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통신사 할인 알고보니…가맹점의 ‘눈물’

입력 2017.05.2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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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통신사 할인 알고보니…가맹점의 ‘눈물’

[취재후] 통신사 할인 알고보니…가맹점의 ‘눈물’


통신사 제휴 할인...부담은 가맹점 몫?


요즘 '통신사 제휴 할인' 많이 받으실 겁니다. 그런데 이 할인 금액을 누가 부담하는지는 잘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피자 프랜차이즈인 피자헛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피자헛에서 '그릴드 스테이크' 피자 한 판은 34,900원입니다. 15%의 통신사 할인을 적용하면 할인 금액은 5,240원. 이 할인 금액은 온전히 해당 가맹점이 부담합니다. 통신사와 가맹본부가 부담하는 금액은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통신사는 이중으로 이익을 본다고 가맹점주들은 말합니다. 피자헛 가맹점주인 문상철 씨는 "통신사는 비용 부담은 하지 않으면서 (고객의) 적립금, 쌓여있던 포인트가 없어지니까 이중의 이익을 보는 것"이라며 "그걸 다 가맹점이 부담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토로합니다. 피자가 많이 팔리는 연말엔 통신사 제휴 할인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한 달 80~100만 원이라는 게 문 씨 얘기입니다.

이렇게 통신사 제휴 할인을 전부 가맹점이 부담하는 프랜차이즈는 피자헛뿐만이 아닙니다. 미스터 피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빵업계는 좀 다를까요? 파리바게트와 뚜레쥬르 가맹점은 그나마 조금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일단 이들 프랜차이즈는 가맹본부가 할인 금액의 일부를 가맹점과 나눠 부담합니다. 문제는 통신사 부담 비율입니다.

파리바게트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SKT VIP 고객은 파리바게트에서 15%를 할인받습니다. 이 할인 비율을 가맹점과 가맹본부, 통신사 이렇게 3자가 부담하는데요, 비율은 이렇습니다. 가맹점 6.19%, 가맹본부 7.31%, SKT 1.5%.(파리바게트 가맹점주협의회 자료) SKT의 분담 비율은 전체 할인 금액의 10%밖에 안 됩니다. 뚜레쥬르도 비슷한 비율입니다.


불리한 통신사 제휴 할인, 왜 체결할까?

그렇다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이런 불리한 제휴 할인을 통신사와 체결하는 걸까요? 협상 과정에서 통신사 분담 비율을 왜 더 높이지 못 할까요? 여기엔 업계 간 '힘의 논리'가 작용합니다.

제휴 할인 도입 초기인 2000년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당시 SKT는 할인 금액의 40%를 부담했습니다.(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자료) 왜 통신사가 많이 부담했을까요? 당시엔 통신 3사가 고객수를 늘리기 위해 출혈 경쟁도 마다하지 않던 때였습니다. 통신사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 대해 '갑'이 아니었던 셈이죠. 그런데 상황이 점점 바뀝니다. 피자와 제빵업계는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진 반면, 통신3사는 시장을 과점한 상황에서 막대한 고객 수를 무기로 제휴 할인을 유리하게 체결하게 된 것이죠.

모 프랜차이즈 본부 관계자는 "이제 갑을 관계가 뒤바뀌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취재를 해보니 제빵, 피자업계는 경쟁이 정말 치열했습니다. 경쟁 업체가 통신사와 제휴 할인을 맺으면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조건으로 쫓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바로 매출 변화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맹본부가 통신사를 상대로 협상력을 발휘하긴 힘든 것이죠. 통신사 관계자들도 "우리는 가맹본부에 제휴 할인을 강요한 적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시장 논리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죠. 더 원하는 사람이 더 불리한 계약을 감수하는 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얘깁니다.


권리는 없고 비용 부담만...공정위는 2년째 "검토 중"

히지만 가맹점 입장에서는 이 '자유로운 계약'이 억울합니다. 제휴 할인 여부를 결정할 '권리'는 보장하지 않으면서 '비용 부담'만 강요하는 상황인 탓입니다. 가맹점들은 본부가 통신사와 맺는 제휴 할인 등 판촉 행사를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현행 가맹사업법은 판촉 행사와 관련해 '본부는 사후 집행 내역을 가맹점에 통보한다'고만 돼 있습니다. 사전에 가맹점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는 법에 없는 것이죠. 가맹점은 제휴 할인 분담 비율에 불만이 많습니다. 하지만 계약에 관여할 수 있는 법적인 권한은 없습니다.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이른바 '상생협약'이라는 것을 가맹점과 체결했습니다. 이 협약에는 판촉 행사를 추진할 때 일정 비율 이상의 가맹점 동의를 받는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법에는 없지만 자율적인 협약으로 가맹점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남습니다. 가맹점주들은 이 협약이 잘 지켜지지 않고 실효성도 떨어진다고 말합니다. 본사가 추진하는 판촉 행사를 반대하면 재계약에 불이익을 입을 수 있어서 쉽사리 반대 의견을 표명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모 프랜차이즈 회사의 장기 가맹점 재계약 평가 기준을 입수해 살펴봤는데요, 여기에는 '본부 판촉 행사에 얼마나 동의했는지'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현재 가맹점주의 계약갱신권은 법적으로 10년까지 보호됩니다. 그 이후부터는 가맹본부가 재계약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 가맹점주들은 비용 부담으로 속앓이를 하면서도 각종 판촉 행사를 받아들이는 게 현실입니다.

