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짱 농부’ 주희 씨의 신(新) 전원일기

입력 2017.05.27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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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푸른 산에 둘러싸인 청정마을에는 SNS에 신(新) 전원일기를 써 내려가는 '얼짱 농부' 송주희 씨(29)가 있다. 새벽같이 일어나 곱게 단장한 그녀는 밭으로 출근한다. 지게차 운전은 기본, 40㎏짜리 콩 자루도 번쩍번쩍, 뱀과 셀카를 찍는 씩씩한 주희 씨는 올해로 농부 4년 차다.


꽃 같은 그녀..농부 된 사연?

4년 전, 메주를 쑤던 엄마 김순자(62) 씨의 손이 메주를 만드는 기계에 빨려 들어가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났다. 손가락 접합 수술에 실패한 순자 씨는 본인 걱정보다 가족을 힘들게 했다는 자책감 때문에 우울증을 겪게 됐다. 항상 강해만 보였던 엄마가 약해진 모습을 보자,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막내딸 주희는 엄마 곁에 남기로 했다. 엄마가 울면 타박하고, 엄마가 쑥을 뜯으러 가면 함께 쑥을 뜯었다.


그렇게 엄마는 웃음을 되찾았다. 막내 주희 씨 덕분이었다. 엄마를 따라다니며 농사를 돕던 주희 씨는 아픈 엄마와 나이 드신 아버지 곁을 지킬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마을 할머니의 도토리를 팔아준 주희 씨는 이틀 만에 6만 원을 벌면서 농부로의 길을 생각하게 됐다.

세 언니에게 주희 씨는 각별한 존재다. 결혼한 자신들을 대신해 엄마 곁을 지켜준 동생에게 늘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다. 우애 좋은 송 씨네 딸들과 가족들은 일주일이 멀다 하고 엄마 순자 씨를 찾아온다. 엄마는 울타리가 돼준 이들을 위해 두부를 만들고 떡을 준비한다.

꽃 처녀의 '신(新) 전원일기'

고향에서 4대째 농사를 지어온 아버지 송임수(73) 씨는 늘그막이라고 농사를 줄이던 차에 막내딸이 농사를 지어보겠다는 말에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제풀에 꺾일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벌써 4년이 흘렀다. 당찬 막내딸은 아버지를 따라 새벽이면 밭에 나오고, 들깨 품종을 연구하고, 방치된 작목반의 기름 가공 기계도 기술자와 함께 직접 고쳤다. 아버지는 4년 만에 딸에게 트랙터 운전을 가르치는 중이다.


사실, 농부가 되겠다는 막내의 선택을 처음에는 가족 모두가 반대했다. 주위에서는 '농사짓는 척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 어린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주희 씨는 꿋꿋하게 신(新) 전원일기를 쓰는 중이다. 젊은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시골인 만큼, 노인대학에서 한글도 가르치고 직거래 장터를 찾아다니며 기름 홍보에도 힘쓰는 중이다.


올해 3월 주희 씨는 인디밴드 가수인 김윤철(30) 씨와 결혼했다. 농부 아내가 외부 강연을 가면 가수 남편이 매니저 역할을 한다. 주희 씨도 남편 녹음실에 도시락을 싸다 주고 공연장을 찾으며 내조에 힘쓴다.


엄마를 위해 고향으로 돌아와 농부가 된 꽃처녀 주희 씨는 오늘도 곱게 단장한 채 밭으로 향한다. 서로의 울타리가 되어주며 함께 써가는 송 씨네 전원일기는 5월 29일(월) ~ 6월 2일(금) 오전 7시 50분, KBS 1TV '인간극장-꽃 처녀, 농부가 되다'에서 방송된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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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27 08: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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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푸른 산에 둘러싸인 청정마을에는 SNS에 신(新) 전원일기를 써 내려가는 '얼짱 농부' 송주희 씨(29)가 있다. 새벽같이 일어나 곱게 단장한 그녀는 밭으로 출근한다. 지게차 운전은 기본, 40㎏짜리 콩 자루도 번쩍번쩍, 뱀과 셀카를 찍는 씩씩한 주희 씨는 올해로 농부 4년 차다.


꽃 같은 그녀..농부 된 사연?

4년 전, 메주를 쑤던 엄마 김순자(62) 씨의 손이 메주를 만드는 기계에 빨려 들어가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났다. 손가락 접합 수술에 실패한 순자 씨는 본인 걱정보다 가족을 힘들게 했다는 자책감 때문에 우울증을 겪게 됐다. 항상 강해만 보였던 엄마가 약해진 모습을 보자,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막내딸 주희는 엄마 곁에 남기로 했다. 엄마가 울면 타박하고, 엄마가 쑥을 뜯으러 가면 함께 쑥을 뜯었다.


그렇게 엄마는 웃음을 되찾았다. 막내 주희 씨 덕분이었다. 엄마를 따라다니며 농사를 돕던 주희 씨는 아픈 엄마와 나이 드신 아버지 곁을 지킬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마을 할머니의 도토리를 팔아준 주희 씨는 이틀 만에 6만 원을 벌면서 농부로의 길을 생각하게 됐다.

세 언니에게 주희 씨는 각별한 존재다. 결혼한 자신들을 대신해 엄마 곁을 지켜준 동생에게 늘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다. 우애 좋은 송 씨네 딸들과 가족들은 일주일이 멀다 하고 엄마 순자 씨를 찾아온다. 엄마는 울타리가 돼준 이들을 위해 두부를 만들고 떡을 준비한다.

꽃 처녀의 '신(新) 전원일기'

고향에서 4대째 농사를 지어온 아버지 송임수(73) 씨는 늘그막이라고 농사를 줄이던 차에 막내딸이 농사를 지어보겠다는 말에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제풀에 꺾일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벌써 4년이 흘렀다. 당찬 막내딸은 아버지를 따라 새벽이면 밭에 나오고, 들깨 품종을 연구하고, 방치된 작목반의 기름 가공 기계도 기술자와 함께 직접 고쳤다. 아버지는 4년 만에 딸에게 트랙터 운전을 가르치는 중이다.


사실, 농부가 되겠다는 막내의 선택을 처음에는 가족 모두가 반대했다. 주위에서는 '농사짓는 척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 어린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주희 씨는 꿋꿋하게 신(新) 전원일기를 쓰는 중이다. 젊은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시골인 만큼, 노인대학에서 한글도 가르치고 직거래 장터를 찾아다니며 기름 홍보에도 힘쓰는 중이다.


올해 3월 주희 씨는 인디밴드 가수인 김윤철(30) 씨와 결혼했다. 농부 아내가 외부 강연을 가면 가수 남편이 매니저 역할을 한다. 주희 씨도 남편 녹음실에 도시락을 싸다 주고 공연장을 찾으며 내조에 힘쓴다.


엄마를 위해 고향으로 돌아와 농부가 된 꽃처녀 주희 씨는 오늘도 곱게 단장한 채 밭으로 향한다. 서로의 울타리가 되어주며 함께 써가는 송 씨네 전원일기는 5월 29일(월) ~ 6월 2일(금) 오전 7시 50분, KBS 1TV '인간극장-꽃 처녀, 농부가 되다'에서 방송된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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