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다시 활개치는 소말리아 해적…왜?

입력 2017.05.29 (16:27) 수정 2017.05.29 (16:2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몇 년간 잠잠했던 소말리아 해적이 최근 다시 출몰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인도 화물선이 소말리아 해역을 지나다 피랍됐다. 이달 23일에도 이란 선적 원양 어선이 해적 출몰 지역에서 조업을 하다 납치를 당했다.

유럽 연합과 중국 해군이 소말리아 앞바다를 공동으로 경계하고 있지만, 해역 자체가 넓고 해적선이 빨라 대응이 쉽지 않다. 선박 230여 건이 피랍됐던 2011년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까지 생기고 있다. '아덴만 여명작전'을 있게 한 '삼호주얼리호'의 피랍 역시 2011년 1월이었다.

소말리아 해적 출몰, 이유는?

소말리아 앞바다에서 원양 어선들이 벌이는 저인망식 조업은 이 지역 어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소말리아 앞바다에서 원양 어선들이 벌이는 저인망식 조업은 이 지역 어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3월 UN은 소말리아에서 6백만 명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오랜 기간 비가 내리지 않아 식량 생산에 큰 차질을 빚었다. 가뭄이 극심하던 지난 2월, 이틀 동안 110명이 굶어 죽기도 했다. 어린이 140만 명은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소말리아는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서도 최빈국에 속한다. 국토 전체에서 사막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데다, 오랜 내전으로 인해 피해가 누적됐다. 반군이자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알 샤밥(Al-Shabaab) 세력이 내전을 이끌고 있다. 알 샤밥 테러 위협은 이미 소말리아를 넘어 동아프리카 전체의 골칫거리다.

중국 등 저인망식 원양 어선들의 등장은 '불난 집에 부채질' 격이 됐다. 이미 기근으로 식량 주권이 무너진 상태에서, 외국 어선이 소말리아 앞바다의 고기를 싹쓸이하면서 어촌 역시 크게 타격을 받고 있다.

2012년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 Office on Drugs and Crime)는 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알 샤밥과 해적 활동에 일정한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다. 모두 신규 조직원 포섭 시 충동적인 청소년들을 목표로 삼는다는 것이 드러났다.

테러 조직에 대한 단속과 소탕이 늘면 상대적으로 해적 활동이 늘어나는 경향성도 포착됐다. 생계 수단 없이 하루하루를 절망 속에 살아가는 소말리아 청년들에게 최근 극심한 기근은 강력한 범죄 조직 가담 동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체포되는 해적 가운데 18세 이하가 20% 이상을 차지한다.

어떤 선박이 해적의 '먹잇감'이 될까?

지난 3월 인도 화물선 ‘MT ARIS 13’은 ‘아프리카의 뿔’과 소코트라 섬 사이를 지나다 해적에게 피랍됐다. (자료제공 : Oceans Beyond Piracy)지난 3월 인도 화물선 ‘MT ARIS 13’은 ‘아프리카의 뿔’과 소코트라 섬 사이를 지나다 해적에게 피랍됐다. (자료제공 : Oceans Beyond Piracy)

지난주 피랍된 이란 어선은 소말리아 앞바다에서 불법 조업 중이었다. 조업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소말리아 당국의 눈을 피해 고기를 잡다 피랍됐다. 원양 어선의 특성상 최대 속도는 15노트(약 27.8km/h) 남짓이다. 빠른 보트를 타고 민간 선박을 습격하는 해적들의 목표가 되기 쉽다.

지난 3월 인도 화물선 역시 이동 거리를 줄이기 위해 '아프리카의 뿔'(아라비아 해로 돌출돼 있는 반도, 소말리아의 뾰족한 해안선 꼭짓점을 일컫는 말)과 예멘의 소코트라(Socotra) 섬 사이를 운항하다 해적에게 붙잡혔다. 선사가 더 많은 이익을 내려 안전 수칙을 무시한 결과였다.

해적 퇴치 비용은 2011년 66억 달러에서 2015년 13억 달러로 4년째 감소하다, 지난해 소폭 증가했다.(자료제공 : Oceans Beyond Piracy)해적 퇴치 비용은 2011년 66억 달러에서 2015년 13억 달러로 4년째 감소하다, 지난해 소폭 증가했다.(자료제공 : Oceans Beyond Piracy)

[관련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5FFaBcW2Pmw

소말리아 정부는 이 지역에서 조업하는 선박들에 무장 경호 인력을 배치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2011년 이후 대형 선박 피랍이 뜸해지면서 선사들은 다시 경호 인력 없이 조업 활동을 했다. 소말리아 해적 예방·퇴치 비용은 2011년 66억 달러(약 7조 3,580억 원)를 기록한 이래, 2016년 17억 달러로 4분의 1 가까이 떨어졌다.