일부 피자업계 가맹점주들은 지난 2015년 가맹본부가 통신사와 제휴 할인을 맺고 이를 가맹점주에게 시행토록 하는 게 불공정 행위라며 본부를 공정위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공정위는 2년이 넘도록 여태 결론을 내리지 않고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하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뉴스7] 제휴 할인…“생색만 내는 통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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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통신사 할인 알고보니…가맹점의 ‘눈물’
    • 입력 2017-05-29 15:26:20
    취재후·사건후

통신사 제휴 할인...부담은 가맹점 몫?


요즘 '통신사 제휴 할인' 많이 받으실 겁니다. 그런데 이 할인 금액을 누가 부담하는지는 잘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피자 프랜차이즈인 피자헛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피자헛에서 '그릴드 스테이크' 피자 한 판은 34,900원입니다. 15%의 통신사 할인을 적용하면 할인 금액은 5,240원. 이 할인 금액은 온전히 해당 가맹점이 부담합니다. 통신사와 가맹본부가 부담하는 금액은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통신사는 이중으로 이익을 본다고 가맹점주들은 말합니다. 피자헛 가맹점주인 문상철 씨는 "통신사는 비용 부담은 하지 않으면서 (고객의) 적립금, 쌓여있던 포인트가 없어지니까 이중의 이익을 보는 것"이라며 "그걸 다 가맹점이 부담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토로합니다. 피자가 많이 팔리는 연말엔 통신사 제휴 할인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한 달 80~100만 원이라는 게 문 씨 얘기입니다.

이렇게 통신사 제휴 할인을 전부 가맹점이 부담하는 프랜차이즈는 피자헛뿐만이 아닙니다. 미스터 피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빵업계는 좀 다를까요? 파리바게트와 뚜레쥬르 가맹점은 그나마 조금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일단 이들 프랜차이즈는 가맹본부가 할인 금액의 일부를 가맹점과 나눠 부담합니다. 문제는 통신사 부담 비율입니다.

파리바게트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SKT VIP 고객은 파리바게트에서 15%를 할인받습니다. 이 할인 비율을 가맹점과 가맹본부, 통신사 이렇게 3자가 부담하는데요, 비율은 이렇습니다. 가맹점 6.19%, 가맹본부 7.31%, SKT 1.5%.(파리바게트 가맹점주협의회 자료) SKT의 분담 비율은 전체 할인 금액의 10%밖에 안 됩니다. 뚜레쥬르도 비슷한 비율입니다.


불리한 통신사 제휴 할인, 왜 체결할까?

그렇다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이런 불리한 제휴 할인을 통신사와 체결하는 걸까요? 협상 과정에서 통신사 분담 비율을 왜 더 높이지 못 할까요? 여기엔 업계 간 '힘의 논리'가 작용합니다.

제휴 할인 도입 초기인 2000년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당시 SKT는 할인 금액의 40%를 부담했습니다.(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자료) 왜 통신사가 많이 부담했을까요? 당시엔 통신 3사가 고객수를 늘리기 위해 출혈 경쟁도 마다하지 않던 때였습니다. 통신사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 대해 '갑'이 아니었던 셈이죠. 그런데 상황이 점점 바뀝니다. 피자와 제빵업계는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진 반면, 통신3사는 시장을 과점한 상황에서 막대한 고객 수를 무기로 제휴 할인을 유리하게 체결하게 된 것이죠.

모 프랜차이즈 본부 관계자는 "이제 갑을 관계가 뒤바뀌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취재를 해보니 제빵, 피자업계는 경쟁이 정말 치열했습니다. 경쟁 업체가 통신사와 제휴 할인을 맺으면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조건으로 쫓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바로 매출 변화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맹본부가 통신사를 상대로 협상력을 발휘하긴 힘든 것이죠. 통신사 관계자들도 "우리는 가맹본부에 제휴 할인을 강요한 적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시장 논리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죠. 더 원하는 사람이 더 불리한 계약을 감수하는 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얘깁니다.


권리는 없고 비용 부담만...공정위는 2년째 "검토 중"

히지만 가맹점 입장에서는 이 '자유로운 계약'이 억울합니다. 제휴 할인 여부를 결정할 '권리'는 보장하지 않으면서 '비용 부담'만 강요하는 상황인 탓입니다. 가맹점들은 본부가 통신사와 맺는 제휴 할인 등 판촉 행사를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현행 가맹사업법은 판촉 행사와 관련해 '본부는 사후 집행 내역을 가맹점에 통보한다'고만 돼 있습니다. 사전에 가맹점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는 법에 없는 것이죠. 가맹점은 제휴 할인 분담 비율에 불만이 많습니다. 하지만 계약에 관여할 수 있는 법적인 권한은 없습니다.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이른바 '상생협약'이라는 것을 가맹점과 체결했습니다. 이 협약에는 판촉 행사를 추진할 때 일정 비율 이상의 가맹점 동의를 받는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법에는 없지만 자율적인 협약으로 가맹점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남습니다. 가맹점주들은 이 협약이 잘 지켜지지 않고 실효성도 떨어진다고 말합니다. 본사가 추진하는 판촉 행사를 반대하면 재계약에 불이익을 입을 수 있어서 쉽사리 반대 의견을 표명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모 프랜차이즈 회사의 장기 가맹점 재계약 평가 기준을 입수해 살펴봤는데요, 여기에는 '본부 판촉 행사에 얼마나 동의했는지'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현재 가맹점주의 계약갱신권은 법적으로 10년까지 보호됩니다. 그 이후부터는 가맹본부가 재계약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 가맹점주들은 비용 부담으로 속앓이를 하면서도 각종 판촉 행사를 받아들이는 게 현실입니다.

일부 피자업계 가맹점주들은 지난 2015년 가맹본부가 통신사와 제휴 할인을 맺고 이를 가맹점주에게 시행토록 하는 게 불공정 행위라며 본부를 공정위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공정위는 2년이 넘도록 여태 결론을 내리지 않고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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