. 이런 게 행복이에요. 다른 게 행복이 아니라 이게 진짜 행복이죠."


출렁다리를 건너다 말고 중간에 두 눈을 꾹 감은 채 주저앉아 있는 이한별(17) 양을 만났다. 좀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한별 양에게 구세주가 등장했다. 바로 어리지만, 겁 없는 막내동생이다. 한별 양은 무사히 출렁다리를 건널 수 있을까.


출렁다리 앞,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등산객들을 만났다. 바로 45년 지기 고등학교 동창생들이다. 서로의 손을 잡고 무사히 출렁다리를 건넌 박승세(66) 씨가 소감을 전했다. "동행은 같은 길로 가는 게 아니고 같은 마음을 가지고 가는 거라고 그러더라고요. 오늘 출렁다리를 건널 때 많이 흔들렸지만 옆에서 동행하는 친구들이 잡아줬기 때문에 무사히 건넌 거라고 생각해요. 감사하죠."


이른 아침 출렁다리를 건너는 손지선(56) 씨와 오여진(51) 씨는 야간근무를 끝내고 조용한 아침 산책을 나왔다. "힘든 일 또한 서로가 있기에 삶의 무게를 동행하며 나눈다"며 미소 짓는 두 사람에게 '함께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감악산의 숨은 비경을 찾다!

주말 오후, 갑자기 하늘이 어둑해지더니, 굵은 장대비가 쏟아진다. 갑작스러운 비에 등산객들은 하산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때, 홀로 산에 오르는 사람이 있다. 등산객 강영한(41) 씨다.


오로지 감악산에 오르고 싶어 해남에서 올라온 영한 씨는 비바람을 맞으며 고된 산행을 감행했다. 그는 무엇을 얻어갈 수 있을까. "정상을 밟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목표였기 때문에 비가 와도 만족해요. 사람 사는 인생에서도 오르막길, 내리막길이 있듯이 산도 오르다 보면 물론 힘은 들지만, 보람이 크죠."

'거북바위휴게소'는 '아는 사람만 안다'는 감악산의 명소다. 이곳을 운영하는 김경태(50) 씨는 20여 년 전 이곳에서 군 생활을 하며 감악산과 인연을 맺었다. 경태 씨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숨겨진 정상길을 소개했다. '악'소리 날만큼 힘들게 올라간 비밀스러운 정상은 어떤 비경을 보여줄까. "정상에서 밑을 내려다보면 '내가 지금까지 저 밑에서 어떻게 살아왔구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겠다'하는 생각이 들어요. 꼭 정상만 보고 살아가는 게 아니라 매 순간, 한발 한발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악산 출렁다리에서의 72시간을 담은 '다큐멘터리 3일 - 당신과 함께라면'은 28일(일) 밤 10시 40분 KBS 2TV에서 방송된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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