이같은 이유 등으로 기후 변화로 인한 민생 파탄, 선박들의 싹쓸이 조업 등 불법 행태 등을 해결하지 않고서 해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리포트] 다시 활개치는 소말리아 해적…왜?
    • 입력 2017-05-29 16:27:33
    • 수정2017-05-29 16:27:53
    특파원 리포트
몇 년간 잠잠했던 소말리아 해적이 최근 다시 출몰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인도 화물선이 소말리아 해역을 지나다 피랍됐다. 이달 23일에도 이란 선적 원양 어선이 해적 출몰 지역에서 조업을 하다 납치를 당했다.

유럽 연합과 중국 해군이 소말리아 앞바다를 공동으로 경계하고 있지만, 해역 자체가 넓고 해적선이 빨라 대응이 쉽지 않다. 선박 230여 건이 피랍됐던 2011년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까지 생기고 있다. '아덴만 여명작전'을 있게 한 '삼호주얼리호'의 피랍 역시 2011년 1월이었다.

소말리아 해적 출몰, 이유는?

소말리아 앞바다에서 원양 어선들이 벌이는 저인망식 조업은 이 지역 어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3월 UN은 소말리아에서 6백만 명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오랜 기간 비가 내리지 않아 식량 생산에 큰 차질을 빚었다. 가뭄이 극심하던 지난 2월, 이틀 동안 110명이 굶어 죽기도 했다. 어린이 140만 명은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소말리아는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서도 최빈국에 속한다. 국토 전체에서 사막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데다, 오랜 내전으로 인해 피해가 누적됐다. 반군이자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알 샤밥(Al-Shabaab) 세력이 내전을 이끌고 있다. 알 샤밥 테러 위협은 이미 소말리아를 넘어 동아프리카 전체의 골칫거리다.

중국 등 저인망식 원양 어선들의 등장은 '불난 집에 부채질' 격이 됐다. 이미 기근으로 식량 주권이 무너진 상태에서, 외국 어선이 소말리아 앞바다의 고기를 싹쓸이하면서 어촌 역시 크게 타격을 받고 있다.

2012년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 Office on Drugs and Crime)는 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알 샤밥과 해적 활동에 일정한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다. 모두 신규 조직원 포섭 시 충동적인 청소년들을 목표로 삼는다는 것이 드러났다.

테러 조직에 대한 단속과 소탕이 늘면 상대적으로 해적 활동이 늘어나는 경향성도 포착됐다. 생계 수단 없이 하루하루를 절망 속에 살아가는 소말리아 청년들에게 최근 극심한 기근은 강력한 범죄 조직 가담 동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체포되는 해적 가운데 18세 이하가 20% 이상을 차지한다.

어떤 선박이 해적의 '먹잇감'이 될까?

지난 3월 인도 화물선 ‘MT ARIS 13’은 ‘아프리카의 뿔’과 소코트라 섬 사이를 지나다 해적에게 피랍됐다. (자료제공 : Oceans Beyond Piracy)
지난주 피랍된 이란 어선은 소말리아 앞바다에서 불법 조업 중이었다. 조업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소말리아 당국의 눈을 피해 고기를 잡다 피랍됐다. 원양 어선의 특성상 최대 속도는 15노트(약 27.8km/h) 남짓이다. 빠른 보트를 타고 민간 선박을 습격하는 해적들의 목표가 되기 쉽다.

지난 3월 인도 화물선 역시 이동 거리를 줄이기 위해 '아프리카의 뿔'(아라비아 해로 돌출돼 있는 반도, 소말리아의 뾰족한 해안선 꼭짓점을 일컫는 말)과 예멘의 소코트라(Socotra) 섬 사이를 운항하다 해적에게 붙잡혔다. 선사가 더 많은 이익을 내려 안전 수칙을 무시한 결과였다.

해적 퇴치 비용은 2011년 66억 달러에서 2015년 13억 달러로 4년째 감소하다, 지난해 소폭 증가했다.(자료제공 : Oceans Beyond Piracy)
[관련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5FFaBcW2Pmw

소말리아 정부는 이 지역에서 조업하는 선박들에 무장 경호 인력을 배치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2011년 이후 대형 선박 피랍이 뜸해지면서 선사들은 다시 경호 인력 없이 조업 활동을 했다. 소말리아 해적 예방·퇴치 비용은 2011년 66억 달러(약 7조 3,580억 원)를 기록한 이래, 2016년 17억 달러로 4분의 1 가까이 떨어졌다.

이같은 이유 등으로 기후 변화로 인한 민생 파탄, 선박들의 싹쓸이 조업 등 불법 행태 등을 해결하지 않고서 해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